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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령술사-51화 (51/100)

# 51

“와라, 한꺼번에.”

그 말에 세찬 파도가 휘몰아치듯 강인한 기력이 퍼져나갔다.

강압적이면서도 절제된 힘.

언령.

지배술(支配術)의 묘리가 실린 언령이 독가스 살포되듯 전방에 퍼졌다.

-키에에에에엑!

-케에엑! 키이이이-!

언령의 위압에 버티지 못하고 반응한 머리수가 자그마치 오백여 마리.

저마다가 꽤나 유명한 족보를 가진 몬스터들이었다.

소위 네임드(named)라 불리는 그것들.

이름만 들어도 그 위명을 익히 알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네임드라는 몬스터들.

허나 그 위명 따위는 시현의 말 한 마디 앞에서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폭발.”

퍼엉! 콰으으응!

콰과과과광-!

체내에 부비트랩이라도 설치되어 있던 것인지, 놈들의 육신이 폭죽 터지듯 폭발하여 갈기갈기 찢어졌다.

공중은 그야말로 몬스터들의 뼈와 살이 휘날리는 폭죽놀이의 현장이었다.

-교오오오오오!

-그아아아!

동족의 죽음에 분노한 고 등급의 몬스터들이 비애를 터트렸다.

이번엔 무려 에픽 급 이상의 존재들.

각기 사단 급의 군대를 이끄는 장군과 군주들이 포악한 기운을 흩뿌렸다.

-하등한 인간! 죽여 버리겠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몬스터들.

시현의 강함을 보았음에도 아직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현을 기습하기 시작했다.

휘익!

족히 30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군주의 칼날이 말벌의 독침마냥 사각지대에서 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공간은 이미 시현의 무대.

모든 곳에 그의 눈과 귀가 있었으므로 그딴 허접한 기습이 통할 리는 만무했다.

“멈춰라.”

스윽.

군주의 몸이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듯 즉시 멈추더니 이내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간 주제에!

“뭐? 죽어, 그냥.”

좌아아악.

차르르르르륵!

-케에에에에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군주는 즉사했다.

원인은 불명(不明).

싸늘하게 식어버린 육신만이 남았을 뿐, 놈은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숨을 거뒀다.

-이게 무슨······

-융천군주이시여!

-케에에에에에!!

순식간에 전개된 상황에 그의 하수인들은 분노하면서도 만면에 겁을 뒤집어썼다.

당장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기름에 튄 불똥처럼 타올랐으나 시현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인간의 분류에 따르면 ‘12성 유니크’나 되었던 융천(隆川)군주를, 입놀림만으로 가뿐하게 죽였으니까.

바로, 언령으로.

단 1%의 부족함도 없는 완벽 그 자체의 언령이었다.

하지만 시현은 뭔가 아쉽다는 듯 이따금씩 볼을 씰룩거렸다.

‘좀 밋밋하네.’

그래, 그건 맛이 없었다.

즉사.

적을 죽이기에는 단순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저렇게 소리 소문 없이 급사하면 통쾌한 맛이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언령의 위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소모되는 기력의 양 또한 비례하여 많아진다.

완벽한 힘일지라도, 권능은 권능이니까.

기력이 소모되는 것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였다.

하지만 일전의 언령 진(眞)과 비교해서는 극도로 높은 수준의 능력이었다.

아니, 비교할 가치가 없었다.

예컨대, 언령 진(眞)이 기본적으로 100의 기력을 필요로 한다면, 지금 사용하는 언령의 경우 단 10도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이전에 발동조차 되지 않았던 말이 언령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조금 더 알아가야겠지만 언령술사 그 자체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마침 잘됐네.’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대상이 눈앞에 흘러넘치니까.

-그오오오오오오오!

때마침 구석에 숨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던 레비아탄이 노하였다.

알게 모르게 공포가 서려있는 괴성이었으나 놈의 얼굴은 흉포(凶暴) 그 자체.

악마였다.

녀석은 더 이상 도망갈 생각이 없는 것인지 골을 뒤흔들만한 괴성을 지르며 공포를 떨쳐냈다.

