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37화 (37/100)

# 37

누군가와 만나자는 류건의 제안.

그가 나이지리아 출장 건을 수락한 이유였다.

업무 이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류건과 함께 목적지로 가는 길.

조국의 영웅에겐 수많은 혜택이 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 취임식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 귀빈으로서 초청받는 것은 물론.

어딜 가든 최고의 예우와 존경을 받는다.

공항, 호텔, 각종 행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매달 소정의 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나이지리아 역사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기게 된다.

시민들의 반응 역시 열렬했다.

시현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최고의 예우를 대해주었다.

“타시죠.”

인근의 착륙장으로 가자 나이지리아 정부 소속의 전용기가 시현과 류건을 반겼다.

류건이 요청하자마자 정부에서 무료로 내준 것이다.

시현은 비행기에 착석 후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오빠! 조심히 다녀오세요. 저는 지금 국립공원에 왔어요!]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좋은 김지원이었다.

‘그런데 이 문자를 왜 나한테?’

보고해야할 건 자신이 아니라 류건이 아닌가?

헌데 자신에게 문자를 날리니 의아했던 것이다.

시현이 류건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원이한테 문자 받으셨나요?”

“아뇨. 무슨 문자요?”

“국립공원에 도착했다는데요.”

“······그렇군요. 저한텐 그런 문자 안 왔습니다...”

류건이 고개를 절래 젓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보검이랑 지원이는 원래부터 친했습니까?”

“음. 둘이 입사동기로 S팀의 원년멤버이긴 한데··· 그건 왜···. 혹시 지원 씨를?”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강보검과 김지원.

그 둘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

권능의 열쇠에 대한 것.

‘김지원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나이지리아에 같이 온 김에 슬쩍 물어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될 성싶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아부디라는 지역의 한 시골 동네입니다. 거기서 만날 사람이 있거든요.”

“아부디라면···.”

“콩고입니다.”

꽤 긴 시간을 거쳐 도착한 콩고의 아부디.

내륙지방에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에 시현의 발길이 닿았다.

외국인 납치와 테러로 유명한 콩고였지만 류건은 경호원들을 돌려보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도 시현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 테니까.

“여깁니다.”

호숫가를 따라 늘어서있는 판잣집.

알 만한 관광객들이 시간 내서 들린다는 장소였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주술마을이라고도 불립니다.”

운세, 궁합, 예언 등.

점술가나 예언가 같은 사람들이 샤머니즘을 수행하는 마을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마을에서 자발적으로 개발한 관광 상품인 것이다.

관광객 역시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찾아오는 것일 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용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어차피 미신은 미신이 아니겠는가?

허나 류건의 얼굴을 진지했다.

“저는 원래 미신을 잘 안 믿는 편입니다. 그러나 미신이 아닌 권능이라면 말이 달라지죠.”

“권능이라면, 예언가의 권능을 말하는 거군요.”

예언의 권능.

말 그대로 예언을 가능케 하는 권능인 것이다.

“혹시 마음에 내키지 않으시다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허나 시현 씨를 앞으로 케어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미신이 아닌 권능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죠.”

“그럼 어서 가시죠. 산을 좀 올라야 해서.”

시현은 류건을 따라 산골짜기 중턱에 위치한 판잣집에 도착했다.

모르는 사람이보면 그저 오두막집인 줄 알 것이다.

“계십니까?”

집에서 젊은 여자가 나왔다.

검은색 사제복에 온 몸을 가리고 있는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차를 건네준 뒤 도로 들어갔다.

그에 이어 허리가 굽은 노파가 나왔다.

“앉으시게나.”

“예. 앞에 앉으시죠, 시현 씨.”

시현이 앉자 노파가 물어온다.

“무엇이 궁금해서 여기까지 왔는고?”

“예언입니다.”

“예언이라... 그러면 성금을 내야지?”

돈을 내라는 말.

