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M던전에 도착한 어윤성은 지난 며칠간 현지 직원들과 정보협력을 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그러니까 방금 말씀하신 방법대로 하면 ‘문’을 열 수 있다, 이거죠?”
“예,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한국 헌터관리국 산하에 있는 공기업 한국헌터협회는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연구했다.
한국의 M던전이 붕괴된 뒤 얻은 결계막이나 부산물 등으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지금 타국과의 거래를 통해 협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꼭 아셔야하는 게 있습니다.”
“뭐죠?”
“M던전의 문은 한 곳이 아닙니다. 결계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말고도 ‘내부의 문’이 또 있다는 거죠.”
“그래서요?”
“일단 충분히 조사를 한 뒤 문을 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함부로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M던전은 내부가 워낙 복잡해서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선례라고 해봐야 아직 한국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또, 그 안에 신화 급의 몬스터가 있으니 조심하십쇼.”
“하하. 그런 것쯤이야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윤성의 할 일은 여기까지.
약속했던 대로 UAE에 기술을 협력해줬고, 한국정부는 UAE로부터 대가를 받았으니 된 것이다.
여기서 ‘대가’라 함은, 원유를 적정 값에 팔아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럼 수고하십쇼.”
어윤성이 떠난 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재빨리 움직였다.
이미 할리파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아랍최고의 헌터들과 헌터중앙기구 측 최고의 헌터들이 M던전 앞에서 대기 중인 상태였다.
그들은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 작정이었다.
어윤성이 알려준 대로.
하지만 계획은 어긋났다.
그가 알려준 방법대로 해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M던전 내부에서 ‘문’이 열렸다.
.
.
.
세계 10대 미궁.
그중에서도 유난히도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S급 탐험가들도 꺼려한다는 DMC의 심해던전.
150명의 응시자가 목숨을 내걸고 진입했다.
이윽고 해류가 몰아치면서 던전의 구조가 불규칙적으로 뒤틀렸고 그로써 모두 흩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철저한 개인서바이벌 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초경량 산소통을 들쳐 매고 출구를 탐색하기에 나섰다.
운이 좋다면 곧바로 출구를 발견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빛이라고는 거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심해 속에서 헤엄치는 것도 버거운데 말이다.
시현 역시 마찬가지.
바다 속에서 몬스터와 싸우거나 지낸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심해는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30분마다 지형이 바뀌는 것은 시현에게조차 충격을 줄만 했다.
다행히 헬멧을 포함해 심해잠수슈트를 입고 있었기에 언령을 사용할 수는 있었다.
따라서 출구를 찾는 것 또한 식은 죽 먹기.
시현은 일단 출구부터 찾아 나섰다.
‘저거군.’
언령을 몇 번 뱉어주니 10초도 안 돼서 게이트와 비슷하게 생긴 공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딱 봐도 출구였다.
‘벌써 찾았네.’
이건 뭐, 최종시험이라 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떨어졌다.
물론 시현에게만.
‘아직 아무도 안 나간 모양인데.’
사람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바로 지금······!
‘뒤?’
훽!
뒤를 돌자 사람 하나가 상어처럼 무서운 속도로 헤엄쳐오고 있었다.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썩은 미소를 수중에 퍼트리는 남자.
아부다비의 만수르!
그는 입 모양을 움직여 이렇게 말했다.
“먼저 간다.”
푸어어어어어!
그는 그대로 게이트로 들어가 종적을 감췄다.
1등을 빼앗긴 것이다.
하지만 시현은 애초에 당장 탈출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나간다면 당연히 1등을 차지하고, 수석으로 합격할 확률이 높겠지만 필수사항이 아니었다.
시현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애들은 어디 있으려나.’
다름 아닌 지원과 보검.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아끼는(?) 남동생이었다.
처음엔 수석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정情이라고 해야 하나.
비록 작은 것일지는 몰라도 시현에겐 값진 것이었다.
지난 9년 동안 M던전에서 한없이 외롭기도 했으니 작은 것에도 워낙 감동을 잘 받는 시현이었다.
