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69화 (69/100)

# 69

“저렇게 강하게 쳤는데도 99점이라고? 말 도 안 돼! 기계오류 아냐?”

“······.”

대기실에서 화면을 통해 시현의 펀치를 지켜보던 강보검이 격분하며 말했다.

지원 역시 99점이라는 채점결과에 당황해서는 이렇다 할 말을 뱉지 못했다.

만점으로부터 고작 1점 낮은 수치였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비교하자면 초특급 축구선수가 비어있는 골대에 공을 넣지 못한 것!

수영선수가 물에 빠져 익사한 것!

“누나, 뭐라고 말 좀 해봐. 저거 뭔데?”

“그러게··· 그럴 리가 없는데···. S급 시험에 오류가 있을 리가···.”

S급 시험 5수생 지원은 이 부분에 관해선 전문가 수준이었다.

최소한 자신의 경험상으로도, 기계에 오류가 났거나 점수가 비이상적으로 산출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건 음모야!”

강보검은 자신의 일도 아니건만 억울하다는 듯 두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그럼에도 대기실엔 사람이 워낙 많았던지라 시선이 집중되는 일은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대기실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시현의 99점을 놓고 실시간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허··· 허허! 말도 안 되잖아? 이건 한국인의 밥상에 김치가 안 올라가는 거랑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는 시현의 엄청난 팬이자 한국을 사랑하는 대만인 청년이었다.

가장 즐겨먹는 외국음식이 김치일 정도로!

“언빌리버블! 이건 분명 뭔가 잘못 됐어. 기계가 시현 님의 실력을 담지 못한 게 아닐까?”

“그래, 맞아! 그러지 않고서야 이건 불가능하잖아.”

“10000점을 받아도 모자란데! 이건 인간을 두려워한 기계의 반란이다!”

“AI! 저주하리라!”

이 정도면 거의 종교, 광신도로 봐도 될 수준이었다.

시현의 활약영상이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퍼지다보니 그 파장이 실시간으로 거듭 늘어나나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99점 준 걸 보고 로봇의 반란이라니!

반대 측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저 새끼들, 왜들 저렇게 오바야?”

“박시현이 신이냐? 근력은 약할 수도 있지.”

“아니면 약하게 때렸을 수도 있잖아?”

“지랄! 시현 님이 자선사업가냐! 남한테 1등 내주게!”

역시 박시현.

무력의 아이돌! 헌터들의 우상!

더 이상 나이지리아의 영웅이 아닌,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대 스타였다.

그만큼 어딜 가나 팬이 많은 것도 사실.

하지만 여기에 모인 헌터들은 각국에서 이름 깨나 날린다는 A급이었다.

정말이지 애들도 아니고,

그런 그들이 여기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며 편을 갈라 싸우고 있는 것부터가 코미디였다.

90년대의 아이돌문화를 보는 것 같달 까.

정작 시현은 가만있는데 말이다.

.

.

.

시험장 내부, 시현은 의문에 빠졌다.

‘내가 S급을 너무 과소평가 했나?’

대충 그런 식으로 넘길까도 싶었지만···

‘분명 언령으로 점수에 딱 맞췄는데.’

이대로 넘어가기엔 꺼림칙했다.

그렇다면 일단 올리고 본다.

시현은 목에 힘을 담아 말했다.

“1점 더 올라야하는 게 정상인데.”

띵!

[100]

말도 안 되는 일!

점수가 갑자기 99점에서 100점으로 올랐다.

시현은 모르는 척하며 기계 옆에 앉은 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기계에 오류가 뜰 확률도 있습니까?”

짙은 눈썹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는 당황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최선을 다해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 아뇨···. 제가 6년째 일하는데 기계에 오류가 났다고 판결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판결난 적이요?”

“아, 그러니까··· 이의제기가 몇 번 들어온 적은 몇 번 있었거든요.”

“음. 알겠습니다.”

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도 돌았다.

다음 차례도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까지 여기 서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중에 관리지원센터에 가서 정식적으로 이의신청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대기실로 돌아가고자 발을 뗀 순간이었다.

“아, 저기···!”

“예?”

“여기! 혹시 문제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그리고 수줍다는 듯이 몸을 배배꼬며 말했다.

“그리고 저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인기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는 시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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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따운 여성에게 사인까지 해준 시현은 대기실로 돌아왔다.

보검과 지원이 쪼르르 달려와 다급하게 외쳤다.

“형님! 음모입니다!”

“음모는 무슨.”

“갑자기 99점에서 100점으로 올랐잖아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둘은 지나칠 정도로 오버를 떨었다.

