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79화 (79/100)

# 79

ROS.

알파벳 세 글자가 의미하는 바는 상상이상이다.

2020년,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마피아 소탕작전을 지시해 당대의 최대 마피아 ‘레드 마피아’의 조직을 검거했다.

일망타진 당한 레드 마피아는 뿔뿔이 흩어졌지만, 이후 ROS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었다.

Revival Of Soviet.

소련의 부활이라는 의미 그대로, 다시금 소련의 영광을 누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모인 초거대 집단이었다.

주요 수입원은 마약과 무기의 밀수, 밀매, 인신매매 그리고 각종 로비.

조직폭력단, 석유 업계 종사자, 부패 정부 관료 등.

모든 사업이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그들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수뇌부에 대해 밝혀진 정보도 거의 없었다.

특히 행간에는, 정치인들도 두루 섞여있으며 러시아 모두가 한통속이라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유라시아 연합 구상’.

소비에트 연방 해체 당시 독립했던 국가들을 다시 흡수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목표였다.

즉, 러시아판 IS라고 볼 수도 있었다.

잔혹함이나 규모는 IS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지만.

“그러니까, 놈들이 나를 파멸할 계획이라는 겁니까?”

“일단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겠네요.”

“그럼 전쟁이라는 키워드는 또 뭐고?”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전쟁을 이용해 보스를 ‘파멸’한다는 것 같군요.”

그렇다.

머저리가 아니고서야 그 어느 누가 시현을 대놓고 죽이려들겠는가?

최근의 활약만보아도, 부르즈 할리파의 M던전을 단독으로 격파했다고 알려져 있는 시현인데.

머리가 있는 놈이라면 필시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해 시현을 파멸하려 들 것이다.

“그럼 진짜 전쟁이라도 일으킨다는 건가요?”

“어떠한 방식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놈들은 못할 짓이 없습니다.”

“허- 도대체 뭐 때문에?”

왜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일까?

러시아 놈들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도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 자신들의 계획에 보스가 방해된 거겠죠. 당장 석유사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겨우 그것 때문에?”

“하하. 겨우라뇨. 그들에게 있어서 석유사업은 돈줄이나 마찬가집니다. 헌데 우리 현자리움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죠.”

“왜 러시아 놈들만 그런답니까? 미국이랑 중국은 가만히 있는데.”

“러시아도 NAOP의 석유정책을 비판해왔지만 했지만 많은 이익을 봤던 나라였거든요.”

석유수출국 세계 2위였던 러시아 역시 오일파동으로 많은 이익을 봤던 국가였다.

그런데 시현 때문에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터.

“말만 들으면 ROS랑 러시아정부랑 한통속이군.”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어찌되었든, ROS는 현재 현자리움의 최대 적이다.

놈들이 말하는 ‘전쟁’이라는 게 ‘무역전쟁’인지 ‘테러전쟁’인지 알 수 없지만 위험한 상황인 건 확실하다.

“그럼 세계본부는 거기에 왜 연관돼있는 거지?”

“그건 지켜봐야 알겠죠. 세계본부가 연루되어있는지, 아니면 그저 ROS를 감시하고 있는 것인지.”

“흠.”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적격이었다.

겉으로는 모두가 시현을 우러러보며 추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흠···.”

시현은 문득 섬뜩함을 느꼈다.

마치 지뢰 찾기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발 한발자국만 잘못 걸어가도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요, 일단 수고했고, 더 깊숙이 알아보세요.”

제이슨과의 미팅을 마친 시현은 공사현장으로 돌아갔다.

현자리움 타운은 거의 완공되기 직전이었다.

중심지는 이미 완공돼있었고, 으리으리한 256층짜리 빌딩이 한 가운데에 우뚝 서있었다.

저 빌딩이 바로 현자리움의 본사가 될 곳이었다.

그리고 서쪽의 미라클 레이크에선 자간과 앤트고일이 쪼그린 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어째선지 저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인간이나 몬스터나 다를 게 없네.’

남의 것을 강탈하면서까지 욕심을 부리는 것도 그렇고.

겁을 주면 말을 잘 듣는다는 것도 그렇고.

먹고살기 위해선 못할 짓이 없다는 것도 그렇고.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니, 구태여 내가 인류를 도와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만약 내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과연 자신이 도왔던 인간들도 자신을 도와줄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보답을 바라고 은혜를 베푼 것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이렇게 세상에 헌신하며 살아왔는데도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이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다음 주에 프로텍터 1차 시험이 예정돼있는데...

도대체 누구 좋자고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갑작스레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염병.’

퉤!

