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령술사-8화 (8/100)

# 8

박강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철갑오거는 1성이 아닌 2성 몬스터다.

비록 엘리트 몬스터는 아니지만.

D급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은 돼야 잡을 수 있는 수준인데.

저걸 주먹 한 방에 쓰러트려?

또 방금 그 몸놀림은 뭐였지?

마치 스프링이 튀어나가듯, 엄청난 탄력으로 도약하지 않았던가?

‘맙소사···. 헌터지망생이라고···?’

박강인은 그 자리에서 굳었다.

수준이 아예 달랐다.

부럽다기보다는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번 정규시험에 괴물이 나오겠구나!

하지만.

소스라치게 놀란 박강인과 달리 시현은···.

“이건 질겨서 먹지도 못하겠네.”

아니지.

이제 더 이상 몬스터를 먹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맛있는 음식이 세상에 가득한데.

‘세상에 적응하려면 한참 있어야겠어.’

그나저나.

“잠깐 좀 쉴까.”

데카르트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

“마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하다.”

솨아아-.

말하자마자 저절로 눈이 감긴다.

자세가 반듯하게 갖춰지고 마음과 정신을 올곧이 세워진다.

기력이 회복된다.

A등급의 명상 스킬답게 빠른 속도로 차오른다.

그 광경은 박강인을 거듭 놀라게 만들었다.

권능과 스킬에 대해 무지한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건 분명······.

‘메디테이션···?’

박강인이 알고 있던 메디테이션과는 많이 달랐다.

본디 메디테이션이라함은, 앉아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박강인 역시 메디테이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근접딜러들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수습생시절에 정규교과시간에 배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건······.

널리 알려진 ‘메디테이션’ 스킬과는 궤를 달리했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편안해보일 수 있을까?

메디테이션을 가르쳐주었던 헌터양성소의 교관보다도 완벽한 자세를 갖추고 있는 시현이었다.

“됐군.”

이내 눈을 뜬 시현이 고개를 돌린다.

“암만 봐도 내가 그쪽보다 강한 것 같군요.”

부정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박강인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

“내가 아직도 그쪽 말을 들어야합니까?”

“아뇨....”

“그럼 각자 갈길 갑시다.”

시현이 곧장 걸어간다.

그러다 오거의 사체를 지나가던 중.

“이거 가져가도 됩니까?”

철갑오거는 방망이를 남겼다.

“무, 물론입니다···. 획득신고만 하신다면야.”

오. 이게 웬 횡재인가?

미지의 던전과는 다르게 바깥세상의 던전에선 부산물이 떨어진다.

시현은 4미터가 넘는 방망이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방망이가 사라졌다.

“사, 사체는 안 가져가십니까?”

“사체? 사체도 돈이 되나?”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부르는 게 값이죠.”

“오호. 이건 어떻습니까?”

“거래사이트에서 찾아봐야하는데, 던전에선 핸드폰 신호가 안 잡혀서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일단 가져가야겠군.’

시현은 철갑오거의 뒷다리를 들었다.

“지금 뭐하시는······?”

“가져가려고 합니다만, 문제라도?”

“그걸 통째로요?”

“그럼 머리통만 가져갑니까? 제사상 올리려는 것도 아닌데.”

박강인을 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보통은 쓸 만한 부위만 해체해서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죠. 일반 아공간 포켓은 50kg 밖에 담지 못하니까요.”

“아공간 포켓? 아-. 상관없습니다.”

“그럼 이걸 끌고 다니시려고요?”

“못할 거 있나요.”

박강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 오거의 사체를 끌고 다닌다고 했던가?

5분만 끌고 다녀도 손바닥에 쥐가 날 텐데?

박강인이 고개를 젓는다.

“무리입니다. 밧줄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아뇨. 보이는 게 다가 아니거든요.”

철갑오거는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

.

.

앞으로 나아간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박강인과 함께 선두에서 걸어가던 시현에게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던전에 원래 이렇게 몹이 없습니까?”

미지의 던전에 비해 여기는 몬스터의 양이 너무 적었다.

그곳에서는 한 타임에 수만 마리의 몬스터가 나오기도 했는데.

“던전마다 다릅니다. 약한 몬스터가 바글바글한 곳도 있고, 여기처럼 소수의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철갑오거가 강한 몬스텁니까?”

“······제 기준에서는요.”

“아주 약하던데.”

휙.

시현이 박강인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본다.

둘 다 어이가 없었다.

그게 강하다고? 그게 약하다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남자였다.

“D급이라 하셨나요?”

“예···. 시현 씨는 헌터지망생이라고 하셨습니까?”

“뭐, 굳이 말하자면 지망생이지요.”

헌터를 지망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헌터가 목표인 것은 아니다.

시현의 궁극적 목표는 따로 있었다.

“그럼 여기 엘리트 몬스터도 있습니까?”

“···아뇨. 2성 던전에는 엘리트 몬스터가 출현하지 않습니다. 정예면 몰라도.”

정예 몬스터.

엘리트보다 한 수준 아래의 몬스터를 뜻한다.

“시현 씨. 저기서 잠깐 쉬다 갈까요? 뒤에 사람들도 좀 지친 것 같은데.”

박강인이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간호사들이 부상자들을 부축하면서 오느라 걸음이 늦다.

시현은 그런 박강인이 의아했다.

“꼭 같이 가야합니까?”

“이게 제 일이라서요···.”

박강인은 공기업 소속도 아닌 국가 직속이다.

공무원이란 뜻.

