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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령술사-92화 (92/100)

# 92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그 전에···.”

류건의 제안을 받아들인 시현은 다른 방법부터 시도해보기로 했다.

시간역행.

그 전으로 돌아간다면 위리놈의 강림을 막을 수 있을 터!

하지만,

“타임 리버··· 읍···!”

위리놈이 사체를 먹기 전으로 돌아가 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직감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

이유야 간단했다.

시간역행의 원리는 자연의 모든 것을 유에서 무(無)로, 또 무에서 유(有)로 돌리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그만큼의 기력이 필요하다.

즉, 위리놈이 몬스터 수천만 마리의 기력을 삼키기 전으로 돌아가려면 그만한 양을 다시 자연으로 귀결시킬만한 힘이 있어야한다는 것!

그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되돌리려면 한 번에 많은 기력을 사용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포켓의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할 것이다.

그때 두바이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에너지를 되감아야했다.

그러므로 일단 시간역행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남은 건 류건의 기회뿐!

시현은 당장 무전을 보냈다.

“지금 바로 실행합시다.”

.

.

.

개성의 기력발전소 단지.

수천 개의 기력발전기에는 매일 같이 수백 만 명의 기력이 구입되어 저장된다.

한 달 전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양만해도 수억 명에 달하는 양이었다.

그렇게나 많은 기력은 모두 SSS팀 팀원들의 양성을 위해 저장된 것이었다.

허나 이제는 그 쓰임새가 변경될 예정이었다.

“빨리, 빨리 작동시켜!”

“예!”

앞서 류건의 지시를 받은 발전소 총책임자는 간부들에게 긴급히 명령했다.

그리고 곧바로 인부들이 발전기를 가동시켰다.

“방향은 중국의 하얼빈 시, 파동형태로 전달한다!”

.

.

.

치직-

시현은 류건의 무전에 따라 기력을 받아들일 준비를 끝마쳤다.

류건의 의견인즉, 개성의 기력발전소에서 기력을 모조리 끌어 모아 시현에게 쏘겠다는 것이었다.

즉, 미라클 레이크의 자간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 지금은 SSS팀이 중요한 게 아니야.’

당장 자기가 죽게 생겼다.

그 말은 지구가,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과 다를 거 없었다.

‘여기에 모든 걸 건다.’

시현은 전이술轉移術을 펼쳐 자신에게 쏘아지는 기력을 매초 흡수하였다.

개성에서 파동형태로 날아오는 기력이었다.

-의장님, 받고 계십니까?

“예. 이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래, 소모전이라면 이제 놈에 뒤지지 않는다.

놈이 수천 만 마리 몬스터의 기력을 흡수하였다면, 이쪽은 수억 명 인간의 기력을 흡수하는 중이니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이다.

-의장님, 믿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물을 절대 빼앗겨선 안 됩니다.

끄덕-

시현은 결의에 찬 모습으로 걸음을 뗐다.

포켓의 기력이 차오르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으므로 스킬도 어서 사용해야했다.

공급이 있으면 소비도 있어야하는 법이니까!

“죽어!”

더응!

.

.

.

포켓의 기력이 완전히 소진되었음에도 위리놈은 즉사하지 않았다.

대신 치명상을 입긴 했으나 놈은 뛰어난 재생능력으로 몸을 재생했다.

정말이지 불사의 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시현 역시 절대 죽지 않는 ‘불사의 포켓’을 지니고 있었다.

이른바 무한주유(注油)!

시현의 엔진은 멈출 줄을 몰랐다.

“죽어!”

커응!

“학살!”

푸슈슈슈슛-!

“제거!”

드-응!

개성 기력발전소에 있는 기(氣)가 동날 때까지, 혹은 위리놈의 기력이 먼저 바닥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싸움이었다.

-크으으으.... 감히 이 몸 앞에서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겠노라!

말은 그렇게 하는 위리놈이었지만 막상 쫄렸던 것인지, 놈은 입을 벌려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어둠이 드리웠고 하늘에서 수많은 흑사자들이 강림하였다.

단순한 소환수가 아닌, ‘태초의 존재’ 야수의 왕 만티코어였다.

그 수는 가히 하늘을 뒤덮을 정도였다.

-먹어치워라!

-크르르르르를!

동시에 위리놈이 눈을 번뜩 뜨더니 동공에서 붉은 빛의 광선이 몇 줄기 내뿜어졌다.

육체에선 아득한 어둠이 뿜어져 나와 주위의 것들을 메마르게 하였다.