시현은 속안에 담긴 응어리를 침에 실어 뱉은 뒤 자간의 곁으로 이동했다.

“간식 먹냐?”

끄덕끄덕.

거구의 자건은 손가락 열 개를 모두 폈다.

돼지 백 마리를 의미하는 손짓이었다.

“닥쳐. 오늘은 피자 먹어.”

.

.

.

읍내의 피자전문점에 간 시현은 피자 100판을 주문부탁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지라 규모는 작았지만 평이 좋아 가끔씩 배달시키는 식당이었다.

“연락처 주시면 저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뇨, 여기서 기다리죠 뭐. 천천히 하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무심하게 천만 원짜리 수표를 내밀었다.

“저, 저기 손님··· 가게에 거슬러드릴 현금이 없는데···.”

점장이 당황하자 되레 시현이 손을 내저었다.

“나머지는 외상값이라고 생각하고 받으세요.”

“예···?”

“회사 곧 완공되면 회사원들 가끔씩 시켜먹을 텐데, 그럴 때마다 맛있게 만들어주시면 돼요.”

“······아! 의장님이셨군요!”

그제야 시현의 얼굴을 알아본 점장은 절이라도 할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불쑥 찾아와 미안한 마음에 드리는 소정의 팁이니까.”

시현은 점장이 대접해준 차를 마시며 구석 테이블에 앉아 실타래마냥 복잡하게 엉켜있는 생각을 풀었다.

그러던 중 무심코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에서 웅성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이 TV에 집중한 채 저마다 험난한 말을 뱉고 있었다.

“어휴, 쯧쯧. 어쩌면 좋아.”

“그러게 왜 가지 말라는데 가가지고, 저래?”

TV에선 긴급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러시아로 종교활동 떠난 부활교 한국인 14명, 피랍 돼....]

[ROS에 납치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

러시아의 국교는 거의 ‘정교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타 종교의 선교사들이 선교에 있어서 애를 먹는 곳이기도 했다.

헌데 그런 와중에 부활교라는 종교단체가 선교 및 종교행사를 목적으로 갔다가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다만, 이상한 건 분쟁지역이나 오지가 아닌 사람이 많은 도심 바로 외곽에서 피랍됐다는 것.

시현의 머릿속에 두 단어가 떠올랐다.

‘파멸, 전쟁.’

자신을 노리고 한 짓이 틀림없었다.

전면전은 안 되니까 인질이라도 잡아 거래를 하겠다는 심산.

‘잠시도 쉴 틈이 없네.’

시현은 카운터로 가 말했다.

“사장님, 그거 여기 주소로 좀 배달 좀 해주세요.”

그런 뒤 가게 밖으로 나가 말했다.

“ROS, 정보 수집.”

촤르르르륵!

그 순간, 책장 넘어가듯 실제로 존재하는 수만 가지의 정보가 시현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머릿속에 도서관이 들어선 느낌이랄까.

ROS에 관한 정보를 직접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

시현은 머릿속을 뒤져 부활교의 자취를 찾았다.

그러자 마치 컴퓨터 파일이 열리듯 동영상 하나가 눈앞에 재생됐다.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CCTV에 찍힌 동영상이었다.

영상 속에서는 어떠한 술집에서 한국인들이 러시아인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장소는?’

[러시아 모스크바 네프로페트론폴스크 니주니노브고로드아 예카테리든부르크 빠볘다 B2]

그곳이 마지막 행적이 남아있는 장소.

위치를 알아낸 시현은 말했다.

“To 모스크바 네프로페트론폴스크 니주니노브고로드아 예카테리든부르크 빠볘다 B2”

.

.

.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의 동네 바(bar) 빠볘다.

지하 2층에 위치한 이곳은 러시아 특유의 어둑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언제부턴가 시현이 바에 앉아있었다.

텔레포트로 순식간에 이동했지만 주위의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타악!

“Я бы хотел бутылку водки.”

보드카를 들이켠 시현은 주인장에게 한 잔 더 주문했다.

그러자 대머리의 러시아인이 되물었다.

“어이, 원숭이. 너 뭐야?”

딱 봐도 러시아 스킨헤드였다.

인종차별주의자로, 동양인의 경제성장에 질시하여 동양인을 테러하는 범죄조직.

현재는 주로 러시아 ROS 마피아의 소속되어 있으며, 흉악 범죄를 일삼는 잔인무도한 놈들이다.

당장 이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목까지 알 수 없는 문신이 가득했고 눈썹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스킨헤드가 분명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엉?!”

캡 모자에, 마스크,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는 시현을 알아볼 리 만무.