“찾아라!”
시현은 자신의 그림자를 퍼트렸다.
지원, 그리고 보검과 같이 통과하기 위해서.
.
.
.
‘저기 있군.’
수색의 그림자들을 퍼트린 지 10분 정도 지났을 즈음 결과를 얻었다.
강보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황급히 헤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시현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일단 보검이부터 데리고 가자.’
진로를 정한 시현은 머릿속에 보검이 위치한 장소를 그렸다.
그리고 말했다.
“출두.”
퍼엉!
“무, 뭐야!”
눈 깜짝할 새 뒤에서 나타난 시현의 모습에 보검은 맥주병마냥 수중에서 허우적댔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아니면 텔레포트?”
물속이라 당연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 잔말 말고 따라와. 지원이 찾으러 가야 돼.”
“예압!”
보검에 이어 이번에는 지원을 찾을 차례였다.
헌데 시간이 지나도 시현의 그림자들은 지원을 찾기는커녕 지들끼리도 길을 잃어버린 채 같은 곳만 맴돌았다.
‘이상하네. 분명 다 찾은 것 같은데.’
시현의 그림자들이 훑고 간 사람들만 해도 144명이었다.
즉, 6명만 못 찾았다는 건데.
나머지는 다들 어디로 간 것인가?
“혹시 이미 탈출한 거 아녜요?!”
보검이 입을 크게 벌리며 말하자 시현은 검지와 엄지를 말아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하긴, 이번이 다섯 번째 시험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시현은 평소에도 지원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었으니까.
그녀라면 충분히 탈출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음···.”
갈대처럼 왔다갔다, 갈등되었다.
만약 지원이 탈출한 게 맞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대로 놓고 갈 순 없는데.’
섣불리 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운이 자못 나쁘면 영영 탈출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미궁이니까.
“좀만 더 찾아보자.”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구역도 있다고 알려져있는 던전이다.
시현의 고차원적인 능력을 사용하여 찾는다면 충분히 찾을 수도 있을 터.
‘그리고 어쩌면... 보물이 있을 수도.’
시현은 어딘가에서 쏟아지고 있는 묘한 기운을 따라 더더욱 심해로 내려갔다.
흉부와 두뇌를 비롯하여 전신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다.
뒤따라오던 보검이 헤엄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너 먼저 탈출할래? 데려다줘?”
“아뇨. 같이 나가야죠.”
“자식이.”
먼저 가라고해도 갈 놈이 아니다.
시현은 보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완전면역.”
“······? 갑자기 몸이···.”
“따라와.”
.
.
.
묘한 기운의 근원지엔 해파리처럼 생긴 신기한 생물이 빠른 속도로 헤엄치고 있었다.
“저게 뭐지? 던전에··· 해파리가 다 있네요?”
“글쎄.”
단순한 해파리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놈에게서 낯선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반딧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은은한 황금가루를 꼬리에서 뿌리고 있었다.
“저기에서 이상한 기운이 쏟아지고 있는데.”
“음··· 저는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요?”
“저 황금가루 안 보인다고?”
“어디요······?”
보검의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가루는 시현의 뛰어난 스캔능력에만 탐지되는 물질이었으니까.
“뭔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먼저 올라갈래?”
“아뇨. 형님 곁이 더 안전한 것 같아요.”
시현은 정면으로 헤엄쳐 나아가 손을 뻗어 황금가루를 만졌다.
그 순간이었다.
솨르르르-
눈앞에 ‘문’으로 보이는 형이상학적인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확실한 건, 그 안에서 압도적인 기운이 흐른다는 것.
외부로 나가는 출구는 절대 아니었다.
“너는 출구로 올라가있어.”
“예···?”
“빨리, 내 말 들어. 10분 후면 지형이 또 바뀌니까, 그 전에 올라가.”
이 문으로 통하는 곳은 절대 평범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걸 인지한 시현은 그러고 싶어도 보검을 데려갈 수 없었다.
시현은 보검의 머릿속에 ‘미궁의 지도’를 입력해주었다.
