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90화 (90/100)

# 90

그것을 스스로 금제의 소환술이라 칭했다.

그것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선 안 되는 ‘허구’의 것들이었으니까.

요컨대, 겉만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를 다 떼어놓고서 ‘최강’이라는 하나로 충분히 설명되는 스킬이었다.

시현은 그 괴물들을 상상 속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신화여-”

좌아아아아아아아-!

“뭐야?!”

“하, 하늘을 보세요!”

“저건··· 응?”

“어디서 많이봤던···.”

“영화···?”

신화神話.

단군신화, 북유럽신화, 그리스신화 등 일반인들이 두루 알고 있는 신화부터, 켈트신화, 아즈텍 신화, 폴리네시아 신화 등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신화까지.

거기에 더해, 인간의 상상력이 가미된 가상의 존재들까지.

시현의 기력이, 이야기로 전승되는 허상의 힘을 소환해내었다.

-교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이다!!”

“저, 저건 뭐지?”

“망치만 보면 토르인데.....?”

그렇다.

천둥의 신 토르!

시현이 만들어낸 신화의 주인공들이 몬스터들의 대항마로서 나타났다.

토르. 제우스. 드래곤. 시바. 여래.

아수라. 코아틀리쿠에. 가이아. 이참나.

망코 카팍. 환웅 등.

수없이 많은 가상의 존재들이 시현의 등 뒤로 우뚝 서 위엄을 떨쳤다.

세상에 믿는 자가 많을수록 그에 비례하여 소환수의 강함 또한 증가한다.

그것이 바로 ‘허상 소환술’의 묘리.

“소환사여. 명령을 내려주소서.”

시현이 최고로 아끼는 토르이니만큼, 그가 대표로 물었다.

그러자 소환사 시현은 결연하게 명령했다.

“선사하라! 죽음을!”

과르르르르르르릉!

번쩍, 하늘에서 폭풍우와 함께 번개가 한 차례 떨어졌다.

굳은 의지로 가득 찬 수천에 달하는 소환수들의 얼굴이 비쳤다.

“선사하라!”

“죽음을!”

“우오오오오오오오!”

참으로 가슴 떨리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신화가 인류를 지키러 온 것이니, 그 압도적인 위력에 두려워하지 않을 자가 없었다.

반대편에서 기세 좋게 으르렁거리던 몬스터 놈들은 모두 입을 닫은 채 벌벌 떨었다.

그 기세가 놈들의 꽁무니를 뒤로 빼게끔 만들었다.

그 기세를 몰아 토르가 묠니르를 치켜들었다.

“우오오오오오오!”

번쩍!

피뢰침에 번개가 꽂히듯, 토르의 망치에 낙뢰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묠니르가 적진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

촤르르르륵!

반대편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번개는 사슬처럼 이어져 단번에 수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놈들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용기마저 모두 박살나버렸다.

그 순간을 기회삼아 전쟁의 신, 전쟁의 지배자 아레스가 검을 머리 위로 치켜 들었다.

“죽음을!”

“죽음을-!”

와아아아아아아!

용맹스런 함성과 함께 시현의 소환수들이 거센 파도처럼 놈들을 덮쳐들었다.

짧은 찰나, 산사태 일어나듯 그 기세가 점점 더해졌고 이내 진짜 헌터들까지도 공포를 떨쳐버리고 적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죽음을!”

“죽여버리자!”

“다시는 인간을 무시하지 마라!!”

생사의 전쟁터에서 터져 나오는 기합치고는 실로 유치했지만 그 외침은 그 여느 버프보다도 뛰어난 효과를 가져왔다.

인류가 화합하게되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는 뛰어난 인간!

현재로서는 그 말보다 더 기운을 북돋아줄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인간이라는 자긍심만이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선사하라!”

“죽음을!”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전쟁의 강렬한 기류를 몸소 실감한 시현은 하늘 위로 비상해 적진의 후미로 떨어졌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수천만 마리의 몬스터 앞에 대고 포효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선사하라!”

죽음을!

.

.

.

인류는 승리했다.

전쟁에 참여한 모두가 승리의 주역이었다.

하얼빈 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몬스터 사체들과 썩은 내로 그득했다.