권능보다는 일개 점집에서나 볼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류건은 미리 준비한 돈 봉투를 내밀었다.

“이렇게나 많이?”

그 안을 들여다본 노파가 눈빛을 싹 고쳐먹는다.

그러자 류건이 노파에게 말했다.

“우리는 당신한테 점지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말라크를 불러주십쇼.”

“······!”

번뜩 뜨이는 노파의 눈.

노파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처음 보는 손님인데, 누구신가?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아무나 말라크의 점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냉정하게 돌아선 노파의 얼굴 앞에,

류건이 육각별모양의 배지 하나를 꺼내들며 말했다.

“그건···. 헌터중앙기구 의장단배지?”

“예. 그분의 소개로 왔습니다. 어서 말라크를 불러주시죠.”

스윽-.

직후 커튼 안에서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말라크라는 여인.

매우 희귀한 ‘예언’의 권능을 받은 콩고인이었다.

“오랜만에 온 손님이군요.”

“그만큼 귀중한 손님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는 그저 보이는 대로 말씀드릴 뿐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예언가와는 달랐다.

수정구 같은 것은 없었고,

그녀는 그저 눈을 감고 시원의 두 손을 잡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흐읍!”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꺼풀이 대뜸 열리더니 이마에 두툼한 핏줄이 툭 도드라졌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악의 근원이 열쇠를 찾으러 올 것입니다.”

“예?”

“그리고··· 지덕체를 갖춘 성녀聖女가 찾아올 것입니다.”

“성녀라면······”

“그녀를 놓치지 마세요.”

.

.

.

다음날 아침, 전용기에 오른 SSS팀.

김지원이 잠든 사이, 시현이 류건에게 물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는 모양이군요.”

“예언이라는 게 원래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간단해 보여도 사실 예언은 자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돈만 준다고 아무나에게 점지를 해주지 않는 것도 그 이유죠.”

“그렇군요. 그럼 그 의장단배지라는 것은 뭐죠?”

“아, 그건 제 직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직책은 한국본부의 매니저지만요.”

예상은 했지만 류건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듯했다 .

왜 한국 같은 헌터후진국에서 매니저 직을 겸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숨기고 있는 게 있나.’

좀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100% 전적으로 믿을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류건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말라크의 말뜻, 짐작 가는 게 있으십니까? 악의 근원이 열쇠를 찾으러 올 거라는 말이요.”

“글쎄요. 어젯밤에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잘 모르겠네요.”

시현은 말을 아꼈다.

아무리 매니저라지만 아버지의 유품에 대해 쉽게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흠. 일단 제가 비밀리에 알아보겠습니다. 악의 근원이라는 것은 분명 부정적인 뜻이니 대처를 해야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요.”

열쇠에 대해선 비밀로 하는 대신, 다른 걸 물어보았다.

“번개 모양이 새겨져 있는 돌멩이, 뭔지 아시나요?”

“번개모양이라면··· 속성석이요?”

류건이 토끼눈을 뜨며 말을 잇는다.

“사용자의 속성능력을 잠재력의 최대치까지 끌어올려주는 돌입니다. 지니고만 있어도 효과가 발동하죠.”

“오호···. 좋은 거군요.”

“좋다마다요. 다만 워낙 희귀하고 값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지만.”

“얼마정도 하나요? 한 백 억?”

“백 억요? 하하! 부르는 게 값이죠. 지난 10년 동안 발견된 속성석이 채 다섯 개도 안 되니까요. 혹시 파실 생각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세계최고의 갑부들을 소개시켜드릴 테니.”

눈치 빠른 류건은 살포시 미소 지으며 침실로 들어갔다.

여객기 복도에 홀로 남은 시현 역시 미소 지었다.

‘팔아, 말아?’

참으로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

.

.

인천공항의 입국게이트는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탑스타나 정치인의 귀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시현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무명이었던 시현이 한순간에 조국의 영웅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미 조간신문은 시현의 활약으로 도배되었다.

