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10화 (10/100)

# 10

가리킨 것은 인근의 한성건설 아파트였다.

“아파트를 사달라는 건 아닌 것 같고. 한성건설을 사달라는 거냐?”

“좀 부담 되나?”

“뭐··· 한성건설쯤이야. 쨔샤, 내가 저거 하나 못 사줄까봐?”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둘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다가.

시현이 경로를 바꿨다.

“언젠간 때가 오겠지.”

좌우간, 시현으로서는 얻은 게 많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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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선 7월.

대한민국의 공시생들이 구슬땀을 흘릴 시기다.

특히 헌터지망생들.

“헌터자격시험이 다음 주였던가?”

“예, 실장님.”

한성그룹 미래전략본부 기획실장실.

천우현 전무는 경영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요직을 꿰차고 있었다.

아버지가 기업총수였기 때문.

헌데 그가 헌터자격시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과장은 영문을 알지 못했다.

물론 천우현이 한성H&M 소속의 정식헌터이긴 하지만.

그는 허울만 헌터였다.

위험한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고,

돈으로 실력을 키우는 부잣집 헌터 중 하나였다.

“시키실 게 있으십니까?”

“그래. 이번 감독관들 좀 알아봐. 무슨 소린지 알지?”

“아-. 알겠습니다. 추가적인 조치는 제가 취하겠습니다. 타깃만 알려주십시오.”

“박시현. 떨어트려. 무조건.”

천우현의 장난기를 모르는 김 과장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양아치 짓을 즐겨하던 천우현이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과연 이번엔 타깃이 누가 될 것인지.

무슨 잘못을 해서 천우현의 눈 밖에 났는지.

불쌍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김 과장은 알지 못했다.

단지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박시현을 떨어트려야하는 진짜 이유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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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차-.”

헬스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나오는 길.

시현은 핸드폰에 와있는 문자를 읽었다.

[헌터자격시험 8.14(토) 13:30까지 시험대기실 입실(13:30 이후 입실 불가)]

던전에서 탈출한 지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시현은 그 동안 헌터자격시험만을 준비했다.

실기는 물론 필기까지 합격해야 했기에.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만약 시험장에 감독관이 없다면,

기억 스킬을 활용해서 필기만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시험장엔 기력감지기가 설치돼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정도 했으면 붙겠지.’

워낙 공부머리가 좋았던 시현이다.

그뿐 아니라 잔머리도 잘 돌아갔고.

쉽게 말해 두뇌가 남들보다는 뛰어났다.

필기 공부량은 평균 3달치였지만 시현은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실기랑 면접인데···.

‘실기는 뭐.’

지난 8년간 고독한 수련을 해온 바.

걱정할 게 없었다.

관건은 면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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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당일.

시현은 문자 한통과 함께 일어났다.

발신인은 이용수였다.

[다른 건 걱정 말고 시험에 집중해라. 파이팅 하고.]

지난 날.

한성건설을 사달라는 시현의 부탁을,

이용수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시현도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언젠가 실행할 자신의 계획을 도와달라는 의미였을 뿐.

‘친구하나는 기가 막히게 뒀단 말이지.’

시현은 감사답장을 넣고 집을 나섰다.

차타고 이동하니 시험 장소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시험장에 입실하니 1천 명의 헌터지망생들이 대기 중이었다.

헌터가 얼마나 인기직종인지 실감할 수 있는 광경.

그들은 그때까지도 문제집을 보며 달달 외우고 있었다.

이내 시험 감독관이 들어오고.

“제 17기 헌터자격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그 말을 시작으로 시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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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결과는 즉각 나온다.

옛날처럼 며칠을 기다리고, 인터넷에서 확인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응시생 462번 박시현 합격]

“그럼.”

그렇지.

한 번 좋았던 머리가 어디 갈 리 있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젠 상관없다.

85점이든 100점이든 합격만 하면 실기를 볼 수 있으니까.

