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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라불리었다-133화 (13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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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칸이 그의 언월도 블루드래곤을 보란 듯이 들어올렸다.

“말했다시피 나는 이것을 거래하기 원한다. 와서 확인해 봐도 좋아.”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삼합회 각성자 대표가 흠칫 놀라더니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진린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지금 이 곳의 모습 역시 화면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진린. 그 빌어먹을 새끼. 너는 내가 죽인다.’

대화가 끝난 모양이다.

각성자 대표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가 내민 언월도를 향해 다가왔다.

지극히 조심스러운 삼합회와는 달리 타르칸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모인 삼합회 조직원들 정도는 전혀 위협거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녀석들에게는 우리를, 정확히는 나를 이길 방법이 없다. 위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2차 3차 공격이 없었다는 것이 그 증거지.’

블루드래곤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는 소년의 눈이 살짝 커졌다.

“확인했나? 레전드 등급의 스킬을.”

“그, 그래.”

“진린에게 전해 이 레전드 스킬이 장착된 언월도를 팔고 싶다고 말이야.”

소년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도 충실하게 타르칸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어르신이 저 녀석이 있는 이상 협력은 없다고 하신다.”

소년이 하동연을 노려보았다.

“쉬엔을 내놓아라. 그것이 최우선 조건이다.”

“아니. 그 여자는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찾아도 순순히 넘겨줄 생각도 없고. 한마디로 지금 거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소리다.”

타르칸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거래에 응할 생각이 없다면 지금 당장 꺼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생각해봐. 너희들 더러운 짓거리로 모은 돈 많잖아? 반면 레전드 등급의 스킬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지. 너도 각성자니까 잘 알겠지. 레전드 등급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소년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키며 하동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레전드 등급의 가치? 알다마다.

바로 눈앞에 수많은 삼합회의 각성자들을 썩은 나무처럼 썰어버린 사람이 서 있는데.

심지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몬스터게이트의 이상현상까지 발생했다.

앞으로 각성자와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소년이 다시 바삐 진린에게 말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추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하신다. 대신 삼합회의 식구 한명이 너희들과 동행한다는 조건은 어떤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동연이 일축하며 소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따라붙는 똥파리가 귀찮아서 거래를 하자는 건데 다른 똥파리를 달고 다니라고? 농담이겠지?”

“….”

“하지만 나쁘지 않은 조건이야. 미국의 추적을 따돌려 주는 것. 이제 그 조건도 포함이다. 정보 교란과 약간의 돈. 그 대가로 너희들은 이 무기를 얻게 된다. 무려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 내장된 궁극의 무기를 말이지.”

타르칸이 다 부서져가는 푸른 언월도를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물론 지금은 저런 모습이더라도 장비수리키트를 사용한다면 금방 새것처럼 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은 얼마 정도를 원하지?”

“5000천만 달러.”

“뭐!?”

약간이라며.

소년이 어이없다는 눈동자로 타르칸을 올려다보았다.

“야구선수 한 명이 일 년에 3000만 달러를 받는 세상 아닌가? 이 무기에 그 정도 가치는 있는 것 같은데?”

“자, 잠깐만 기다려라.”

“그리고 현금이 아니라 금으로 받기 원한다. 어디서든 돈으로 바꿀 수 있게 말이야.”

소년이 다시 바쁘게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타르칸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 거래는 성사될 것이다.

어차피 시연과 관계없는 일이 된 이상 진린은 이 거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가 아는 진린은 그런 인간이었다.

전 세계 블랙마켓을 장악한 삼합회에게 5000천만 달러는 우습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블루드래곤은 이 세상의 유일한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 내장된 무기.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겉멋만 든 쓰레기 스킬이란 건 모르고 말이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매를 붙이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상대방이 거래 전 스킬을 시험해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칼날둥지마을에서 이미지드래곤을 직접 본 경험이 있는 삼합회만이 이 무기를 검증 없이 구매할 유일한 집단이라는 소리다.

적에도 그들에게는 이 스킬이 허상이 아니라 실체를 가진 그 무언가 일 테니까.

잠시 후 이야기를 마친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금 말고 다른 것으로는?”

“보석은 세공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잖아? 내가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없으니 금으로 하겠다.”

“지금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가 보군? 금 가격은 실시간으로 폭등하고 있어. 이미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비쌀 것이다.”

타르칸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몬스터게이트의 이상현상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금으로 달라는 거야. 말 한번 잘했네. 금 시세는 오늘 자 정오를 기준으로 하자.”

“으윽.”

소년은 몇 차례 더 진린과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린님이 거래를 원하신다.”

“좋다.”

타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쓰고 버릴 무기를 한화 약 580억 원에 판매하게 된 것이다.

그들을 위해 미국을 견제해 주는 것은 덤이다.

“그렇다면 이제 거래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지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에게 그런 번거로운 과정은 필요 없다.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에 그렇지 않아도 긴장으로 크게 뜨여져 있던 소년의 눈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수락해. 돈 지급, 정보 교란. 너희들이 이 두 가지 조건을 지키면 이 무기가 너의 인벤토리로 들어갈 테니까.”

“너… 대체 어떻게!!”

