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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령술사-38화 (38/100)

# 38

스륵-

옷장, 화장실, 거실 등.

도처에서 검은색바디슈트를 입고 있는 괴한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용 고글에 복면까지 착용한 전문 헌터들.

기를 숨긴 채 시현이 힘을 다 뺄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얼추 봤을 때 한국인은 아니었다.

고글 아래로 비춰지는 눈매만 봐도 동남아인.

하지만 그들은 시현의 빠른 눈치 탓에 들켜버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후후. 그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다니. 대단한데?”

시현이 자리를 비웠을 때도 창문이 살짝 열려있긴 했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뒀던 것인데, 전보다 조금 더 열려져있던 것을 시현이 발견한 것이다.

“암살자의 자질이 없군.”

“과연 그럴까? 죽여!”

발에 불이 붙은 괴한들이 신속히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스스슥-

괴한의 수는 넷.

놈들이 각기 다른 무기를 꺼내들며 공격에 나선다.

무기를 보자면 네 명 모두 수준급의 누커임이 확실하다.

광범위 학살용이 아닌, 단일을 목표로 하는 암살자들이었다.

휘리리릭!

가장 먼저 시현에게 날아간 것은 날카로운 암기.

“흐음.”

생각보다 빠르고 꽤나 묵직한 힘도 실려 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만.

청부살인일 확률이 가장 높을 터.

시현은 노곤한 몸을 이끌고 전투에 집중했다.

상대도 그리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닌 것이다.

슥-

허리를 숙여 암기를 피한 시현.

도로 던져줄 생각으로 둔기를 손으로 잡아 낚아챘다.

그런데,

펑!

손에서 터져버린 암기.

트랩 스킬에 환영술(幻影術)을 조합한 수준급의 스킬이었던 것이다.

폭발한 암기는 불꽃이 되어 시현의 팔목을 휘감았다.

램스 파이어(Lemz fire).

어디에서든 피어오르는 불길!

‘S급 스킬? 호오라.’

역시나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나마 순간적으로 팔에 배리어를 둘러서 망정이지, 반응하지 못했다면 이미 백골이 되었을 터.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이미 시현의 방 안은 태양아래에 놓인 것처럼 뜨겁게 가열되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경종을 알렸을 뿐.

공격을 가하지 않은 상대는 셋이나 더 있었다.

그 중 한 명.

신속하게 움직이는 한 여인네.

시현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공격해 들어온다.

헌터중앙기구 S팀의 사수영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오일 온 더 아이스(Oil on the Ice).

헤이스트 보다도 높은 S등급의 버프 스킬.

쾌속으로 양손에 차크람을 들고서 시현에게 슬라이딩한다.

스르륵-

위이이이잉!

동시에 손에서 뻗어나간 수십 개의 차크람.

시현의 심장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러나,

“동에 번쩍.”

스윽-.

눈 깜짝할 새 왼쪽으로 피한 시현.

그 탓에 차크라는 천장에 날아가 꽂혔다.

그럼에도 천장은 멀쩡했다.

‘배리어?’

시현의 집에 배리어가 설치돼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 정도의 배리어를 시전할 만한 서포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누커들이 아니던가?

‘주위에 서포터가 있나보군. 버프까지 받고 온 걸 보면.’

상대는 이 넷뿐만이 아니라는 뜻.

주위 어딘가에서 버프를 주고 있는 서포터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힐러와 원거리 딜러까지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피융!

창문 밖에서 굵직한 총탄이 날아온다.

강력한 저주가 깃든 보라색의 기탄(氣彈).

이루 말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목에 꽂혀 저주에 빠질 것이리라.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서에 번쩍.”

한 번 더 공간을 도약한 시현.

스윽-

“이제 내 차례군.”

놈들의 실력은 얼추 파악했으니 됐다.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육체는 영혼보다 심오하고 육체의 비밀은 불가해(不可解)하다.”

