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58화 (58/100)

# 58

용인시.

60만 명의 인구가 분포돼있는 경기도 중남부에 위치한 도시다.

면적은 서울시와 거의 비슷한 정도.

개발수준 또한 훌륭한 편이었다.

다만 지난 10년, 몬스터의 출현으로 성장을 거듭한 서울시와 비교하자면 형편없는 수준.

반면 서울시의 경우.

몬스터 습공 초창기, 습공에 대비하여 곳곳에 방공호와 더불어 각종 방어시설을 구축해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지역에도 방어시설을 구축하려고 했다.

다만 헌터중앙기구의 도움으로 몬스터 습공이 사라지게 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몬스터들이 던전 밖으로 나와 도시를 활보할 일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피소 센터는 지어놓았다.

거기가 바로 용인시 대피센터였다.

빵빵!

도시 전역에 교통이 마비되었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차들이 모두 대피센터로 몰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피센터의 상황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세상에··· 저게 뭐람······.”

“엄마, 저게 뭐야?”

사람들은 센터건물 안으로 대피하면서도 어느 한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늘.

반짝이는 별과 달로 가득차야 할 밤하늘은 거뭇거뭇한 구멍으로 뒤덮여있었다.

SF영화에서 보던 블랙홀이 주렁주렁 열매 맺히듯 곳곳에서 생겨났다.

언뜻 보면 폭죽 터지는 것처럼.

군청색 도화지에 검은 물감 번지는 것처럼.

흑색 구멍들은 점점 커지더니 어느덧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악마가 깨어나듯.

마치 스스로 모체의 배를 찢고 나오는 괴물처럼.

좌아아아악!

백여 마리의 괴물들이 각기 구멍을 비집고 나왔다.

“꺄아아아아악!”

“어, 어서 안으로 도망쳐!!”

하지만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들은 그야말로 악의 근원이었기에.

그것들을 보고 있으니 공포가 대뇌를 지배해 몸을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도저히 입에 담기 힘든 흉물이었다.

지금껏 보았던 몬스터가 유아수준이었다면 저것들은 성인전용 고어물.

혐오스럽고, 흉측하고, 포악하며 끔찍하기까지 한 몰골.

머리에 달린 수백가닥의 촉수에서 짓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도 있었다.

더군다나 울음소리마저 끔찍했다.

-교오오오오오오!

-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언가를 갈망하는 몸짓.

맛있는 간식을 눈앞에 둔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하지만 잘 훈련 받은 개 마냥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좌으으으으윽!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다 했던가?

뒤늦게 구멍에서 괴물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체고는 1.6미터에 체중도 얼마 나가지 않아 보인다.

멀리서 보면 얼핏 인간 같지만.

가만 보면 개미를 닮기도, 한편으로는 등에 달려있는 끔찍한 날개가 가고일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생물체였다.

더듬이 두 개가 군청색 머리에 나있고 꼬리는 도마뱀마냥 두툼한···

그야말로 끔찍한 혼종 그 자체!

그가 말했다.

-아주 늙은 것들은 잡아먹고 젊은 것들은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어라!

-찢어버리자! 도륙 내버리자!

-맛있는 인간고기! 늙은 고기!

우두머리로 보이는 괴물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미개한 족속들을 벌하겠노라. 죄명은 분수를 모르는 죄!

-우오오오오오!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놈들의 징벌(懲罰)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몬스터를 헌팅하던 인간들처럼, 놈들은 저마다의 어두운 날개를 펼치며 지상으로 하강했다.

공중을 가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람들을 낚아챘다.

“꺄아아아악! 엄마아아아!”

“별아, 별아!!”

자식이 끌려가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은 족족히 죽어나갔다.

한 끼 식사에 지나지 않았다.

“허, 헌터 없습니까! 우리 아이 좀 구해주세요! 제발, 제발요!”

구조요청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발 벗고 나서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분명 주변에 헌터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목숨까지 던져가면서 근본도 알지 못하는 괴물들을 저지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 괴물들은 공식몬스터도감에서 본 적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랬기에, 다들 도망칠 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어차피 공무원도 아니고, 일반 헌터들인데 괜히 나서서 평화를 지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건 헌터에게 있어서 고작 도덕적 잣대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한 명 정도는 애국심이 투철한 만도 한데,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이었다.

