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91화 (91/100)

# 91

시현의 눈앞에 놈의 관련 정보가 주르륵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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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리놈(wəˈɪvθənaə.n)

-95,542살

-신화(Myth)

-악마군 72권좌 중 제2권좌

-몬스터 4위계

권능 : 악(惡)/영술

특기 : 시체흡수/영혼강탈/변신/무한재생/저주/소환술

특이사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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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魔神 위리놈.

한낱 노인인 줄 알았던 부의장이 위리놈으로서 이 땅에 강림하였다.

‘어떻게 된 거지···.’

어찌나 수준이 높은지 특이사항까지도 스캔이 되지 않았다.

짐작컨대, 언젠가 헌터중앙기구 세계본부 부의장을 죽이고 그로 변신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정체를 숨기며 인간들을 관찰하다가 기회를 틈타 반전을 도모한 것이다.

바로 오늘, 사체들이 그득 쌓인 지금이 영술사인 위리놈에게 가장 훌륭한 적기였을 테니까.

칠흑 같이 어두운 견갑에 망토까지 두르고 있어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등에 달려있는 네 개의 거대한 날개.

놈은 그것을 펄럭거리며 맛있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기껏 잡은 수천 만 마리의 몬스터는 노멀부터 신화급까지 모조리 녀석에게 흡수된 상태였다.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앞에 서있는 것만 해도 공포가 몰아닥쳤다.

시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위사람들 중 수준 이하의 헌터들은 이미 입에 거품을 몰고 쓰러진 뒤였다.

‘일단 그 전에 최희부터···.’

그래, 아무렴 좋다. 일단 성녀 최희부터 구한다.

“의장님!”

마침 류건을 비롯한 회사 사람들이 곁에 당도했다.

시현은 최희를 들어 안아 치료의 손길을 뚫린 가슴 위에 얹었다.

사아아아아-

‘젠장. 완치가 안 되잖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기력을 쏟아 부으면 치료는 되는데,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저주가 깃들어있는 것인가?

-아서라. 혼돈의 창에 찔린 상처는 결코 재생될 수 없느니.

위리놈의 말마따나 최희의 몸이 가슴을 시작으로 검게 곯아들고 있었다.

아무리 치료를 해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절망이란 단어가 이처럼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손을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시현은 공포를 떨처내고 정신을 부여잡았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 보살펴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

시현은 고개를 숙여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지원을 가리켰다.

“···후우- 알겠습니다. 뒤처리는 저한테 맡기십쇼···.”

이렇게 보면 류건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시현조차도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데 류건은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으니까.

“후···. 그럼 다시 오겠습니다.”

스윽.

양어깨에 두 여자를 들쳐 멘 류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꼭 돌아 오셔야 합니다.”

끄덕.

시현이 불안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류건은 차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는지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나는 괜찮아요. 걱정 말고 어서 가보세요.”

하지만 류건은 시현이 죽을 것이라 확신이라도 한 것인지 눈시울을 붉혔다.

허나 다시 이성을 되찾고는 강직한 목소리로 시현에게 말했다.

“···아니면 그 짐, 저한테 넘기셔도 됩니다.”

시현의 어깨를 꽉 누르고 있던 짐.

류건이 뜻하는 것은 각종 열쇠와 구슬이었다.

“내가 질거라 생각하는 거군요.”

“······죄송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대비해야하니까요.”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성적인 류건이었다.

시현이 지게 되면 보물을 위리놈에게 빼앗길 터이니 그 전에 자신이 가지고 도망치겠다는 요량이었다.

류건은 지레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류건은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자처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시현은 류건의 뜻을 거부했다.

“류건 씨가 보물을 가져가더라도, 내가 죽으면 언젠가는 빼앗길 겁니다.”

백번 맞는 말이었다.

류건이 아무리 쥐구멍에 숨겨봤자 시간을 좀 더 버는 것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놈들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류건 씨에게 부담주기 싫네요.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어서 가서···.”

