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헌터 매니저는 때려치웁니다-67화 (67/68)

EP.66)최종장 (6) [완결]

“제 1식 수리풍화!”

쇄도하던 이태수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검을 휘둘렀고, 여러갈래로 나뉜 수리검 모양의 검기가 날아온다. 빠르다. 쇄도한다고 인지한 순간 이미 그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있었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고 인지한 순간.

검기가 날아든다.

과연 S급 중에서도 최상위 티어다 이건가.

검기를 구태여 맞을 필요는 없었기에, 급히 몸을 굴러 피하자 지면에 충돌한 검기가 굉음과 함께 폭발한다. 콰앙! 검기가 충격된 거라 믿기 힘들 정도의 소리다.

전투력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하더라도, 헌터 대 헌터의 대련 경험이 부족한 내게 놈의 공격은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아카데미에서 수련의 목적으로 행하던 대련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은 목숨이 걸린, 그리고 ‘살의’가 끼인 혈투였으니까.

자버프를 통해 극대화시킨 방어력 탓에 설령 정통으로 맞는다해도 치명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듯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던전과 아직 등급이 낮은 지민이와 벨라는 자버프를 걸어준다하여도 놈들의 공격을 받아낼 수가 없을 터다.

고로.

어떻게든 최단 시간 내에 놈들을 처단해야한다는 것.

하지만 전투 경력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놈들의 움직임에 조바심만 커져간다.

마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공격을 하려는 순간 방어자세를 취하거나, 회피하며 역공을 하고.

방어 하려는 순간 틈새공격이 치고 들어와 피하는 것만해도 급급했다.

ㅡ슈욱!

옆을 쳐다보니 안나 누나, 서윤 누나, 지민, 벨라가 파티 대형을 이룬 채 이태호와 호각을 다투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놈에게 데미지를 입힐 만한 공격은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큭큭, 역시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군.”

재미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마냥, 히죽 웃는 이태수.

칼등으로 제 어깨를 마사지하듯 툭툭 두드려대며 약을 올린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런 여유가 어떻게 나온단 말인가?

제 아무리 빡대가리라해도 자살특공대로 임명된 걸 즐기는 놈은 없을 터다.

최소한의 회한은 있어야할 터인데, 놈의 이죽대는 표정엔 일말의 회한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는 것도 같은 표정.

…아니면 대책이 있다는 건가?

전투 스탠스를 풀며 놈을 회유해보기로 했다.

“이태수 헌터님. 저희끼리 싸울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그만 물러서주세요.”

“풉, ‘저희’라니? 같은 편이라도 된다는 거냐?”

“못 느끼시겠습니까? 헌터님들도 이강호에게 이용 당하고 있는 거라구요. 폭탄이 터지면 다 죽습니다. 마나핵이 붕괴되면 마나가 사라지고, 육체각성도 풀리게 되니까요. 그럼 붕괴되는 던전에 그대로 압사당하겠죠. 그런데도 저희를 막으시겠다는 겁니까?”

“뭐~ 알아서들 생각해. 우린 그저 군단장님의 명령을 따를 뿐이니까.”

“휴…, 빡대가리 새끼들.”

결국 참다못한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음에도 여유로운 반응을 보아하니 퇴로라도 확보해둔 모양인데… 설마 텔포 스크롤이라도 준비해왔다는 건가?

군단의 허락 하에 소지가 가능하기에 놈이라면 준비해왔을 가능성이 농후하긴 했다.

그렇다는 건.

여기에 우리를 매몰시키고 ‘사고사’ 정도로 수습할 계획이다는 것이고.

파장이 심하긴하겠지만 어차피 군단장 자리에서도 쫓겨나는 마당에 잃을 것도 없기에 그저 통쾌한 복수 정도로 마무리 짓고 잠적하려 할 터다.

“후…”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이강호를 쳐다보았다.

팔짱을 낀 채로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놈.

하긴, 명예를 빼앗긴다해서 자살테러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하지.

분명 어딘가에 텔포 스크롤을 준비해두고 있을 것이다.