좀만 있으면 A급 헌터들이 나타나서 도와주겠지···.

바라며 기다렸지만 지원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재앙이 떨어진지 이제 겨우 1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게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희망 한줄기가 보이는 듯했다.

“엄마! 엄마!”

도망치다 말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꼬마 아이.

“준수야!”

이미 양손에 두 아이를 안고 가는 애 엄마.

더 이상 첫째아들 준수를 잡고 갈 손이 없었던 것이다.

“빨리 이리 안 와!!

하지만 그 아이는 뭔가에 홀린 듯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엄마.. 사람들이 없어져.”

“나쁜 괴물들이 잡아가서 그래. 그러니까 빨리 도망쳐야 돼. 준수야, 어서!”

“그럼 저 아저씬 뭐야?”

“응······?”

“저기 봐 엄마! 슈퍼파워레인저가 왔어!”

현실과 영화를 제대로 구별 못하는 네 살배기 아이의 눈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공중부양에 검은색 쫄쫄이 슈트까지!

투구만 없을 뿐이지 슈퍼파워레인저와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은 점차 그곳으로 시선을 모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살육현장은 온데간데없었고, 영화에서나 볼법한 광경이 밤하늘에 펼쳐져있었기 때문.

일대 백.

단 한 명의 남자가 단신으로 백여 마리의 몬스터와 마주하고 있었다.

“나... 저 사람 알아.”

“나, 나도.....”

“나도!”

“설마 그, 그 나이지리아의 영웅?!”

“맞아! 나도 봤어, 대한민국의 초신성!”

“됐어! 우리를 구해주러 온 거야!”

“살았어! 살았다고!”

“근데 이름이 뭐였더라....”

TV에서 보았던 사내의 모습과 공중에 떠있는 남자의 모습이 한 폭으로 겹쳐졌다.

“박시.. 현....?”

그렇다.

텔레포트 술이 시현을 이곳으로 단 1초 만에 인도해준 것이다.

서울에서 용인까지 40km나 되는 거리를.

“뭔가 했더니, 네놈들이었구나.”

공식몬스터대백과에는 없었지만 시현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M던전 말미에 여러 차례 봤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악마 류 몬스터. 10성 쯤 되는군.”

그렇게 말하자, 놈들의 우두머리가 날개를 펼침과 동시에 시현에게 말했다.

-클클클. 분위기가 남달라서 봤더니 인간이었잖아? 멍청한 인간 놈이 용기하난 가상하구나!

“음? 넌 뭐야. 개미? 아님 가고일? 도마뱀인가? 생기기는 참 거지같이 생겼군.”

단 그놈만은 처음 보는 개체였다.

놈이 흠칫 놀라며 경기를 일으켰다.

-···우리의 언어를? 호오. 그런 존재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사실이었을 줄이야. 알수록 신기한 녀석이로군. 분위기부터 예사롭지 않더라니.

“그런가? 그럼 어디, 네놈도 한 번 보자.”

스윽.

심안이라고도 불리는 그것.

스캐닝 스킬이 발동된 눈으로 상대방을 응시했다.

-------------------

-앤트고일 데모닉(Antgoyle Demonic)

-1542살

-수컷

-악마군 제3군단

-유니크

-악마군 505위계

권능 : 악(惡)/증폭마법

특기 : 증폭기

특이사항 1. 인간을 심판하러 옴.

특이사항 2. 인간을 미끼로 삼아 구슬과 열쇠를 찾고자 함

성향 1 : 무자비함

성향 2 : 인간을 납치해 학살하는 취미를 가졌음

-------------------

“앤트고일? 개미랑 가고일 섞은 거 맞네.”

헌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증폭마법을 써? ···옳거니. 이것 때문이었군.”

나이지리아의 던전.

당시 증폭이 열 배나 늘어났던 것도 그 이유일 터.

저런 종류의 몬스터가 이계에 숨어 증폭마법을 사용했던 것이 틀림없다.

