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11화 (11/100)

# 11

달가운 문자가 시현의 스마트폰을 채웠다.

[수습헌터훈련 7.30(월) 09:00까지 경기도 평택 헌터지구B 수습헌터훈련소 제 1교장으로 입소]

아직 수습헌터인 시현이었다.

헌터자격시험 후 수습기간을 모두 거쳐야 정식헌터가 될 수 있었다.

대학교와 같은 것이다.

높은 평점을 얻을수록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

과정은 총 두 단계.

1차 기본훈련, 총 16주간의 훈련을 수료해야 하며.

2차 심화훈련, 총 5주간의 심화훈련을 끝마쳐야 한다.

다시 말해, 21주간의 수습과정을 거쳐야 정식헌터가 되는 것.

“이 정도면 뭐.”

시현은 걱정 없이 짐을 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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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헌터지구 수습헌터훈련소 제 1교장.

120여명의 수습헌터가 횡렬종대로 서있다.

톡톡, 가운데에 선 소장이 마이크를 두들긴 뒤 외친다.

“아아-. 반갑습니다. 수습헌터훈련소 소장 장광입니다.”

짝짝짝.

박수갈채가 잇따른 뒤, 장광 소장은 설명을 시작했다.

훈련소의 역사나 규율, 일정 등.

모두 귀담아 들어야할 것들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1차적으로 16주간의 합숙이 예정돼있습니다.”

생활관은 A-F, 총 여섯 개의 클래스로 나뉜다.

배정기준은 정규시험에서의 성적이 될 것이고,

그 뒤로는 훈련성적에 따라서 등락이 있을 예정이었다.

일정 공지를 모두 얘기하자 장광 소장은 맨 앞줄에 서있는 시현을 불렀다.

“수습헌터 박시현. 앞으로.”

저벅-.

“귀하는 제 17회 헌터자격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았으므로, 임시수습헌터대표로 임명합니다.”

임시수습헌터대표.

수습헌터들을 이끄는 대표다.

또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시현, 본인은 수습생들의 귀감이 되며, 눈과 귀가 됨과 동시에 훈련소 교관님들의 손발이 되어, 맡은 바 본분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에 선서합니다.”

시현의 선서를 뒤로 클래스 배정이 시작됐다.

시현이 배정받게 된 클래스는 당연히 A.

A클래스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하나같이 오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

“저 사람인가 봐.”

“신체등급에서 만점 맞은 사람?”

“와-. 생긴 것부터 다르네. 어디 재벌가 아들인가?”

“그러겠지. 비싼 돈 들여가며 개인수업에, 비싼 스킬북으로 스킬 터득했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래?”

“아니면 재능이 엄청나거나······.”

“에이, 설마.”

수근 대는 수습생들.

시현은 클래스 중에서도 최상급이었기에.

다른 A급 수습생들을 하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른바 군계일학!

모두가 시현을 경계하는 가운데.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 오는 여자가 있었다.

합숙이라고 남녀 분리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생활관을 쓴다.

즉, 사회에서의 또 다른 군대인 것이다.

하지만 군대생활은커녕, 합숙생활조차 해봤을 리 없는 시현에게는 매우 낯선 환경이었다.

그런 가운데, 아리따운 여성이 말을 걸어오다니.

‘상당히 수상하군.’

시현은 진지 근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죠?”

“······!”

여자가 당황한다.

이런 인사법은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에.

설마 이거, 경계하는 건가?

더군다나 시현이 이어 내뱉은 말은,

“용건이라도?”

“아뇨. 용건은 없어요. 단지 친해지고 싶어서요. 시현 님, 우리 대표잖아요.”

그녀는 솔직하고 대담한 여자였다.

시현은 그런 그녀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이름이 뭐죠?”

“제이에요.”

제이··· 혼혈인가?

어쩐지 얼굴과 몸매에서 유럽풍이 풍기더니만.

“잘 부탁드려요, 대표님.”