“이쪽도 가만있을 순 없지.”

기력이 계속해서 채워지는데, 이 기회를 마냥 날릴 순 없었다.

“만물의 보구. 게이트 소환.”

우우우우우웅-

수만의 만티코어를 사냥할 각종 보구들이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왔다.

-크허어어어어어럴!

칼, 활, 대포 할 것 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보구가 놈들에게로 쏟아져나갔다.

그만큼 엄청난 기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스킬이었으나 시현의 기력은 끊임없이 채워졌기에 감당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다시 내 차례.’

“후우-.”

놈의 소환술을 한차례 막아낸 만큼 틈이 있었다.

그 틈을 노려 다시 역습을 가할 차례였다.

“분신 일만체一萬體.”

풍! 푸웅! 풍! 푸웅!

손오공이 사용했던 비기.

시현이 그대로 재연하여 1만여 체의 분신들을 세상에 소환하였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기력분할.”

솨라라라라라라-

1만여 체의 분신에게 기력이 급속도로 나눠져 간다.

“백 배.”

꾸드드득!

다시 채워졌던 기력이 바닥남과 동시에 일만 체의 육체가 강화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자세를 취했다.

한 발을 뒤로 빼고서 양손을 정면으로 모아 위리놈을 향해 뻗었다.

“이제 시작이다.”

이정도면 됐다는 듯 시현은 두 팔을 뻗었다.

“포박술. 구속제어. 심연의 관.”

쿠구구구구궁!

-그하하하하! 그 정도로는 날 죽일 수 없느니라!

“과연.”

코웃음 치는 위리놈의 몸을 사정없이 포박했다.

일만 체의 분신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주먹을 뻗으며 외쳤다.

“일격一擊 형의권形意拳!”

“이격二擊 영춘권永春拳!”

“삼격三擊 홍가권洪家拳!”

“사격四擊 이가권李家拳!

“오격五擊 오가권吳家拳!”

.

.

.

.

“구천구백 九千九百擊 팔괘장八卦掌!”

“일만격一萬擊 팔극권八極拳!”

일만여 번의 권(拳).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력은 여전히 계속 차오르고 있으니까.

-그어어어어어어!

슬슬 기력이 빠지기 시작한 것인지 위리놈은 주먹세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일만 체의 분신은 그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일격 통배권通背拳!

-이격 상형象形 당랑권!

-삼격 매화권!

.

.

무한굴레는 끝나지 않는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놈이 육체를 재생하면 분신들은 시현으로부터 기력을 받아 일격을 가한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기력이 채워지는 속도가 점점 떨어진다.’

시현의 상황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개성 기력발전소의 기력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

허나 포기할 순 없었다.

위리놈의 기색을 보아하니 저쪽도 기력이 거의 동난 듯했으니까.

‘바로 지금이다.’

감이 왔다.

이제는 칼을 뽑을 때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일만격一萬擊 팔극권八極拳!”

만 번째 분신의 일격이 끝났을 그 시점!

다음 첫 번째 일격은, 분신이 아닌 시현이 도맡았다.

마지막,

“일만권一萬拳.”

지폐이름이 아니다.

일만 가지의 권법이 합쳐진, 인류의 애환과 노고가 한데 얽힌 역사의 주먹이 바로 지금 뻗어나가려는 것이다.

절대마신 위리놈을 향해서,

콰아아아아아-!!

.

.

.

뚝.

뚝-.

“의장님!”

류건이 달려갔을 때 시현은 바닥에 쓰러진 채 선혈을 쏟고 있었다.

당연했다.

오늘 하루에만 수십만 번이나 포켓을 재충전하고 사용했으니까.

포켓이 남아나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끝났네요. 일단은···.”

시현은 추위를 타는 노인처럼 몸을 심히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장님! 무리하지 마시고 누워계십쇼. 구조대원들을 불렀으니 이제 곧···”

“아니, 아직 안 끝낸 게 있어서···.”

하아, 하아···.

시현은 짙은 신음을 내뱉으며 지평선 끝에 쓰러져있는 사체를 향해 나아갔다.

위리놈.

놈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1초라도 쉴 수 없었다.

‘젠장.’

고통스러웠다.

막상 스킬을 남발할 땐 몰랐는데 모든 것이 끝나고 나니 그제서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포켓이 고장났다는 것을.

무협으로 따지면 주화입마라고 해야 할까.

