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100화 (완결) (100/100)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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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Φωσφόρος)

-201,186살

-신화(Myth)

-몬스터 2위계

권능 : 악(惡)/변신

특기 : 속임수/타락/저주/교만

특이사항 : 8년 전 헬리움에서 몰래 지구로 빠져나와 인간 ‘류건’을 죽이고 ‘류건’으로 변장해서 살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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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이 봉인된 뒤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몬스터 루시퍼.

그만 아니었다면 몬스터가 엔델 족에게 얕잡아 보일 일도 없었을 터.

즉, 종족전쟁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루시퍼인 셈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종족전쟁이 일어나고 난 후, 숨어 있다가 몰래 지구로 빠져나왔고, 과연 천의 얼굴을 지닌 몬스터답게 완벽하게 인간 행세를 해온 것이다.

류건으로서,

도플갱어나 기존의 변신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완벽한 변신술으로서 말이다.

시현과 만났던 처음 순간부터 이미 류건이 아니었던 그가 입을 열었다.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잖아.

순간 얼굴이 벙쪄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시현에게 루시퍼가 나불댔다.

-언제 모습을 드러낼까 고민 많이 했는데, 지금까지 인고하길 잘했어. 예상보다 사탄의 강림이 빨라서 놀라긴 했지만 네가 사탄까지 끝장내줄 줄은 몰랐거든.

루시퍼는 경의를 표하면서도 손을 비틀었다.

좌으으윽!

복부를 관통하고 있던 손이 돌아감에 따라 시현의 선혈이 뚝뚝 흘러내린다.

-이런 걸 어부지리라 하던가? 한놈은 죽어버리고, 한놈은 포켓을 잃어버리고.

루시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보물까지 손에 넣게 됐잖아. 후후-”

촤아아악!

손을 빼버린 루시퍼는 보물을 양손가득 움켜쥐었다.

겨우 급소를 피한 시현은 아직 살아있었지만 포켓이 없기에 자가 치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몬스터 2위계 루시퍼는 자신이 흘러넘쳤다.

여기서 시현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바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현의 육체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환골탈태로 얻은 새 육신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시현의 단순 육체적 강함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는 것이다.

“크으···.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군.”

시현은 몸을 뒤집어 대자로 누웠다.

보물을 가지든 말든, 쓰든 말든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정작 신경 쓰는 건 따로 있었다.

“슬프잖아.”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가장 믿었던 류건이었기에 충격이 더했다.

물론 중간 중간 의아한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때마다 류건을 스캔했었기에 의심하지 않았다.

역시 변신의 귀재라 그런지, 스캔을 아무리 해도 걸릴만한 게 전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진짜 류건은 이미 8년 전에 죽었다는 건가···?”

끄덕, 루시퍼가 고개를 숙여 긍정하자 시현이 허소를 실실 흘렸다.

“그럼 하는 일에 회의감이 들어 한국으로 귀국했다던 그 이유도, 조국의 헌터들을 키워보겠다던 그 말도 거짓말이었겠군···.”

-그야 당연한 소리. 그건 오로지 보물을 찾기 위해 내세운 합당한 명분이었을 뿐. 본좌는 한반도 근처에 보물이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세계에서 정보력이 으뜸인 제이슨 요원을 최측근에 두었던 이유도 다 그것 때문이었다.

전쟁 중에 뿔뿔이 흩어진 보물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그걸 박종기와 김은혜가 먼저 찾아낸 것이다.

그에 이어서 시현이 쭉 수집해갔고, 마지막으로 오늘.

사탄을 끝장냄으로써 그가 가지고 있던 ‘기력의 보주’까지 말이다.

이로써 한데 모인 보물은 총 일곱 구.

기력의 보주,

차원의 열쇠-엔들리에,

차원의 열쇠-헬리움,

차원의 열쇠-지구,

권능의 열쇠,

육체의 열쇠,

그리고 구슬까지.

그 모든 것이 현재 루시퍼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자 그럼, 보물을 쓰기에 앞서 일단···

루시퍼가 땅바닥에 널브러진 시현을 매섭게 내려다보았다.