폭탄이 터지고 던전이 붕괴되기 시작하는 순간, 스크롤을 찢어 이곳을 벗어나려는 심산이겠지.

ㅡ쉬육!

“큭큭, 결투 중에 한 눈을 판다니, 역시 얼뜨기 헌터답구나.”

앗차….

실수다.

잠시 이강호를 쳐다본 틈을 타, 이태수의 검기가 내게 날아들었고.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붉은 검기를 직면한 난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곧장 몸으로 받고야 말았다.

ㅡ콰앙!

급히 들어올린 건틀렛에 그대로 충돌한 검기가 폭발하며 드센 광풍을 일으키고, 불어닥친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피부를 긁는다.

“큭큭, 이걸로 끝인가. 초월급도 별 것 없군.”

먼지바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들려오는 이태수의 거들먹거림.

…근데, 분명 정통으로 공격을 맞아버렸는데.

어째서 고양이가 할퀸 것 쯤의 고통만 느껴지는 걸까.

…내가 너무 쫄았던 걸까?

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먼지바람이 걷히고, 태연하게 서있는 나를 본 이태수의 표정이 보기좋게 일그러진다.

“뭐, 뭐야…!”

그래, 내가 봐도 놀랄 것 같긴 해.

최상위 티어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미동도 않고 있으니 놀라는 게 당연하겠지.

확실히 방어력의 차이가 크긴 크구나.

아카데미에서 생도들과 대련할 때도 피부로 데미지가 체감이 되길래 S급 헌터의 직격은 꽤나 치명적으로 다가올지 알았는데 말이다.

회심의 일격이 공중분해되버리자 놈이 뒷걸음질을 친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내게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걸.

하긴 네놈도 자버프 가능한 초월급 버퍼의 방어력이 감히 가늠되지 않았겠지.

단순한 수치상의 간극은 현실과 다를 때도 있는 법이니까.

여하튼, 시간이 없기에 놈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챘다.

“크윽!! 이, 이거 놔!”

“시간 없으니까 빨리하자.”

그리곤 당황한 놈을 한 손으로 들어 그대로 바닥에 매다꽂았다.

쿠웅! 거대한 파괴음과 함께, 지면이 꺼진다.

마치 그옛날 드래곤볼의 한 장면처럼.

“크허억!!”

놈의 입에서 핏물이 솟구치고, 꺼진 지면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공격 스킬이 없다고? 그럼 힘으로 승부하면 그만인 셈이다.

스펀지에 짓눌려지듯, 놈의 목을 움켜잡은 채 지면에 짓누르며 속삭였다.

놈을 바닥에다 매다 꽂은 이유는 무력화시킴 뿐 아니라, 먼지를 일으키기 위함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이강호의 눈을 피해 조금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어 보였으니까.

“잘 들어. 짧게 얘기할 거니까.”

“크흡…! 뭐, 뭐?”

“살고 싶으면 아가리 닥치고 들어. 기회를 주는 거다.”

**

‘후… 역시 전투력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는 건가.’

전방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희뿌옇게 퍼지는 먼지를 바라보며, 이강호는 씁쓸히 생각을 삼켜야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었다.

S급 헌터로 초월급 헌터의 발을 묶어두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멀리서도 느껴지는 전투력의 차이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상관 없었다.

3분 후면 폭탄이 터질 것이고, 이곳에 무단침입해 불법대련을 저지르던 헌터들은 갑작스레 터진 마나핵에 의해 매몰사 처리될 테니까.

어젯밤 이강준이 대통령과 밀회를 가진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특검팀이 군단장실로 들이닥친 것을 알기에.

이것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해버리는 것.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생각인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마무리가 될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강호는 슬쩍 품에서 텔포 스크롤을 꺼내 뒷짐을 지었다.

잠시 후, 먼지가 걷히고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헌데.

“음…?”

눈을 의심케할 장면이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잡힌다.

분명 지면에 처박힌 것은 이태수 였었는데, 먼지가 걷히자 이강준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태수의 입가에 핏물이 살짝 베어있는 것으로보아 데미지를 입은 듯했지만, 이강준의 출혈과 상태가 더 심해보였다. 그 짜릿한 광경에, 이강호가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거들먹댄다.