당장 자가 치유를 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크하아- 기력을 방출시키는 것도 못하겠네.’

그렇다고 헌터인생이 끝난 것 마냥 심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휴식을 취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될 것 같았다.

일단 지금 느끼기로서는 말이다.

저벅-

싸늘하게 식어버린 위리놈 앞에 다가선 시현은 놈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숨은 이미 떨어진 뒤였지만 영술사라면 왠지 부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확인차 와본 것이다.

“죽었네.”

확실했다.

놈의 육체에서는 그 어떤 기력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 대신,

‘···?!’

놈의 몸뚱이 아래로, 방대한 양의 기력이 일렁이고 있었다.

혹시 녀석이 죽으면서 아공간에 보관해두었던 무언가를 뱉어낸 것일까?

아니면 트랩은 아니겠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손을 아래로 쭉 뻗었다.

혼돈의 창과 환하게 빛나는 열쇠가 손에 집혔다.

“아아아···.”

직감했다.

권능의 열쇠, 육체의 열쇠에 이은 세 번째 열쇠를 찾았다는 것을.

‘무슨 열쇠지?’

다만 열쇠를 직접 사용하기 전까지는 무슨 능력인지는 알 수 없으리라.

저벅-

아공간 안으로 집어넣으려는데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열쇠··· 입니까?”

류건이었다.

“문양이··· 저번 거랑 또 다르군요.”

“써봐야 알겠죠.”

류건은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제가보기엔 당장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습니다···. 혹시 자가 치유를 할 수 없으신 건지···.”

“아니, 이제 됩니다.”

“······아아.”

류건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참, 어서 긴급사령부로 돌아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긴급사령부요?”

“그게··· 최희 씨의 상태가 매우 위독합니다. 힐러들이 말하길, 더 이상은 무리라고···.”

“···!!”

성녀가 죽는다!

청천병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시현은 진정하며 차분하게 물었다.

“···하아, 혹시 그럼 지원이는요?”

.

.

.

하얼빈 외부 안전지대.

시현은 시징핀의 인사를 무시한 채 최희와 김지원이 있다는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세요.”

“예.”

류건이 힐러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아무도 막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막사 안에 들어간 시현은 의무침대에 누워있는 두 여자를 지긋이 내려 보았다.

왼편의 지원은 좀 괜찮아졌는지 새근새근 잠에 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른편의 최희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온 몸에 구더기가 핀 듯 검은 기운이 온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혼돈의 창에 입은 상처는 대상자가 시체가 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방법이 없잖아···.’

이토록 자신이 무기력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시현은 자신을 자책했다.

만약 자신이 데려오지 않고 미국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런 사달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젠장할!’

아무리 분개해도 바뀌는 건 하나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할 때였다.

아무리 최희를 치료해봤자 무의미한 짓이었으니까.

“커윽······.”

최희는 멈추지 않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제는 보내줄 때가 맞았다.

“미안합니다.”

시현이 진심으로 사과하자 최희는 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무언가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차마 그러질 못하는 것 같았다.

시현은 그런 그녀를 배려해서 스킬을 써주었다.

정신지배. 마인드컨트롤.

이제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된 것이다.

시현은 눈을 감고 그녀의 머릿속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희 씨,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하세요.

-개, 개새끼야··· 왜 날 한국에 데려와서···.

-···미안합니다.

진심이었다.

시현은 극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나··· 나약한 소리하지 마··· 개새끼야 넌 꼭 끝까지 살아야지. 살아서··· 개 같은 몬스터 놈들··· 싹 다 족치라고···.

과연 까칠했던 그녀의 속마음은 까칠하다 못해 욕쟁이 할머니가 얹혀사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오히려 시현의 죄책감을 누그러트렸다.

슬피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면 죄책감이 더 심해졌을 터인데.

-그렇게 할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꼭, 당신을 되살려줄 테니까.

-살리기는··· 그럼 그땐 카지노 가서 돈이나 쓸어 담았으면 좋겠네···

최희는 끝까지 그녀다운 말을 하면서 최후를 맞이했다.

아니,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에 한 마디 더 했다.

-그날, 면접에서 물어봤던 ‘헌신’이라는 특기. 어쩌다보니 당신한테 보여주게 됐네. 큭크흐··· 잘 봐···. 이게 바로 ‘헌신 중 하나의 능력’이니까.

솨아아아아아아-

최희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옆에 누워있던 지원에게 쏙 들어갔다.

그리고 최희는 눈을 감았고, 동시에 지원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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