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21화 (21/100)

# 21

치지직-.

무전이 끝난 후 임장호의 낯빛이 어둑해지자 시현이 그에게 물었다.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음.”

임장호가 심경이 복잡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시현의 말도 안 되는 실력.

둘째는 진홍의 샐러맨더.

화독(火毒)을 일으키는 5성 엘리트 몬스터 급으로,

불을 삼키고 불을 내뱉을 수 있는 무지막지한 몬스터다.

더구나 도마뱀의 특성까지 완벽하게 지니고 있어 몸을 재생할 수 있다고 학계에 알려져 있다.

헌데 그런 놈이 나타나다니!

“진홍의 샐러맨더. 놈이 올 거다. 다들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

“진홍의 샐러맨더라면 겨우 5성 엘리트가 아닙니까?”

“겨우 5성 엘리트라면 이렇게까지 걱정안하지.”

5성 엘리트.

그쯤이야 여기 있는 누구나가 솔로잉으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특수던전이 아니던가?

5성 엘리트 몬스터가 얼마나 강해질지는 예측불가.

특히나 샐러맨더처럼 독을 품고 있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만큼 골치 아픈 것이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공중에 떠있는 소환석 보이지. 저것의 기능이 소환만 있는 게 아냐.”

“그럼요?”

“증폭.”

“놈들의 힘을 증폭시키는 겁니까?”

“그렇지.”

여기서 생기는 한 가지 의문.

“그럼 어째서 녀석들을 소환해서 일을 만드는 겁니까?”

“일일이 소환해서 죽이지 않으면 안 돼. 몬스터습공, 알지?”

몬스터습공.

문자 그대로 ‘습공’.

예측불가, 불시에 지구에 들이닥치는 몬스터 떼.

그게 바로 특수던전에서 나오는 놈들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놈들이 기습하기 전에 미리 끄집어내서 박멸하는 거군요.”

“그렇지. 모든 던전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게이트가 연결돼있어. 하지만 특수 던전의 경우, 잠복하는 것 마냥 놈들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 소환석을 사용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단 뜻이지.”

몬스터 습공이 일어날 경우, 막대한 민간 피해가 발생한다.

반면 소환석을 사용하면 어쩔 수 없이 증폭이 된다.

그만큼 헌팅이 힘들어진다는 뜻.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소환석을 사용할 경우,

뛰어난 정보력으로 증폭의 범위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말로, 소환석이 없으면 특수던전을 클리어 할 수 없는 것.

한국이 자력으로 특수던전을 깰 수 없는 이유였다.

“팀장님! 시작됐습니다!”

방어진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스오오오옹······

소환석이 격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게이트가 점점 짙은 암흑으로 물들어간다.

진홍의 샐러맨더가 게이트를 비집고 나오려는 것이다.

임장호가 무전기에 입을 갖다 댄다.

“S팀에서 알립니다. 분석결과 나왔습니까?”

S팀은 실시간 어라운드 헌팅캠(Hunting cam)으로 I팀에 영상을 발신하고 있었다.

소환석의 반응상태와 주변 환경을 분석해, 샐러맨더의 강함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헌터중앙기구에게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것.

치지지직-.

-I팀에서 알립니다. 빅&딥 데이터 분석 결과, 소환석의 증폭 량이 2442%로 추정되었습니다.

잠시 후 2442%의 증폭량이 소환될 몬스터들에게 분배된다는 뜻.

244마리가 소환된다면, 한 마리 당 거진 1.1배 씩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두머리의 경우, 분배받는 증폭량이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높다.

“후··· 시간 좀 걸리겠군. 증폭 방향은?”

-한 방향이 아닙니다. 아마 진홍의 샐러맨더에게만 집중되지 않을 겁니다. 주의하십시오. 개떼같이 몰려들 겁니다.

본디 5성 이상의 엘리트 몬스터는 호위병을 거닐고 다니는 법.

다시 말해, 소환석의 증폭이 호위병 전체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

팀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무기를 들고서 준비를 시작했다.

탱커 방어진이 말한다.

“그럼 아까 그건 척후병이었나? 젠장. 벌써부터 땀으로 샤워했는데. 땀을 얼마나 더 흘려야 되는 거야?”