-내가 네놈을 지금 죽이지 않는 이유가 딱 하나 있다. 원래 죽이려고 했지만 너의 그 육체능력을 보고나니 새삼 깨닫게 되었지. 죽이기엔 몹시 아까운 몸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보고 네 종노릇이나 하라 이거냐···?”

-그래, 날 위해서 봉사해라. 그럼 너에게 지구를 통치할 자격을 주겠다.

“어디, 차원의 지배자라도 될 요량인가보지?”

-큭큭. 어때, 나와 함께 하겠나? 그렇다면 너에게도 꽤 쓸 만한 권능을 주겠다.

“무슨 헛소리를···. 나한텐 이미 언령이 있는데.”

지금 이 상황이 가소롭기라도 한 것인지 무시하는 듯 발언하는 시현이었다.

그런 그에게 루시퍼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걸 알고 있나? 권능의 열쇠에는 권능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네놈의 권능을 몹시 무쓸모한 것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뜻이지.”

“······그거라면 얘기가 달라지겠는데.”

-큭큭큭.

이제야 얘기가 통한다는 듯 루시퍼가 열쇠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럼 권능의 열쇠부터······.

시현에게 겁을 주려는 것인지 권능의 열쇠로 보이는 것을 구슬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

화사한 황금빛이 발산했어야 정상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그럴 리 없다며, 주절주절 대며 이번엔 다른 열쇠를 꽂았다.

육체의 열쇠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반 다른 반응은 없었다.

-어째서!

이상하다.

분명 기운이나 외양으로 봤을 땐 열쇠가 맞는데!

어째 서지? 왜? 혹시 구슬에 이상이 있는 걸까?

별의 별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루시퍼는 세 번째로 차원의 열쇠를 사용했다.

그러자,

솨아아아아아아아-

문이 열렸다.

엔들리에로 가는 차원의 문, 헬리움을 가는 차원의 문이 차례대로 열렸다.

‘이건 되는데 왜 다른 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력의 보주까지 사용해보았다.

좌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것도 된다.

하지만 기력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권능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어째서!

어째서 권능의 열쇠가 작동하질 않는 것인가!

“모조품이니까.”

-?!!

“구현된 모조품.”

그 이유를 시현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몇 주 전 해남 별장에 들린 기술자. 그에게 부탁을 했었다.”

‘진짜 보물’은 아니더라도 누구든 속아 넘어갈 수 있도록 그대로 구현만 해달라고.

“엔들리에로 떠나기 전, 그에게서 구현된 보물들을 받았지. 육체의 열쇠, 권능의 열쇠, 그리고 구슬까지···.”

즉, 차후에 얻은 차원의 열쇠나 기력의 보주만 ‘진짜’.

나머지는 다 가짜 모조품이었다.

-그럼, 그럼 진짜는 어디에······.

“해남 별장. 지하 깊숙한 곳 결계로 둘러싼 금고 안에 잘 넣어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계본부 부의장이었던 위리놈에게 한 방 먹은 뒤에야 깨달았던 시현이다.

주위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때문에 모조품을 따로 만들어 아공간 안에 넣어두고 다녔고, 진짜 보물들은 금고 속에 넣어뒀던 것이다.

“하지만 네놈이 뒤통수를 때릴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 시현이 실실 웃자 씩씩거리던 루시퍼가 몸에 잔뜩 힘을 줬다.

-그럼 이제 그만 죽어라!

휘익!

손을 날카롭게 말아 시현을 향해 뻗었지만 헛수고였다.

“그만 일어나야겠꾼. 이쯤이면 많이 쉬었으니까.”

-······?!

복부에 입은 관통상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일어선 시현은 루시퍼의 손을 아스라트렸다.

-그아아아아아아아!

당연한 일이었다.

루시퍼야 모르지만, 사실 시현은 언령이 없어도 단순 육체만으로 벨제뷔트를 죽였던 존재.

환골탈태로 새로 얻은 육신!

