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39화 (39/100)

# 39

용산 헌터중앙기구 헌터특수본부 매니저실.

류건은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출장보고서와 사체서류작업 등 해야 할 게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잡기는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잡았군.”

성체 퓨에르타 티게르 S급 사체 451구.

성체 퓨에르타 티게르 A급 사체 1232구.

등 도합 4천구의 사체가 이미 등급판정을 끝마친 뒤였다.

여기에 레오닉 조디악까지.

“하룻밤에 900억이라.”

팀원이 많았다면 1/N로 나눠야했지만 지원은 이미 분배를 거절한 상태.

나눌 필요 없이 모두 시현의 몫이었다.

재벌이나 석유부자가 아니라면 얻기 힘든 수익.

명성 있는 세기의 헌터들에게도 그 정도 수익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상부에서도 난리가 아니었다.

세계본부에서는 시현과의 미팅요청이 쇄도했고,

헌터중앙기구에 위상을 드높인 것에 포상을 내리겠다고 전했다.

다만 보안상의 이유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인터뷰에서 시현이 자신을 ‘던전관리국 수색부 헌터’라고 밝혔지만.

그 누구도 시현이 단순한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을 터.

세계 곳곳에서 시현을 통해 헌터중앙기구의 기밀을 파내려 들 것이 분명했다.

한국정부도 마찬가지.

시현의 공을 높게 샀다.

특히 이전에 보인 활약까지 더불어 대통령이 직접 포상을 하겠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힌 바 있었다.

“하하하!”

류건은 한바탕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몸은 피곤했지만 기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자진해서 맡은 시현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당연지사였다.

시현이 앞으로 얼마나 더한 활약을 보여줄지 절로 기대됐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사적인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전화 올 때가 됐는데.”

탁탁.

세큐리티 폰을 만지작거리며 책상을 두드리던 중,

지잉-.

마침 반가운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이슨입니다.

러시아 헌터중앙기구 I팀 소속 시크릿 에이전트.

류건의 특수정보망이었다.

“그래. 알아봤나?”

-네. 생각보다 관계가 복잡합니다. 한성, 아진, 박종기의 죽음···. 특히 박종기의 죽음에 함경만 본부장이 연루돼있어요.

“확실해?”

-100%입니다.

류건은 벽에 붙어있는 조직도를 응시했다.

자신의 직속상관 함경만 본부장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있군. 아진 출신이니까.’

애당초 함경만이 시현의 스카우트를 거절했던 이유도.

시현의 SSS팀 개설을 거절했던 것도.

모두 다 그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함경만이랑 아진간의 사이 좀 알아봐.”

-안 그래도 알아봤는데 최근까지 통화를 하더군요. 그런데 별 수상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오히려 한성이 더 수상합니다.

“한성?”

-예. 며칠 전 한성 컨트롤타워에서 인도 뉴델리를 방문했더군요.

“그게 왜?”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뉴델리에 은거하고 있던 차야(Chhaaya)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차야(Chhaaya).

인도의 개인헌터조직으로, 그림자라는 뜻을 품고 있다.

주로 청부살인을 한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으며 현재 인터폴에 수배중에 있었다.

허나 그들은 마치 그림자와도 같아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로 사라졌는데?”

-상해 쪽에서 한 번 발견되고 그 뒤로는 우리 측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언젠데?”

-어젯밤입니다.

만약 한성에서 청부살인을 요청한 것이라면 한국으로 밀입국 했을 확률이 높다.

누군가를 암살하기 위해서.

‘누군가라면 당연히···.’

시현.

그밖에 없다.

차야를 불렀다는 것은 타깃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니까.

‘함경만 본부장이 우릴 나이지리아로 보낸 이유도 그거였군. 진을 빼놓기 위해서.’

생각을 마친 류건이 황급히 물었다.

“차야의 수준이 어떻게 되지?”

-인원 수 총 6명에 S급 5명입니다.

“그래. 너는 박종기의 죽음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해.”

-예.

뚝.

전화를 끊은 류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심오한 얼굴을 한 채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일단 그 전에 앞서 가야할 곳을 정해야했다.

‘서초동이냐 양재동이냐.’

류건은 마스코트와도 같은 선글라스를 낀 뒤 차에 올랐다.

.

.

.

강남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인근.

분주한 움직임이 도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블록버스터 급 영화촬영을 하는 줄로 알 것이다.

