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66화 (66/100)

# 66

파주시.

경기도 서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6.25 전쟁 후 수도권 최전방 군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군사력으로 보자면 양구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

1사단의 전진부대! 9사단의 백마부대!

등등 병력 수만 7만 명으로, 뛰어난 군력을 겸비한 지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적으로 북한과 인접해있는 접경지다보니 타 지역보다 방위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바로 북서쪽에는 한반도의 안전판이라 불리는 개성공단이 위치해있는지라 내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는 구역이었다.

그래서인지 늘 개발제한 등의 문제 때문에 국방부와 시민과의 골이 깊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시민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파주는 박시현 님의 뜻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파주를 지켜주세요!>

<사랑해요! PSH!>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도시 곳곳에 걸려 있었다.

득표율 70%대의 이명표 대통령이 방문해도 이 정도는 아닐 터.

너무 오버 떠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했다.

간간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의 현수막이 걸려있기도 했다.

가령 이런 것들······.

<파주 : PSH, 날 가져줘!>

이것이 바로 핌비(Pimfy)현상.

제발 그 좋은 시설물을 꼭 우리 고장에 세워달라는 기류가 도시전역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시설물이라 해봐야 헌터기지였지만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냥, 다 필요 없고 박시현.

걸어 다니는 핵폭탄 ‘박시현’이 파주에 쭉 머무는 것만으로도 안전이 보장되는 거니까.

그 어떤 멍청이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이미 양구군의 선례를 잘 보았기에 시민들은 더더욱 극성이었다.

환경단체?

그런 건 문제될 게 없었다.

자칫했다간 다 죽게 생겼는데 청설모, 고라니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이제야 사람들의 마음에 경각심이 불어 닥친 것이다.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막아줄 수 있는 이는 시현밖에 없는 것이다.

“의장님께서 계획한대로 다 이뤄졌군요.”

“운이 좋았죠. 공교롭게도 금강산에 놈들이 나타나서.”

구태여 금강산이 아니라 더 먼 곳이었더라도 똑같은 짓을 했겠지만.

“아무튼 다행이네요.”

헬기에 오른 시현은 지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입 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가 귀에 걸칠 듯 입이 히죽 벌어졌다.

자신의 방문을 이렇게까지 환영해주는데, 어찌 그 기쁨을 숨길 수 있으랴.

그야말로 지상 위의 낙원이 따로 없었다.

지역선거에 당선된 국회의원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시민들이 이렇게 환대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네요.”

“하하하!”

“······? 갑자기 왜 웃으시죠?”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린 류건은 시현을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큼. 큼. 죄송합니다.”

“···실컷 웃어놓고 뭐가?”

“다름이 아니라, 전 의장님께서 이런 소소한 것에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시현의 눈망울은 마치 꿈을 이룬 어린 소년의 맑은 그것과도 같았다.

“내가 관심 받는 걸 좋아해서 그래요. 됐어요?”

“큭큭.”

류건은 혼신의 힘을 다해 웃음기를 꾹꾹 목구멍 안으로 쑤셨지만 그럴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게 소소한 일인가요. 수십만 명이 한 마음 한 뜻 모아 지지해주는데. 이 정도면 2002월드컵 국가대표 급 대우인 것 같은데.”

“오, 의장님은 그 시절이 기억나십니까? 젖병물고 있었을 때인데.”

“언령 덕분에 아-주 생생히 기억나는데, 왜? 뭐 잘못됐나?”

“헙!”

며칠 전 헌터중앙기구에서 퇴사한 류건은 이미 현자리움의 정식사원이 된 뒤였다.

그러니 시현의 ‘하대’에는 전혀 문제될 것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다만,

‘거참. 되게 어색하네.’

어색할 뿐.

언제 술이라도 한 번 찐하게 먹어야할 듯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류건이 쿡쿡 어깨를 들썩이며 휴대용홀로그램 워치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둘 사이에 선명한 포털 사이트의 화면이 떴다.

“이것 좀 보시죠. 파주시만 난리인 게 아닙니다.”

매스컴은 이미 난리도 아니었다.

가운데에 뜬 화면이 그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파주시 땅값 ㅈㄴ 오르겠네. 개 부럽다. 엄마한테 말해서 좀 사두라고 할까?

