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26화 (26/100)

# 26

시현의 현재 SP는 1550.

미지의 던전에서 나온 뒤,

반년 만에 근 2배의 가까운 기력을 올린 시현이었다.

“D타입 10단계까지 클리어 하셨다고요?”

“예.”

“그럼 이것부터 받으시죠.”

매니저 류건이 시현에게 금속 팔찌를 건네주었다.

“이건 뭡니까?”

“일명 ‘헬퍼’라 불리는 기계장치입니다. 포켓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죠.”

“···이런 것도 있습니까?”

“일단 장착해보시죠.”

철컥-

시현이 팔목에 팔찌를 두르자 시스템이 가동됐다.

띠릭.

띠리리릭-.

헬퍼가 시현의 포켓을 검사 및 정밀 분석하는 것이다.

이내 분석결과가 도출되었다.

[SP : 1550]

[C타입 1단계 최대기대치 : +45]

“최대기대치가 45라는 건, 제가 늘릴 수 있는 기력 량이 총 45라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음-. 이런 식이군요. 하지만 이걸로 뭘 얻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류건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자극캡슐은 각 단계별로 다른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1단계를 클리어 했으면, 반드시 2단계로 넘어가야하는 것이죠.”

그것은 시현 역시 알고 있는 바.

C-1단계를 마무리하고 또 C-1단계를 한다한들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C-1 메카니즘’에 의해 자극을 받았기 때문.

“헬퍼에 나와 있듯, 시현 씨가 1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기력 량은 총 45입니다. 그런데 만약 1단계에서 40의 기력을 늘렸다고 칩시다. 그럼 나머지 5는 어떻게 될까요?”

“다시는 얻지 못하겠죠.”

“그렇습니다. 기회는 각 단계별로 단 한 번이라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헬퍼는, 훈련자로 하여금 최대치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합니다.”

헬퍼.

비단 기력 량을 체크하고 기대치를 알려주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시현 씨가 최대기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 친구가 1분 1초 도와줄 겁니다.”

“이 자그마한 팔찌가요?”

“직접 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헌터중앙기구의 ‘기술력’을요. 자, 그럼 여기로.”

류건은 시현을 C타입 캡슐로 안내했다.

헌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외관상, 인터넷에서 보았던 C타입 캡슐과는 차이가 있던 것이다.

“캡슐마다도 차이점이 있습니까?”

“음. 시중에 나와 있는 자극캡슐이 A타입까지죠?”

“찾아보니 그렇더군요.”

“하지만 우리 헌터중앙기구에는 그 이상의 캡슐도 있습니다. 지난 9년 간 개발에 힘쓴 덕분이죠.”

포켓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메카니즘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

“세상은 넓습니다.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메카니즘이 많을 겁니다. 우리 헌터중앙기구에서는 그것들을 찾기 위해 1분 1초 고군분투 하고 있고요. 자세한 건 들어가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온화한 미소를 짓는 류건.

시현은,

“그러죠.”

딸칵-.

캡슐 안으로 들어가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류건이 한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10초 뒤 C타입 1단계 자극훈련이 작동합니다.

-고통완화 스프레이가 분사됩니다.

-피로도 감소 스프레이가 분사됩니다.

-포켓자극극대화 가스가 분사됩니다.

취이이이익!

스프레이와 가스가 분사돼 한데 섞인다.

시현의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 그 즉시 작용한다.

고통을 완화시켜주고,

포켓이 쉽게 자극받을 수 있도록 체내를 변화시키는 것.

훈련자가 해야 하는 일의 수고를 덜어주는 기능이자,

헌터중앙기구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더군다나···

-헬퍼와 연동되었습니다.

-헬퍼가 런닝 메이트가 되어줍니다.

-현재 컨디션 92%.

벌떡!

헬퍼가 매초 벌어지는 심신 변화를 체크하여 알려준다.

어지간해서는 돌연사할 일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훈련자가 행해야하는 세세한 컨트롤까지도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고.