“크하하…! 역시 아카데미도 졸업 못한 얼뜨기에게 베테랑의 전투센스는 감당치 못하는 것이었구나. 고생했다. 이태수 헌터.”

“넵.”

뒤이어 먼지바람 뒤편에서 다급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가, 강준아!!”

“강준 오빠!!”

이태호 헌터에게 고전하고 있던 유서윤 일행이었었다. 저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헌데, 그들을 막아서고 있던 이태호 헌터가 보이지 않았다.

“음…? 이태호 헌터는 어디갔는가?”

이강호가 물으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이태호의 모습은 보스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얀 깃발 수호단에서도 정예헌터인 그가 저런 조무래기들에게 당했다는 말인가?

제 손으로 이룬 업적 중 최고의 업적이라 칭할 수 있는 하얀 깃발 수호단의 패배에 한심스레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찬다.

“쯧, 나약한 녀석 같으니. 뭐, 어차피 달리 이어갈 목숨도 없었다만은.”

헌데.

그순간, 등 뒤에서 이태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약한 녀석 여기 있습니다.”

“뭣…?!”

불길한 낌새에 이강호가 급히 텔포 스크롤을 쥔 손을 앞으로 내뺐지만, 손에 남은 것은 공허함 뿐이었다. 텔포 스크롤을 강탈 당해버린 것이다. 이강호가 급히 전투태세를 갖추며 이빨을 드러냈다.

“네, 네놈이!! 텔포 스크롤 이리 내놓거라!! 다 같이 귀환한다하지 않았더냐!!”

텔포 스크롤을 뺏기 위해 이강호가 다급히 쇄도했지만, 감정이 실린 행동은 헛점 투성이이기 마련이다. 점프로 가볍게 그의 쇄도를 빗겨낸 이태호가 텔포 스크롤을 쥔 채로 이강준 쪽에 착지했다. 어차피 퇴물 헌터인 그가 현역 탑티어를 잡을 리 만무했다.

미리 짜둔 각본인듯, 이태호가 이강준에게 스크롤을 건네주었다.

스크롤을 받아든 이강준이 이마에 흐르던 핏물을 닦으며 일어섰다.

남은 시간은 1분여.

“어떠십니까? 배신 당한 기분이. 늘 배신만 하셨던 터라 당해보질 않으셨을 텐데, 어떠신가요?”

“뭐, 뭐라?!! 네놈이 감히 나를 능멸해?! 이태호, 이태수! 이 하찮은 버러지 같은 것들이 헌터 대접 해줬더니 나를 배신한다는 말이냐?!!”

헝클어진 붉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이태수가 통렬한 표정으로 낮게 읊조렸다.

“군단장님의 명을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뭐?”

“저희에게 늘 가르치셨죠. 헌터군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는 가차없이 처단하라고요.”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방금 얘기 들었습니다. 군단장님께서 곧 파면되실 거라는 걸요. 파면 예정인 군단장은 더 이상 헌터군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이기에 가차없이 처단하는 겁니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이번 일은 덮기로 했구요.”

“뭐, 뭐라고…?!! 네놈들을 키운 것이 누구인지 잊은 거냐!! 다 거짓말이다!! 속지 마라!!”

이태수가 입을 닫았다.

그래도 한때는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이자, 헌터군단을 이끈 군단장이기에.

침묵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그의 표정에 비통한 결이 스쳐간다.

바통을 이어받듯, 이강준이 입을 열었다.

“꼴이 우습군요. 자업자득입니다. 자신이 쌓은 업이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 뿐이죠.”

ㅡ스릉.

이강호가 대검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간 무덤에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만 같았다.

저승길로 보낼 수 없다면, 자신의 저승길에로라도 끌고 가리라.

“개 같은 새끼들…!! 하찮은 일개 헌터들 주제에 나를 능멸했겠다…!!”

“능멸이라… 정말 끝까지 반성할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군요.”

폭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강준이 스크롤을 들었고, 약속했던 대로 유서윤과 일행들, 그리고 이태수와 이태호 역시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는 대열에 합류했다.

