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PC 라불리었다-35화 (35/215)

실험체 57

[실험체 57이 당신을 발견합니다.]`

-끼에에에엑.

시스템 알림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거대한 태아의 뼈가 괴성을 내질렀다.

아기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비명소리 같기도 한 괴성에 타르칸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칭호 ‘불굴의 투사’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실험체 57의 공포에 저항합니다.]

“허억.”

타르칸이 심호흡하며 거칠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거대한 태아의 골격 앞에서 그는 마치 프롬 숲에서 처음 미노타우로스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절대적인 무력감.

‘일반 몬스터와 보스몬스터의 격차가 심해도 너무.’

불평할 시간이 없다.

거대한 스켈레톤이 거대한 머리를 일으키고 그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실험체 57이 기어오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 어떤 책에도 저딴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는데!’

저 녀석은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다.

그 사실이 태아의 뼈가 주는 시각적인 공포만큼이나 타르칸을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흐르기 시작한 현무의 피는 그가 마냥 두려움에 떨기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모르면 부딪쳐서 알아내자. 일단은 스켈레톤이니 기본적으로 머리가 약점일 거야.’

타르칸이 고개를 돌려 거대한 보스몹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거대한 만큼 두개골의 두께 역시도 두터울 것이다.

‘쉽게 생각하자. 부서지지 않으면 부서질 때까지 때리면 된다. 나는 지금 레전드 등급의 스킬도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자신감을 되찾은 타르칸이 몸을 돌려 거대한 태아 스켈레톤을 마주보았다.

타르칸이 새롭게 얻은 언월도 블루드래곤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큰 거 한방 가자!”

타르칸의 언월도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대량의 마나가 그의 언월도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미지 드래곤!!”

타르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손에서 언월도가 맹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쿠어어어어어

그와 동시에 위엄이 넘치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며 타르칸의 전방에 거대한 푸른 드래곤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이것이 이미지 드래곤. 레전드 스킬!”

천년 먹은 나무를 연상시키는 강맹한 꼬리와 튼튼한 다리.

순도 높은 마나가 가득한 몸체를 견고한 용의 비늘이 빈틈없이 빼곡히 감싸고 있다.

거대한 날개는 지금이라도 금방 던전의 뚫고 창공으로 비상할 것처럼 펄럭이고 이마에는 아름다운 뿔이 위엄 있게 뻗어 솟아있다.

크기도 엄청났는데 머리의 크기만 2m가 넘는 실험체57이 드래곤 앞에 서니 그냥 평범(?)한 태아의 유골 같아 보일 정도였다.

-끼. 끼아아

타르칸의 스킬로 소환된 블루드래곤을 목격한 실험체57이 흠칫 몸을 떨었다.

언데드 이지만 마치 두려움을 느끼는 것만 같다.

그 모습을 본 타르칸은 환호하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지. 이거야. 캬아.”

[가이아가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합니다.]

“뭔 소리야. 게임 끝났구만. 저기 보라고 저기. 지금 드래곤이. 드래곤이… 응?”

기뻐하던 타르칸의 고개가 갸우뚱 거렸다.

소환된 드래곤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습’은 완벽했지만…

‘왜 아무것도 안 해?’

거대한 블루드래곤이 포효하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끼이이이이

실험체57도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천천히 드래곤에게 기어간 녀석이 드래곤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지나갔다?”

뼈로 만들어진 작은손이(타르칸의 상체 만한 크기의) 드래곤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 버렸다.

[가이아가 이미지의 뜻을 모르냐고 묻습니다.]

그렇다.

레전드 등급 스킬 ‘이미지 드래곤’은 말 그대로 드래곤의 형상을 소환하는 스킬이었다.

형상만.

-끼에에에에엑

스켈레톤이 분노에 찬 괴음을 내질렀고 그에 질세라 타르칸 역시 눈물 섞인 비명을 질렀다.

“이딴 게! 왜!! 레전드 등급이냐고!!”

“쿠오오오오!!!”

“에이씨. 심란해 죽겠는데. 닥쳐!”

타르칸은 표효하는 블루드래곤의 이미지에게 욕하며 거대한 태아 스켈레톤을 노려보았다.

‘진정하고 관찰하자. 타르칸.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머리와 짧은 팔과 다리.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일단 물리계열은 아닌 것 같군.’

그는 처음 보스방에 들어왔을 때 놈이 질렀던 피어를 떠올렸다.

불굴의 투사 효과가 없었다면 보스방 입장과 동시에 이승에서 하직할 뻔 했다.

“마법. 아니 정신계열인가?”

결론이 내려졌으면 움직일 시간이다.

타르칸이 놈에게로 쇄도했다.

정신계 몬스터라면 필시 물리적인 공격력은 떨어질터.

타르칸이 스켈레톤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콰앙!

“아…니네?”

짧은 팔과 다리 때문에 물리적인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었다.

그가 다가온 순간 실험체 57은 지면을 향해 무려 박치기를 해버린 것이다.

거대한 머리 크기 만큼 박치기의 충격량은 어마어마했다.

지진이라도 온 듯 금이 가버린 바닥을 쳐다보며 타르칸은 식은땀을 흘렸다.

순간적으로 검은 껍질을 발동하며 비껴내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할 뻔 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몸에 비해 머리가 너무나 거대한 머리 때문에 놈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버둥거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 순간을 놓히지 않았다.

빠르게 놈의 등 뒤로 돌아간 뒤 척추를 향해 언월도를 휘둘렀다.

[정수 추출의 패시브 효과가 발동합니다.]

[대상의 능력치가 일정시간 동안 감소합니다.]