청담동 메카오거의 던전을 처리한 것부터 사막장군의 허상던전을 클리어한 것까지.

그간의 활약이 속속히 조명되었다.

D급 헌터라는 점이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거기에 곱상한 외모도 한 몫 거들었다.

이미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

촤르르르륵!

출국 게이트의 자동문이 열리자 플래시세례가 쏟아졌다.

한국으로 귀국한 헌터중앙기구 SSS팀이 귀국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주목이 쏠린 것은 단연 시현.

여기저기서 기자들이 소리쳤다.

“헌터중앙기구 던전관리국 수색부 헌터라고 하던데, 정확히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아버지가 박종우 전 현자그룹 사장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나이지리아의 영웅이 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한 말씀만 해주시죠!”

헤아릴 수 없는 질문세례가 쏟아졌지만,

류건의 요청으로 미리 배치된 경호원들이 상황을 완벽히 통제했다.

“가시죠.”

“예.”

미리 준비된 여러 대의 리무진 앞에 선 시현의 일행.

류건이 입을 열었다.

“지원 씨는 집에 가십니까?”

“음······ 네. 일단은요.”

“그럼 그러세요. 수고 많으셨고요. 수당은 다음 주 중으로 정산될 겁니다.”

“아.... 저기 매니저님.”

“예?”

말을 머뭇거리는 지원.

시현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류건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기본수당 말고 부산물 수당 있잖아요... 그건 저 제외해주셨음 좋겠어요.”

지원은 양심상 그 돈을 받을 수 없었다.

다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었으니까.

“그건 제가 시현 씨에게 여쭤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지원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시현 오빠도 편히 쉬세요! 또 봬요!”

“그래, 너도 푹 쉬고.”

지원이 차를 타고 간 뒤 류건이 시현에게 물었다.

“집으로 가시죠?”

“그래야죠. 그런데 오늘까지 제가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이미 누커도 뽑았는걸요. 푹 쉬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훈련을 할까도 싶었지만 오늘 하루는 푹 쉬고 싶었다.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았고 몸도 많이 피로했다.

“매니저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전 또 회사에 가봐야지요. 정산요청도 해야 하고, 부산물도 팔아야하고요.”

류건은 해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

출장보고결과부터 부산물 관리까지.

수거한 몬스터의 수만 수천에 다다르니 그만큼 할 일도 많았다.

“제 걱정은 마시고, 오늘 하루 푹 쉬십쇼. 타지까지 가서 고생하셨으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을 위해 이렇게 고생해주는 류건을 위해,

조만간 뭐라도 하나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

.

강남 소재의 오피스텔.

집에 도착한 시현은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생각해보니 M던전에서 나온 뒤로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벌써 새해가 밝았잖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더구나 앞으로는 더욱 더 바빠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권능의 열쇠에 대해 알아봐야하고,

에이션트 셀롭이 언급했던 ‘구슬’도 찾아봐야할 것이다.

‘일단은 좀 쉬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기력을 소모한 것과는 다른 개념.

스킬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것, 깊은 피로함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 하루쯤은 푹 쉴 필요가 있었다.

스윽-.

생각을 비우고 침대에 누운 시현.

눈을 감으려할 때였다.

디디디딩-

‘인터폰? 이 시간에 누가.’

누군가가 오피스텔 1층에서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시현은 인터폰 화면을 보았다.

“김지원?”

흐릿했지만 분명히 보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소주병들이.

"헤헤... 들어가도 될까요?"

.

.

.

얼큰하게 취한 김지원과 적당하게 취한 시현.

“피곤할 때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네.”

“피곤할 때 먹는 소주가 최고죠!”

“내가 술 마셔본 적이 거의 별로 없어서.”

“와아! 그런데 되게 잘 드시네요!”

벌써 다섯 병째.

시현이 마신 것만 네 병이었다.

그에 반해 김지원은 한 병만 마시고도 상당히 취해있었다.

