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헌터 매니저는 때려치웁니다-51화 (51/68)

EP.50)성장, 그리고 선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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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이브 길드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쏟아지는 가입지원서를 거르고 걸러도 하루에 네다섯 명이 길드에 가입했고, 사무직원들 역시 경력직들을 채용해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갔으며.

우리 서윤, 안나 누나는 열심히 레이드를 뛰며 운영자금을 마련해주었었다.

그덕에 단 이주만에 길드원만 50명.

아직 S급은 없었지만 A급 2명에 B급 6명, 그외 등급으로 이뤄진 길드원들 덕에 인원수로 보면 이미 중형급 길드가 되어있었었는데.

그마저도 현역인 초월급, S급, 준S급까지 포함된다면 사실상 중대형길드 급과 맞먹는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거기다 사무직원만해도 10명에 매니저들도 20명.

라온제나 길드장의 딸로서 후계자 수업도 같이 받고 있었던 서윤 누나는 능숙히 길드를 이끌었고, 야당대표의 딸인 안나 누나는 예상외로 법규 쪽과 정치 쪽으로 해박해 고문역할을 해주었었었다.

그리고 난.

훌륭한 매니저가 훌륭한 헌터를 만든다는, 그때의 신념을 잊지 않고.

틈틈히 매니저들 교육에 열성을 쏟아부었었고 말이다.

길드장과 임원이 각자의 자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니 직원들 역시 최선을 다해주었고, 한달 사이 우리 어가이브 길드는 무서운 성장세로 가입 헌터만 60명, 전체 임직원이 100명이 넘는 탄탄한 길드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뭐, 아직까지 탄탄하다고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기는했지만.

여하튼 작은 사무실이 아닌, 대출을 더 끌어와 3층 건물을 매입한 우린 어가이브 길드의 멋진 현판식도 가졌었다.

“모두, 잘해봅시다!”

멋진 컷팅식까진 아니더라도, 현판식 정도로 어가이브 길드의 기적 같은 성장을 축하한 우린 본격적으로 길드 키우기에 들어갔다.

아직까진 전초전에 불과했다.

내가 노리는 건, 이제 시작일 뿐이었으니까.

서윤 누나는 [ 부길드장 ]으로 승진했고, 안나 누나는 [ 총괄대표 ] 로 승진했다.

부길드장은 나의 업무를 대리하며 총괄대표는 어가이브 길드의 실무를 대표한달까.

중책이 맡겨진 만큼, 누나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주었고, 우린 공중파 뉴스에도 수차례 출현할만큼 세력을 급속도로 키워나갔다.

소형 길드에서 인수제의까지 들어올 정도로 말이다.

누나들이 불철주야 고생하는데 나 역시 그보다 더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했고, 아카데미 특수교육 강의의 이론, 실기 모두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해냈다.

…뭐, 시간만 떼우려는 애들이 많기는 했지만.

여하튼 서울 아카데미 교장의 말대로, 미국에서 물 건너온 버퍼는 개인강사로 내게 붙었고, 난 그에게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댔다.

국가전력이니만큼, 미국 정부에게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한 달간의 교육기간에 드는 돈만해도 10억이라고 하는데.

어찌 쪽쪽 빨아대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억 값어치를 하려면 속에 든 내장까지 모조리 까뒤집어 융털에 박힌 정보 하나하나까지 뽑아낼 각오로 그에게 버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 이렇게 하니까 쉬운데요?”

“잘한다. 나보다 더. 없다. 가르칠 것이.”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S급 버퍼인 알렉스는 확실히 스킬 구사력이 남달랐다. 파티원간 개인 버프부터, 광역 버프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딜까지 넣는 모습은 가히 버퍼가 맞나 싶을 정도였었다.

주 사용 무기는 둔기류 였는데, 그옛날 호방한 바이킹마냥 둔기를 휘두르며 괴수를 때려잡으면서도.

