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33화 (33/100)

# 33

증폭의 수치가 예상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도합 1097배.

당초 100배를 예상했던 것보다 10배나 높은 수치였다.

만약 1097마리가 소환됐을 경우, 마리 당 2배 씩 강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은 당장 밝혀낼 수 없으나 예상되는 것은 몇 가지 있다.

단순히 나이지리아 I팀의 실수로 예측이 어긋났거나,

이계의 지능형 몬스터들이 술수를 부렸거나.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이었기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지금은 그저, 막는데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쿠궁-

던전의 내벽이 갈라지고 천장에서 돌무더기가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대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몬스터의 소환이 그만큼 많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팟-!

시현은 3구역에서 달려 온지 꽤 됐지만 여전히 2구역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1구역과 2구역은 서로 가까웠지만,

2구역과 3구역은 상당히 멀었기 때문.

애초에 시현이 2구역에 배치되었더라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귀찮게 됐군.’

지하던전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

외부 한복판에서 헌팅하는 것은 난이도부터가 달랐다.

허허벌판과도 같은 M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해온 시현이었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소모해야하는 기력의 양부터 차이가 심했다.

활동범위가 넓기 때문에 적이 약하든 강하든 체력소모 역시 몇 곱절은 되었다.

탓-.

마침내 2구역에 도착한 시현.

‘이미 늦었군.’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2구역을 맡은 영국 팀은 이미 1구역으로 넘어간 상태.

2구역에서 소환된 몬스터들조차 진압하지 못했기 때문에.

몬스터의 뒤를 쫓아 1구역으로 향한 것이다.

‘서둘러야겠어.’

이내 도착한 1구역.

시현의 예상대로 영국 팀이 있었다.

원래 1구역을 맡았던 나이지리아 팀은 던전 밖으로 나갔다고, 존이 말했다.

“그럼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겁니까?”

시현이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로 유창히 말했다.

통역스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자 기겁하는 팀장 존(John).

“뭐··· 뭡니까?”

흥분할 법도 했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며 시현에게 되물었다.

“몬스터들의 공습을 막고 있었소만, 뭐 때문에 그러시오?”

“몬스터들이 모두 탈출하지 않았습니까? 난 팀장님의 책임을 묻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가 당신의 나라는 아니지 않소? 책임을 묻고 말고는 당신이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세상이었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팀원으로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시현은 그에 대해 반문했다.

“그럼 여기가 영국이어도 그런 헛소리를 지껄일 겁니까?”

“그건 얘기가 다르잖소.”

침착하게 반응하는 존과 달리,

영국 팀의 누커 브라이언은 씩씩거리며 시현 앞에 섰다.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몬스터들이 던전에서 탈출할 동안 뭘 했냐고 물었는데요. 눈 뜨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테고.”

“크윽···.”

기세 좋게 나왔던 브라이언은 놀랐다.

아무리 2군이라지만 영국 팀을 면전에서 대놓고 비난할 수 있는 나라의 헌터는 세계적으로 봐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뭣도 없어 보이는 놈이 뭐가 어쩌고 저째?’

본디 브라이언의 성격이었다면 시현의 멱살을 잡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나 팀장 존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브라이언은 화를 다스렸다.

“힘이 증폭된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는데, 그걸 우리보고 어쩌라고?”

“막았어야지. 놈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자그마치 도합 1097배에 달하는 증폭이었다고!”

소환된 몬스터의 개체수는 적어도 5천.

즉, 한 마리 당 적어도 1.2배 씩 강해졌다는 뜻이다.

따지고보면 큰 수치는 아니었지만,

그게 누적되다 보니 영국 팀으로서도 제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네가 뭘 알기나 해?”

“그래서 애초에 말했을 텐데. 우리 한국 팀을 중앙에 배치해달라고.”

브라이언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시현의 말이 지극히 맞았기에 반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브라이언은 화를 참지 못했다.

안 그래도 몬스터를 놓쳐 머리가 복잡한 마당에,

시현이 맞는 말만 해대니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끝내는 욕지거리를 내뱉고야 말았다.

“이런 개새끼가······!”

그 말이 시현의 귀에 꽂히길 찰나.

시현의 손이 브라이언의 손목을 향했다.

그러고는,

뿌득!

“자, 잠깐! 잠깐만!”

잠깐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브라이언의 손목을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으아아악! 이런 개 같은······!”

“말은 바로 하지. 무뇌아 따위한테 욕이나 듣자고 온 거 아니니까.”

“뭐, 뭐야···? 무뇌아?!”

“그 손 놓지 못해!”

처컹-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영국 팀의 팀원들이 시현을 향해 무기를 뽑아들었다.

이어 존이 팀원들을 제지했다.