인류 또한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현재 힐러들이 동분서주하며 사상자들을 케어해주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숨을 몰아쉬는 시현에게 다가와 수고의 인사말을 건넨 류건이었다.

“수고했어요.”

류건 역시 후방에서 헌터들을 진두지휘하며 최선을 다했다.

“난장판이 따로 없군요.”

“···그럴 수밖에요.”

전쟁에서 승리는 했지만 어째선지 씁쓸해 보이는 시현이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것 같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전 리치에게 포켓을 봉인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원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위험했어.’

더욱 분한 건 방심해서 당한 것이 아닌, 순수 실력의 부재로 인해 발생했던 것인지라 자괴감이 더했다.

리치를 먼저 처리하거나 역으로 포켓봉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미 충분히 강하지만 더 강해질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기력발전소를 더 지어야겠군요.”

“기력발전소를요?”

SSS팀 양성도 양성이지만, 자신 또한 훈련을 거듭해야겠다고 생각한 시현이다.

대비해야했다.

또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권능의 천적’인 포켓봉인술에.

이번 일을 통해 상당히 통감하였다.

신경 써서 저항버프를 둘러도 리치 수준의 저주 앞에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리치가 4위계···.’

앞으로 남은 건 1/2/3위계.

‘사탄이 1위계인가?’

놈들의 전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이거 하나다.

‘상당히 위험해.’

랭크가 높아질수록 강한 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1위계로 예상되는 사탄은 필경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어쩌면 언령을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권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장님?”

“아, 음? 불렀어요?”

류건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난 시현은 주변을 바라보았다.

시현을 위해 지원 온 수많은 헌터들은 애환 속에서 전쟁을 수습 중이었다.

“무슨 걱정을 하시는 건지 말씀 안 하셔도 좋습니다만, 이건 아셔야할 것 같아서요. 반나절동안 하얼빈으로 지원 온 헌터만 4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요.”

130세 고령화시대.

세계 90억이라는 인구 중 약 6천만 명이 헌터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천만 명, 400만 명이 시현과 인류를 지키기 위해 세계각지에서 날아왔다는 뜻.

불가능이라고만 생각했던 인류의 단합이 일어난 것이다.

“하하···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시현은 그제야 가능성을 느꼈다.

인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속으로 감사를 전했다.

“생각도 좋지만 좀 쉬시죠.”

“그래야겠습니다. 오늘 기력재충전만 족히 열 번은 한 것 같군요.”

그만큼 오래 싸웠다. 그리고 모두 지쳤다.

그런 와중에 뒤처리까지 도맡아야한다는 건 참 기운 빠지는 일이었다.

이제는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 도와줄 차례였다.

오로지 중국에서만 이를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두의 도움이 필요했다.

시현이 류건에게 시켜 국제기구에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하려던 순간이었다.

“의장님!”

근처에서 수습을 돕던 임장호가 시현을 찾아왔다.

“무슨 일입니까?”

“시징핀 주석이 의장님을 찾아왔습니다!”

.

.

.

현장을 떠날 순 없었기에 임시막사를 짓고서 시징핀이 시현을 독대했다.

“국민들을 대표해 고개 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중국 주석과는 일전에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

“기분이 좀 이상하군요. 저한테만 이렇게 감사인사를 하시니.”

알게 모르게 비꼬는 어조로 말하는 시현이었다.

시징핀의 모든 행동이 가식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나절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도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국민들이 다 죽어 가는데 이제야 나타난 걸 보니 참 한심스러웠다.

물론 이해는 갔다.

자신도 무서우니 올 수 없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 정도의 사명감도 없다면 애당초 주석 자리에 오르지 말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시현으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만남이었다.

“주석님. 하나만 부탁하죠.”

“물론입니다. 내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리다.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지금은 서로 돕고 협력해야할 때입니다.”

“하하··· 물론이지요.”

“겉으로 말고 진심으로 화합하라는 말이죠.”

무려 20억 인구를 통솔하는 시징핀이다.

즉, 전 인류차원에서 본다면 중국의 주석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아직 위기는 안 끝났습니다. 그때까지는 모두 하나가됩시다. 사상이든 인종이든 다 접어두고.”