“저야말로.”

벌써부터 추종자가 생긴 시현이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최초로 있는 일은 아니었다.

.

.

.

“7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을 거요. 한성 천우현 전무님이었던가요? 훈련소 내에서 자신을 따르는 조직을 만든 것이?”

“그렇습니다.”

훈련소장실.

장광 소장과 장년의 남성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장년의 남성은 간만에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이었다.

이름은 함경만.

현 헌터중앙기구 헌터특수본부장.

전 아진그룹 미래전략본부장 겸 부회장.

그런 거물이 여기 온 이유는···

“허허. 그런데 그 얘기를 하러 오신 게 아닐 텐데···. ”

그렇다.

고작 천우현 전무의 과거를 칭찬하기 위해서?

그럴 리가 없었다.

애당초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특수본부 인원을 뽑는 겁니까?”

“그렇소.”

헌터특수본부.

안 그래도 비밀에 휩싸인 헌터중앙기구에서도 은밀하게 운영되는 조직.

공기업도, 공무원도 아닌 철저한 '사기업'이었다.

“국가로부터 승인은 받으셨겠지요?”

“물론이오.”

“알겠습니다. 그럼 보충입니까? 아니면 대체입니까?”

“자세한 사항까진 알려드릴 수 없소.”

함경만은 입에 지퍼를 채웠다.

그저 신입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그래서 무슨 포지션이 필요하신 겁니까?”

“누컵니다.”

“메인 포지션이군요.”

누커(Nuker).

핵무기를 이용한 공격을 의미하는 속어 Nuke에서 따왔다는 단어.

순간적인 폭딜을 담당하는 포지션으로,

대개 버서커, 무도가, 위자드의 권능을 부여받은 자가 맡는다.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누커의 권능이 아니더라도 싹이 보인다싶으면 말씀해주시고.”

“예.”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중앙기구의 부탁이 아닌, 사심입니다.”

“사심이라··· 그건 곤란합니다만.”

장광 소장.

그 어떤 압력에도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다.

뒷돈 받고 특정수습생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혹시 아진 사람입니까?”

아진 사람이라면 뒤를 봐줄 수 있다는 뜻.

하지만···

“누가 상을 주랬소?”

“그럼······?”

“벌을 줘야지요.”

“누굴 말입니까?”

“박시현. 잘 알고 있을 거요. 이번 수석.”

“······!”

박시현 그 자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함경만 씩이나 되는 자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인가?

장광은 입을 닫고 귀를 열었다.

그러자 함경만이 말을 이었다.

“잘 들으시오. 그 남자, 헌터가 되어선 안 되는 사람입니다.”

“허어···. 실격시키라는 말씀입니까? 그러기엔 명분이···”

“그 자, 대표라고 했지요? 불시훈련을 시행해 책임을 물으면 되지 않겠소?”

“불시훈련이라면···”

“오랜만에 만점자도 나왔고 하니, 최고단계가 어떻겠소?”

.

.

.

“불시훈련?”

“네. 적들이 불시에 불어 닥치는 훈련이에요. 정보에 의하면 보통 8주차 때부터 시작한다더군요.”

시현 옆에 붙은 제이가 훈련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불시훈련은 몬스터습공 및 대 테러작전에 대비해 불시에 하는 훈련이었다.

“정규훈련과정에 보면 잘 나와 있으니 한 번 보세요. 특히 수습생 대표는 수습생들을 미리 훈련시킬 의무가 있거든요.”

“대표가 할 일이 꽤 많군.”

“그래도 가산점을 받잖아요. 앞으로 8주 정도 남았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아요.”

제이는 마치 자신이 시현의 비서인냥 행동했다.

시현도 그런 제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첫날부터 굴리는 건 아닌 것 같군요. 벌써부터 사람들이 다 지쳐있는 걸 보면.”

원래 그렇다.

훈련이 없는 날이라도.