┗222222222222 이미 오름 ㅅㄱ

┗헌터기지 짓는데 왜 땅값이 오르지? 이해가 안 가네

┗ㅂㅅ이냐? 파주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잖아

┗범죄율도 줄어들 듯. 현라대왕 말 한 마디면 바로 순삭됨ㅋㅋㅋㅋ

┗근데 그 언령이라는 거 실화냐? 내가 보기엔 뭔가 초능력 이런 거 같은데.

┗하긴. 그런 사기적인 권능이 있었으면 지구 진즉에 없어졌을 듯

┗그게 아니라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 뭐 그런 거 아님? 월드스타 아이돌 만들기 프로젝트 박시현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 조작할 리가ㅡㅡ

시현을 찬양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연하게도 시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무력 참 무섭네~ 그럼 나도 땅크 몰고 쳐들어가면 대통령 되는 각 ㅇㅈ? ㅎㅎㅎㅎ

┗법적으로 문제될 거 없는데 왜 그렇게 아니꼽게 보냐? 그러다가 미국에 귀화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거?

┗응 노예~

┗ㅋㅋㅋ 여기 박시현 노예들 소굴임

┗자발적 노예 수준~ 파주는 조선시대로 퇴행 중ㅋㅋㅋㅋㅋ

┗파주 새끼들은 천성 노예인 듯. 이러다 조만간 땅까지 받칠 듯?

┗응. 우리 파주사람들은 현라대왕님 주려고 농사지음 ^^ 그리고 넌 꼭 길가다가 던전에 갇혀버리길 ㅎㅎ

익명 아래 숨어있는 네티즌들은 시현을 욕하기도, 칭찬하기도 하면서 서로 갑론을박을 펼쳐댔다.

“흐음. 이렇단 말이지.”

시현은 자신을 반대하는 입장도 이해가 갔다.

찌질하게 한 명씩 잡아내 고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선플이든 악플이든 일단 관심이 있어서 하는 거니까.

집에까지 찾아와서 시위하고 그런 것만 아니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정도야 뭐.’

대인배처럼 넘어가기로 한 시현은 미간에 사람 인자를 그리며 류건에게 물었다.

“근데 현라대왕이 뭡니까?”

“아, 그거요···. 크흠. 의장님 이름과 염라대왕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박시(현) + 염(라대왕) = 현라대왕.

“염라대왕 아시죠? 죽은 이의 죄를 심판하는. 그거랑 의장님 능력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현라대왕이라··· 크하하.”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단 슈퍼파워레인저 이따위 것보다는 나앗으니까.

“그나저나 상당히 핫하네요. 무슨 인기검색어가 전부 다······”

박시현. 박시현 권능. 초능력. 언령. 파주.

현자리움. 현자리움 주가. 박종기. 현자건설. 이명표. 박시현 여자친구. 박시현 아내. 박시현 결혼.

등등의 검색어는 주간인기검색어에서 내려갈 기미가 도통 보이질 않았다.

“자, 그럼 이제 내려가시죠. 환대받으러.”

파주시청 유비파크에 헬기가 착륙하길 잠깐.

공간을 울리는 프로펠러의 소리가 수그러들 정도의 함성소리가 공원을 에워쌌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현을 기다리던 파주시장이 환하게 웃으며 시현을 맞아주었다.

“잘 오셨습니다!”

시현은 파주시장과 기분 좋은 악수를 하고나서야 이제야 진짜 뭐가 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현자리움에서 자체적으로 자재를 파주시로 운반하고, 나머지 작업이나 잡 심부름은 악마 류 몬스터들이 도맡았다.

-크아아아아!

-우리가 인간 따위의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니!

-분하도다! 우리의 자간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 것인가!

놈들은 진저리치도록 분했다.

분해서 잠도 제대로 오지 않고 식욕도 거의 없었다.

인간을 착취하러 왔다가 도리어 착취당하는 꼴이란······.

당장에 할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시현의 언령에 의해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시현의 입장에서 봤을 때, 몬스터들은 매우 뛰어난 일꾼들이었으니까.

날개를 잘라버린 뒤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언령으로 봉인시켜놓으니 이만한 노동자가 또 없었다.

놈들은 잠도 없는 것인지 하루에 2시간만 재워주면 알아서 일어나 자발적으로 일을 했다.