“지금 왜들 이러나? 머리를 맞대도 모자를 판국에. 그리고 자네, 박시현이라고 했나? 부탁이니 자네도 그만 해주게. 나도 내 잘못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까. 팀원들의 무례함도 대신 사과하지.”

스윽.

사과를 받고나서야 시현이 브라이언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크윽.....! 이 새끼... 힘이 뭐 이렇게 쌔...?’

브라이언이 아무리 마법계열의 누커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신체능력 또한 우수한 편이었다.

헌데 그러한 자신이 단번에 제압당했다?

믿을 수 없었다.

‘무도계열 누커인가···. 몸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군...’

브라이언은 안색이 돌아오자 재차 입을 열었다.

“그럼 한국 팀이 맡았으면 뭐가 달라졌겠나? 시체만 세 구 더 늘었겠지. 그나마 우리가 중앙을 맡아서 피해를 최소화한 거라고.”

“브라이언!”

존이 강하게 제제하자 브라이언은 사과도 안 하고 뒤돌아버렸다.

생사가 오가는 던전에서 보일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존이 시현에게 다가와 느긋하게 말했다.

“너무 걱정은 말지. 확실히 막을 수 있으니까. 다만 시간이 소요될 뿐이야. 조만간 나이지리아 정부에서도 지원이 올 것이고.”

그것이 존이 느긋한 이유였다.

최악의 경우 나이지리아의 민간헌터들은 물론 군대까지 투입될 테니까.

그때.

치익-.

전 팀원들에게 나이지리아 I팀의 목소리가 전달됐다.

-본부 I팀에서 알립니다. 라고스 전역에 퍼진 몬스터들의 수가 6천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현재 놈들은 게릴라공격만 할뿐, 전면전은 피하고 있습니다.

“우두머리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어느새 도착한 류건의 말이었다.

뒤따라 김지원도 도착했다.

“헉··· 헉···. 맞아요. 이럴 땐, 우두머리가 오기 전에 놈들을 찾아 놈들을 제거하는 게 기본이에요.”

영국 팀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출동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툭툭.

존이 시현의 어깨를 치면서 말한다.

“토벌지역은 북쪽 20km지점에 있는 사바나초원지대. 척후병은 겨우 두 종류였지만 본대는 그 이상이네. 그러니 다들 주의하면서··· 특히 자네, 행운을 빌지.”

어디 그 잘난 입만 나불거리지 말고 진짜 실력을 보여 보라는 의미로 들렸다.

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행운을 빌죠.”

파앗!

영국 팀이 선두로 던전을 빠져나갔다.

류건이 시현에게 말했다.

“지천에 억짜리 수표가 널렸습니다. 모조리 가져옵시다.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니까요.”

“그럼요.”

“그런데 시현 오빠는 필드 전 처음 아니에요? 던전이랑 많이 달라서 힘드실 텐데···. 일단 제가 최대한 따라다니면서 서포트 해드리겠지만···.”

던전이 아닌 필드 전.

“처음이긴 처음인데.”

바깥세상에서야 처음이었다.

하지만 미지의 던전은 필드 그 자체였기에,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

.

.

필드 전은 브라이언에게 있어서 가장 자신 있는 전투 방식이었다.

영국대공습 때 뛰어난 활약으로 대영제국 기사작위 훈장을 받았던 기록까지 있었다.

특히나 그는 원거리 마법사였기에 팀의 지원을 받으면 손끝하나 다치지 않고 수백, 수천 마리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사바나초원지대.

피융!

브라이언이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마법사치고는 엄청난 점프력.

구름을 뚫고 상공 위로 날아올랐다.

자버프뿐 아니라 팀원들로부터 각종 버프를 받았으니 이 정도는 우스웠다.

더군다나 600억짜리 아티팩트 ‘콕테닌 부츠’의 효과까지 톡톡히 본 것이다.

그리고,

즈웅-

그의 발아래에 유리막이 생성되었다.

드넓은 사바나초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당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완벽해.’

탱커와 근접딜러가 지상에서 몬스터를 몰아줄 것이다.

날아오는 에이글 페르콘 떼는 팀의 원딜이 막아줄 것이고.

브라이언은 그저 공격스킬을 퍼붓고, 기력을 회복하고 또 다시 퍼붓고.

밤이 새도록 반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탈출한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리할 수 있을 터.

사체의 보존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였다.

‘뼛속까지 태워버린다. 우두머리가 소환되기 전에.’

어차피 우두머리만 먹어도 돈이 될 것이다.

거기다가 세계본부에서 주는 특별포상금까지 받게 될 터.

스아아아-

브라이언의 손에 적색 지팡이가 소환됐다.

‘이번 기회에 영국의 위엄을 보여주지. 다시는 찍 소리도 못하게.’

화르르르르!

