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8)헌터로 각성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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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어웨이큰 리듬 수치는 자그마치 110.
이제껏 이 각성소에서 태어난 헌터들 중, 가장 높았던 수치는 65였기에.
각성실의 모든 연구진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벌린 채, 서로를 쳐다보아야했다.
수치 65를 찍은 헌터는 각성 후, 등급심사소에서 곧바로 A급을 판정 받았었었다.
헌데 지금의 수치는 그 두 배에 육박하는 자그마치 110.
30년 전, 각성석의 최초 발견 이후 시작된 강제각성 역사상 100이라는 수치를 넘었던 적이 없었었다.
역사상 가장 높았던 수치가 89.
물론 대한민국 역사상이었고, 세계적으로 본다면 18년 전 미국에서 109라는 수치를 찍었던 적이 있었었다.
헌데 지금은 그 수치보다 1이 높은, 110.
혹시 몰라 다시금 수치를 확인했지만, 여전히 그래프는 110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웨이큰 수치는 각성 종합 평가를 나타내는 수치이기에, 각성자의 각성능력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높으면 높을수록 각성능력이 강하다는 것인데 딜러면 공격력이, 탱커면 방어력이, 힐러면 신성력이 높다는 것이었었다.
그 수치를 재차 확인한 실장이 침을 꿀꺽 삼키곤 말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기술팀 불러봐. 혹시 기계 오류는 아닌지 확인해야하니까.”
“넵.”
실장이 손수건을 꺼내 넓적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극도의 긴장감에 저린 손을 매만지고 있자 옆의 직원이 다가왔다.
“…실장님.”
그 부름에 실장은 두려움 반, 기대감 반 섞인 묘한 미소를 지으며 특수강화유리 너머의 캡슐을 쳐다보았다.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캡슐은 아직 닫혀 있었었다.
각성이 끝난 후, 각성자의 의식이 돌아오면 자동으로 열리게끔 셋팅된 터라.
아직 각성자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실장님.. 이, 이정도면.. 초월각성인가요? 저희가 초월각성을 성공한 건가요…?”
초월각성.
단 1 퍼센트도 되지 않는 확률로 일어나는 기적의 각성으로, 만약 성공했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의 기록이자 실장과 새 연구팀의 부임 이후 첫 업적이었었다.
그렇기에 연구진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만연하게 서려있었다.
하지만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단정 짓긴 이르네. 바이탈 수치가 안정됐다고는 하나 아직 각성자가 의식을 찾지는 못했지 않나.”
“…깨어나지 않을까요?”
“나도 모르네… 부디 깨어나길 빌어봐야지.”
이제껏 깨어나지 않았던 각성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껏 어웨이큰 리듬 수치가 110을 찍었던 각성자도 없었다.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정적이 감도는 각성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행동과 말에도 부정을 탈 듯했기에, 그 부정의 원흉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연구진들은 애꿎은 침만 삼키며, 캡슐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피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각성실엔 승전보를 들은 전사들마냥, 우렁한 함성소리가 터져나온다.
“우와아악ㅡ!!”
“꺄아아아아ㅡ!!”
서로 부둥켜 안고, 하이파이브를 치며 방방 뛰는 연구진들.
최고의 업적을 치하받을 생각에, 각성 역사의 뒤켠에 이름 한 줄 올릴 생각에.
그들은 이번 각성을 준비하며 날밤을 까며 코피를 쏟았던 기억을 잊은 채, 기쁨의 포효들을 내질렀다.
실장 역시 뭉클한 눈빛으로 제 옆에 서있던 부실장을 와락 안았다.
“고생했다, 고생했어.”
“뭐랬습니까 실장님! 이번 각성 뭔가 느낌이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자네 운을 의심해서 미안하구만!”
그렇게 서로 축하를 나누며 기쁨을 만끽하던 연구진들은 캡슐이 완전히 열리고,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각성자에 다시금 숨을 죽인다.
각성 후는 굉장히 예민한 상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캡슐이 있는 방은 S급 헌터의 공격도 방어할 극강의 요새지만.
어웨이큰 리듬 수치 110을 찍은 각성자는 그가 처음이었기에, 기쁨의 파도가 순식간에 물러가고 전운의 긴장감이 각성실에 감돈다.