“그러게. 나처럼 마틴 제너럴 시리즈 슈트 주문하라니까. 요즘에 누가 그런 무지막지한 갑옷을 입어?”

사수영의 슈트 역시 시현과 같은 제너럴 시리즈.

그래서인지, 시현 역시 화(火)속성에 면역이 있었다.

덥기는 했으나 방어진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엔 힐러 사라가 중얼거린다.

“흥···. 오늘은 꿀 좀 빠나했더니. 추가수당이나 쫙 땡겨야겠네.”

아직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추가근무를 걱정하다니.

대체 상대가 얼마나 강하기에 장기전을 생각한단 말인가?

시현이 살짝 긴장할 무렵.

-고오오오오오오!

고막을 터트릴 것만 같은 괴성과 함께,

화염으로 타오르는 두 손이 게이트에서 튀어나왔다.

마치 헬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악마의 그것과도 같았다.

좌아아아악!

게이트를 발기발기 찢으며 나온다.

마치 어미의 배를 뚫고 나오는 것처럼.

“자고 있는데 강제로 소환해서 많이 화났나보네. 다들 준비하고, S플랜으로 간다.”

“예!”

S(Support)플랜.

대對 엘리트 전에 쓰이는 플랜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누커를 지원한다.

누커가 엘리트를 죽이는데 전념을 다할 수 있도록.

“박시현.”

“예, 팀장님.”

“헌터들의 고질적인 병이 뭔지 알아? 자꾸 쓸데없이 뻥을 쳐.”

“뻥이요?”

“자신의 실력을 숨기려는 거. 특히 우리 같은 시크릿 에이전트는 더더욱 그래. 그런데 너는 역대 최고인 것 같군.”

“역대 최고의 뻥쟁이라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역대 최고의 실력이 있다는 겁니까?”

시현과 임장호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임장호가 자글자글한 눈웃음을 짓는다.

“일단은 전자.”

“그럼 후자도 증명해보여야겠군요.”

“빙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테니까, 일만 잘 끝내자.”

끄덕.

시현이 고개를 끄덕인 뒤 명상을 시작한다.

그러자,

-교오오오오오!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선발대는 5성 노멀 샐러맨더들.

본래 5성 레어 플레임 리자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하지만.

소환석에 의해 힘이 증폭되어 그것들보다도 훨씬 강했다.

그렇다고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닌···

“약 300마리로 추정됩니다.”

그때.

-키야야야약!

놈들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휘리릭!

그러자 때에 맞춰 백옥의 봉을 휘두르는 김지원.

스아아아-.

팀원들에게 화독(火毒)면역버프를 걸어준 것이다.

희소성이 짙은 B급 스킬.

기력소모량 또한 엄청났기에 김지원은 서둘러 명상을 해야 했다.

그 사이.

스컹!

화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강보검이 대검을 휘두르며 차례차례 찢어발겼다.

촤륵!

거기에 사수영의 아이스 애로우 드랍까지.

피융!

파바바바바밧-

누커 시현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아직까지는 괜찮아보였다.

하지만.

-기요요요오오오!

마침내.

게이트를 비집고나온 이족보행 몬스터.

가슴팍에서 진한붉은빛을 발산하는 진홍의 샐러맨더였다.

체고는 약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

날름거리는 혓바닥의크기만 해도 자가용만한 크기.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후욱!

날렵하다.

놈이 빠르게 휘두른 꼬리를 보면.

태애애앵!

다행히 전방으로 나선 방어진이 방패로 놈의 묵직한 공격을 막은 뒤였다.

그러나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십의 샐러맨더들이 공격로를 뚫기 위해 돌진하였고.

콰지지지직!

파아아아앙!

방어진의 방패에 덧씌워졌던 배리어가 파괴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철옹성과 같은 방어를 보여주었다.

“이건 어떠냐. 타이탄스 암스(Titan's Arms).”

거대한 벽이 땅에서 치솟아 올라 샐러맨더들의 불길을 막는다.

하지만 공중은 무방비상태.

무려 B급 스킬인 파이어스톰이 떨어진다.

-교오오오!

그것도 위력이 몇 배나 강력해진 진홍의 샐러맨더의 스킬!

서포터의 지원이 필요할 때였다.

허나 김지원은 아직 기력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가운데,

스슥.