스아아아······

육체강화3단계.

경전에서나 나올법한 구절을 읊으니 시현의 몸에서 기체가 쏟아져 나왔다.

마치 증기기관차가 하얀 증기를 내뿜는 것처럼.

화르르르······

거뭇거뭇하게 변한 시현의 육체.

복부 위에 흑색의 기(氣)가 서린다.

단순한 육체강화를 넘어서, 포켓 내의 기를 일시적으로 강화시키는 방식이었다.

“!”

그 모습에 네 명의 괴한들이 일제히 놀랐고,

개중 차크라를 들고 있던 여자가 외쳤다.

“산개!”

네 사람은 암살자답게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좁은 곳에 있으면 안 될 것이라 판단하여 게릴라 전을 택한 것이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스스스슥!

시현의 주위를 맴도는 수십 개의 그림자들.

그뿐만이 아니라,

휘익-!

한 놈씩 번갈아가며 단검으로 공격해온다.

하지만 시현에게 고작 S급의 그림자착시 술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조잡한 수십 개의 그림자를, 단 두 개의 완벽한 눈으로 통찰하였다.

터억!

그 순간 등덜미를 잡힌 그림자의 본체.

키가 백육십 언저리 밖에 되지 않는 사내였다.

진한 눈빛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저도 모르게 시현에게서 공포심을 느낀 것이다.

수많은 몬스터와 헌터들을 상대해봤지만.

육체강화3단계에 도달한 시현은 도저히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가 느끼기에 시현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마치 수천 년 된 장승처럼.

흔들림이 없었으며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거기게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스킬까지!

“크, 크윽···.”

두려움에 사무쳐 괴로워하는 사내.

사내가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기도 전에,

“죽어.”

스적-

커엉!

사내의 오장육부가 파열되었다.

그의 동료들은 눈뜨고도 믿을 수 없었다.

자국 암살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S급 헌터인 그가 아무 것도 못하고 당했으니까.

.

.

.

그로부터 1분 째, 암살자들은 시현을 상대로 고전 중이었다.

명색에 S급 1티어 헌터이거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콰직!

“쿨럭....!”

시현의 주먹에 곤죽이 된 암살자 무카.

누가 보면 수차례 호되게 얻어터진 줄 알 것이다.

실상은 권격 두어 방에 걸레짝이 된 것이지만.

털썩-.

결국 자신의 암살무기 마노플(Manople)을 한 번도 휘둘러보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다.

이로써 남은 것은 차크라를 들고 있는 여자 한 명.

파앗-

시현이 그녀에게로 뛰어드는데,

순간 뒤쪽 창문에서 탄환 한 발이 날아왔다.

휙!

시현은 공중에서 몸을 반 바퀴 회전해 여유롭게 피했다.

그런데,

스윽-

탄환이 시현의 눈앞에서 멈추더니 연기를 터트렸다.

퍼엉!

그와 동시에 탄환이 차크라를 들고 있던 여자로 변했다.

이른 바 바꿔치기 술이라 불리는 스위칭 스킬.

기예에 가까운 합(合)이었다.

고작 며칠, 몇 달 해서 맞춰지는 팀워크가 아닌,

오래 전부터 꾸준히 맞춰온 움직임이었다.

“흐아아아!”

그녀가 두 차크라에 기력을 퍼붓는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뒤져버려!”

그녀의 마지막 발악이자 최후의 암살기.

샤프 스피어(Sharp spear).

솨아악!

방 안에 배리어가 둘러져있음에도 대지가 진동할 정도의 위력!

형연할 수 없는 기세로 시현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한차례 거센 돌풍이 일더니,

고오오오···

“······!!”

더없이 멀쩡한 시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피하지 않고 샤프 스피어에 정통으로 맞았을 텐데.

마치 상대의 공격을 흡수한 것처럼, 시현의 거뭇거뭇한 몸은 번들거릴 뿐이었다.