‘악마 놈들의 전용권능인가? 처음 보는데.’

인간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권능이었다.

그만큼 희귀해서 아직 발현된 이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진 그러한 권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증폭기라니, 부러운 능력이야.”

앤트고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시현은 증폭스킬에만 관심을 가졌다.

-네 이놈···. 본좌를 앞에 두고도 배짱 한 번 두둑하구나. 본좌로 말할 것 같으면 악마계의 505위계인 몸!

굳이 묻지 않아도 술술 말하는 앤트고일.

번지르르한 말로 자신의 위엄을 떨치며 상대의 기세를 꺾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현이 영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안되겠구나. 본좌를 무시한 죄. 벌을 내리겠노라!

스윽.

놈이 손을 들어 뻗으려할 때.

그때서야 시현이 입을 열었다.

“레비아탄이라고, 알지?”

-어디 사령관님의 이름을 함부로!

“레비아탄 그놈, 나한테 쥐어 터졌다.”

-무어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구나!

대노하는 앤트고일.

까딱-

앤트고일이 더듬이를 움직이자 악마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언의 명령에 따라 시현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것이다.

시현은 그런 와중에도 여유가 넘쳐흘렀다.

“잘 나가는 헌터들 동영상을 보면 이럴 때 꼭 이런 말을 하던데.”

-우오오오오! 벌하라! 벌하라!

“아서라.”

두웅!

-크헤에엑······!

-구에에에엑!

기절초풍할만한 광경.

악마 군이라는 놈들의 몸이 시현의 말 한 마디에 경직되었다.

-네 이놈... 무슨 짓을.....

시현은 앤트고일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두 배?”

불끈-

힘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지금 이 순간.

시현은 깨달아버렸다.

“오. 되잖아?”

증폭, 별 거 아니었다.

그저 말 한 마디면 발동되는 것이었다.

“그럼 열 배도?”

불끈!

“오호라.”

정확히 열 배의 힘이 혈관과 근육을 타고 흘러넘쳤다.

주체할 수 없는 힘!

기존에 쓰던 SS급, SSS급의 육체강화스킬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대신 그만큼 기력이 소모되긴 했으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어디 한 번.”

열 배 더 빠른 스피드.

열 배 더 강력한 힘.

근력과 민첩성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

시현으로서도 상당히 놀라운 변화였다.

퍽!

퍼억-

카응!

단점이 있다면 너무 강해져서 놈들을 패는 맛이 없다는 것?

몬스터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 것도 못한 채 공중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앤트고일.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놈의 몸뚱이를 굳게 만들었다.

-어, 어찌 인간 따위에게······! 믿을 수 없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인간을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는 앤트고일.

좌윽!

놈의 모습이 급속도로 변한다.

악마의 형상으로, 더욱 더 잔혹한 몰골로 육체를 강화했다.

시현과 싸워보지도 않고서 각성을 한 것이다.

처음부터 전력투구할 생각으로,

악마 505위계의 자존심을 걸고 시현을 무참히 깨부수겠다는 각오로.

-몇 놈 잡은 걸로 허세부리지마라 애송이. 허세도 무력이 있어야 그럴싸한 것···. 보아라, 차이를 보여주겠노라.

파릇!

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텔레포트와도 같은 스킬.

동시에 시현의 눈썹과 입술이 묘하게 비틀렸다.

“정지.”

즈윽.

대지 위에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만물이 숨죽였다.

정지화면마냥 모든 것이 멈췄다.

시현에게 기습을 가하려던 앤트고일 역시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시현의 바로 앞에서.

눈코입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몸은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오오오오!

깊은 두려움이 앤트고일의 가슴을 후벼 팠다.

놈은 그럴수록 더 목 놓아 외쳐 두려움을 떨쳐냈다.

-이 몸은, 이 몸은 악마군 505위계란 말이다! 무력의 끝! 무력의 소유자! 죽여 버리겠다!

기세는 좋았으나 그걸로 끝.

“나는 인간 1위계다.”

콰득!

앤트고일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주먹이 뻗어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