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82화 (82/100)

# 82

현자리움 비공식 회의가 급속히 진행됐다.

지분을 7%씩이나 가지고 있는 대주주 이용수.

그리고 현자리움 대표 류건.

정보본부장 제이슨까지.

의장 시현과 함께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할지 머리를 맞댔다.

먼저 운을 뗀 건 류건이었다.

“믿기질 않네. 헌터중앙기구에서 그런 짓을 했다고?”

제이슨의 주장은 세계본부가 고의적으로 새내기 헌터들을 납치하듯 스카우트 한다는 것이었다.

“확실합니다. 제이슨의 정보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또 세계본부의 더러운 낯면은 제가 익히 알고 있고요.”

류건은 제이슨의 의견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애초에 거절하지 못하게끔 높은 연봉과 각종 국가적 혜택을 주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한다더군요.”

그렇다. 놈들은 악질.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헌터 중 쓸 만한 이들을 강제로 착취해서 해외지사로 보내버린다.

하기사 이제 막 수습기간을 수료한 새내기 헌터들이 뭘 알겠는가?

더욱이 헌터중앙기구 세계본부의 계약조건은 거절하기 힘들었을 터.

시크릿 에이전트 S팀.

상상도 못할 연봉, 신의 복지까지!

이 얼마나 유혹당하기 쉬운 조건들인가?

시현 역시 그랬으니까.

유혹당한 헌터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러는 거지? 우리 회사한테?”

이해가 안 가는 건 세계본부의 행동이었다.

혹시 현자리움에 무슨 원수라도 졌는지, 세계본부는 악의적으로 시현을 방해하고 있었다.

‘회사를 관둔 것에 대한 복수는 아닐 텐데.’

그들은 바보천치가 아니다.

복수에 혈안이 되어 회사에 위해가 갈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구나 세계최고의 기업 ‘현자리움’을 상대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ROS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ROS?”

“예. 러시아 세르게이 대통령 사퇴 이후 세계본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제이슨의 보고에 따르면 이러했다.

세계본부는 극비리에 지난 몇 년간 ROS붕괴작전을 준비해왔는데, 하필 그걸 시현이 가로챈 것이다.

“세계본부는 국제적 대규모 사건을 해결하고 국제기구로 도약하려고 했거든요.”

“국제기구? UN같은?”

“예. 세계경찰 노릇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흠. 그러니까, 내가 그 공로를 가로챘으니 엿이나 먹어라 이건가?”

“그건 아닙니다. 비단 한국인들만 빼가는 것이 아니거든요.”

ROS붕괴 이후 세계정세가 많이 뒤바뀌었다.

그에 따라 헌터중앙기구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갔고.

최근에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M던전 해체작업까지 도맡았다고 한다.

“국제기구로서의 도약이 실패하였으니 차선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헌터집단으로 세계의 각종 던전 및 헌터경제를 독점하겠다는 거죠.”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한참 가만히 있던 이용수가 의문을 제기하자 제이슨이 바로 대답했다.

“안 그래도 지금껏 축적해온 자산을 헌터모집에 대폭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세계 다른 기업들도 애를 먹고 있고요.”

“독점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당장 그럴 일은 없지만 10년 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아니면 진짜 세계정복이라도 하려는 건가?’

시현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류건이 제안했다.

“일단 미팅이라도 한 번 가져보시죠.”

.

.

.

“반갑습니다, 의장님. 저희 의장님께서도 나오시려 했는데, 건강이 안 좋으셔서요. 양해부탁드립니다.”

세계본부 의장단과의 미팅.

시현과 류건은 의장단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걸 현자리움에서 관여한다니, 우리로선 당최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우리가 우리 뜻대로 하겠다는데, 대체 왜 상관하시려는 건지요? 이 세계는 자유시장경제가 아닙니까?”

“그렇다고 지나친 독점은 안 되죠.”

“허허, 독점이라니. 아무리 현자리움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너무 막말하시는 거 아닙니까? 지금 세계가 무슨 절대왕정시대도 아니고···.”