오늘로서 진짜 위기를 느낀 시현은 전과 사뭇 달라져있었다.

이제는 단순 ‘정의’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으니까.

생존의 위해 하나로 뭉쳐야할 때라는 걸 여실히 실감한 것이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또 해야할 일이 있어서.”

시징핀과의 만남을 뒤로, 시현은 막사를 나와 현장으로 향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상공에서 헬기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징핀에 이어 또 누군가 거물인사가 도착한 것일까?

“!”

거물인사는 맞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참으로 고생 많았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아주 큰 활약을 해준 헌터중앙기구 세계본부 부의장이었다.

.

.

.

“고맙습니다. 큰 활약해주셨어요.”

“허허, 아닙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이번 사건 이후 급격히 돈독해진 둘이었다.

“배지에 그런 기능이 있었던 줄은 몰랐네요. 반전이었습니다.”

“허허허. 제 아이디어지요. 헌데 의장님께서는 배지를 안 하고 계시는군요?”

나란히 걸어가던 부의장이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형배지를 착용하고 있어서요. 아, 부의장님의 모델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허허··· 아쉽군요.”

뭐가 아쉽다는 것인지, 부의장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더니 대뜸 질문을 던졌다.

“아- 헌데 몬스터 사체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 수만 수억을 헤아린다고 들었는데. 난리도 아니겠습니다.”

“안 그래도 저기 탑을 쌓고 있네요.”

수습작업이 진행된 지 2시간 여.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각고의 노력으로 몬스터 사체수거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있었다.

“엄청난 가치가 한 곳에 뭉쳐있군요.”

그의 말마따나 저 사체들의 가치는 가히 무한적이었다.

부의장은 입맛을 다시며 그쪽으로 다가섰다.

바로 그때였다.

그 주변에서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시현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끄흑... 흐윽...”

너무나도 큰 전투에, 혹여나 시현이 다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했던 지원이었다.

그 옆에는 성녀 최희도 있었다.

이렇게 둘을 놓고 보니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다들 고생 많았다. 다 끝났으니 돌아가서 사내회식이라도 해야겠네.”

그렇게 둘을 격려하며 지원과의 포옹을 풀자, 이번에는 최희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섰다.

“음?”

설마 자기도 안아달라는 걸까?

“좀 하데?”

하긴, 그럴 리가 없지.

그녀는 입 꼬리를 올리며 진한 썩소를 날렸다.

그런 뒤, 격려의 포옹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쿨하게 뒤를 돌아 현장으로 돌아갔다.

“데려다줄 테니까 넌 가서 좀 쉬고 있어. 울음 좀 그치고.”

“흐윽.. 흐응... 네...”

시현과 지원이 현장 반대편으로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어, 어어어어어어!”

“꺄아아아아!”

뒤쪽 저편 현장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수습작업 중 사고가 일어난 것일까?

‘······?!’

푸슉!

“커흑......”

털썩-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 비명이 아닌 단말마의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시현은 구태여 등을 돌리지 않아도 전신으로 느낄 수 있었다.

최희의 기운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시커먼 기운이 생겨나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그럴 리가···.’

방금까지 악의 기운은 전혀 없었는데···

어째서 지구를 삼켜버릴 정도의 악한 기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인가!

‘설마··· 부의장 그 영감···’

방금까지만 해도 곁에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현장의 몬스터 사체 탑을 향해 가고 있지 않았던가?

뭔가 눈치 챘다는 듯 시현의 동공이 끝없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등 뒤로 드리운 거대한 악의 기운이 넘실거렸고 소름끼치는 악마의 비명이 만천하에 울려 퍼졌다.

스윽.

설마하며 등을 돌린 시현은 기이한 광경을 보았다.

탑을 쌓고 있었던 몬스터 사체는 온데간데없었고, 그 자리에는 악마 그 자체의 형상을 검은 존재만이 서있었다.

아까 전, 부의장이 흘렸던 음흉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거뭇거뭇한 창으로 최희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케.. 케헥....”

갑작스런 출현, 예고 없는 기습을 당한 최희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설마···.’

당황한 시현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 존재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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