“이거 보고 따라가. 먼저 올라가서, 만약 지원이 있으면 걱정 말고 기다리라 그래.”
“형님······ 갑자기 웬 신파극을······”
“닥치고. 금방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시현은 게이트 안으로 손을 뻗었다.
.
.
.
엄청난 압력이 시현에게 몰아쳤다.
마치 변기 통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몸이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느낌.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있었다.
심해 바닥 위에 건물 등으로 보이는 구조물들이 늘어서있는 신비한 세계.
마치 용궁에 와있는 듯한 광경.
왠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아니, 너무나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M던전.’
확실했다.
자신이 지냈던 한국의 M던전과 확실히 같은 냄새와 기운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다만 시현은 어째서 미궁과 M던전이 서로 연결돼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결계의 문을 열려던 아랍에미리트의 정부가 M던전의 내문內門을 열어서 생긴 일이라는 것을······.
어쨌든 간에 잘됐다.
안 그래도 시험을 끝낸 이후 M던전을 정벌하려 하지 않았던가?
일석이조.
시험도 보고 M던전도 클리어하고.
그리고···
기절한 채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지원까지.
‘여기까지 떠내려 온 거였구나. 그래서 추적의 그림자들이 찾을 수 없던 것이고.’
출구인 줄 알고 접근했다가 게이트를 통과할 때 받은 충격으로 기절한 듯 보였다.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시현의 육감이 그녀를 살린 것이다.
그는 지원에게 갖가지 버프를 걸어준 뒤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와라.”
과연 여기엔 어떤 신화급의 몬스터가 살고 있을까?
녀석을 불렀다.
그러자,
쿠궁!
언령이 발동된 것일까?
지면이 갈라짐과 동시에 회오리를 동반한 물줄기가 시현을 덮쳤다.
지면 아래에서 무언가 깨어나려는 듯 요동치고 있었다.
“접근금지.”
촤르르르륵!
물줄기는 멈췄고, 시현은 갈라진 지면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아주 작은 틈에서 반짝 빛나는 보물.
열쇠모양의 그것이 시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왜, 김은혜가 그러지 않았던가?
열쇠에는 권능의 열쇠만 있는 게 아니라고.
혹시 저 열쇠가 ‘그 다른’ 열쇠는 아닐까?
육안으로 봤을 때는 생긴 것도 딱 권능의 열쇠처럼 생겼다.
다만 패턴과 문양이 아주 조금 다를 뿐이었다.
시현은 냉큼 그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때.
안 그래도 갈라져있던 지면이 박살나면서 그 아래에서 몬스터들이 밀물처럼 격렬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잠자는 사자의 코털은 건드린 것인가!
동면을 마친 악마가 마치 잠에서 깨어나 성을 내는 듯 잔혹한 소리를 울려 퍼트렸다.
빛 바란 군청색의 몸뚱이에 달려있는 네 개의 팔.
날카로운 물갈퀴가 달려있었고, 하체에는 다리대신 튼실한 촉수가 수십 가닥이나 붙어있었다.
마치 도마뱀에 크라켄을 섞은 듯한 외양!
시현은 녀석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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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네우스(ÞœŋßЭЦɛ)
-15,051살
-수컷
-악마군 제4사령부를 지휘
-신화(Myth)
-사탄 휘하의 사령관
-악마군 72권좌 중 12권좌
-몬스터 11위계
-포악함
권능 : 악(惡)/물의 술(水術)
특기 : 바다지배/군단소환
특이사항1 : 10년 전, 엔델 족과의 전쟁 중 힘을 잃고 은신처에 숨음. 엔델 족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은신처를 지구로 차원이동시킴. 육체의 열쇠를 보관하고 있었음.
특이사항2 : 현재 힘의 80%를 회복함.
특이사항3 : 레비아탄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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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 남편?’
시현은 이죽거리며 아공간에서 돌덩이 하나를 꺼냈다.
레오닉 디아블을 잡고 얻었던 번개의 속성석.
그것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