극단주의자답게 주인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잭나이프를 꺼내 시현의 목을 향해 찔렀다.

휙!

“그, 그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칼이 박힌 곳은 시현의 목이 아닌 녀석의 손등이었다.

쿵!

그렇게 주인장이 쓰러지자 주변에 있던 러시아인들이 곧장 반응했다.

“뭐하는 놈이야?”

“저 새끼 잡아!”

“퍽킹 에이시안 새끼!!”

모두가 한 패, 스킨헤드이자 ROS의 끄나풀.

그들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그저 무기를 시현에게 투척했다.

장검은 기본이고, 총, 창 등 별의 별 무기가 다 나와 시현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노력들은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얼음.”

실내에 있는 사람들의 몸이 얼음마냥 일제히 굳었고.

“땡.”

파앙!

얼음 깨지듯 몸이 산산조각 났다.

살아있는 놈은 손등에 칼이 박힌 술집 주인장뿐이었다.

.

.

.

“한국인들, 납치해서 여기로 데려왔지?”

“퍽킹 코리안 새끼.. 정의의 사도 나셨군.”

주인장이 무릎을 꿇은 채 역겹다는 듯 시현을 노려봤다.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듯했다.

“착각하지 마. 난 그들을 구하러 온 게 아니니까.”

부활교인가 뭔가 하는 인질들은 그다지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을 위협하기 시작한 ROS놈들을 이 기회에 뿌리까지 뽑아버릴 생각에 움직인 것이다.

다시는 대들지 못하도록.

“다시 묻는다. 한국인들을 왜 납치했지?”

“그, 그 놈년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법을 어겨서··· 그래서 좀 혼내주려고 그랬을 뿐이다.”

“법? 무슨 법?”

“우리나라에선 선교가 안 되는데, 그걸 어겨서 우리가 심판했을 뿐. 사법부를 대신해서!”

러시아에는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전도할 자유는 금하는 ‘반선교법’이라는 게 있다.

즉 주인장의 말은, 부활교의 한국인들이 그 법을 무시하고 무식하리만치 전도를 하고 다녔다는 얘기였다.

“재판을 하려면 판사가 되었어야지. 뭐 아무튼, 그래서 납치해서 여기로 데려왔나? 그 다음엔 두들겨 팬 다음 ROS에 넘겼고?”

“뭐, 뭐야······?”

다 알고 왔다는 듯 말하자, 한사코 당당했던 주인장이 소스라치며 기겁했다.

역시 추위에 강한 러시아인인가?

그는 이 추운 날씨에도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난 아무 것도 몰라. 모른다고!”

“그래, 맞기 전에는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그때였다.

쾅!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어이, 우디르스키! 수고비 가져왔다!”

문이 열리더니 대머리 남자 서너 명이 찾아왔다.

소련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 문양의 문신이 팔뚝에 새겨져있었다.

“제 발로 찾아왔구나.”

ROS가 분명했다.

그런데 시현은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어째서?

고개를 스윽 내려보니 가슴주머니에서 발열되고 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뭐야. 아직도 방송이 안 꺼졌잖아. 왜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잠깐 기억을 되짚어보니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술 먹방하고 있었지, 참.’

그렇다.

방송용 핸드폰을 가슴주머니에 넣어둔 뒤로 쭉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360도 올라운드 캠이 지금까지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었다는 것!

‘난리 났겠는데···.’

하지만 시현의 걱정과는 달리 반응은 뜨거웠다.

-와 킹스맨 보는 줄ㅋㅋㅋㅋㅋ

-영화도 촬영하시나 봐요???

-얼음 땡 잘 보고 갑니다^^

-현라대왕 지금 방송 켜있는 거 모르는 거 아님ㅋㅋㅋ?

-그러게. 아까부터 한 마디도 없으시네

-지금 촬영하는 영화 이름 아시는 분!!

-ROS관련 영화인가 본데? 이번에 부활교 잡혀간 사람들 주제로 만드는 건가? 개빠른데?

그렇다.

시청자들은 설마 이 모든 게 현실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물론 잠시 뒤엔 알게 되겠지만...

-오! 러시아! 불곰국!

-보드카 형님들 화나셨다 ㄷㄷㄷㄷ

-ㄹㅇ 저 빡빡이 불곰 포스인데?

찰나, 흡사 불곰처럼 육중한 몸을 가진 러시아인이 시현에게 짓쳐들었다.

딱 봐도 최소 A급 헌터였다.

하지만 정작 불곰의 포스를 보인 것은 시현.

진노한 듯 격렬하게 포효했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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