자신도 아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도망칠 구멍이 없다는 것을.

여기서 끝장을 봐야한다는 것을.

‘그래도 대장이라 이건가.’

시현은 녀석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프로필 관찰.”

원래는 옵저버의 권능에게만 주어지는 ‘관찰’ 스킬.

시현은 이 능력조차도 가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 기대에 부흥하듯 반투명한 정보가 허공에 나타났다.

동시에 USB로 파일이 복사되듯 시현의 머릿속에 모든 정보가 입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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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탄(ləˈvaɪə.θən)

-17,542살

-암컷

-악마군 제3사령부, 제7사령부, 제 15사령부를 지휘

-신화(Myth)

-사탄 휘하의 사령관

-악마군 72권좌 중 15권좌

-몬스터 18위계

-무자비함/하등종족을 가지고노는 악취미

권능 : 악(惡)/흑마법

특기 : 정신지배/혼란/군단소환

특이사항1 : 10년 전, 엔델 족과의 전쟁 중 힘을 잃고 은신처에 숨음. 엔델 족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은신처를 지구로 차원이동시킴.

특이사항2 : 현재, 힘의 50%를 회복하자마자 구슬과 열쇠를 찾으러 다니던 중 위기에 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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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거였군.’

정보를 보고나니 어째서 레비아탄이 M던전에 숨어있던 것인지 이해가 갔다.

놈은 엔델 족의 눈을 피해 힘을 되찾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르르르르르.....

레비아탄이 샛노란 눈깔을 치켜뜨며 섬뜩한 살기를 내뿜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속이 숯덩이마냥 매우 새까만 기류가 하수인들의 전의를 불태웠다.

-인가아아안! 한낱 하등한 종족주제에 -!

쩌렁!

인간에게 원수라도 진 것인지, 연신 입에 ‘인간’을 달고 다니는 레비아탄은 목소리를 사방에 퍼트려 동족의 기세를 세웠다.

그런 그를 보며 시현은 가소롭다못해 안타까웠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더 말해봐야 입 아프다.

시현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했다.

사악한 기운을 퍼트리는 놈들로 득실거리는 하늘.

한 가운데에 백여 마리의 몬스터들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날카로운 발톱을 내세웠다.

등급은 최소 엘리트부터 유니크까지.

-교오오오오오!

놈들이 악바리를 내지르며 날아온다.

마치 목숨을 내걸고 적에게 돌격하는 자살특공대처럼 용맹하게!

그러나 모두 부질없는 짓일 뿐.

“찢겨 발긴다.”

커응!

촤악!

촤라라락-!

매섭게 돌진해오던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터져 무수한 조각으로 분해되었다.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와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물들였다.

철퍽!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잔혹한 참경에 찰진 소리가 덧입혀진다.

카앙! 파응!

좌즈즈즈즉!

통쾌함이 극에 달해 전의가 들끓는다.

이제야 좀 헌터답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느낌이 시현의 전신을 뜨겁게 달구었다.

용광로에 달구는 날카로운 쇳덩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여전히 돌진해온다.

레비아탄을 향한 충성심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상실시킨 것인가?

그렇지 않았다.

과연 지배의 일가견이 있는 레비아탄답게 하수인들을 조종해 시현에게로 보내는 것뿐, 놈들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공격이었다.

마치 허수아비처럼!

쯧쯧, 시현이 혀를 끌끌 차며 한 마디 툭 내뱉었다.

“도륙.”

스슥-

스킁!

촤아아아아아아아!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찰나 간에 난자를 당했다.

너무나도 처참하게.

보고만 있어도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잔인하게 터져나갔다.

파앙!

차아아악!

“이번엔 도살.”

케에엥!

촤륵!

먹구름에 걸친 무형의 톱니바퀴가 놈들을 무자비하게 도살(屠殺)한다.

정신을 지배당한 채 날카로운 기세로 공격해오는 몬스터들은 영문도 모른 채 육신이 갈릴 뿐이다.

수컹!

푸캉!

투명한 뇌수가 흘러 터져 빗물처럼 휘날렸다.