“근데 진짜 왜 온 거야? 쉰다며?”

“그냥.. 전부터 오빠랑 마시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이 쉬는 날이기도 해서..”

두 볼이 발그레 지는 지원.

사실대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용기내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쉰다는 애가 화장까지 하고 왔네.'

옅은 메이크업이었지만 은은한 화장품 냄새가 시현의 후각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빠..... 저기.. 드릴 말씀이...”

여기서 갑자기?

수수하고 착하기만한줄 알았던 김지원인데···.

그저 청순하고 어여쁜 여잔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적극적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감이 왔다.

파노라마 같은 뷰가 펼쳐져있는 방 안에 남녀 단 둘이 있는데, 그 생각이 안 드려야 안들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참 혈기왕성한 헌터들이 아닌가?

‘설마 얘가 성녀? 지덕체를 갖추긴 했다만.’

성녀든 아니든 사실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오랜 시간 던전에 갇혀있었던 시현이었으니까.

그건 둘째치더라도 지원은 정말 시현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푹 빠진 것인지....

“오빠....”

지원의 뽀얀 다리가 시현의 눈을 가득 채웠다.

그에 따라 점점 따스해지는 방.

뜨거운 숨으로 인해 실내기온이 올라가고...

점점 농염하게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지원이 말했다.

"어제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뭐가?"

"그냥.. 다요.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하하.."

갑작스레 서먹해지는 분위기.

시현이 대답이 없자 지원이 황급히 말을 잇는다.

"피.. 피곤하시죠?"

"조금. 몸이 좀 결리네."

"제가 좀 풀어드릴까요?"

"버프로? 아니, 그 피로 아니야."

"그럼 마사지라도 좀 해드릴까요?"

"마사지 잘해? 그럼 좀 누워볼까."

침대에 드러눕는 시현.

"트, 특별한 건 아니고 보통 마사지요! 가끔 부모님 해드리고 그랬거든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그렇게 놀래?"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어서 뒤로 누워 보세요!"

안 그래도 발그레 했던 지원의 볼이 홍시마냥 더 붉어졌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직 수줍음이 많은 듯했다.

"그럼 어디."

뒤로 돌아눕는 시현.

지원의 부드러운 손길이 시현의 드넓은 등으로 향했다.

이른 저녁이었지만 분위기는 극적으로 무르익고 있었다..

.

.

.

시현의 차례가 끝난 후.

"하아............"

침대에 드러누운 채 신음하는 지원.

시현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아찔한 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배고 있는 배게를 꽉 쥐면서.

꽈득-

"흐음. 여긴 어때?"

"흐윽... 거, 거기도 좋은데.. 좀만 더 아래요 오빠..."

저억-

"으흑...!"

가녀린 허리를 짓누르자 다시금 신음하는 지원.

"여기가 많이 결렸구나."

"네.. 오빠 마사지 되게 잘 하시네요.. 테라피 샾에서 받는 것보다 훨씬 시원해요."

"그럼. 당연하지. 기력을 쓰고 있는데."

시현은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리드미컬한 등마사지는 지원의 뭉친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도 남았다.

'이 정도 했으니까 이제...'

허리춤 아래로 손을 옮긴 시현.

"여긴 어때?"

"네?! 거, 거기는...."

"기대해. 가장 시원할 테니까."

골반 아랫 부분을 지압하려던 그 순간.

문득 창밖을 바라보던 시현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내가 창문을 열어두고 갔던가.’

수상함을 느끼고 곰곰이 되짚어보길 잠깐.

'창문을 열어두긴 했는데.'

하지만 저렇게까지 활짝 열어두진 않았던 것 같다.

분명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이놈들..  벌써부터 움직일 진 몰랐는데.'

시현은 윗옷을 입으며 섬뜩하게 내뱉었다.

“나와... 죽여버리기 전에..”

직후, 집안 곳곳에서 클로킹을 한 채 숨어 있던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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