파티원에게 걸린 버프 시간까지 완벽히 체크함과 동시에, 마나관리까지 하는 트리플 케어는 넋을 놓고 보게끔 만들었었다.

미쳤다는 말 밖에 안나왔었다.

버퍼는 특히나 버프 시간 관리가 제일 중요했었다.

그 시간은 게임에서처럼 편리하게 시,분,초 단위로 알려주지 않아 버퍼의 직감에 의존한다고 했었는데.

알렉스는 한달 간의 실습교육 동안 단 한번도 버프 시간을 놓친 적이 없었다.

물론 버프가 풀리지 않게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분 단위로 계속 구사를 해도 된다.

개당 백 만원을 호가하는 마나 포션을 물처럼 들이킬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마신 토벌 레이드는 장기간 레이드기 때문에 포션 관리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만큼 절대적이었었다.

고로, 능숙한 버퍼란.

서브 딜을 꾸준히 넣으면서도 각 파티원들에게 걸린 개인 버프와 광역 버프가 풀리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마나 관리까지 철저하게 한다는 것인데…

말이 그렇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하다못해 훈련장이라면 모를까, 촉각을 다투는 혼란스런 전장에서 직감에 의존해 버프가 풀리지 않게 관리하며 딜을 넣는다는 건 살짝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인 것이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같은.

젠장.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어쨌든 버퍼에 대해 기초부터 배워나간 난,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알렉스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성장하기는 했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직감 정도는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달까.

“훌륭하다. 매우. 그 이상인 것 같다. 솔직히. 버퍼. 될 것 같다. 세계 최강 버퍼가. 아니, 새로운 직업 같다.”

…육성으로 나오는 실시간 번역기다보니 어순이 반대라 알아듣는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왠지 정감마저 가는 말투로 내게 극찬을 쏟아내는 알렉스.

그가 가르쳐준 스킬 운용과 마나 관리는 확실히, 인터넷 강의 따위로는 깨우칠 수 없는 감각이란 것을 내게 선사해주었다.

“바란다, 다시 보기를. 될 거다. 세계 최강 헌터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다. 감사하다, 내가 더. 오히려 내가 배웠다.”

뭘 배웠다는진 모르겠지만.

우린 찐한 포옹을 했다.

그렇게 알렉스와의 특훈이 끝이났고, 그는 귀국했다.

한 달이라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알렉스의 특훈 덕에 솔직히 스스로도 놀랄만큼 난 지대한 성장을 이룩했다.

실전 감각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훈련할 것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몸이 근질거려 미치겠을 정도로.

아직 아카데미를 졸업하지 못해 던전 레이드는 불가했지만, 남자의 도전욕구 탓일까.

S급 던전 솔플에 도전하고 싶어 안달날 지경이다.

클리어한다면 아마 세계최초가 되겠지.

자버프가 가능한 최초의 버퍼니만큼, 체력 포션만 두둑하다면 왠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란 기대감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 아카데미 교육 기간이 조금 남았고, 졸업 전에 슬슬 포문을 터야할 것이 있었기에.

서윤 누나에게 전화했다.

“응, 메이저급 방송사로 인터뷰 잡아줘. 직접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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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쟤야 쟤, 이강준한테 정자달라고 한 미친년.

ㅡ헐 쟤야? 쟤 이사장 딸이잖아.

ㅡ그렇다니까? 그리고 이미 현역헌터래.

ㅡ대박. 현역헌터가 아카데미를 다닌다고? 왜?

ㅡ이강준한테 정자 받으려고 왔겠지. 아니고선 돌아다닐 이유가 없잖아?

ㅡ진짜 미친년이네. 여자망신이다 으휴.

내게 들려오는 배지민에 대한 비난과 조롱들. 차라리 들리지 않는다면 신경이라도 안 쓰겠지만, 언젠가 나타나서는 내 앞에 앉아 학식을 먹고 있는 배지민에 난, 밥알을 씹는 건지 흙을 씹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거, 접근금지처분이라도 내려달래야하나.