파앗!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드는 헌터들.

차야(Chhaaya)의 서포터와 원거리 딜러, 그리고 복면으로 얼굴을 감싼 남자까지 총 세 명이었다.

그 남자가 영어로 무전을 외쳤다.

-절대 잡혀선 안 됩니다! 최대한 빠르게 인천으로 이동하세요. 배편을 준비해 놓을 테니.

서포터와 원거리 딜러.

두 여자는 남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최대의 스피드로 도주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미 리더를 포함한 주축멤버 4인방을 모두 잃은 상황이었다.

의뢰를 성공하든 못하든 목숨을 건지는 것이 최우선.

한시라도 빨리 한국으로부터 벗어나야했다.

휘이이이-

차야의 서포터 아샤는 공기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바람에 몸을 실어 공중 위를 누볐다.

남아있는 모든 기력을 비행스킬에 쏟아 부어 속도를 높였다.

‘잡히면 그냥 죽는 거야!’

리더의 패배를 확인하고 도망치길 20여초.

아직까진 뒤에서 그 ‘괴물’이 쫓아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젠장... 그 괴물은 대체....’

차야 조직 창단 이후, 암살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비즈니스였다.

그야말로 계란노른자와 같은 사업이었는데···.

실패한 것으로도 모자라 도리어 핵심멤버가 모조리 당한 것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애당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일만 수탁 받기 때문이었다.

‘분명 D급 헌터라고 그랬는데....!’

타깃이 수습생 수석과 D급 헌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나이지리아의 재앙을 해결한 난세의 영웅이라는 사실까지 알았더라면 당초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강할 수가..... 모, 몬스터 아냐?’

사람의 탈을 쓴 몬스터가 있다는 흉흉한 루머가 있다.

타깃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휘이이이-

아샤는 더욱 더 속도를 냈다.

‘그래, 이대로라면 그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둘째가라면 서럽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를 지니고 있는 아샤였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멍청하고 안일한 생각이라는 것을,

스스슥-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시현이 증명했다.

“어느 틈에”

오피스텔에서 여기까지 단 30초 만에 도착한 시현.

그 광경에 아샤는 충격을 먹고 사용 중이던 비행스킬을 중지하고 건물 옥상 위에 착지했다.

‘내가 이 방향으로 도주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아무리 한국이 좁다 그래도 서울은 작은 동네가 아니다.

상대에게 뒤를 잡히기 전에 도망쳤는데 어떻게 추적을 당한단 말인가?

“크흑...”

아샤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슥-

순식간에 아샤의 정면으로 이동한 시현.

“그만 도망가지. 너희들은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니까.”

말 그대로 부처님 손바닥 안.

S급도 가볍게 씹어 먹는 SS급 추격스킬이었다.

표적이 남긴 자취를 순식간에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대체....”

콰직!

“쿠허.. 허억....”

더없이 절제된 동작.

찬 듯 안 찬 듯, 가벼운 발길질 단 한 번.

가볍고도 농도가 짙은 기를 발끝에 담아 그녀를 단번에 제압했다.

미지의 던전에서 육체강화3단계를 했을 때보다 훨씬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중력훈련 덕분인가? 아니면.. 마사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점 더 가뿐해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사람은 사람의 손길을 받아야 돼. 앞으로 두 놈 남았나?”

시현의 레이더 망에 걸린 두 남녀.

암살단과 같은 복장을 입고 있는 원거리 딜러와 정체불명의 남자.

“이상하군. 암살단은 총 여섯이라고 했는데. 왜 한 명이 더 있는 거지?”

파앗!

시현은 먼저 서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시야 끄트머리에 걸친 튼실한 외양의 소유자.

차야의 원거리 딜러이자 인도의 블랙호크(Black hawk)라 불리는 여자.

이명만큼이나 날쌘 움직임으로 건물사이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러나,

쿵-.

혜성처럼 느닷없이 나타난 시현의 등장에.

“크흑···! 이거나 먹어라!”

발걸음을 멈추고 스나이핑 건(Sniping gun)을 시현에게 겨눴다.

겁에 질린 상태였지만 원거리 딜러답게 침착한 그녀였다.

피융!

현란한 움직임과 더불어 풍 속성의 기탄을 발사했다.

휘이이이이!

하지만 그런 침착함과 용기도 시현 앞에선 근거 없는 자신감에 불과했을 뿐.