스크롤 사용자와 신체 접촉이 있는 모든 물건, 사람이 전이되는 것이기에 이제 스크롤을 찢는 순간 모두가 던전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나, 나는 아직 너희들의 상관이다!! 파면되기 전에는 군단장이라는 말이다아ㅡ!!”

그 탈출 대열에, 기어이 침을 튀겨가며 괴성을 내지른 이강호가 발끝을 들었다.

이제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30여초.

이미 걸어서 던전을 빠져나갈 수 없는 지경이었기에 스크롤을 뺏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수밖에였다.

“…그럼 지옥에나 가세요.”

하지만.

ㅡ슈욱!

쇄도가 시작되는 순간, 그들은 사라졌고.

후웅! 하는 육중한 파공음을 내며 그어진 대검은 허공을 맴도는 먼지를 베었을 뿐이었다.

“….”

파란 빛무리와 함께 감쪽 같이 사라져버린 그들.

폭발 직전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의 경고음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ㅡ삐리리리!

그때, 보스룸 입구에서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구, 군단장님?”

새하얀 백옥피부은 몰락을 상징하듯 흙먼지와 핏물로 더러워져있었고, 결말을 부정하고픈 두 눈동자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군단장에게 향한다.

유서윤의 공격에 기절해있었던 신나희였다.

그녀를 본 이강호가 맥 없이 대검을 바닥에 놓았다.

ㅡ삐리리리릭!

끝이다.

매몰사 처리를 해버린 후 잠적해버리려했었건만.

되레 자신이 매몰사 처리 되버리게 된 어처구니 없는 상황.

비참하고도 외로운 최후에 이강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자신이 만든 함정에 보기 좋게 당해버리게 된 것이다.

“하하… 하하하하…!!”

그리고 그 최후가 자식들의 ‘배신’으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게 원통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었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이 결코 깨끗하지 못했던 것은 인정했다.

더럽고, 추악하고, 오직 성공만을 위해 살아온 폭주기관차와도 같은 인생이었었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수고, 가지기 위해서 살인도 서슴지 않았으며 천륜을 배반하는 짓도 저질렀었다.

그 죄악과 업을 태우며 내달린 폭주기관차가 결국 선로를 이탈해 지면에 추락하는 것이다.

“구, 군단장님 어떻게 된 건가요!! 포, 폭탄 소리 아니에요!? 폭탄 소리가 왜 나는 거냐구요!!”

신나희가 절뚝거리며 다급히 달려와 이강호의 망토자락을 쥐어뜯을 듯 흔들며 외쳐보지만, 이강호는 허망한 눈으로 던전의 천정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후… 이렇게 끝인가."

“군단장니임!! 아아악!”

ㅡ삐리리릭!!

결국 신나희가 보스룸 출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지만, 절뚝대는 걸음은 몇 걸음 떼지 못하고 육체를 보스룸에 묶어버린다.

철푸덕!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신나희가 보스룸 출구를 쳐다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버림 받은 가녀린 소녀의 처량한 최후의 울음이었다.

“흐아아앙!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살려줘, 살려주세요!!! 흐아아앙!!”

울음으로 흐릿해지는 시야.

점점 또렷해지는 폭발 경고음.

삐리리리릭, 마지막을 알리듯.

폭주하던 경고음이 결국 삐ㅡ하며 사망자의 심박수 기계 소리마냥 길게 늘어졌고 이내…

모든 것이 찰나 고요해지더니, 대폭발이 시작되었다.

ㅡ쿠콰콰광!

보스룸 뒤편에서 터져나온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보스룸은 삽시간에 화마로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던전을 지탱하던 마나핵의 붕괴로 인해 보스룸 천정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신나희의 울음과.

이강호의 웃음이.

그 내려앉는 천정에 삼켜져 가라앉는다.

최후였다.

ㅡ쿠콰과광!

마나핵의 붕괴로 각성이 풀려버린 그들은, 그렇게 추락하는 돌무덤 아래에서 저마다의 최후의 단말마를 내지르며 지면 아래로 몰락하고 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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