우선은 오늘 하는 것봐서 이사장에게 다이렉트로 얘기는 해둬야할 듯싶다.

대한민국 최초로 졸업생 명단에 버퍼를 배출하고 싶으면 딸 간수 잘하라고 말이다.

헌데, 아무 말 없이 학식을 먹고 있는 그녀에 종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뭐하자는 건데? 혼자 먹고 싶으니까, 저리 꺼져.”

범죄자에겐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 법.

헌데 꺼지라는 말에도 배지민은 묵묵히 밥을 먹는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사과할 거라면 꺼져. 듣고 싶지 않으니까.”

식판만 내려다본 채, 입을 오물거리던 배지민이 여전히 시선을 내리깐 채로 말했다.

“…길드 가입 시켜줘.”

“…뭐? 지금 장난하냐?”

이게 진짜 미쳤나?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뻔뻔한 요구를 할 수가 있지?

진지하게 정신병원 전화번호를 알려주어야할 듯싶다.

“헛소리 지껄일 거면 꺼져. 아니, 그냥 꺼져. 성희롱범 따위랑 같은 공간에서 숨을 섞는 것만으로도 역겨우니까.”

“이해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사회성 없는 찐따년이 저지른 실수라 생각해줘.”

…진짜 이중인격인가.

첫 대면 때와는 달리, 뭔가 차분하며 지성적인게 마치 다른 사람과도 같았다.

뻔뻔한 건 여전했지만.

“실수 같은 소리하고 있네. 딱 범죄자 마인드야, 아주. 실수는 방귀 끼려다 똥 싸는 게 실수라고 하는 거야. 너가 저지른 건 그냥 범죄라고. 이 미친년아.”

더 말을 섞었다간 화를 참지 못할 것 같았기에,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범죄자와 상종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경멸스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반박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왜인지 고개를 숙이곤 말 없이 밥을 먹는 배지민.

…진짜 종 잡을 수가 없는 여자다.

“다신 눈에 띄지마라. 스토킹으로 접근금지신청해버리기 전에.”

재수 옴 붙었다.

마음 같아선 개빡친 낙타처럼 침이라도 뱉고 싶었지만, 지성인으로서 인고의 인내심으로 참아내곤.

식당을 빠져나왔다.

나서기 전, 흘깃 쳐다본 배지민은 외딴 섬마냥 생도들의 사이에서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었다.

자신을 반찬 삼아 흘겨대며 씹어대는 생도들의 사이에서 말이다.

하긴.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려면 저정도 깡다구는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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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덜컥!

노크 하나 없이 군단장실 문이 열렸고, 시가를 피며 앉아있던 이강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문을 열고 들어온 무뢰한을 노려보았다.

“…전역 당하고 싶은 거냐.”

“구, 군단장님! 보셔야…!”

무뢰한은 다름아닌, 보좌관이었다.

헌데 제 상관의 진노한 질책에도 불구하고, 보좌관은 통과의례인 거수경례도 빼먹은 채.

허겁지겁 테이블 위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켰다.

“웬 소란이냐.”

이강호가 언짢은 투로 물었지만, 보좌관은 퇴근 후 넷플렉스를 뒤지는 직장인마냥 채널 삼매경이다.

그에 막 호통을 치려던 찰나, 보좌관이 리모컨을 놓았고.

티비엔 이강준이 나오고 있었다.

뉴스 데스크에 앉아,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는 이강준이.

《 대헌터군단장이신 이강호님에게 버림 받은 자식이었죠. 각성 못 했다는 이유로.. 그는 저와 동생, 그리고 어머니마저 가차없이 내쫓았었습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으시다 죄책감에 스스로… 》

《 저런…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각성 후에는 혹시 만나보셨나요? 》

《 네. 이제야 저를 찾아왔더군요. 하지만 어떤 사과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

이강호는 그 인터뷰를 들으며, 입에 꼬나물고 있던 시가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속절 없이 떨어진 시가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며 새까만 잿가루를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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