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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령술사-34화 (34/100)

# 34

헌터 계에는 매니저라는 포지션이 있다.

헌터중앙기구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사에도 매니저란 직책이 존재한다.

하는 일은 말 그대로 헌터를 관리하는 것.

일각에서는 헌터조무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매니저도 매니저 나름.

본래 매니저의 기본소양은 누구나가 다 갖출 수 있다.

헌터와 몬스터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터득하고, 팀원들의 개인훈련을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팀의 기량을 최대로 이끄는 것이 매니저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 것.

하지만 그 외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매니저들이 있다.

매니지 시스템(Manage system).

다른 말로 희귀한 권능이라고도 한다.

그들의 구체적인 능력은 세간에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

그 능력을, 지금 류건이 사용 중이었다.

솨아아아아-

광대한 초원, 류건은 하얀 갈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양팔을 벌렸다.

마치 자연과 동화되듯 초감각적인 동물적 감각이 류건의 뇌를 장악했다.

번뜩!

눈을 뜬 류건.

시현에게 무전을 보냈다.

.

.

.

사바나 초원 동쪽지대.

시현은 흩어진 몬스터들을 따라다니느라 분주했다.

그때, 류건으로부터 무전이 울렸다.

치직.

-서쪽으로 330미터 이동하세요. 들판에 퓨에르타 티게르가 126마리 매복 중입니다. 자세한 좌표는 로케이션워치(Location watch)에 찍어드리겠습니다.

이것이 류건의 능력 중 하나.

언뜻 보기엔 GPS시스템과도 같지만 류건은 GPS가 아닌 기력을 통해 몬스터를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선봉으로 성체 12마리가 동쪽에서 달려듭니다. 윈드 크로우가 사방에서 발사될 예정. 공중으로 도약하세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상대의 기력을 감지하여, 상대가 보일만한 행동을 예측하여 알려줄 수 있다.

다만 기력소모가 크다는 것이 단점.

우두머리가 출몰할 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것인데,

경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금 사용하게 것이다.

파앗!

시현은 류건이 말대로 움직였다.

그곳엔 퓨에르타 티게르 무리가 갈대 밭 아래 숨어있었고,

-크헝!

열두 마리의 퓨에르타 티게르들이 시현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이어 먹빛의 기력덩어리 윈드 크로우가 사방에서 발사된다.

하지만,

피융!

시현은 류건이 미리 일러준 대로 공중위로 도약했고.

지면을 향해 권격을 내리꽂았다.

으저적-

카아앙!

백여 마리의 티게르들이 일제히 난자되었다.

-그리고 김지원 씨.

-네, 네!

-음···. 아닙니다, 쉬고 계세요.

-네.....

스윽-

그 순간 시현의 옆으로 다가온 브라이언.

‘젠장. 또 한 박자 늦었잖아. 어떻게 놈들의 위치를 이렇게 잘 캐치하는 거지?’

브라이언의 팀은 최첨단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대체 정체가 뭐야······.’

그때부터 브라이언은 시현의 뒤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따로 움직였다가는 이대로 시현에게 모든 몬스터를 뺏겨버릴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시현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는 게 나았다.

하지만 시현은 뒤따라오는 브라이언을 무시했다.

애초에 콩고물 따위는 남길 생각이 없었기에.

퓨에르타 티게르든, 에이글 페르콘이든 보이는 즉시 척살했다.

푹!

카앙!

시현의 눈에 띤 몬스터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뿐만 아니라 보이지도 않는 곳에 기력 구체를 던져 적들을 섬멸하기까지.

시현이 남기는 것은 사체뿐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안 그래도 강한 시현에게 류건의 능력까지 합해지니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었다.

브라이언이 지팡이를 휘두르려고 하면 몬스터들은 이미 죽고 난 뒤였다.

눈과 손이 시현의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명색의 S급 헌터인데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젠장, 젠장! SLP1까지 투여했는데!’

SLP1(Stimulant pill 1).

일반인은 섭취할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이 충족되는 헌터들만이 투약할 수 있는 알약이었다.

쉽게 말해 각성제.

비단 신체능력뿐 아니라 포켓에도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해, 스킬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뜻.

그럼에도 시현의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브라이언이었다.

부글부글.

속이 끓어올랐다.

평생 이런 수모를 겪어본 적이 없었는데.

남들에게 이런 치욕을 줬으면 줬지, 결코 당할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바득.

브라이언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귀국할 수는 없었다.

개인수익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정도 성적으로 돌아간다면 다시는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리라.

팟!

그럴수록 브라이언은 더욱 더 무리했다.

SPL1을 투여하고도 지금껏 천 마리 밖에 못 잡았기 때문.

천 마리면 두당 15억 씩 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못해도 100억은 벌 줄 알았는데.’

반면 시현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은 못해도 200억.

웬만한 A급 헌터의 한 해 수입보다 두 배나 높았다.

‘젠장.... 얕보다가 쫄딱 망했잖아....’

브라이언이 속으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무렵.

치익-

시현의 무전이 다시금 울렸다.

-클로킹 크로 200여 마리가 급습해옵니다. 정확이 6초 후 북쪽입니다.

하지만 하늘에는 새까만 어둠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클로킹 크로(Cloaking crow).

7성 레어로, 몸을 숨길 수 있는 클로킹 스킬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디텍팅 버프를 걸어주지 않는다면 볼 수 없는 법.

하지만 류건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놈들을 감지 할 수 있던 것이다.

그것은 시현역시 마찬가지.

“보고자하면 볼 것이요.”

사아아-.

