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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령술사-14화 (14/100)

# 14

4주차 일요일.

입소 한 달을 맞이한 수습헌터훈련소는 처음으로 휴일을 가졌다.

다름이 아니라, ‘추석’이었기 때문이다.

수습생들은 교관의 통제 하에 전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잘 있지. 아, 지금 몇 등이냐고? 지금이······.”

친구와 통화하고 있는 한 수습생에게 교관이 눈짓을 준다.

등수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뜻.

매주 통보되는 시험점수를 외부로 노출시키는 건 규율위반이었다.

군인도 아니거늘 핸드폰을 반입 금지하는 이유도 그것.

수습생들은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애인과 가족과 전화할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그마저도 못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4주 연속 굳건히 1등을 지키고 있는 시현.

“후아, 후아-.”

콜링존(Calling zone)이 붐비는 사이.

시현은 포켓단련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처럼의 휴일이었지만 시현의 몸은 단 하루도 편히 쉴 수 없었다.

지난 8년 미지의 던전에서 피땀을 흘리며 살아왔던 시현이다.

그간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언제 몬스터가 소환될지 몰랐기에.

언제 자연재해가 내리고 트랩이 터질지 몰랐기에.

나날이 강해져야만 했다.

그게 어언 8년.

이미 훈련에 적응된 육체는 하루라도 쉬면 몸에 가시가 돋을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헉, 헉, 헉···.”

포켓단련실에서 나홀로 수련 중이었다.

외로움?

그런 건 잘 모른다.

너무 오래 적응되었기에 혼자가 편했다.

남과 웃고 떠드는 시간에 포켓의 사이즈를 1mm라도 더 늘리는 게 이득인 것이다.

“다시.”

휴식은 끝났다.

시현은 정신을 집중하고 캡슐 안으로 들어가 섰다.

약 2평 크기의 캡슐에는 여러 가지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포켓자극캡슐이라 불리는 이것은 한 대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훈련기계였다.

딸칵.

장치를 착용한 시현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이이이잉-.

철컥.

문이 닫히고 캡슐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지지지지지직!

세상을 조화하고 있는 기(氣)가 캡슐 내부에서 변이한다.

마치 돌연변이가 되듯 특수물질로 변이되었고.

시현이 입을 열었다.

“마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한 법.”

솨아아아아아-.

특수물질로 변이된 기(氣)가 시현의 체내로 흡수되고.

체내로 흡수된 기는 포켓으로 들어갔다.

“···크윽.”

시현의 포켓이 특수물질과 격동적으로 반응한다.

펄떡!

포켓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고통스럽다.

아랫배에 엄청난 통증이 불어 닥친다.

내장을 주무르는 듯한 불쾌함과 오장육부가 타오르는 듯한 고통.

하지만 감내해야하는 시간이다.

“크으으으···.”

1세트에 약 1시간.

지금 이 시간만큼은 그 어떤 기력을 사용할 수 없으며.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도 없다.

온 신경을 포켓에 집중하여, 특수물질과의 반응을 극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것.

그것이 훈련자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꽈득.

시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결국에는 피가 철철 흐르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고.

마침내.

띠이이이-.

-포켓자극훈련 5단계를 종료합니다.

고통을 모두 견뎌낸 시현이었다.

펄떡-.

시현의 포켓은 수축과 팽창을 멈췄고, 고통 역시 사그라졌다.

“후···.”

이번엔 생각보다 힘들었다.

포켓자극훈련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하루 째.

5단계까지 스트레이트로 클리어 한 시현의 몸은 말이 아니었다.

이런 수련방식은 낯설었기에 더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세상에 이런 발명품이 있었을 줄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포켓자극캡슐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기력시험 이후.

어젯밤 시현을 찾아왔던 기전수 교관과의 면담덕분에 알 수 있었다.

훈련소에 이런 훈련기계가 있다는 것을.

그가 아니었다면 무식한 방법으로 수련했을 터였다.

반면 수습생들이 포켓자극훈련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고된 훈련이었기 때문.

다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스킬 단련에 시간을 투자할 뿐이었다.