“국내법으로 무분별한 영입을 막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우리 헌터중앙기구는 한국에서 철수해야겠군요. 소환석이랑 같이.”

소환석.

그들이 현자리움을 상대로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한국에서 헌터중앙기구가 철수하게 되면 특수던전을 관리할 수 없게 되니까.

시현은 하는 수 없이 한 발 뒤로 물러야했다.

그 모습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의장단은 이죽거리며 한국식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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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끝마친 시현은 류건에게 물었다.

“옛날부터 궁금했던 건데, 헌터중앙기구엔 소환석이 어떻게 그렇게 많죠? 출처는 어디고?”

“세계본부에 뛰어난 과학자가 있습니다. 특수에너지 연구에 관한 권능을 지닌 자가요.”

“매우 희귀한 권능인가 보죠?”

끄덕, 류건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세계본부만의 ‘독자적인’ 기술입니다. 그 기본적인 원리만 찾는다면 의장님께서도 충분히 하실 수 있겠지만, 워낙 베일에 쌓여있는지라···.”

설령 그 원리를 밝혀낸다한들 그대로 따라하게 되면 특허권 위반이다.

그들이 기술을 밝히지 않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제가 알고 있는 건, 던전에서 ‘태초의 소환석’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제2, 제3의 인공 소환석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요.”

“뛰어난 기술력인데··· 그럼 혹시 열쇠도 만들 수 있으려나?”

“어어.... 하하. 글쎄요.”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세계는 더 위험해질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그럼 일단 국내외 기성헌터들까지 영입하죠. 다만, 전에 말했듯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만 뽑으라고 말콤한테 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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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캘리포니아 M던전.

세계최고의 헌터조직 고스헌트(Goth hunt)부터 시작해서, 헌터중앙기구 미국지사 및 세계본부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제 곧 M던전 결계의 문을 열기 위함이었다.

지난 3개월 간 철저히 조사 및 연구한 결과, 결계의 문을 열 수 있으리란 확신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에서는 한국정부를 통해 시현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나, 헌터중앙기구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M던전을 도맡고 이익을 나누기로 한 건데, 왜 머릿수를 늘리느냐 이 말이었다.

더욱이 SS급 헌터가 둘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를 강력히 내비쳤다.

고스헌트의 수장 SS급 헌터.

그리고 헌터중앙기구 미국지사의 누커 SS급 헌터.

세계최고라 평가받던 이 둘이 함께하고 있으니 M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든 간에 말이다.

“비밀리에 알아본 결과, 신화급이 나오는 건 맞는 듯합니다.”

에픽도 전설도 아니고 무려 신화급!

하지만 이미 전설급의 몬스터를 수차례 사냥해본 고스헌트는 자신만만했다.

“그게 뭐든 상관없습니다. 원래 솔로잉을 즐기는 우리가 이렇게 한 곳에 모였다는 건 즉, 클리어하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이죠.”

미국 보스턴 출신의 SS급 헌터 고든.

가히 세계최강이라 불려왔던 고스헌트의 수장이자 헌팅 광(狂)이었다.

거기에 더해 헌터중앙기구 최고의 누커 ‘메간’까지 있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그럼 어서 시작하죠.”

“예.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후훗. 우릴 뭐로 보고. 걱정 마시라니까.”

전 세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안이니만큼 미국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와 반대로 고스헌트와 헌터중앙기구는 기세등등했다.

“초이! 기력버프부터!”

“Okay.”

고스헌트의 유일한 여성, 초이가 60명가량의 전 대원들에게 SSS급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로인해 기력의 질이 극한으로 상승하였다.

뿐만 아니라 포켓의 사이즈 역시 자못 확장되었다.

일시적인 버프였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괜히 기력의 기재라고 불리는 초이가 아닌 것이다.

“그럼, 문 열겠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침내 M던전의 결계가 열렸다.

그리고 안쪽에서 굉음과 동시에 사악한 기운이 짙은 안개처럼 퍼졌다.

.

.

.

캘리포니아 LA.

삐옹삐옹-

앰뷸런스 소리가 도시 전역에 퍼져나갔다.