바디 밸런스를 최적화시켜준다.

이 모든 것이 최대기대치를 맞추기 위함.

D타입도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안타깝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가 중요하다.

A타입캡슐 그 이상까지 최대치의 효과를 얻어내면 되는 것이다.

.

.

.

-C타입 1단계 자극훈련이 종료됩니다.

위이이잉-.

“후···.”

녹초가 돼서나온 시현.

헬퍼가 도와준다한들 힘이 드는 건 매한가지였다.

여러 도움을 받았음에도 난이도가 상당히 높게 느껴졌다.

훈련소 D타입 10단계보다 배는 힘든 것 같았다.

그땐 무대포로 밀어붙여 ‘메인 퀘스트만’ 클리어 한 것이라면,

지금은 공략집을 봐가면서 ‘짜잘한 서브 퀘스트’까지 모두 클리어 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한 시간의 대장정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SP : 1595]

시현은 정밀검사기에 나온 숫자를 보니 뿌듯했다.

그리고 그건 시현뿐만이 아니었다.

짝짝짝-.

영화가 끝난 것도 아니건만 저만치서 들려오는 박수소리.

한 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려온 류건이었다.

“상상 이상입니다.”

“후···. 겨우 C타입 1단계에도 힘들어하는 게 상상 이상입니까?”

훈련결과에 대해 흡족해하는 류건과는 다르게,

시현은 자신을 속으로 자책했다.

던전에서의 지난 8년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바깥세상에서의 훈련은 자신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전 경험’과 ‘능력’은 가히 상상이상이었지만.

기본적인 신체능력은 최고가 아니었다.

이것은 마치, SSS급 야구방망이를 SS급 선수가 잡은 것과 같았다.

어서 방망이의 수준에 맞는 육체를 길러야했다.

하지만 류건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안 믿기시겠지만, 대단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C-1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이는 얼마 없거든요. 헬퍼의 도움을 받는다해도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아마, 캡슐의 기능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쯤 땅바닥에 쓰러져계셨을 겁니다.”

그것은 시현 역시 인정하는 바.

고통완화 스프레이가 큰 도움이 돼주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보검 씨 아시죠?”

“근접딜러 강보검 말입니까?”

팀원들과는 이미 말을 튼 시현이니만큼 모를 수가 없었다.

“예. 보검 씨는 C-1에서 13SP를 늘렸습니다. 기대치의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그건 기밀위반이 아닙니까? 팀원들의 개인사항을 말하는 것이요.”

“원래라면 그렇겠지만 강보검 씨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관없다며 개인정보를 모두 공유해주셨거든요.”

“공유를요?”

“보셨잖아요? 자유로운 사람인 거. 그런 의미에서, 시현 씨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은······”

드르르륵-.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강보검이 단련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 시현이 형 자극훈련하고 있었어요? 오, 역시··· 수습 뗀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C-1을···?!”

강보검이 안으로 들어와 슬쩍 신체정밀검사기를 쳐다보려고 하자.

딱!

류건이 핑거스냅을 쳤고.

탁-.

검사기의 전원이 종료됐다.

그리고 류건이 강보검을 노려봤다.

“강보검 씨. 본인의 정보를 공유하셨다고 해서 다른 분의 정보를 봐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에이, 건이 형.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내가 뭐 기밀이라도 어디 팔아먹을까봐?”

여전히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강보검과는 달리.

“강보검 씨.”

류건은 매서운 눈빛으로 강보검에게 바라보았다.

매의 날카로운 그것과도 같았다.

시현마저도 감탄하게 만드는 카리스마.

‘매니저’로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직후 강보검이 자세를 바로잡고 사과했다.

“아, 미안······.”

“저를 편하게 대하는 건 상관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사내규율에도 편하게 대하면 안 되지요. 다른 팀원에게도 마찬가지. 상대방을 존중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광경에 시현은 짐작했다.