시현의 시선이 지원과 최희에게로 향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강구할 테니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보물만은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시현 역시 그 말에 지극히 동감하는 바.

안 그래도 강한 위리놈의 손에 보물까지 들어간다면 그때는 그야말로 생지옥이 펼쳐질 테니까.

파앗-

떠난 류건을 뒤로, 시현은 정면을 응시하여 위리놈과 대면했다.

“인정이 흘러넘치는군. 시간까지 내주다니.”

-이런들 저런들, 이 세계의 만물은 사탄의 그늘 아래에 존재하게 될 터인데. 성미를 부릴 이유가 있겠느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이 넘쳐흘렀다.

아닌 게 아니라 놈에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실로 엄청난 위압감이 터져 나와 시현의 몸을 짓눌렀다.

안 그래도 4위계에 해당되는 위리놈인데.

거기다가 수천 만 마리의 몬스터와 신화급 몬스터를 세 마리나 먹어치웠으니 어쩌면 놈의 무력은 몬스터 1위계보다 높을지도 몰랐다.

영술의 권능이 진정한 빛을 발한 것이다.

“세계본부 부의장으로 위장한 채 숨어 지낸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선가?”

-이 순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도래할 순간이었도다.

펄-럭!

파공음이 고루 퍼짐과 동시에 위리놈이 창을 앞세워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

.

.

지구 저편의 차원 헬리움.

검은 탑 꼭대기에 우뚝 선 채 반나절이 넘도록 전군全軍을 지휘하고 있던 벨제뷔트는 그제야 양 팔을 내렸다.

-사탄이시여.

-스오오오오······

구천에 떠돌고 있는 사탄의 영혼이 응답하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성대를 긁는 듯한 목소리뿐이었지만 벨제뷔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인간들 중 한 놈 때문에 차질이 있었으나 위리놈이 나섰으니 모든 것은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옵니다.

-스오오오······

위리놈.

질서를 깨트리는 자. 혼돈을 삼키는 자.

수많은 악명을 달고 있는 그는 헬리움 태초의 존재였다.

칠흑보다 더 깊은 암흑에서 어둠을 먹고 삼키며 동족의 사체를 먹고 성장했던 고대의 몬스터였다.

그러니 벨제뷔트로서는 당연히 걱정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헬리움이었다.

본대本隊의 3할이 지구로 빠진 틈을 노려, 지금 막 엔델 족이 쳐들어온 것이다.

신화급의 몬스터들이 방어를 준비 중에 있었으나 엔델 족은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허나 위리놈이 어서 지구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귀환한다면 충분히 막고도 남을 터였다.

아니, 되레 역습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왕 사탄이시여. 위리놈이 돌아오는 대로 엔들리에로 진군하겠습니다.

엔들리에.

다른 차원에 있는 이계로, 엔델 족의 거처였다.

-스오오오오오······

-그렇습니다. 엔들리에로 향하는 차원의 열쇠를 위리놈이 찾았다고 합니다.

몇 달 전, 위리놈이 세계본부 부의장의 신분으로 위장하고 있었을 당시, 10대 미궁을 탐사하던 중 차원의 열쇠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무려, 엔들리에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차원의 열쇠였다.

지금까진 그 열쇠가 없었기에 엔델 족을 공격하지 못했지만 위리놈이 돌아온다면 이제 역습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왕께서 강림하실 때, 우리의 보물이 왕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니 걱정하지 마소서. 그때가 바로 우리가 부흥하는 날이옵니다.

벨제뷔트는 확신했다.

위리놈이 언령의 권능을 가진 그 ‘인간’을 이기고 보물을 회수해올 수 있다고.

위리놈에게는 비장의 수가 하나 더 남아있었으니까······.

.

.

.

“크윽···.”

아니나 다를까 위리놈은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강했다.

‘엔델 족의 보물을 사용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권능의 열쇠, 육체의 열쇠, 구슬.

보물의 힘까지 얻었는데도 위리놈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역시 기본적인 베이스 자체가 궤를 달리하는 것인가?