그러지 않으면 죽기 전까지 맞다가 다시 치료받고, 또 잔혹한 고문을 당할 테니까.

그들의 고용주 시현에게.

일급도 주지 않는 악덕고용주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먹이고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시현은 악마들의 뛰어난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했다.

잡일은 놈들에게 맡기고, 시현은 운반된 자재를 이용해 건물을 세우는데 집중했다.

프랑스에서 온 건축설계팀의 도움으로 밤낮을 불태웠다.

“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를 지으시는 건 어떠십니까?”

“음.”

매혹적인 쿠엔틴의 제안이었지만 시현의 고개는 내려가지 않았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점이라도 있나요?”

“이점이야 셀 수 없이 많죠. 상징성은 두말할 것도 없고, 타워를 완공하고 나면 해외에서 건축 수주가 지금보다 더 많이 들어올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은 건축회사니까요!”

“그렇긴 하겠네요.”

“하지만 건설비용이 장난 아니라는 점이······”

“그건 걱정 마시고 일단 저것부터 좀 다시 설명해 주실래요?”

시현이 지적도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말했다.

“이쪽 부지엔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기력발전기를 지을 거예요. 쿠엔틴 씨는, 최대한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설계만 해주시면 되고요.”

“오우! 얼마나 많이 지으시려고요?”

“되는대로요.”

“와우···. 그걸 대체 다 어디에 쓰시려고···.”

어디긴 어디겠는가?

시현은 자신의 포켓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자, 그럼 일단 타운 건축은 문제없고.’

그 외에 경영적인 부분에서도 류건과 전문경영인들이 알아서 잘 해주고 있으니 신경 쓸 건 없다시피 했다.

뭐 듣기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건설수주가 불티나도록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시현의 인맥에 한 발이라도 걸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또 주가는 왜 이렇게 매일같이 폭등하는지.

‘오늘도 상한가야?’

손목에 차고 있던 초경량스마트워치에 그렇게 나와 있었다.

이렇듯 시현은 걱정할 것 하나 없이 공사만 하면 되는 완벽한 상황이었다.

휘익! 휘이익!

시현은 긍정적인 생각에 탄력을 받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수천 개의 자재들이 동시에 조종해 이동시켰다.

철근을 박고 기둥을 세우고 값비싼 자재를 나르고······

그렇게 집중하던 순간이었다.

“오빠!”

오늘 찾아오겠다고 했던 지원이 펜스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왼손에는 큼지막한 아이스박스가 들려있었다.

.

.

.

시현은 지원이 챙겨온 아이스박스에서 음료수를 꺼내 들이켰다.

농도 짙은 땀방울이 굵직한 목젖을 타고 흐르자 지원이 덩달아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아, 아녜요!”

지원은 화들짝 놀라서는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런데 왜 저쪽은 아무 것도 안 지으세요?”

지원의 손가락이 서쪽을 향했다.

“아, 저기?”

그녀가 가리킨 곳은 그야말로 황무지.

모래땅을 기반으로 나무가 들쭉날쭉 심어져있는 임야지대였다.

“저기엔 뭐 실험해볼 게 있어서. 제일 나중에 지을 거야.”

“무슨 실험이요?”

“프로텍터 실험.”

“그게 뭔데요?”

“불시에 발생하는 던전을 도로 튕겨버리게 할 수 있는 기술.”

만약 성공한다면,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 안전지대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시현이 그에 관해 설명을 마치자 지원이 존경의 눈빛을 발사했다.

마냥 명예와 부를 위해 이런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와···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개발할 수 있을까요?”

“이미 개발 중에 있어.”

“헉!”

아진물산을 가져오고 나서 마냥 놀고 있었던 시현이 아니다.

대한그룹의 도움을 받아, 양재동의 前 한성연구단지에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는 반년 안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그 실험 장소가 바로 저곳이고.”

“아······!”

지원은 오늘 하려고 했던 말도 잊어버린 채 한동안 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야. 뭐 묻었어? 오늘 할 말 있다면서.”

“아, 아! 네! 있어요!”

“뭔데?”

지원은 책가방을 열더니 서류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두바이 행 비행기티켓과 함께 시현이 흥미를 가질만한 서류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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