“금은 내일 이 시간, 여기에서 받아 가지.”

타르칸의 손에 들려있던 언월도가 사라졌다.

퀘스트가 완료 되면 눈앞의 소년 각성자의 인벤토리로 자동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퀘스트 보상용 아이템은 가이아의 아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던가?’

분명 제이가와 함께 전직 퀘스트를 수행할 때 가이아가 자신의 아공간에 들어온 자갈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는 메시지가 나타났었다.

‘이거 잘하면….’

타르칸의 상념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옆에서 하동연이 날선 목소리를 내었던 것이다.

“이만 돌아가지.”

“아아… 그래.”

등을 돌려 돌아가는 그들을 향해 소년이 다급하게 외쳤다.

“돼지를 찾게 되면 반드시 우리에게 넘겨라! 반드시!!”

“저 자식이!”

하동연은 이를 부드득 갈면서도 함부로 나서지 않았다.

지금 저 녀석들과 싸우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하동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타르칸이 툭하고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봐 제이가. 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무슨 말?”

“뭐… 어떻게 그랑대륙의 인간이 이곳에 있는지 말이야.”

“물어 보면 말해줄 거냐?”

“아니.”

단호한 대답에 하동연이 피식 웃었다.

하동연 특유의 어딘가 바보 같아 보이는 웃음이었다.

“뭐 이런 세상이 되어 버렸는데 더 이상 뭐가 어디서 튀어나오더라도 이상할 것 없지.”

“거참… 속편한 녀석이네.”

***

“자. 이제 가면 되겠죠?”

인벤토리 안에 삼합회에게 받은 금을 두둑하게 챙긴 타르칸이 일행을 돌아보았다.

준비는 이미 모두 마쳤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단지 요 며칠 급변해버린 세상의 동태를 살피는 정도였다.

페이즈 2가 시작된 이후, 세상은 격변을 맞이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무너졌고, 소말리아나 북한 같은 곳은 나라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나타나는 몬스터게이트의 단계가 무차별적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몬스터게이트처럼 1단계부터 차근차근 단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아무런 규칙도 예고도 없이 갑자기 높은 단계의 몬스터게이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랑대륙은, 그러니까 디멘션온라인은 어떻죠?”

“디멘션온라인이요? 흠… 접속 캡슐이 없어서 직접 접속해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별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만.”

그때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후마르의 고개가 슐트 쪽으로 돌아갔다.

타르칸은 후마르의 눈동자에 담긴 놀람의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어쨌거나 각성자 금지법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MGTS와 기존의 무기만으로는 모든 게이트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 할 테니까요. 군사력이 약한 나라는 더욱 더 그렇구요.”

“사실 지금 와서 각성자를 우대해 봤자 큰 소용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요.”

슐트와 하동연은 드레이크의 흉폭한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흠칫 떨었다.

“후마르. 이것도 비밀인가? 미리 질문하나 한다고 치고 대답해줘. 페이즈 2라는 것이 뭐지?”

후마르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게이트가 열리면, 몬스터만이 소환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그 세계에 마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몬스터 게이트에서 뿜어지는 마력, 그리고 몬스터의 육체에 담겨있는 마력이 소환된 세계에 뿌려지게 되지. 하지만 지금 이곳은 억지로 각성시킨 각성자들 때문에 마력의 수치가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간 상태다. 때문에 이곳의 각성자들 수준에는 맞지 않게 빠르게 페이즈 2가 시작된 것이고.”

“억지로 각성 시켰다고? 그것도 아둔한 전능자들이 한 것인가?”

“아니, 그건 스네이크의 짓이야.”

하동연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스네이크가 말했던 세계를 구한다는 일은 알고 보니 세계의 멸망을 앞당기는 것이었다.

“그래. 이 세계의 마력 수치를 임의로 높여 세계의 2 페이즈를 앞당기는 것. 그래서 결국 인간이 멸종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계획 중 일부였고, 그 계획을 담당하던 것이 스네이크였지.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녀석은 꽤나 유능했다. 우리를 배신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배신이라. 그렇다면 지금 스네이크의 목적은 뭐지?”

“글쎄… 나도 알고 싶군. 하운드를 죽이면서까지 이루어야만 하는 빌어먹을 목적이 뭔지.”

그건 그렇고, 후마르가 중얼거리며 슐트를 향해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들이밀었다.

“디멘션온라인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정말이냐?”

“그래. 만약 동시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분명 사이트가 시끄러울 텐데 지금은 아무런 글도 없어.”

“흠.”

후마르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거칠게 그의 뒤통수를 벅벅 긁어댔다.

“젠장. 안돌아가는 머리를 굴리려니 골치 아프군.”

“왜? 뭔데? 내가 같이 고민해줄게.”

“꺼져라. 내 밑천을 털어가려는 속셈을 모를 줄 알고.”

“쳇.”

타르칸이 혀를 차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일단 저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네요.”

타르칸과 후마르는 던전의 입구를 찾기 위해.

슐트와 하동연은 잃어버린 동료들의 정보를 찾기 위해.

“자. 그럼 갑시다.”

몬스터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무너진 51구역의 철조망을 내려다보며 그들이 검은 밴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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