시현은 안내에 따라 실기장으로 넘어갔다.

실기시험은 별 거 없었다.

쉽게 말해서 신체검사정도?

크게 근력, 민첩성, 체력, 기력을 검사한다.

먼저 근력.

순수악력/순수근밀도/순수각력 등을 개별채점한 뒤 합산한다.

“449번 응시자, 김용호님 앞으로 나와 주세요.”

시현의 바로 앞 사람.

김용호라는 남자가 악력기를 측정한다.

얼굴을 붉힌다.

팔뚝에 핏줄이 튀어나온다.

악력기의 숫자가 급속도로 올라간다.

좌르륵-

[67.8kg]

“67.8kg. 시험점수로 77점입니다.”

시험점수는 D급 헌터를 기준으로 한다.

즉, 백점만점이 D급 헌터의 최상급이라는 얘기.

남성 평균이 50kg인 것을 감안하면, 67.8kg는 상당히 높은 숫자였다.

순수 악력을 저 정도로 올린 것을 보면 부단한 노력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은 시현의 차례.

건장하고 균형잡힌 체격만큼이나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리고.

시현이 악력기에 힘을 주자마자.

좌르르르르륵!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가는 숫자.

“어··· 어어?!”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시험 감독관도 마찬가지.

‘무, 뭔데?’

D급 기준으로 100점 만점!

감독관경력 4년차의 그로서는 정말 간만에 보는 기록이었다.

그렇게 근력테스트는 순탄하게 진행됐고.

민첩 테스트와 체력 테스트에서 모두 최고의 점수를 받은 시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기계는 기력의 절대량을 체크하는 도구입니다. 이곳에 양손바닥을 올리고 계시면······”

기력테스트.

최대기력량이 얼마나 되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재능이나 권능에 의해서 결정된다.

후천적으로는 늘리기는 상당히 어렵다.

달리 말해, 헌터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462번 응시자, 박시현님 앞으로 나와 주세요.”

시현이 기계 위에 올라섰다.

순간, 주변의 모두가 침묵한다.

긴장된 분위기가 감돈다.

정작 시현은 그 어떤 긴장도 하지 않았건만.

오히려 주변에서 더 난리였다.

과연 저 남자가 이번에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기력까지 높게나오면 진짜 소위 말하는 사기캐릭터인데.

에이 설마, 기력까지 높겠어?

사람들은 의심의 눈빛으로 기계의 측정판을 응시했다.

그리고.

촤르르르륵.

기계에 나온 숫자가 모두를 경악시켰다.

그 숫자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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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D급 기준 기력점수가 100점이면, B급 스킬도 한 번 정도는 시전할 수 있겠는데.”

다음 면접을 기다리던 면접감독관 3명 중 1명이 시현의 성적에 감탄한다.

그러자 옆에서 다른 면접관이 맞장구를 친다.

“기본신체능력도 뛰어납니다. 더 볼 것도 없겠네요. 간만에 괴물신인이 탄생하겠어요. 과거 이력에 문제될 것도 없고요.”

시현의 이력엔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래도 면접은 봐야하지 않겠소? 인성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거고, 사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

중앙에 앉은 고령의 면접관이 초를 친다.

그는 면접관 중 최고령자이자 최고 상관이었다.

“그건 맞는 말씀이지만···. 흠.”

“일단 봅시다.”

띠잉-.

면접관이 벨을 누르자 면접실 문이 자동적으로 열린다.

바깥에서 건장한 남성이 들어온다.

박시현.

겉보기엔 어디 부잣집 도련님이나 다름없다.

헌터가 아니라 배우를 해도될 정도.

하지만 저 정도 능력이라면 필시 헌터를 시켜야했다.

시현에게 호감을 가진 면접관 한 명이 먼저 물었다.

“헌터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별 거 없습니다.”

“예?”

의외의 답변.