상공에선 최첨단전투기들이 몬스터들과 대치중이었다.

그리고 그 참경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방영되고 있었다.

예측치 못한 대재앙에 사람들은 경악하면서도 미국의 태도를 비난했다.

-그러니까 냅두라니까 ㅂㅅ들인가? 그걸 왜 건드려. 양키들도 반대시위 ㅈㄴ게 하더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거지 뭐... ㅈ됐네, ㅈ됐어

┗욕심이 문제라니까 ㅉㅉ 지들이 뭐라도 된 줄 알고

┗아니, 계속 냅두면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초기진압하려는 거지

┗그런데 왜 현라대왕은 안불렀다냐?

┗그러게. 현라대왕님 있었으면 몬스터 횟집 오픈했을 텐데

┗미국이랑 사이가 안 좋나?

┗ㄴㄴ 헌터중앙기구랑 고스헌터랑 팀 먹고 독점하잖아 요즘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사가 퍼져나갔다.

이러다가 미국이 망하는 것은 아닌지, 이 기회를 틈타 북한과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강 건너 불구경이 따로 없었다.

시현 또한 마찬가지.

현자타운 사옥 255층 전망대에서 와인을 들이켜며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류건과 함께.

“그러니까 왜 오버를 떨어. 신화급이 뭔지도 모르면서. 제대로 하려면 좀 강한 헌터들을 대기시켜놓던가.”

“······의장님. 저래 뵈도 저게 헌터중앙기구와 미국의 전력입니다. ‘세계’제일의 전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근데 저렇게 쉽게 뚫린다고? 왜죠?”

이해하지 못하는 시현을 바라보며 류건은 쉽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 SS급인데, 딱 열두 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두 사람이 저기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S급도 마흔 명이 넘게 있죠.”

“아아··· 그래요?”

시현은 문득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작년만 해도 볼품없던 포켓이 어느덧 100,000SP의 기력을 담고 있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날이 갈수록 기존헌터들과의 차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져갔다.

시현은 그런 자신에게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의장님, 저긴 안 가보십니까?”

“LA요? 뭐, 몫을 나눠야한다고 끼지 말라는데 낄 수가 있나요.”

TV속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갔다.

그야말로 대재앙.

산양의 머리에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몬스터가 날뛰고 있었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뽑힌다는 헌터, 10좌가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저놈, 누군지 아십니까?”

류건이 TV속의 산양머리를 가리키자 시현이 끄덕였다.

“바포메트. 몬스터 9위계. 꽤 강한 놈이네요. 레비아탄이 10위권 대였는데, 저걸 막을 수 있으려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제가 보기엔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데.”

“가능할지도 모르죠. 한 1000만 명의 헌터가 한데 모여서 일격을 가한다면야.”

즉,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분명 미국 측에서 재차 도움요청이 들어올 텐데, 그럼 안 도와줄 생각이신가요?”

“그럴 리가요. 구하러 가기는 해야죠. 세계본부가 아무리 얄밉다한들 어쩌겠습니까.”

“흠.”

류건의 생각은 반대였다.

“LA도시 하나 정도는 날려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세계본부에 각인시켜주는 거죠. 의장님의 필요성을요.”

“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다 죽잖습니까?”

“아뇨. 시민들은 모두 대피시키고 나서 작업한 상황이라 민간인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뭐, 사태가 더 악화되면 필시 생기겠지만요.”

시현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류건의 생각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의냐, 개인의 이익이냐.

그 사이를 잘 조율해야했다.

“흐음. 그럼 이제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류건의 말이 있자마자 전화기가 울렸고, 발신자는 당연히 청와대였다.

-미국에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세계본부보고 전화하라고 하십쇼.”

뚝.

그 말을 하고 끊자마자 이어 다른 전화가 왔다.

이번엔 헌터중앙기구 세계본부의 의장단이었다.

류건은 시현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의, 의장단입니다! 박시현 의장님 맞으십니까?!

“맞는데요.”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혹시 지금 당장 LA로 좀······

“LA요? 이봐요, 의장단.”

이어 시현이 거침없이 내뱉은 말은,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촌철살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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