루시퍼가 2위계면 어쩌라는 것인가?

시현의 무력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네 속셈은 이미 다 파악했다.”

-·········.

“그러니 살려둘 이유는 전혀 없겠군.”

-어어······ 안 돼······

“이만 죽어라.”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지막으로 남은 신화급 몬스터의 최후였다.

“후-”

이젠 정말 모두 끝인 걸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돌이켜보건대, 사탄이 예전에 봉인을 당하지 않았던가?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아마 다른 종족에게 당한 거겠지.’

즉, 언젠가는 다른 종족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에 당장 위협이 될 만한 것은 더 이상 없으니 일단 복구 작업만 하면 될 터였다.

다만 그 복구 작업이란 게 무지막지하다는 것이 문제.

죽은 사람만 수십억을 헤아린다.

더군다나 여태껏 인간이 이륙해낸 문명의 대부분이 파괴된 상황.

건재한 곳은 파주시 현자리움 타운뿐이었다.

“하아-”

시현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주위의 모두가 다 죽어버리고, 이제는 그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좌악-

시현은 루시퍼가 놓고 간 보물들을 수거한 뒤 기력의 보주를 왼손에 쥐었다.

한 번도 써보지 못했던, 무한대에 가까운 기력을 가지게 해준다는 그것을,

사탄이 했던 것과 똑같이 시현 역시 영혼으로 흡수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포켓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한낱 생명체를 뛰어넘은 초월적 존재의 감각.

절대적인 신과 가장 가까운 위치.

시현은 보주에서 기력을 끝없이 쏟아냈다.

온 세상이 푸른 기력으로 물들 때까지.

그 광경은 마치 푸른빛의 눈발이 흩날리는 것과도 같았다.

바로 그 모든 것이 시현의 의지이자 각오였다.

신이 지켜주지 못한다면, 내 손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각오.

“리커버리.”

자연의 법칙을 깨트릴 수 있는 유일한 수준.

신의 근접한 능력.

무한대의 가까운 기력이 끝없이 소모됨으로써,

모든 것이 복원되었다.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모두 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부모님까지도.

.

.

.

10년 후.

자청해서 인류의 신이 된 시현은 지구의 모든 것을 평화로 이끌었다.

인류는 그 여느 시대보다 호황기를 누렸으며, 그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서로의 욕심을 줄여가며 서로 화합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현자리움이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이었다.

파주시에 국한돼있던 안전지대는 전 세계로 확장되었고, 더 이상 몬스터나 엔델 족에게 두려움을 떨어야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헌터들의 기량은 나날이 늘어가 시현이 당초 계획했던 SSS팀이 체계를 잡았다.

또한 인간들 틈에 섞여 숨어있던 도플갱어들까지 모조리 찾아 숙청했으니 지구는 완전한 청정구역임에 틀림없었다.

그러한 상황이 기반이 되다보니, 문명의 발전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으며 하루가 무섭게 가속화되었다.

차원여행은 결코 먼 꿈이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차원에서는 이미 그것을 현실로 이뤘을 지도 몰랐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의 그러한 보고가 현자리움에 들어오고 있었다.

시현이 예견했던 대로, 언젠가 닥쳐올 타 종족들로부터 평화를 지켜야할 시간이 온 것이었다.

2037년 겨울,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현우! 왜 그러느냐?”

“저기 하늘에 구멍이 뚫렸어요!”

“아이고, 현우야. 어서 할미 할아버지랑 지하벙커로 들어가자꾸나.”

현우는 친 조부모의 손에 이끌려 집 안 지하벙커로 대피했다.

집 안에선 이미 대피준비 중이었던 여자가 있었다.

“며느리 아가. 어서 내려가자꾸나.”

“네, 어버님. 현우야, 어서 가자.”

“아빠는요?”

“아빠는···”

태생적으로 동안이라는 걸 증명하듯 10년 전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외모의 김지원은 방긋 웃었다.

“일하러 가셨단다.”

늘 그래왔듯, 시현은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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