어쩌면, 회사 내에서 진지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류건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마치 엄마 같은 존재였다.

“저··· 시현이 형···.”

기가 죽은 강보검은 류건의 눈치를 살살 살피다 내뱉었다.

“오늘 점심에 나가서 감자탕 먹을 예정인데··· 음, 감자탕 말고 다른 거 먹고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그럼······.”

강보검은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나갔다.

마치 엄마한테 혼줄 난 아이처럼.

후다닥!

강보검이 밖으로 나가자,

류건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어쨌거나 훈련기대치가 상당하시군요. 여기서 이렇게나 더 강해질 수 있다니···.”

“매니저님 덕분이죠.”

“하하. 전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남자.

둘은 서로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외에 다른 훈련을 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방침 상 훈련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니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시현이 원하는 것이었다.

오직 포켓자극훈련뿐 아니라 다른 트레이닝까지.

보다 완벽해지고 싶었다.

그 길을 향해, 류건이 이끌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하실 의향만 있으시다면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싶군요.”

“저야 환영입니다. 떡 준다는데 입 안 벌리고 있으면 그게 어디, 바보 아니겠습니까?”

“하하. 떡이라 할 것까진 아니고요.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해 케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원래 팀원들에게 이렇게 잘해주십니까?”

“기본적인 것은 다 해주지만, 이렇게까지는 안 합니다. 시현 씨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매니저로서 욕심이 생기니까요.”

다소 딱딱한 대화 속에서 시현은 느끼고 있었다.

류건이 자신에겐 유독 더 잘해준다는 것을.

시현이 류건에게 물었다.

“감자탕 드시러 갈 겁니까?”

“아뇨. 저는 오늘 선약이 있어서 점심을 따로 가져야할 듯싶습니다.”

.

.

.

“나다, 류건.”

인근의 인적 드문 공원.

개인차량에 오른 류건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류?

러시아 헌터중앙기구의 제이슨 요원이었다.

본래 러시아는 특수던전을 클리어 할 기술력이 있었으나.

널찍한 땅덩이에 비해 보유한 소환석이 적다보니 헌터중앙기구의 손을 빌리고 있던 것이다.

제이슨은 그곳의 I팀 요원이었다.

-미스터 류, 잘 지내셨습니까?

“전에 자네에게 부탁했던 것만 해결되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군.”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고 했습니다. 전에 의뢰하셨던 그 남자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했거든요.

“무언가?”

류건이 몸을 앞당긴다.

귀에 핸드폰을 밀착시킨다.

전화기 너머로 은밀한 목소리가 넘어온다.

-그 남자, 올해 7월 한국의 M던전에서 탈출한 자입니다.

“그런 거였군...”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일까?

류건은 몸을 움찔거리긴 했으나 격정적으로 놀라지는 않았다.

국가 마다 다르지만 러시아 지사 I팀의 정보력은 가히 최상급이었다.

더군다나 '제이슨'의 경우,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정보능력까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곳에서 정보를 캐낸 흔적은?”

-한국 던전관리부의 정보망에 침입한 흔적은··· 아직까진 전혀 없습니다. 저 빼고요.

이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한국의 던전관리부가 전부라는 뜻.

헌터중앙기구 한국지사 역시 시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지 못했다.

비록 정보력이 뛰어난 I팀이지만, 그 만큼 국가 던전관리부에서 보안에 힘을 썼다는 얘기.

“그래, 수고했어. 마무리도 제대로 부탁한다.”

-예.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드리죠.

뚝.

전화를 끊은 뒤,

“하, 하하하.”

류건은 간만에 조소했다.

역시, 시현을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아, 내 정신 좀 봐.”

전무후무한 괴물을 영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대처를 해야 할 터.

류건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비서관님. 다름이 아니라, 우리 측 박시현 씨 말입니다. 관련 정보 좀 모두 파기해주셨음 해서요.”

매니저로서의 첫 번째 업무.

스타가 세계 무대에 도약하기에 앞서,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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