‘속도는 내가 우위다.’

차오르는 정수게이지를 보며 타르칸은 내친김에 마나의 정수까지 사용하여 정수게이지를 최대로 채웠다.

검은 껍질과 검은 송곳니는 정수게이지를 소모하여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검은 송곳니.”

정수를 가득 머금은 검은 촉수가 타르칸의 등허리에서 뻗어 나왔다.

검은 촉수가 마치 살아있는 가시처럼 실험체 57에게 날아들었다.

빠각.

“더럽게 단단하네.”

본래 그가 노렸던 곳은 두개골과 목뼈 사이의 빈 공간이었지만 실험체 57이 버둥거리는 바람에 목뼈를 맞추고 말았다.

어느새 중심을 잡은 실험체 57이 이전에 사용한 바 있는 괴성을 다시 한 번 내질렀다.

-끼에에에에에

아기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비명소리 같기도 한 괴음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진다.

[칭호 ‘불굴의 투사’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실험체 57의 공포에 저항합니다.]

“그건 안 통한다니깐.”

타르칸이 돌진함과 동시에 튕겨져 나온 검은 송곳니를 움직여 다시 한번 찔러 넣었다.

자신의 턱 아래를 노리는 언윌도에 놈이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놈의 뒷덜미를 노리고 날아 꽂이는 검은 촉수.

태앵-

하지만 검은 송곳니는 이번에도 실험체 57의 두개골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너도 숨겨둔 수가 있었다는 거냐.”

타르칸이 실험체 57의 주위로 떠올라 있는 뼈의 덩어리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놈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뼈의 덩어리들은 상황에 따라 방어용으로도 공격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방어력에 물리공격에 마법에 정신공격까지.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대답이 없을 질문을 하며 타르칸은 숨을 가다듬었다.

만약 칭호 불굴의 투사가 없었다면 그는 진작 저 녀석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타르칸은 디멘션 온라인의 시스템을 이용한 공격과 방어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지금 자신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외줄을 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재미있네.”

호승심이 끓어오른다.

높은 벽을 넘었을 때 그가 느끼게 될 희열에 대한 기대감이 미지의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찍어 누른다.

그가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타르칸은 이 생소한 감각에 몸을 맡겼다.

“한 번 놀아보자. 이 자식아!”

***

“허억. 허억.”

[스테미너 수치가 10% 미만입니다. 신체 능력이 급감합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

타르칸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스테미너 수치가 10% 미만입니다. 신체 능력이 급감합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

“후우 알았어. 알았다고.”

타르칸이 재빠르게 뒤로 빠지며 인벤토리에서 체력물약을 꺼내어 마셨다.

시끄럽게 울려대던 알림음이 잦아든다.

타르칸과 실험체 57의 싸움은 그에게 주어졌던 5시간을 넘긴지 오래다.

오랜 전투로 그의 갑옷은 걸레짝이 되어 너덜거리고 있다.

그가 너덜거리는 전쟁개미의 갑옷을 벗지 않고 있는 것은 이렇게 걸레짝이라도 걸치고 있으면 시스템적으로 방어력 보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몇 번의 공격을 더 허용하게 되면 장비가 완전히 파손되어 자동으로 장착이 해제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가 회복물약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수십 병 째 마신 회복물약 덕분에 그는 죽지 않고 이 긴 싸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손해 많이 보는 장사네 이거….”

타르칸이 자신을 향해 기어오는 거대한 태아 모양의 스켈레톤, 실험체 57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실험체 57의 모습 역시 멀쩡하지는 않았다.

왼쪽 다리는 타르칸의 월도에 의해 잘려나갔고 거대한 두개골은 여기저기에 금이 가 있다.

희망적이다.

놈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타르칸은 인벤토리에서 회복물약을 하나 더 꺼내 마신 뒤 자세를 고쳐 잡았다.

물약의 알싸한 맛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뭐로 만들어진 건지는 몰라도 정말 대단한 물건이다.

‘이 물약을 만들어 팔면 금방 부자 되겠는데….’

타르칸이 실없는 생각을 하며 기어오는 실험체 57을 쳐다보았다.

“방어력에 물리공격에 마법에 정신공격까지 하지만 회복수단은 없구나. 너.”

서로 데미지를 주고받고 있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 전투가 장기화 된 순간, 타르칸이 이길 것은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빠각.

결국 타르칸의 언월도가 실험체 57의 두개골을 부수어 낸 것은 그로부터 수십 합이 지난 후였다.

부서진 실험체 57의 두개골에서 검은 마나가 넘실넘실 새어 흐른다.

-끼에에에엑

-끄…아아아아

발악할 힘도 남지 않은 실험체 57이 어린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질렀고 타르칸은 승리감에 표호했다.

“우와아아악!!”

[레벨이 올랐습니다.]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처치했습니다. 칭호 ‘불굴의 투사’ 효과로 디멘션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몇 시간여의 전투가 가져온 정신적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타르칸이 자리에 주저앉은 채 먼지로 화해 부서져 내리는 실험체 57을 바라보았다.

“잘 가라 새끼야. 만나서 거지같았다.”

비릿하게 웃는 타르칸의 귓가로 시스템 알림음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던전 ‘뼈의 요람’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해당 던전을 최초로 클리어 하였습니다. 정산에 가산 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디멘션 온라인 최초로 던전 보스를 솔로킬 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디멘션 온라인 최초로 던전 솔로 클리어에 성공하였습니다.]

[시스템이 당신에게 크게 감탄합니다!!]

[시스템이 당신에게 줄 보상을 고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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