사회로부터 격리된 세상에 갇혀있다는 것은 현대인에게 있어서 큰 고통이었다.

그래도 첫날은 별 탈 없이 흘러갔다.

강당에 모여 대략적인 일정소개와 규칙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고.

밤에는 점호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날 밤.

점호 담당 교관이 A반에 들르기 직전.

평소에도 말이 많던 남자 둘이 속닥거리고 있었다.

“여기가 군대야, 뭐야?”

“뭐 어쩌겠냐. 하라면 해야지.”

“씨발. 그건 참겠는데, 여기서 어떻게 16주를 버텨?”

“그래도 담배필 수 있는 게 어디냐. 핸드폰은 없어도···.”

그렇긴 하다.

확실히 군대보단 나았다.

그리고 또···

“여자도 한 방에서 지내잖아. 제이라고 했나? 솔직히 존나 예쁘지 않냐? 잘 때 슬쩍···.”

“흐흐. 미친놈. 그럼 네가 말 걸어봐.”

“글쎄. 이미 우리의 ‘대표님’한테 한 번 대줬을 거 같은데? 큭큭.”

두 남자가 소곤소곤 비아냥댄다.

시현에게서 질투심을 느끼고 그러는 것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쓰레기는 있군.’

시현은 다 듣고 있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

“거기 둘.”

“뭐?”

시현이 손가락을 들어 둘을 가리켰다.

“이 앞으로 좀 와보세요.”

“참나. 대표면 다야? 지가 오라하면 우리가 가게?”

“아, 그런가요?”

까딱.

시현이 손가락을 굽힌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데, 그들이라고 안 오겠는가?

순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벌떡!

두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시현에게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마치 각 잡힌 병정인형이 걸어오는 모양새.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두 남자는 같은 생각을 했다.

‘어어···? 왜, 왜 내 몸이······?’

지금 이 상황이 경악스러웠지만.

둘은 감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설마 이거······.’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고위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스킬.

‘구속’과 ‘통제’.

그것과 같은 현상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위이이이이이이잉-.

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공습경보사이렌이 울린 것이다.

“뭐, 뭐지?”

“재, 재난경보 아니야?”

“멍청한 새끼야. 아까 강당에서 뭐 들었어? 저 소리는 공습경보 사이렌이잖아!”

“······공습경보?”

수습생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설마 불시훈련?”

“말도 안 돼! 이제 첫날이라고!”

“.....그래도 일단 도망부터 치는 게 낫지 않을까?”

불시훈련 대처매뉴얼.

수습생들은 적들을 피해 안전한 지대로 대피해야 한다.

여기서 적이라 함은.

타다다다다닷!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긴급한 전투화소리.

불시훈련을 담당하는 교관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이 생활관 안으로 침투하려는 것이다.

연이어 경보가 울려 퍼졌다.

위이이이이잉!

<공습경보. 공습경보.>

<현 시간 이후로 훈련소 전 지역에 나이트메어 III가 발동됩니다.>

“!”

“나··· 나이트메어 쓰리면....”

최고단계.

15주차에나 시행될 법한 훈련을.

“첫날에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수습생들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억울함에 겨워 몸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제이는 달랐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가 불시에 습격받는 것처럼.”

시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몬스터들이 예고하고 습공해오는 건 아니니까.

무릇 헌터라면 이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날부터 파란만장하군.”

스윽-.

시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때마침.

다다다다닷!

복도로 침투한 검은 슈트의 사내들.

나이트메어III 팀 교관들이 A클래스 생활관 안으로 들어오더니.

“잡아.”

그들에게 잡혀서 포박당할시,

헌터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 되어 바로 실격처리 된다.

다시 말해, 수습생 전원이 실격될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려는 것.

장광 소장은 그 모든 책임을 시현에게 전가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장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거기까지.”

시현의 최고 잠재력.

언령 진(眞).

“나가세요.”

그 말 한 마디에.

나이트메어III 교관들은 귀신에 홀린 듯 조용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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