“형님 아직 세상물정 모르시네! 원래 협회라는 게 다 그런 거예요. 뒷돈 받고, 조작하고! 세계에 어디 청렴한 조직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요.”

“허-.”

세상물정 모른다니, 그런 소리를 한참이나 어린 동생에게 듣고 있으니 절로 콧방귀가 났다.

물론,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말이긴 했다.

‘하긴. 난 던전에 오래 갇혀있었으니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눈과 귀가 밝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알만한 건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일까?

“오빠 생각은 어때요? 너무 살살 친 건 아니에요? S급 기준이 매년 높아져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S급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또한 S급의 기준 역시 매년 높아져서 시험 또한 어려워진다.

물가가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기존의 S급 또한, 기준이 높아질 때마다 시험에 응해서 자격을 증명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S급 자격 박탈 후 A급으로 강등된다.

그것이 바로 S급!

A급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클래스인 것이다.

“그럼 일단 지켜봐야지. 한 번 가지고 판단하기엔 일러.”

고작 그것가지고 따질 건 아니었다.

설마 국제협회가 미쳤다고 조작을 하겠는가?

시현이 S급 이상으로 강한 것은 세상 모두가 뻔히 아는 것인데, 여기서 조작을 했다가는 괜히 걸리기 십상이거늘!

아무리 세계가 썩고 부패했다고는 하지만 가능성이 적은 얘기······

라고 시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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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테스트 이후 순차적으로 여타 시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시현은 모든 부문에서 만점을 얻을 수 있었다.

“와··· 올백. 난 초딩 때도 못 맞아본 걸 이 형님은 누워서 떡 먹듯 하시네.”

“보검이 넌 몇 점이나 맞았는데?”

“평균 81점입니다!”

“네가 그렇게나 높아? 그래, 확실히 기계가 이상하네. 협회에 이의제기는 꼭 해야겠다.”

주최 측으로부터 지정받은 호텔숙소로 돌아가는 길.

시현이 농담조로 내뱉자 지원이 키득 웃었다.

“지원이 넌?”

“저는 서포터 기준 평균 91점!”

“역시 장수생은 다르네.”

셋은 1차 시험에서 통과했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은 오전에 타고 왔던 크루즈를 타고 두바이 항구로 돌아가야 했다.

현재 남은 응시자는 2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미처 예측치 못한 커트라인에 많은 사람들이 쓰라린 고배를 마셔야했다.

“기준이 많이 높아졌나보네.”

“네. 사람들의 실력이 점점 더 상향평준화되니까요.”

작년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는 게 지원의 의견이었다.

“그럼 3일차 최종시험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건가?”

“보통은 그렇죠. 거기서 가장 많이 떨어지고요. 어차피 합격 가능한 인원은 스무 명밖에 안 되거든요.”

“스무 명이라···. 중국인이 가장 많겠네?”

“아뇨. 항상 그렇듯 아랍인이 가장 많아요.”

“응?”

합격자 중 20%는 중국인.

15%는 인도인.

아랍인이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기하네. 아랍인들이 S급 시험에 강한가?’

“도대체 마지막 시험이 뭔데?”

궁금했다.

대체 무슨 시험이기에 지원이 매번 탈락하는 것인지.

“말 그대로 S급의 자격을 시험해요. 최고급 수준의 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어떨지 듣기만 해도 벌써부터 무시무시하네.”

보검이 몸을 움츠리더니 소름끼친다는 듯 머리를 뒤흔든다.

“너 작년에 시험 봤다며? 그런데 몰라?”

“······형님, 저는 작년에 최종문턱까지 가보지도 못했어요. 저번에 팀 미션에서 떨어져서.”

“팀 미션? 2일차에 있다는 그건가?”

“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정도껏 받쳐줘야 되거든요.”

바로 내일 있을 팀 미션.

보검의 얼굴엔 알게 모르게 근심이 가득했다.

“일단 저녁이나 좀 먹으러 가자. 기분전환도 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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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 해양도시.

언제나 진한 바다냄새가 풍겼고, 어딜 가나 눈이 호강할만한 볼거리가 있었다.

두바이가 아닌, 또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자리움도 이렇게 만드는 거야.’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시원한 도시인가!

셋은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한 야경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가졌다.

언제 바라보고 있어도 속이 뻥 뚫리는 풍경이 사방에 펼쳐져있었다.

다만 날씨가 너무 덥다는 게 흠이었다.

“아오, 진짜 개덥네. 저 사람들은 덥지도 않은가?”

디저트로 나온 금가루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던 보검이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앉아있는 무리를 가리켰다.

‘칸두라’라고 불리는 얇은 원단의 하얀색 중동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랍인들이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1차 시험에서 전체 만점을 받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대요.”