면접관 셋이 일제히 상체를 앞당긴다.

이내 시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더 많은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죠.”

“그 말은··· 이미 잡아봤다는 얘깁니까?”

“몬스터와 공존하는 세상이 아닙니까. 한두 번쯤 던전에 갇히는 건 일도 아니죠.”

“흠··· 그렇군요.”

예의가 없을까 걱정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시현은 면접태도까지 좋았다.

이번엔 다른 면접관이 묻는다.

“권능이 무도가라고요?”

“주로 주먹을 쓰죠.”

“혹시 터득한 스킬이 있습니까?”

“배운 건 없지만 습득한 건 있죠. 좋은 스킬들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만.”

“오호라···.”

스킬을 자연적으로 습득하다니.

재능은 이미 증명된 것 아닌가?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그러나 시현의 그런 태도를 좋게 보지 않는 이가 있었다.

“쯧···.”

중간에 앉은 최고령 면접관.

그가 시현을 지적했다.

“헌터에게 있어서 자만은 독입니다. 그걸 아셔야할 텐데요.”

“자만이 아니라 자신입니다.”

“지금 면접관에게 말대답 하는 거요?”

“말대답이 아니라 어필입니다.”

“이, 이 사람이······!”

시현을 지적하려다가 역으로 된통 당했다.

낄낄, 양옆의 면접관들이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인다.

누가 봐도 시현이 잘못한 건 하나 없었다.

최고령 면접관은 이를 갈았다.

그는 한성그룹 미래전략본부실로부터 받은 돈이 있었기에.

박시현을 기필코 떨어트려야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질문을 다시 드리죠. 헌터란, 자신이 너무 넘쳐도 안 좋습니다.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해야 하거든요.”

“긴장을 안 한다고는 안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자신이 넘치면 안 좋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걸 고칠 수가 없어 보인단 말이오.”

피식.

박시현이 비웃는다.

“그럼 기죽은 채 있어야합니까? 아예 몬스터 앞에서도 기죽어있으라고 하시죠?”

“그··· 그러니까······!”

최고령 면접관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시현의 말이 지극이 맞기 때문.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트집이었다.

하지만···.

“조심하시오.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면접관의 권한으로 퇴장시킬 것이니.”

“면접관 님. 나를 떨어트릴 생각이시군요.”

“뭐요? 이봐, 당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여긴 신성한 면접 자리야. 기본 예의는 지켜야할 것이 아닌가? 면접관한테 하는 말본새가 그게 뭣인가?”

면접관이 호통 쳤지만 시현은 되레 반문했다.

“면접관조차 기본 예의를 지키지 않는데 나보고 뭘 어쩌란 말입니까?”

시현이 주먹을 말아 쥔다.

그 모습에 최고령 면접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 저거 주먹 쥔 거 보게! 인성이 저런데 어떻게 합격을 시켜주나?”

시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런 속담 아십니까? 복날 개 패듯 한다는 말.”

“뭐, 뭐요? 저, 저런! 당장 나가! 어디서 감히!”

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면접실을 나왔다.

누가 보면 이미 면접을 포기한 사람인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어디론가 전화를 건 시현은 이렇게 말했다.

“비서관님. 납니다. 던전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나서 조만간 찾아뵙고 싶은데요.”

-아, 그러셨습니까? 환영입니다. 언제가 좋겠습니까?

“오늘 밤에 뵙고 싶은데, 제가 지금 문제가 있어서요.”

-무슨 문제입니까?

3분간의 짧은 대화.

시현의 사정을 들은 이명표 장관의 비서관이 운을 뗐다.

-마음고생 심하셨겠습니다.

“아닙니다.”

-하하. 그럼 그렇게 처리해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1분이면 됩니다.

그 말이 있은지 정확히 1분.

면접실 안쪽에서 연신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최고령 면접관이 핸드폰을 든 채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시현은 당당히 수습헌터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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