실장이 여차하면 수면가스를 분출하기 위해 버튼 위에 손을 얹은 채로 남성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저벅저벅.
캡슐에서 나온 남성이 제 손바닥을 훑어본다.
그리고 제 전신을 훑어본다.
괴수의 사체로 만든 특수고무재질의 각성의가 군데군데 뜯겨진 채로, 그리고 제 이마엔 아직 얇은 마나케이블을 붙인 채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고 몸을 훑는 남성.
이내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연구진 쪽의 유리창을 쳐다본다.
초점이 맞지 않는, 건조한 그 눈빚에 연구진들이 주춤했다. 보통 각성 후의 상태와 흡사한 눈빛이지만, 110이라는 수치가 주는 위압감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저벅저벅, 유리창 가까이로 다가온 남성이 고개를 한번 갸웃한다.
오른 손을 가볍게 들어 주먹을 쥐더니 그 주먹을 빤히 응시하는 남성.
“….”
연구진 쪽으로는 보이지 않는 반사막유리창이라 남성에게는 그저 거울처럼 보일 테지만 연구진들은 마치 그에게서 숨듯, 기계 뒤에서 숨소리마저 죽인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그들을 압도한다.
“….”
남성은 멍하니 계속 주먹을 응시했고, 이내 주먹에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옅은 붉은색 아우라가 주먹을 감쌌다가 또 이내 사라진다.
“..기, 김이나 연구원, 분석하고 있나?”
부실장이 김이나란 연구원에게 말했고, 그녀는 남성의 이마에 연결된 마나케이블에서 송신하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했다.
“바, 방금 발현한 것은 스스로 신체와 마나 능력을 강화해 공격력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수치는 높지 않지만, 분명 바이탈의 스트렝스 수치가 올라갔었어요.”
“뭐, 뭐라고?”
그녀의 분석에, 실장이 급히 다가와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놀란 동공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저, 정말이군. 스트렝스를 스스로 올렸다라… 어? 지, 지금은 쉘터링 수치가 올라가는…?”
급변하는 수치에 실장이 고개를 들었고, 유리창 너머의 남성의 온 몸에서 푸른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릿한 기운이지만, 10에 고정되어있던 쉘터링 수치가 서서히 20까지 오르더니 이내.
다시 가라앉는다.
“지, 지금 스스로 쉘터링 수치를 올린 건가…?”
“그, 그런 것… 같은데요? 아니, 이게 가능해요...?!”
“마, 말도 안 돼!”
실장이 다리가 풀리는듯 테이블을 짚으며 남성을 쳐다보았다.
자유자재로 스트렝스와 쉘터링 수치를 조절하다니..!
이제껏 그 어떤 헌터도 수치를 조절하는 스킬은 없었었다.
레이드로 숙련도를 올리거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신체강화, 마력강화 등으로 자연적으로 수치가 오르는 경우는 있어도.
지금처럼 일시적으로 신체와 마력 강화를 통해 수치를 임의로 조절하는 스킬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분석 모니터 앞에 모여든 연구진은 저마다 놀람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 이게 가능해?”
“스스로 신체, 마력을 강화했다 해제한다고…?”
“서, 설마.. 버퍼란 말인가…!?”
실장의 혼잣말에 연구진이 술렁임이 해일이 되어 내륙을 강타한다.
초월각성도 모자라, 세계에서 몇 없다는 버퍼의 탄생이 가시적으로 점철되는 상황에 연구진들이 환희와 경외심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하지만 한 연구원이 손을 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실장님, 버퍼들도 스스로 신체나 마력을 강화시키지는.. 못하지않나요? 남을 강화시킬 수는 있어도.”
그 의문에.
해일에 소용돌이까지 얹어진다.
혼란이 가중되어가기 시작했다.
“그, 그렇지. 그게 버퍼인데…? 왜 저 각성자는 스스로 강화를 한다는 말인가..? 아니, 서, 설마 자버프도 가능한 버퍼인 건가…? 아니면 신직업이 등장한 겐가..?”
부실장의 중얼거림에, 다른 연구원들이 한마디씩 핀잔을 주었다.
그럴 리가 있냐고. 이제껏 각성한 버퍼들 전부 그런 스킬은 없다며, 버퍼라는 직업이 원래 파티원들을 서포터하는 직업인데 말이 되냐며.