“누구?”

시현은 흥미롭다는 듯 몸을 앞당겨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렸다.

자신도 받지 못할 ‘뻔’한 만점을 받았다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아랍인이래요. 이름이··· 만수르였던가? 아랍 대통령의 아들이래요.”

“대통령의 아들? ···대단하네.”

아랍국가들 대부분이 원채 헌터강국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재능 있는 이들이 많은 건가?”

“그럼요. 여태까지 대부분 아랍인이나 중국인이 수석을 차지해왔으니까요.”

“신기하네. 아랍이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닌데.”

시현이 의아한 투로 내뱉자 보검이 엄지와 검지를 오므려 O자를 만들었다.

“오일머니. 쟤넨 어렸을 때부터 몸에 좋은 거 다 사서 먹잖아요. 안 그래도 요즘 봉쇄정책이다 뭐다해서 기름 값 장난 아니던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지구에 매장된 석유의 양은 줄어든다.

물론 대체에너지가 상용화되었지만 석유의 필요성은 ‘어떠한 이유’ 때문에 전보다 더 커졌다.

그리고 요즘.

아랍연합의 해협봉쇄를 시작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봉쇄정책을 방지하는 국제협약이 되어있을 텐데?”

“말이 좋아 국제협약이지, 안 지키는 나라가 얼마나 많아요. 바로 우리나라 위에만 봐도 답 나오는데.”

핵무기 소유국 북한.

시현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곧 종말이 다가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현재 지구는 요지경 세상이었다.

“그래서 석유전쟁이다 뭐다, 말이 많은 거구나.”

“네. 경제가 망하든 말든, 왕조라는 놈들은 배 째란 식이니까요. 우리나라 서민들도 얼마나 많이 힘들어하는데요.”

언제나 그렇듯 가진 놈들의 욕심이 문제였다.

시현은 반대편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아랍인들의 모습을 보자니 왠지 재수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아랍인들도 시현을 보며 이죽거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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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예정대로 2차 시험일정이 진행되었다.

보검이 사전에 말했던 대로 ‘운’이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었다.

같이 미션을 완수해야하는 팀이 추첨기계에 의해 무작위로 정해지기 때문에.

응시자들은 광장에 모여서 추첨결과를 라이브로 지켜봤다.

그 가운데 파리가 되도록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비비고 있는 이가 있었다.

“제발, 제발 형님이랑 같은 팀!”

보검이었다.

그는 추첨기계에 절이라도 올리려는지 무릎을 꿇은 채 연신 두 손을 비벼댔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지원은 앳된 미소를 내비치면서 말렸다.

“보검아, 일어나. 1800명 남았어. 한 팀의 팀원은 고작 10명이고.”

인원 총 1800명.

팀의 개수는 180개.

따라서 보검이 시현의 팀에 들어갈 확률은 극히 낮았다.

무릎 꿇고 빌어봤자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시현은 오히려 그런 지원을 말렸다.

“내비둬. 간절히 바라면 이뤄질 수도 있잖아?”

“하하! 오빠, 그게 가능하면 그럼 저도 손에 불이 나도록 빌었겠죠!”

“지금부터라도 하는 게 어때?”

“엥?”

시현의 막연한 말에 지원은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무맹랑한 말이었지만 어째선지 믿음이 갔다.

그렇게 지원 역시 얼떨결에 두 손을 한데 모으고 말았다.

그렇게 2차 시험추첨이 시작되었다.

[박시현]

중간 즈음에 전광판에 나온 시현의 이름.

시현이 제33팀의 세 번째 팀원으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기다렸다는 듯 보검이 연달아 외쳤다.

그리고 시현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될 거야.”

“예?”

“보검이 너 나올 거라고. 바로 지금.”

탁!

[강보검]

“와아아아아아-! 떴다, 떴다!”

정말 시현의 말대로 보검의 이름이 전광판에 나왔다.

보검은 로또라도 당첨된 듯 세상 다 가진 모습으로 팔짝팔짝 뛰었다.

시현과 같은 팀이 됨으로써 팀 미션은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더군다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은 지원이가 됐으면 좋겠네.”

탁!

[김지원]

“······헉!”

시현이 말하는 대로 그 바람이 이뤄졌다.

그리고 경악하는 보검과 지원의 순서에 이어 제33팀의 6번째 팀원이 공개되었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무함마드 알 막툼]

“오빠! 저기, 만수르에요! 어제 말한 그!”

“뭐가? 만수르가 뭐 어쨌는데?”

그 물음에 보검이 호들갑을 떨며 대답을 가로챘다.

“만점자! 현재 형님이랑 공동수석이라는 그 남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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