위리놈이 포켓봉인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 어떠한 언령을 사용해도 놈에게 치명타를 입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후우···.”

죽음, 제거, 삭제 등.

‘즉사’의 언령은 먹혀들지 않았다.

기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놈이 죽기도 전에 시현의 기력이 먼저 바닥났다.

따라서 그런 스킬을 사용하는 건 오히려 손해였다.

또한 놈에게 포켓봉인술도 사용해봤으나 무용지물이었다.

놈은 육탄전에 있어서 가히 최강이었다.

특히 ‘혼돈의 창’이라는 저 무기.

과즈즈즈즉!

놈이 허공에 창을 한 번 휘두르자 온갖 마기魔氣가 깃든 기력이 살포되었다.

직후 땅에 균열이 일었다.

마신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그것의 참격은 가히 진저리칠 정도였다.

마기에 스치는 모든 것들이 썩었다.

대지며 하늘이며 다시는 재생할 수 없는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공간을 깨부술 듯 압도적인 무력이 시현을 향해 쇄도했다.

“텔레포트.”

스슥-

“초상비.”

파앗!

시현은 초상비(草上飛)의 절기를 전개하여 눈 깜짝 할 속도로 대지를 가로질렀다.

놈의 공격을 피한 뒤 역습을 가했다.

“육체강화신공 사천 배.”

주르르르득!

“뇌우雷雨 사권死拳.”

번개의 힘을 담아 힘껏 내질렀다.

과아아아아아아!

과연 필살기답게 위리놈의 육체가 반 토막이 났지만 그게 전부였다.

-고작 이것 밖에 안 되는 것인가?

소오오오오···

회복술에도 능통한 위리놈답게 놈은 끝없이 몸을 재생하였다.

시현이 놈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공격이 아무리 잘 먹혀든다한들 놈은 계속해서 몸을 재생하니까.

그것마저도 기력이 사용되지만, 마신이라는 이명답게 위리놈은 기력이 떨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로 죽이지 못한다면 내가 불리하다.’

벌써 기력재충전만 일곱 번째, 시현은 이미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위리놈의 SP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수천만으로 추정된다.

당연한 얘기였다.

이미 수천 만 마리의 몬스터 사체를 흡수하였으니까.

영술사란 본디 그런 존재였다.

남의 사체를 먹어 기력이나 육체적 능력 등 모든 부분을 상향시킬 수 있는.

하지만 시현이 영술의 권능을 사용해서 따라한다고 해도 위리놈처럼 될 수 없었다.

시현의 몸 상태는 이미 인간으로서의 한계지점.

더 이상의 기력을 받을 수 없었다.

그것이 고대의 몬스터와 인간의 차이였다.

시현이 기력을 몇 번이나 채우든 만약 이런 수준이라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젠장할. 방법이 없나.’

이런 싸움은 결국 소모전에서 승패가 좌우되는데, 소모전에서 밀린다면 어찌 적을 이길 수 있겠는가?

시현은 마치 위리놈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위리놈이 표정을 진지하게 고쳐먹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 끝낼 때가 되었도다.

놀건 다 놀았다는 듯, 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그러자,

띡-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치 TV전원 꺼지듯, 주변의 헌터들이 하나둘 씩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세계본부에서 판매한 배지를 달고 있는 헌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력과 생기가 빨려나가 위리놈에게로 속속히 흡수되었다.

이것이 바로 부의장, 아니 위리놈이 꽁꽁 숨겨왔던 비장의 카드.

놈은 하얼빈에 모인 헌터들의 기력까지 모조리 다 흡수하여 거듭 강해졌다.

설상가상.

안 그래도 답이 안 보였는데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

어쩌면 정말 포기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시간역행을 해야 하나?

한다면 충분히 놈을 저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이 시현의 머릿속에 찾아올 무렵이었다.

치직-

-의장님! 류건입니다!

아까 시현의 곁을 떠나기 전,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던 류건이 마침내 무전을 보낸 것이다.

-찾았습니다. 놈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밑져야 본전.

시현은 군말 없이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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