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시민을 저버리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내 말은 그게 아닙니다. 따라오든 말든 상관은 없는데, 부상을 입었는데도 굳이 따라와야 하나 이 말입니다.”

“예?”

“답답하긴. 내가 후딱 가서 끝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힘들게 뭐 하러 따라오는 것인지.”

“아···.”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던전은 살아있다.

갑자기 등 뒤에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

이를테면.

-그어어어어!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오거의 울음소리.

“나왔군.”

그런데 오거만 있는 게 아니다.

“으아아아아!”

“사람 살려!”

저쪽에도 조난자들이 있는 모양.

“어서 가죠!”

박강인이 고개를 돌리며 황급히 말했는데.

“···어디갔지?”

시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

.

“으아아아아!”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도망친다.

오거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붙잡는다.

철갑오거가 아닌 2성 노멀 오거였다.

‘저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지.’

육체를 강화할 필요도 없었다.

단순 근력만으로도.

후욱!

쿠어엉!

회색빛의 오거를 단번에 제압했다.

“가,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시현에게로 몰려든다.

감사인사를 전하고, 이어 부탁을 한다.

“저희도 데려가주세요!”

시현은 30명에 가까운 조난자들을 둘러보았다.

"흐음."

의문이었다.

도대체 김은혜는 어디로 떨어진 것이지?

치과 리셉션에 같이 있었는데.

김은혜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 뒤편에서 박강인이 뛰어온다.

“헉, 헉-. 대체 언제 가셨습니까?”

“아까 갔습니다만, 던전을 부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보통은 정예나 엘리트 급의 우두머리 몬스터를 잡으면 되는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콰광!

땅이 뒤흔들린다.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

거물이 다가온다.

일반 오거와는 차원이 다른 발소리.

과광!

울림 자체가 다르다.

대체 얼마나 크기에?

-으어어어어······.

“10미터쯤 되겠군.”

온몸을 금속으로 두르고 있는 오거가 다가온다.

철갑오거와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양손에는 도끼가 들려있고.

가슴팍에서는 노란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허어··· 이럴 수가···.”

“아는 놈이요?”

“메, 메카오거입니다···.”

“메카오거?”

2성 정예 몬스터, 메카오거.

기계와 몬스터의 조합이라니. 끔찍한 혼종이다.

시현이 지냈던 던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종류였다.

오거 킹이라면 모를까.

그건 그렇고, 저 녀석···.

엄청나게 강해 보인다.

게다가···

“정예입니다···!”

그것은 시현도 아는 사실이었다.

가슴팍이 노란 색으로 빛나면 정예이기 때문.

“저놈을 죽이면, 던전의 결계가 부서진다는 말이군요.”

“그야 그렇지만··· 메카오거는 적어도 C등급의 헌터는 돼야 상대가 가능··· 어?”

박강인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시현은 이번에도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파앗!

굉장한 속도로 메카오거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저렇게 무작정?

박강인으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택배를 받는 사람처럼 정예 몬스터에게 달려간다니.

하지만 시현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동시에 쉬운 일이기도 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시현은···

“나비처럼 날아서.”

파앗!

시현의 몸에 날개가 달린 듯 공중 위로 떠올랐고.

“벌처럼 쏜다.”

피융!

벌침처럼 날카로운 주먹이 메카오거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리고···

파아아아!

금속피부를 뚫고, 육중한 가슴을 관통했다.

.

.

.

던전 밖.

10분 전 구조대가 도착한 이래로 구조작업이 한창이었다.

던전이 발생한 곳은 휴먼치과뿐만이 아니었다.

치과 건물전체는 물론, 근방 300미터지점까지 모두 주저앉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생존자였다.

“안에 갇힌 헌터는? 추정되는 사람 있어?”

“강남구3팀 박강인 9급이 갇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후-. 한 씨름 놨군. 던전감식결과는?”

“규모나 깊이, 결계의 강도를 봤을 때 2성이 확실시됩니다.”

“깊이가 얼마나 되는데?”

“지면으로부터 20미터입니다.”

20미터 깊이면 2성 던전일 확률이 높다.

“흐음. 2성이면 9급 헌터만으로는 무리인데···. 9급이면 보통 D급이잖아?”

“맞습니다.”

구조팀장이 한숨을 내쉰다.

D급 헌터 한 명으로는 2성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기 때문에.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이었다.

어서 빨리 결계를 부수는 수밖에는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남았지?”

“30퍼센트 정도 남았습니다.”

“30퍼센트면···.”

콰지지지직-.

“응?”

방금 30퍼센트가 남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서.

“결계가 부서집니다!”

“모두 물러나!”

저저저저저적!

느닷없이 결계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설마 D급 헌터 박강인이 정예 몬스터를 잡은 것인가?

이윽고.

차아아아아앙!

돔 형태의 결계막이 갈라지더니 깔끔히 소멸됐다.

그 즉시 구조대원들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나선다.

“구조로프 내려!”

촤라라라락!

“1팀 투입!”

“하강!”

로프고정을 끝마친 구조대원들이 던전 아래로 하강할 준비를 하는데.

갑작스레 20미터가 넘는 밧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 뭐지?”

“안에서 누가 로프를 잡고 있습니다!”

“나, 남자입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 남자는 단순히 로프를 잡고 있는 게 아니라.

터억-.

로프를 잡고 올라온 것이다.

불과 몇 초 만에.

“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헌터는 박강인 한 명이라고···.”

“누, 누구십니까? 신원을 밝히십시오!”

그 질문에, 남자가 대답했다.

“소시민입니다만, 사람을 하나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메카오거 도끼 사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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