그는 가소롭다는 듯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입을 열었다.

“쓴 것은 뱉으면 그만이라서.”

이제는 시현의 차례.

콰지직!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은 주먹을 쥐어 내뻗었다.

그러자 시현의 권격에 섞여드는 샤프 스피어.

상대의 스킬까지 그대로 흡수한 이중 암살기였다.

대지와 바람이 만들어낸 한 폭의 조화.

콰아아아-

S급 중에서도 상급인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커...헉....”

그녀는 다른 조직원들과 달리 시현의 일격에도 목숨을 부지했다.

강해서였을까?

그렇지 않았다.

“누가 시켰어?”

단지 시현이 죽지 않을 정도로 위력을 조절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

그녀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마... 말하면 살려줄 건가...?”

암살단의 리더인 자신마저 죽으면 조직은 영영 끝이다.

고객의 정보를 폭로해서라도 일단 목숨만은 건져가야 했다.

“살려줄게. 모두 사실대로 말한다면.”

“크윽... 하, 한성그룹이라는 곳에서 살인청부를 받았다...”

“미래전략본부기획실을 말하는 거군.”

“그래....”

“그래서 같이 입국한 동료의 수는?”

“......여, 여섯...”

“그 정도면 됐다. 이제 죽어라.”

“아, 아깐 살려준다고······!”

말이 다르자 당황한 여자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뒤로 한 바퀴 굴러 지원에게 다가갔다.

“읍!”

S급 1티어 암살자답게 순식간에 지원의 목을 겨눴다.

지원을 인질로 삼아 목숨을 부지하려는 것이다.

여자는 차크람에 힘을 주며 배짱 있게 소리쳤다.

“주, 죽여 버릴 거야! 이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닥쳐. 건들지 마.”

세상에 이토록 허무한 인질극이 또 있을까?

스삭!

시현의 말 떨어지기 무섭게 여자의 양팔이 잘려나갔다.

“그아아아아아악!”

“그래, 살려는 줄게. 일단은.”

시현은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 대신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할 거야.”

그렇게 말한 뒤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포박한 뒤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한성그룹의 천우현을 찾아가 죽이든, 나중에 법정에 세우든.

그의 죄를 입증할 증거가 필요할 테니까.

이 여자가 그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나머지 놈들은 어디 있으려나.’

외부에 숨어있을 나머지 두 명의 헌터.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처리할 생각이었다.

슥.

시현이 창밖으로 나가려하자 지원이 입을 열었다.

“오.. 오빠... 괜찮으세요?”

“어, 너는?”

“···오빠 덕분에요. 그리고... 죄송해요. 방금 괜히 저 때문에..”

인질로 잡혀서 미안하다는 얘기였다.

의도치 않게 민폐를 끼쳤으니까.

“괜찮아. 전혀 안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아······.”

꾸벅, 지원이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괜찮대도. 어차피 다 예상하고 있던 거라.”

“아아···.”

그래도 미안한지 지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자책하며 죽상을 짓고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미안한 모양이었다.

“정 미안하면 어질러진 방 청소하고 있어. 소주도 좀 더 사놓고.”

“···이미 네 병이나 드셨는걸요?”

“밤은 기니까. 늦기 전에 올게.”

“아··· 네! 그리고 이거!”

솨아아아-

지원이 기력을 다해 따스한 손길로 시현의 온몸을 어루만져준다.

실력 있는 서포터의 버프답게 피로가 싹 가라앉았다.

더구나 몸에 생기까지 돌았다.

“좋네. 그리고 아까 그건.. 갔다 와서 마저 하자.”

“네, 네···?!”

팟! 파앗!

시현은 두 볼이 붉게 달아오른 지원을 뒤로 창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관련된 놈들을 싹 다 잡아 족치기 위해서.

지원과의 꿈나라 여행은 그 다음.

그 대신··· 홍콩행으로 보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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