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PC 라불리었다-66화 (66/215)

검은 땅 탐사 (1)

검은 땅 탐사대의 구성원은 80명이 넘는다.

플레이어로 구성된 1차 탐사팀이 40명.

용병연합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고용한 용병들이 10명.

그리고 돈을 주고 고용한 나브가의 주민이 30명이다.

“자. 이쯤에 거점을 설치하는 것이 좋겠군요.”

쏜이 그를 뒤따르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검은 땅에서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쏜의 말에 NPC들, 나브가의 주민들이 재빠르게 임시 천막을 세우기 시작했다.

임시거점 겸 보급소를 준비하는 것이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플레이어들에게 보급은 사실 필요치 않다.

쏜이 비싼 돈을 들여 굳이 나브가의 주민을 고용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임시 부활포인트는 정중앙의 막사에 두도록 하죠.”

NPC가 20명 이상 터를 잡은 곳은 시스템 상 소규모 마을로 규정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로 인정받은 장소에는 부활포인트 설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좋아.”

삼합길드가 NPC들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다면, 아메루시카는 NPC들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다루기 까다롭지만 결국은 그들이 사용하기 위해 준비된 자원.

설치된 부활 포인트를 보는 쏜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이번 검은 땅 탐사는 느낌이 좋다.

‘두 번째 레전드 클래스 소유자와 알게 되었고 거기에 고대신에 관한 정보까지.’

이번 탐사를 준비하면서 얻게 된 수확이 많다.

쏜의 시선이 자연스레 타르칸을 향했다.

몬스터 사육하나에 그의 길드와 아메루시카의 모든 전력을 쏟아 넣는 것은 위험하다.

어쩌면 저 검은 전신갑옷을 입고 있는 플레이어가 가진 고대신에 대한 정보가 지금 탐사하려고 하는 검은 땅보다 중요한건지도 모른다.

***

[금지된 지역에 입장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90% 하락합니다.]

[금지된 지역에 입장하였습니다. 방어력과 공격력이 90% 하락합니다.]

[금지된 지역에 입장하였습니다. 체력과 마나가 자동 회복되지 않습니다.]

[금지된 지역에 입장하였습니다. 모든 속성 저항력이 50%하락합니다.]

[금지된 지역에 입장하였습니다. 일정확률로 상태이상이 발생합니다.]

검게 물든 땅에 들어서자마자 예의 그 엄청난 디버프들이 나타났다.

“허어….”

“이거 장난이 아닌데?”

아메루시카의 1차 팀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높은 디버프 수치다.

플레이어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이곳이 아직 업데이트가 끝나지 않은 지역일 가능성이다.

즉, 이 엄청난 디버프들은 새로운 컨텐츠가 준비되는 동안 이 지역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그들이 목숨을 걸고 들어가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혹여나 전멸하게 된다면…’

이곳에 모인 자들은 아메루시카의 최고전력들.

그들이 일주일간 접속을 못한다는 것은 아메루시카에게 큰 손실이다.

적어도 빈 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이. 타르칸 저기 저 플레이어 아저씨가 널 끈적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무시해.”

가이아는 타르칸의 등 뒤에 숨은 채 얇은 천 너머로 보이는 검은땅을 구경하고 있다.

“몸은 어때? 그때처럼 정신을 잃을 것 같으면 미리 이야기해.”

“괜찮아. 검은 땅에 들어온 뒤부터 조금 띵하긴 한데 버틸 수 있는 정도야.”

-크르르륵.

그때, 야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요석악어다.

플레이어들이 조금 동요했다.

지금 자신이 비교할 수 없이 약화된 상태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형을 갖추어라.”

하지만 그들은 빠르게 냉정을 되찼았다.

여기에 모인 아메루시카의 길드원들은 최상위 길드의 정예답게 정신적으로도 매우 강인한 자들이다.

현실에서 목숨을 건 위험한 훈련들도 견뎌낸 그들이다.

죽음의 결과가 고작 7일간의 접속불가 뿐인 이 상황은 리스크라고도 부를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다.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위태한 상황에서도 생존보다는 탐구자의 자세로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죽이지 마라. 탱커와 힐러로 최대한 시간을 벌며 이 지역이 몬스터에게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라.”

“네!”

-크아아악

지면을 뚫고 거대한 악어가 나타났다.

이미 충분히 준비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응했다.

“전열 탱커. 데미지를 기록해라.”

“네!”

흑요석악어의 거대한 꼬리가 플레이어들을 향해 휘둘러졌다.

검게 물든 모래들이 풍압에 휘날린다.

쾅.

거대한 방패를 장비한 플레이어가 꼬리를 막아내고는 그 즉시 뒷열로 빠졌다.

그 즉시 그의 자리는 또 다른 탱커가 채워 흑요석악어의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흑요석악어의 공격을 막은 플레이어는 이미 흑요석악어를 쳐다보고 있지 않고 있다.

상태창을 켠 그는 자신의 현재 방어력과 방금 전 공격으로 잃은 체력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 모든 정보들을 가장 후미에서 정보를 기록하고 있는 길드원에게 남김없이 전해지고 있다.

“좋아. 공격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쏜의 외침에 전투를 지켜보던 딜러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흑요석악어에게 물리 공격과 마법, 각종 속성 공격들이 차례대로 하나씩 적중했다.

디버프로 인해 위력이 현저히 떨어진 탓에 흑요석악어는 쉽사리 쓰러지지 않았고, 그 모든 전투의 과정은 빠짐없이 기록되었다.

쿠웅.

머리에 적중한 쇼크웨이브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흑요석악어가 쓰러졌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승리를 기뻐하는 이들은 없었다.

냉철한 분석들만이 이어졌다.