그 참경에도 레비아탄의 부하들은 더더욱 광분하여 시현에게로 짓쳐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봐야 닿을 수 없는 거리.

“절단.”

삭! 스악!

사아악!

푸슈욱!

몸뚱이고 장기고 뭐고, 구분 없이 잘려나가 허공에 불규칙적으로 비산한다.

뭐가 뭔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져서는 이내 완전히 소멸되었다.

-케에에에에에에엑!

놈들은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하는지도 모른 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죽어갈 뿐이었다.

시현은 그저 중얼대듯 짧은 단어를 툭툭 내뱉으며 여유롭게 상황을 살폈다.

남은 적은 레비아탄을 제외하고 단 한 마리였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 발.”

타앙!

시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진하디 진한 고농의 기탄이 발사되었다.

커응!

비로소 마지막까지 남은 하수인을 처리하였고, 이로써 남은 것은 레비아탄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그흐흐흐흐흐.....

극한의 공포에 벌벌 떨어야 정상인 상황이었지만, 레비아탄은 두려움에 사무치기는커녕 정신이 나간 것처럼 광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당하고만은 있지 않는다.

일순, 사방에 흑색의 구체가 먹물 퍼지듯 소환되었다.

균열이 벌어지면서 그 안에서 몬스터 떼가 입구를 비집고 나왔다.

묘수(妙手).

시현이 잡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동안 그 틈을 노려 묘수를 쓴 것이다.

사령관에게 주어진 고유의 능력, 군단소환을 말이다.

-스오오오오오......

-키요오오.....

그 광경에 시현은 입을 오므렸다.

-큭큭. 표정을 보아하니 상당히 놀란 모양이로구나. 몰랐겠지만 네 녀석이 한눈 팔 때를 노린 묘책이었다. 자, 어떠하냐!

수많은 병력이 합류하고 나니 기세가 등등해진 레비아탄이었다.

하지만 시현이 놀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숫자가 꽤 많아서 놀라긴 놀랐는데, 네놈 따위에게 틈을 준 적은 없다.”

-그게 무슨······?

“소환하라고 일부러 시간을 줬던 것뿐이지.”

시현의 눈과 귀가 도처에 깔려있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으며,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공간인 셈.

시현은 아까부터 이미 레비아탄의 속셈을 꿰뚫고 있었다.

그럼에도 놈의 술수를 방해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한 번에 처리하는 게 좋잖아.”

-무어라!

“자, 그럼 이제 다 부른 거냐.”

-네, 네 이놈 !

무려 레비아탄의 대군(大軍).

여태껏 보았던 몬스터 무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3개의 사령부, 총 64개의 군단 중 무려 6개 군단이 소환되었으니까.

휘하에만 20개의 사단이 존재했고, 병력 수만 가히 20만 마리가 넘었다.

저 등급 노멀부터 고 등급의 유니크 몬스터까지.

레비아탄의 명령에 따라 소환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것 역시 시현의 설계였다니!

레비아탄은 뒤통수가 얼얼하면서도 시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언령이든 무엇이든 권능에는 기력이 필요하고, 인간의 포켓에는 한계가 있거늘······.

쓰다보면 떨어지는 게 기력이니, 말도 안 되는 대군 앞에선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거늘!

-그오오오오오오오!

레비아탄이 진노하였다.

그러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들이, 레비아탄이 창조했던 가상의 장막 내부를 가득 메웠다.

안 그래도 시커멓던 하늘에 더 짙은 어둠이 깔렸다.

칠흑의 군대.

아직 시현의 힘을 모르는 그것들은 저마다 광기를 뒤집어쓴 채 으르렁거리고 있다.

레비아탄의 군대가 하등한 인간 하나를 앞에 두고 대치하는 꼴이 가당키나 한가?

인간은 아무리 권능을 갈고 닦아도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거늘!

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으나 일단 레비아탄의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목표는 하나. 섬멸하라.

레비아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전군이 쏟아져 나온다.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장어 떼처럼 팔팔한 기세로 휘몰아쳤다.

섬멸전이자, 몬스터와 인간의 종족 전을 알리는 대전大戰이 시작된 것이다.

즉, 본게임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

“오냐, 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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