A클래스 수습생들도 웬만해서는 포켓단련실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드르르륵-.

단련실의 문이 열린 것이다.

“훈련은 잘 되가나?”

“아, 교관님이셨습니까.”

누군가 했더니 기전수 교관이었다.

시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던 그는 자진해서 시현의 튜터가 돼주었다.

시현이 머지않아 대단한 헌터가 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보상을 바라고 도와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스승의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

기전수 교관이 캡슐을 살피더니 토끼눈을 떴다.

“자네 방금··· 설마 5단계로 한 겐가?”

“예.”

기전수의 눈이 토끼눈에서 도끼눈으로 바뀐다.

믿을 수 없다는 눈치.

아니, 이게 사람인가?

어쩌면 시현은 포켓성장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쳐도··· 하루에 5단계까지 올렸다니.”

어디 그게 가능한 일인가!

1세트 이후 심신을 회복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래서 갑부 헌터들이 옆에 수준급의 서포터와 힐러를 달고 훈련하는 것인데.

“다른 수습생이 도와줬나?”“혼자 했습니다. 제가 체력이 좀 좋아서요.”

어이없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무도가’라고 말했던 시현이 치유 스킬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사실 시현에겐 치유 스킬이 있었다.

그것도 무려 A급으로.

그 덕에 5단계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1. 자극훈련.

2. 치유스킬로 인한 체력회복.

3. 명상스킬로 인한 기력회복.

이 과정을 7시간 동안 무한 반복했던 것.

“안 그래도 5단계는 확실히 벅차더군요.”

“당연히 그럴 테지···. D레벨 캡슐 5단계는 교관들도 꺼려하는 수준이니까.”

기전수는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박시현, 이 남자는 난세의 영웅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럼 어디··· 포켓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한 번 체크해보자고. 이리로 오게.”

시현은 기전수를 따라 신체정밀검사기에 올랐다.

삐빅-.

“오늘아침에 890이었으니까···.”

훈련의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고작 반나절 만에 94의 기력량을 올렸다.

포켓의 사이즈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수습생 근접딜러들의 평균 SP가 120인 것을 감안하자면 이는 엄청난 수치!

“허허. 갈수록 놀랍구먼. 이 속도라면 D레벨캡슐 클리어도 며칠 안 걸리겠어.”

D레벨캡슐의 경우 10단계가 끝.

D레벨을 끝냈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미 끝낸 단계의 훈련을 아무리 해봤자 포켓의 사이즈는 늘어나지 않는다.

수습생들이 포켓자극훈련을 기피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신체능력과 정신력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자칫했다간 목숨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시현은···.

“뭐 좀 먹고 와서 6단계로 해야겠군요.”

“허허···. 이러다가 오늘 10단계까지 클리어 할 기세구먼.”

“클리어 하라고 발명한 게 아닙니까?”

“.....가능만 하다면야···. 해야지, 클리어.”

몸 상태로 보아하니 10단계까지는 무리 없이 끝낼 수 있을 듯했다.

관건은 그 다음.

“10단계까지 클리어하면 그땐 어떡하죠?”

“······C레벨로 넘어가야지. 넘어갈 수 있다면.”

“그럼 심신단련도 병행해야겠군요.”

C레벨을 견뎌내려면 더 강인한 심신을 갖춰야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진 말게. 자네는 아직 젊잖아?”

“젊을 때 바짝 해야죠.”

“하하. 그 말도 맞구먼. 그래도 다음 주부터는 액티브스킬 훈련이 있을 예정이니까, 일정에 지장 없을 정도만 하게나.”

끄덕.

시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기전수 교관이 수고하라는 말을 덧붙인 뒤 등을 돌렸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기전수를 참된 스승이라 생각한 시현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 모습에 기전수 교관은 더더욱 기대되었다.

과현 시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수습기간 후 어떠한 헌터가 돼있을지.

.

.

.

16주간의 1차 훈련기간이 끝나고, 훈련수료식이 있던 날.

수료식에 고위인사들이 자리했다.

그 중 유독 돋보이는 남자.

헌터중앙한국기구 부총장이었다.