하지만 실장은 뭔가를 깨달은듯 휘둥그레 눈을 뜨며, 각성실을 뛰쳐나가버렸다.
“시, 실장님! 어디가십니까!”
“각성자와 대동한 헌터가 있지 않은가! 데리고 올 테니 각성자 안정 시키고 도어 개폐 준비해둬!”
“아…!!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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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에 빠진 환자가 응급수술에 들어간 것마냥, 초조하게 강준을 기다리는 안나와 서윤.
서윤은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고.
안나는 비교적 차분히 앉아있었지만, 다리를 떨며 손톱을 물어뜯는 것으로 초조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가 들어간지 어언 한 시간 후, 드디어 각성실의 문이 열렸고.
서윤과 안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급히 남성에게 다가갔다.
“어, 어떻게 됐나요!”
“무사한가요!? 괜찮은 거죠?!”
콧잔등에 흐르는 땀을 따라 흘러내린 안경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올린 각성실장이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그, 그게.. 믿기 힘드시겠지만.. 아무래도 초월각성을 하신 것 같습니다. 어웨이큰 리듬 수치가 110을 찍었습니다..!”
““네...?””
그에 잠시 뇌에 과부하가 온 듯 굳어버린 서윤과 안나가 이내 상황을 파악하곤 서로 얼싸안았다.
“꺄ㅡ! 역시, 역시 우리 강준이라면 해낼 줄 알았어어어!! 하느님부처님알라신 모두모두 감사드려여어!!”
“강준씨가 초월각성헌터라니..! 역시 강준씨는 대단한 헌터가 될 거라 믿었다구우! 꺄아ㅡ!!”
부둥켜안고 철부지소녀마냥 점프해대는 서윤과 안나에 각성실장이 둘을 뜯어말려야했다.
축배를 들기엔 아직 섣불렀다.
어쩌면 축배 잔의 크기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클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자, 잠깐. 아직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네? 뭐, 뭐길래요..?”
살짝 불안감을 비치는 서윤과 안나.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그 말씀은 둘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고 말았다.
“네? 버, 버퍼요? 강준이가.. 버퍼로 각성했다고요..?! 진짜요?!”
“자세한 건 지금 두분이 함께 가서 확인을 해주셔야겠지만.. 아무래도 그냥 버퍼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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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마치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주비행사들이 동면에서 깨어나면 이런 느낌이려나.
정신을 잃기 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내가 된 듯한 기분, 그리고 깊은 내면에서 미지의 싹이 트는 듯한 느낌.
깊숙히 파고 들던 공포심이 사라지고, 절명할듯 폭발하던 고통도 사라졌다.
이런 느낌이구나.
각성이란 것은.
몸 속 단전의 깊숙한 곳에 마치 아이언맨의 원자로 코어처럼 마나핵이 빛을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마나핵에서 나온 마나가 혈류를 타고 온 몸의 세포들을 일깨운다.
신성스럽고도 신비로운 느낌이다.
그 감각에 집중해 손끝, 발끝까지 마나를 채워나가고 있자, 시야의 전방에 각성의 성공을 알리는 안내 메세지들이 지나간다.
[ 축하드립니다. 각성에 성공하셨습니다. ]
[ 각성자의 좌측 후두부에 마나칩이 삽입되었습니다. 마나감응이 가능한 각성 헌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칩으로, 정부에 공식 등록된 헌터들의 정보와 몬스터의 정보에 대해서 열람이 가능하게 됩니다. ]
[ 현재 각성자가 보유한 주요 능력은 신체 능력과 마력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그외의 능력들은 훈련을 통해 개방, 발현이 가능합니다. ]
신체 능력과 마력의 향상이라.
일종의 버프 스킬들이 내 주요 능력이란 건가?
하지만 힐러도 상태이상을 푸는 스킬과 치유 능력과 수호력이 다인데.
무엇보다 버프 스킬을 다루는 힐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니.
...서, 설마?
[ 각성자는 초월각성에 성공하셨으며, 각성자의 본성과 본질, 재능특화에 의거하여 직업은.. ]
[ `버퍼`로 각성하셨습니다. ]
[ 추가 특이 특성으로 스스로 버프를 걸 수 있으며, `이면보기`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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