“바위처럼 단단하게.”

쾌앵-

바위마냥 단단하게 강직해진 팔을 휘두르자 기탄이 맥없이 튕겨져 나갔다.

“마... 말도 안 돼....!”

상식을 벗어난 일.

혼신을 다한 일격이 피부도 채 뚫지 못하고 막혀버렸다.

“맙소사....”

자신의 능력이 이토록 못마땅한 것은 태어나서 난생 처음.

여자는 자신이 아샤에 이은 희생양이 될 것이라 직감했다.

그리고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우득!

“크아아아아아!”

관절을 역방향으로 꺾어버렸다.

무자비하게.

으직!

“꺄아아악! 사.. 살려줘.....”

서울 한복판에 여인네의 신음이 울려 퍼졌지만 시현의 얼굴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할뿐.

꽈득!

“케에에엑!”

뼈마디를 모조리 아작 낸 시현은 그녀를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 증인이 확보된 셈.

차야의 암살단은 모조리 처리했다.

“이제 마지막 한 놈. 아직 사정거리 안에 있군.”

마지막 남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약 1km정도.

여전히 시현이 스킬로 쫓아갈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느린 걸로 봐선 같은 암살단원이 아닌 듯한데.’

푸슛-

찰나, 시현이 추격스킬을 이용해 당도한 곳은 서울 한복판의 으리으리한 사옥 내부.

양재동에 위치한 한성H&M의 한성미래자원연구소 단지 안이었다.

온갖 비밀스러운 연구가 자행된다는 루머가 떠도는 곳이기도 했다.

그 남자는 아마 건물 안으로 들어간 모양.

여기까지가 스킬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거리고,

여기서부턴 표적의 흔적을 따라가야 했다.

그런데,

보안에 보안을 가해야하는 연구 단지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어째서인지 경비를 서는 이는 단 한 명도 아무도 없었다.

건물 규모만 보자면 족히 수백 명은 근무할 정도인데.

휑한 건물만이 남아있었고, 외부로 나가는 문은 철저히 닫혀있었다.

‘외부와의 출입을 아예 막은 건가?’

시현 역시 추격스킬이 없었다면 담을 넘거나 부수고 들어왔어야 했을 터.

이곳에 천우현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 남자가 여기로 도망쳐온 걸 보면.

‘일단 건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끄어어어어어억!”

어딘가에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귓전에 내려앉았다.

아주 희미한 소리였다.

육체강화를 한 시현이 집중해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지하 깊은 곳에 있군.’

시현은 소리를 따라 발원지로 이동했다.

복잡하게 생긴 건물 1층.

로비로 들어가자 검은 양복의 남성들이 죄다 차가운 대리석바닥 위에 엎드려 있었다.

죽은 게 아니었다.

그저 기절을 했을 뿐이다.

‘뭐지? 그 남자가 한 짓인가?’

갈수록 오리무중.

도무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현은 일단 그들의 목에 걸린 사원 증을 챙겨 엘리베이터의 보안을 해제한 뒤 지하로 내려갔다.

철커덕-

소리의 발원지에 접근하면 할수록 바닥에 엎어져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지만.

장소가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갔다.

그리고 마침내.

시현의 발길이 당도한 지하 7층.

표적의 자취가 여기서 뚝 끊겨있었다.

이 근처 어딘가에 그 남자가 있는 것이다.

바로 그때.

“케헤엑······.”

기다란 복도 반대편 모퉁이에서 새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 수 없는 기력이 느껴졌다.

“누구냐.”

말 떨어지기 무섭게,

털썩-.

바닥에 쓰러져 모퉁이 밖으로 얼굴을 내민 시현의 표적.

일전에 허상던전에서 만났던 한성H&M 팀장 허영무였다.

그리고 그에 이어 반대편 모퉁이에서 나온 남성.

스윽-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정장 핏에 선글라스로 한껏 힘을 준 패션의 소유자.

“이런!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아직 다 처리하지 못했는데!”

불과 10분 전, 서초동대신 양재동을 선택했던 류건이었다.

“······여기까진 무슨 일로?”

“매니지하러 왔죠. 자, 어서 안으로 가시죠. 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까톡!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 까톡 한 통.

-저기.. 오빠. 방 청소 다 끝냈어요. 술도 사놓구.

“그렇단 말이지.”

바득.

시현은 없던 힘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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