VVIP석에 앉아있는 부총장은,

교장에서 수습헌터들을 지휘하고 있는 시현을 보았다.

“저 자가 수석이라고?”

“예, 부총장님.”

옆에 앉아있던 함경만 본부장이 대답하자.

부총장은 시현을 가만히 응시했다.

‘저 자란 말이지. 성적도 완벽하고, 게다가 무도가의 권능이라 했던가?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볼까.’

겉모습만 본다면, 시현은 누가 보나 군계일학이었다.

하지만 속은 알 수 없는 법.

부총장은 시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톡톡-.

이윽고 장광 훈련소장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고.

연설이 끝난 뒤 시현이 우렁차게 말했다.

“박시현 외 19명 A클래스 수습생은 즉시 제7교장으로 이동 후 시범행사를 보이겠습니다.”

시현을 포함한 A클래스 수습생들은 제 7교장으로 이동했다.

“제 7교장이 어딘가? 좀 널찍한 곳인가?”

“예, 부총장님. 10만 평정도 되는 부지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 실전훈련에 쓰인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무얼 하는데?”“각종 묘기 같은 게 준비돼있답니다. 저 홀로그램으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마침 교장 허공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방금 막 7교장에 도착한 이들이 널찍한 대지 위에 띄엄띄엄 앉아있었다.

그들 모두가 같은 자세를 취했다.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린다.

“메디테이션? 그런데 저 자는 어째서···”

가장 선두에 홀로 서있는 한 남자.

시현은 달랐다.

그는 혼자 일어서서는 양손을 모았다.

보고만 있어도 경건한 마음이 찾아온다.

“오오···!”

부총장이 감탄하던 순간.

콰과과과과과광!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홀로그램이 종료됐다.

.

.

.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료식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7교장 전체가 진동하더니 우수수 가라앉았다.

던전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지하던전에 떨어진 스무 명의 A클래스 수습생들 중 다친 인원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볼 뿐.

“설마 이거··· 실전 훈련을 이어서 하는 건가?”

“말도 안 돼···. 고위인사들 데려와 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인다고?”“그게 무슨 개소리야? 인간이 던전을 마음대로 발생시킬 수가 있겠어?”

“시, 실전을 위한 가상던전 뭐 그런 거 아닐까···?”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보면 알게 되겠지.”

시현이 먼저 발걸음을 뗐다.

그와 동시에 주위를 쭉 둘러본다.

음산한 대기와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겨울 치고도 상당히 쌀쌀하다.

즉, 단순한 지하가 아니라는 얘기.

‘던전이군.’

확신한 시현은 기력을 가득 채우고 발을 땠다.

그 순간.

“대표님!”

수습생들이 시현에게로 몰려든다.

최대한 더 가까이 붙으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누가 보면 할리우드 스타라도 내한한 줄 알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여명의 A클래스 수습생들은 대부분 던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

실제로 던전에 들어 와본 사람은 시현과···

“규모가 상당히 큰 던전이네요.”

제이뿐.

시현이 제이에게 고개를 돌린다.

“던전에 와본 경험이 있나요?”

“네. 6년 전이었나? 중학생 때요. 집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집이 무너져 내리더라고요.”

“그래서. 몬스터도 잡아봤고?”

“아뇨···. 그땐 권능을 받지 못했을 때여서요. 아직 1년 밖에 안 됐거든요.”

오호라.

권능을 받은 지 1년 밖에 안됐는데도 이 정도라고?

여간 재능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김은혜보다도 뛰어날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알아두면 나쁠 거 하나 없는 여자였다.

예나 지금이나 인맥은 중요한 것이니까.

“내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와요.”

“네.”

20명의 수습생들이 이열종대로 길을 나섰다.

10분쯤 걸었을까?

시현이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었다.

“전방에 플라잉 만티스 500마리 대기 중.

“네··· 네?”

“다들 뒤로 물러나시고.”

“그, 그게 무슨······.”

당황하는 수습생들을 뒤로, 시현이 단신으로 발을 뻗었다.

“딱 10초. 밟아 으스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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