이미 명상을 끝낸 시현이 움직였고.

위험한 상황은 그 즉시 종료되었다.

공중을 붉게 태우던 불덩이는 마치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유(有)에서 무(無)로 돌아갔다.

-그아아아아!

진홍의 샐러맨더는 그 사실에 노여워 노성을 내질렀지만.

그 입은 정확히 3초 뒤 아물어질 예정이었다.

시현이 개구리 뒷다리마냥 무릎을 굽혔으니까.

바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자세.

파아아앙!

시현이 샐러맨더에게로 쇄도한다.

도약의 여파로 땅이 뒤흔들릴 정도.

육체를 강화하지 않은 단순 도약력만으로 진홍의 샐러맨더에게 날아갔다.

도달하기까지 약 10미터.

······5미터.

······1미터!

하지만 시현이 마주한 것은 진홍의 샐러맨더가 아니었다.

-크오오오!

호위병 노멀 샐러맨더들이 개떼처럼 시현에게 달려든 것이다.

그저 육탄전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꼬리에서 휘두르는 것은 예사였고,

화르르르르-!

입에서 불을 뿜어댔다.

‘용을 쓰는구나.’

놈들이 거슬렸던 시현은,

휘이잉!

공중제비 하듯 공중에서 몸을 반 바퀴 굴러.

-퀴이익?

놈들의 꼬리치기를 모조리 피한 뒤 두 주먹을 동시에 내뻗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매우 빠르게, 프레스토(Presto)처럼.

파바바바밧!

스커엉!

공중에서 무자비하게 도륙 나는 샐러맨더들.

보이지 않는 시현의 주먹난사에.

퍼엉!

퍼어엉!

폭죽 터지듯 흔적도 없이 터져버린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파바바바밧!

공중에 떠오른 시현은 거듭 내뻗는다.

-케에에에엑!

그 순간 덤벼들었던 100여 마리의 샐러맨더들은 몸뚱이가 무차별적으로 잘리고 난잡하게 요절났으며.

커엉-.

서걱!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 광경에 화가 잔뜩 난 진홍의 샐러맨더는,

-기오요요오오오!

양손 가득 마그마 볼(Magma ball)을 소환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속타(屬打).

시현의 주먹은 멈출 줄 몰랐다.

파바바바밧!

수속성의 권격.

한 방, 한 방씩.

거침없이 내지른다.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다.

파아앙!

파파파파팟!

-쿠어억···.

신명나게 두들겨 맞고 신음을 흘리는 샐러맨더.

스응.

시현은 마무리를 짓고자 육체강화스킬을 사용했다.

불끈-.

시현의 양손이 칼날처럼 날카롭고 도검처럼 단단해졌고.

그것은,

스컹!

육중한 샐러맨더의 몸을 무자비하게 베어냈다.

사악!

-키요오오오오!

도축 업자처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사삭!

두 다리가 잘려나가고 팔이 잘리고.

결국에는 몸통과 머리 밖에 남지 않은 진홍의 샐러맨더.

살려달라는 듯 울부짖고 있다.

허나,

“그럴 순 없지.”

찌걱-.

시현이 구속로프를 챙긴다.

생포해서 마무리를 지으려던 찰나.

“조심해라! 놈은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

뒤에서 샐러맨더들과 고군분투 중인 임장호가 외쳤다.

소환석에 의해 힘이 증폭된 만큼 재생력도 상승한다는 뜻.

꿀럭꿀럭-.

임장호의 말대로 진홍의 샐러맨더가 팔다리를 재생하고 있었다.

핵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무한히 자라날 터.

따라서 핵을 파괴하는 것이 누커의 진짜 역할인 셈.

척!

시현이 두 손바닥을 모았다.

그 끝에서 물 회오리가 일어난다.

“바람이 불고.”

스오오오······.

물 회오리를 머금은 구체가 진홍의 샐러맨더에게로 날아간다.

가슴팍을 향해.

푸슈슈슈슈슛!

명치에 꽂혀 근육을 찢고 뼈를 깎아 체내로 파고들었고.

“남풍은 멈출 줄 모르는 법.”

콰아아아아아-!

무한회전(無限回轉)하였다.

샐러맨더의 핵이 터져 산산조각 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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