“화이트 폭스. 결과는 어떻죠?”

“예상대로입니다. 쏜. 이 지역의 디버프는 몬스터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화이트폭스가 멀뚱이 서 있는 10명의 용병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NPC에게도 마찬가지 이구요. 검은 땅의 디버프는 오직 플레이어들에게만 영향을 미칩니다.”

화이트 폭스가 그녀의 이지적인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시스템에 속한 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만 제한된 상황에서 얻은 결과치고는 굉장히 정확한 분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몬스터를 강화한다던가 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몬스터들은 검은 땅 안과 밖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저희들이 약해졌을 뿐이죠.”

화이트폭스의 말에 쏜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행 중 다행이군.”

그들이 방금 사냥한 흑요석악어는 3단계 게이트의 몬스터다.

레어등급 이상의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가 조금 센스가 있으면 시작의 섬을 졸업한 즉시 사냥이 가능한 몬스터이기도 하다.

그런 몬스터 하나를 잡는데 10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달라붙어야만 했다.

고작 3단계의 몬스터가 소규모 던전의 보스 몬스터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킬 발동률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다.”

토마호크의 말에 길드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발동률이 그대로라는 건 능력치 차이로 인한 페널티는 없다는 뜻이네요.”

“거기다 웬만한 보스몹만큼 강하지만 결국은 일반 몬스터라는 소리이기도 하지.”

“군중 제어 스킬(CC기-Crowd control)을 최대한 활용해야겠군.”

새롭게 얻은 정보들은 일사분란하게 각 길드원들에게 전달되었다.

각 길드장들은 CC기가 끊어지지 않게 연계가 가능하도록 그 자리에서 파티를 다시 재편했다.

유용한 CC기를 다수 보유한 직업군은 아애 전투에서 군중 제어만을 담당하게 만든 것이다.

‘호오…’

철저하게 체계가 잡힌 아메루시카의 전투 방식을 보는 타르칸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칼날산맥에서도 느꼈지만 이계의 인간들에게는 이계의 인간 나름대로의 지혜와 병법이 있었다.

특히 몬스터와 자신들의 전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스템에 도입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이계의 인간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타르칸이 웬일로 겸손한 생각을 할 때였다.

“큰일 났습니다.”

갈색의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천리안 혹은 인간레이더라고 불리는 그녀의 클래스는 유니크 등급의 선견자다.

선견자는 주위 지형과 지물을 파악하는데 있어서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탁월하다.

워낙 희귀하고 유용한 특성이기 때문에 일반인인 그녀를 아메루시카, 정확히는 미국 비밀기관 소속의 장미 기사단에서 스카웃했다.

“무슨 일이죠?”

쏜이 침착하게 상황을 물었다.

“몬스터, 몬스터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적어도 30 이상.”

“종류는?”

단발머리의 여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눈을 감았다.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뜨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시갈퀴입니다.”

***

스사사사삭

귀를 간질이는 소리와 함께 검은 모래들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가시갈퀴들이 모래를 파헤치며 움직이는 소리다.

“하필이면….”

가시갈퀴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낮지 않은데 거기다 땅속에 숨은 상태로 공격하는 까다로운 몬스터다.

본래는 3등급의 상위종이지만 모래 지형에 한정해서는 4등급 중위종 정도로 위험한 녀석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능력치와 오감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에서는 최악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속도가 빠른 상대다. 원형으로 진형을 짜라. 탱커들은 힐러와 CC기 담당들을 우선적으로 지켜라.”

“네!”

플레이어들이 일사분란하게 진형을 갖추었다.

모래지대, 그리고 이렇게 민첩성이 극도로 낮아진 상태에서는 가시갈퀴들의 이동속도가 플레이어들 보다 족히 두배는 더 빠르다.

놈들에게 포위 될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현명하다.

스사사사삭

모래가 서로 부딧치는 소리가 더 커졌다.

쏜이 몬스터가 몰려온다는 정보를 가져온 단발머리 여인을 쳐다보았다.

“스란.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스란이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광역 감지!”

광역 감지는 일정한 범위에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하는 선견자의 간판 스킬이다.

스란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정령의 발자취!”

정령의 발자취는 선견자가 원하는 곳에 반짝이는 이펙트를 주는 스킬이다.

반짝이는 이펙트가 전부로, 데미지도 없고 어떠한 버프효과도 없는 쓸모없는 스킬.

하지만 그 쓸모없는 스킬이 광역감지와 조합되니 엄청난 효과를 내었다.

“좋아! 이제 보인다. 나이스 스란!”

토마호크가 호쾌하게 함성을 질렀다.

스란의 스킬로 인해 가시갈퀴가 숨어있는 땅위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광역감지와 정령의 발자취를 유지시키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스란은 대답할 여력이 없다.

그저 슬며시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제이가님!!”

“오. 드디어 내 차롄가?”

이제 가시갈퀴의 가장 위험한 점인 잠복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CC기를 걸 동안 시간을 벌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명쾌하게 대답한 제이가가 허공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소환할 몬스터를 고르는 것이다.

그가 동시에 테이밍 할 수 있는 몬스터는 모두 네 마리다.

새로운 몬스터를 테이밍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몬스터를 버려야만 한다.

현재 그가 소유하고 있는 몬스터는

프롬 숲에서 얻은 포레스트 웜. 포웜이.

각종 함정을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부식성 슬라임. 끈적이.

공중 이동용으로 사용하는 칼날독수리. 칼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웜이가 활동할 수 없는 곳에서의 전투요원 리빙아머. 유갑이.

이렇게 4 마리다.

“땅 속을 이동하는 건 너희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제이가의 앞의 지면이 밝게 빛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초록색 지렁이가 나타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