시현의 눈에 빛이 돌았다.

촤아아악!

안 보이던 클로킹 크로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고요한 들판 위에 까마귀 때가 몰아닥치는 듯한 참경.

스윽.

그 옆으로, 브라이언이 바짝 따라붙었다.

아예 시현의 곁에 철석같이 붙어있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시현은,

타앗!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바닥에 착지했다.

클로킹 크로들의 일격을 피해 지면으로 내려온 것이다.

200마리나 되는 놈들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서.

마침 공중엔 브라이언이라는 미끼가 있었다.

“뭐, 뭐야?!”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제격.

여전히 브라이언은 공중 위에 머물고 있었고,

디텍팅 버프가 걸려있지 않던 브라이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까아아악!

마침내 녀석들이 클로킹을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새까만 하늘이 더욱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었고.

퓩!

가늘고 뾰족한 부리로 브라이언의 피부를 쪼아 구멍을 뚫어버렸다.

그 구멍을 통해 기력을 흡수하는 것이 클로킹 크로들의 능력.

브라이언은 고슴도치가 된 듯 온몸에 바늘구멍이 뚫려버렸다.

그 순간, 기가 순식간에 흡수되어 기력이 바닥난 브라이언.

마치 미라가 된 것처럼 온몸이 생기를 잃고 쪼그라들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개인행동을 한 결과였다.

아무리 S급이라도 솔로잉은 무리.

헌팅은 ‘팀’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까이에 있던 서포터가 배리어를 둘러줘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클로킹 크로들이 한 곳으로 뭉친 순간.

지면 위에 우뚝 서있는 시현이 손바닥을 하늘 위를 뻗었다.

치르르-

“짜릿할 거야.”

콰르르르릉!

메마른 하늘에서 느닷없이 내리치는 낙뢰.

번쩍!

치르르르르!

200마리의 클로킹 크로 중 단 한 마리도 상공에 남아있지 않았다.

후두둑-

놈들은 맥박이 멈춘 채 바닥 위로 떨어질 뿐이었다.

.

.

.

오버나이트를 예상했던 상황은 고작 3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나이지리아 자국의 헌터들이 지원 올 필요도 없었다.

시현이 있었기에.

‘저런 무지막지한 헌터가 한국에 있었다고?’

듣도 보도 못했다.

더군다나 헌터중앙기구 소속이라면 어떠한 경로로든 소문이 퍼졌을 터인데.

존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한국정부에서 꽁꽁 숨기고 있던 거였나? 모르긴 몰라도··· 탐나는군. 어디서 나타난 놈인지 반드시 알아가야겠어.’

존은 마른 침을 삼키며 시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뒤 정중히 말했다.

“실력도 못 알아보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저희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미안합니다.”

존은 악수까지 내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현은 존의 사과를 본체만체 했다.

존의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커흑... 크으... 으아아아아!”

헌팅이 끝나자 때마침 정신을 차린 브라이언.

아직까지도 많이 분한지 주먹으로 땅을 쾅쾅 내리쳤다.

그런 그에게 존이 말했다.

“넌 귀국한 뒤 처벌받을 거다.”

“크윽···!”

브라이언은 결국 화를 누르지 못하고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망나니.

어떻게 헌터중앙기구에 입사하였는지 의심이 되는 수준이었다.

헌터중앙기구가 사원들의 인성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터억!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시현의 멱살을 붙잡은 브라이언.

허나 시현도 가만있을 성격이 아니다.

오른손이 브라이언의 목덜미를 향해 뻗어나갔다.

처억!

참을 만큼 참았다.

지금까지 시현을 따라오면서 방해했던 것,

한국 팀을 대놓고 무시했던 것.

감정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했던 시현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시현에게 잡힌 브라이언의 목덜미.

꽈득.

“케엑... 에엑!”

힘껏 조른 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런 원숭이 새끼가!!”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린 브라이언.

영국 팀원들이 말리고자 나섰지만 존에 의해 저지당했다.

“내버려둬. 놈은 좀 맞아야 돼.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도 느껴야하고···.”

퍽!

“크헉.... 이 새끼가!”

저벅.

브라이언은 지팡이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그러곤 지팡이를 휘둘렀다.

완전히 이성이 나간 상태였다.

“으아아아-!”

기세는 좋았지만,

터억-.

브라이언의 팔은 무력하게 붙잡혔다.

“이런 일은 저한테 맡기시죠.”

류건이었다.

그는 얼음장과도 같은 얼굴로 브라이언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바드득!

“카아아아아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관절을 꺾어버렸다.

그제야 존이 나섰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 정도로 끝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떡할까요, 시현 씨?”

시현을 바라보는 류건.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류건이 말을 이었다.

“그러지요.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서 포박해!”

영국 팀원들은 존의 지시에 따라 브라이언을 포박했다.

“어쨌든 덕분에 잘 마무리 됐습니다. 또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한 명씩 시현에게 감사인사를 해오는 영국 팀.

보기에는 훈훈하니 좋았지만,

콰과과과광-!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치직.

-I팀에서 알립니다! 던전 1구역에서 엘리트 몬스터 레오닉 디아블이 출현했습니다. 놈의 증폭수치는 5215%입니다!

레오닉 디아블(Leonic Diable).

약 52배 강력해진 7성 엘리트의 출몰.

“맙소사···. 52배나 몰빵됐어?”

“이 정도면 지원이 필요해.”

영국 팀은 이미 반 포기한 상태였다.

그들만의 힘으로는 쉽사리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시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던전으로 뛰어들고 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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