지팡이 끝에 화염구가 소환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위력이 상승해간다.

마치 일출이 시작되는 듯한 광경.

있는 기력을 한곳에 집중하여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초원의 몬스터들이 브라이언을 공격하기에 나섰다.

허나 원딜과 서포터가 몬스터들의 경로를 차단했고.

지상에서는 탱커와 근접딜러가 놈들의 어그로를 끌며 몰이를 시작했다.

힐러는 뒤에서 탱커를 치료하였다.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팀플레이였다.

이윽고 탱커가 신호를 보낸 뒤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족히 2천 마리쯤 되는 몬스터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때를 기다렸던 서포터가 손을 뻗는다.

“돔 프리즌!”

콰아앙!

돔 형태의 투명한 감옥이 몬스터들을 가두었다.

S급 스킬 돔 프리즌(Dome prison)의 효과.

유일한 출구는 천장 가운데 꼭대기에 뚫려있는 구멍이다.

하지만 그곳은 브라이언의 화염구가 들어갈 자리였다.

“킥킥. 한 번에 2천 킬. 헌팅 참 쉽단 말이지.”

2천 마리의 사체면 무려 1000억 원의 가치.

국가랑 회사랑 나누면 팀원 당 30억 씩은 떨어질 것이다.

화아아아-.

회전을 멈춘 브라이언의 화염구.

방대한 양의 기(氣)를 담은 화염구가 날아가기 바로 직전.

번쩍!

새벽녘의 어둠이 한 차례 가라앉았다.

섬광이 일어난 것이다.

먹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기에.

정확히 돔 프리즌의 유일한 출구구멍 안으로,

쿠르르르르릉!

벼락이 휩쓸고 간 자리.

2천 마리 몬스터들의 몸뚱이가 탑을 쌓았다.

개중 단 한 마리도, 조금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감전사로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사체의 보존상태가 이보다 완벽할 순 없었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력을 쏟아 부었으며,

팀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그런데 누군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 것이다.

바로 박시현.

방금 전 벼락을 가한 이는 후방에 있던 시현이었다.

그 광경에 브라이언은 아무 말도 못하고 꼼짝 얼어버렸다.

‘어느 틈에 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접형 누커 아니었어....? 마법계열... 이라고? 게다가 저건··· 물량이 없어서 못 구하는 SS급 스킬인데 저걸 어떻게······.’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준.

허탈해하는 브라이언을 뒤로,

피식.

시현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은 뒤 다음 타깃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잔뜩 화가 난 존(John)이 소리쳤다.

“이, 이러는 법이 어딨소!”

“먼저 먹는 놈이 임자. 헌팅의 기본 중의 기본 아닙니까?”

시현이 한 말이 아니었다.

시현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으니까.

그건, 시현의 매니저 류건이 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존은 류건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임자고 나발이고, 몹몰이를 한 건 우리 쪽이란 말이오!”

“그럼 뭐합니까. 딜량의 99.99%는 우리 쪽에서 넣었는데. 정 그래도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신다면 0.01%정도는 띠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만.”

죽 써서 개준다는 표현이 제격이리라.

하지만 이런 일로 일희일비할 수 없었다.

몬스터들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기 때문.

남은 것을 다 잡으면 인당 50억 씩은 챙겨갈 수 있을 것이다.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

스포츠계 연봉 1위 선수가 2천 억이 넘는 시대였으니 그 정도면 엄청난 수익이었다.

잘 나가는 헌터가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존은 등을 돌려 팀 무전을 전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전 대원은 SLP1(Stimulant pill1)를 투여한다. 무조건 상대보다 많이 잡아.”

-아, 알겠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일당은 건져야했다.

또한, 이대로 귀국한다면 상부로부터 무슨 쓴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SLP1이라···.”

그 지시를 옆에서 엿들은 류건이 존에게 비꼬듯 말했다.

“그런 좋은 약이 있었으면 진즉에 투여하시지 그랬습니까?”

“알바 아니잖소?”

나이지리아가 얼마나 피해를 입든,

존은 시간만 주어지면 어차피 영국 팀이 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값비싼 SLP1을 투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무리를 하겠다는 건가···. 그럼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생각을 마친 류건은 옆에 있던 김지원에게 속삭였다.

“저기, 서쪽하늘 상공으로 올라가세요. 나머지는 무전으로 얘기하겠습니다.”

파앗!

말을 끝나기 무섭게 동쪽으로 이동한 류건.

그와 동시에, 시현의 팀 전용 무전이 울렸다.

치직-

-류건입니다. 매니지 시스템 가동할 테니 제 조언을 믿고 따라주십쇼.

류건이 SSS팀으로 이직한 진짜 이유.

매니지 시스템(Manage system).

류건의 능력이 시현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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