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4)경매 유찰?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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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차에 먼저 가서 기다릴래요?”
“아니, 같이 있을래. 저게 너한테 해코지하면 어뜩해. 그 꼴 난 못 봐.”
투견마냥 눈빛에 맹렬한 기세를 담으며 신나희를 쏘아보는 서윤 누나에 볼을 오므려 잡았다.
앙다문 입술이 3 자로 벌어진다.
“괜찮아요, 여긴 던전도 아니잖아요? 해코지는 내가 했으면 했지. 쟤는 못해요.”
“뭐?! 다 들리거든!!”
등 뒤에서 또 한번 악바리를 쳐대는 신나희.
안 그래도 듣기 싫은 목소리가 귓구멍을 찢을듯 울려대니 소름마저 끼친다.
“얼른 끝내고 갈 테니 가서 기다려요.”
“으응. 알았어.. 대신 조심해.”
“푸훗. 쟤가 무슨 미친개라도 돼요? 안 물려요, 걱정마요.”
“다 들린다고, 이 새끼야-!”
어휴, 진짜 못 들어주겠네.
서윤 누나를 돌려보낸 후, 신나희를 쳐다보았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그렇잖아도 음침한 년이 아주 타락천사 같다.
“따라와.”
“뭐? 감히 S급한테 명령을 해?!”
그래도 예전에 만났을 때는 조금은 인간다운 면모가 있었는데.
그간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건지, 반쯤 정신을 놓은 것도 같아 보였다.
일단 골목으로 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적어도 이 미친년이랑은 이상한, 엿 같은 염문설이 돌기는 싫으니까.
“사과해줄 테니 따라오라고.”
“뭐?”
말을 마치곤 골목으로 향했다.
건물 사이의 작은 골목. 그곳으로 들어온 난, 주변에 들릴만한 구석이 있는지 훑었고.
창문 하나 없음을 확인하곤 곧장 뇌까렸다.
“니가 먼저 사과해.”
“뭐? 이게 진짜 돌았어?! 누가 누구한테 명령질이야!”
“사과하기 싫으면 꺼져. 너 같은 년한테 1초라도 허비하는 게 아까워 뒤질 것 같으니까.”
“꺼져…? 너 말 다 했어?! 너 때문에 우리 파티가 어떻게 된 줄 알기나 하냐고!”
씨발.
누가 들으면 내가 가해자고 저년이 피해자인 줄 알겠네. 들으면 들을수록 황당해지기만 하는 신나희의 언행에 짜증이 치솟는다.
“하, 씨발.”
“뭐? 뭐? 씨? 씨발? 지금 나한테 욕한 거야?! 너 이 새끼 며칠 나한테 안 맞았다고 내가 우스워보여?!”
그래, 그래.
신나희 이 미친년은 힐러라는 직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미친년이었지.
허구헌 날.
ㅡ던전에 끌려가 뼈를 부서뜨리고 다시 붙여지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
라며 제 게임 매크로짓이나 시켜댔었으니까.
물론 캐스터가 아닌 일반인은 던전에 입장이 불가했기에 헛소리임을 알지만, 그당시의 난 그녀의 매니저였기에 참아줬을 뿐이다.
앞뒤 분간 못하는 건 여전하구나.
주먹을 쥐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곧 각성을 통해 헌터가 된다.
그것은 곧, 공격스킬도 없는 힐러 따위는 이제 던전이나 훈련장에서 마주쳐도 두려울 게 없다는 말.
그 생각이 미치자.
참고 참았던 울분이 용암마냥 폭발한다.
“이 개 같은 년이 진짜, 너는 내가 우스워보이냐? 한 대 쳐맞고 싶어?”
손을 들었다.
물론 때리지는 않았다.
“꺄악!”
등신처럼 쫄기는.
하여튼 헌터라는 것만 믿고 까부는 꼴이 가소롭기 그지없다.
손을 내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 너 같은 쓰레기한테 사과 받고픈 생각 없으니까. 제발 좀 그냥 꺼져.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3년간 괴롭혔으면 됐지. 이제 좀 꺼지라고!!”
하지만 평정심을 찾으려던 생각은 손쉽게 깨져버린다. 짜증났다. 이 엿 같은 면상판 보기 싫어 퇴사했건만. 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 수모를 당해야하냔 말이다.
하지만 신나희는 아직 물러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여튼, 독한 년.
“사과해! 사과하면 꺼져준다고! 나한테 거짓말한 거 사과해! 유안나랑 사귄다며 유안나가 우릴 버릴 거라며!!”
아, 그 [ 침몰하는 배 ] 작전말인가.
설마 그게 통하리라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조타장으로 임명한 신나희께서 기똥차게도 배를 빙산에다 갖다박았더랬지.
기대 안 했던 작전의 성공에 어찌나 통쾌하던지.
뭐, 작전이라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긴했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맞았다.
그 거짓말이 시발점이 되어 신나희의 폭주를 부추겼던 것도 맞는 말이었고.
근데.
어쩌라고?
“너 때문이야! 너가 거짓말만 안 했어도 우린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쁜 새끼야아!!”
하, 파리가 앵앵 귓가에서 짜증나게 날아다니네.
그래도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선 사과하는게 옳은 일일 터이기에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사괏말을 내뱉어주었다.
“그 부분은 사과할게. 거짓말한 거 미안해. 됐지?”
“이, 인정한다는 거지?!”
“멍청하게 그 거짓말에 속으리라곤 예상치 못 했어. 너를 너무 과대 평가해서 미안해.”
“뭐? …과대평가한 걸 사과한다면.. 내, 내가 빡대가리라는 거잖아!! 그게 사과야?!”
오호, 그새 지능이 조금 발달한 건가.
귀찮은 벌레를 쫓듯, 손을 휘적하고는 신나희를 지나치며 말했다.
“알면 다행이고. 어쨌든 미안해. 됐지? 이제 간다.”
헌데 그녀가 씩씩대기만할 뿐.
날 막아서지는 않았다.
거머리마냥 발목을 붙잡고는 제대로 사과하라며 땡깡이라도 부릴지 알았건만.
그 건성의 사과라도 받은 걸로 만족하겠다는 건가?
그렇담 다행이지, 뭐.
사람들 있는 곳까지 따라와 땡깡이라도 피워댔다면 상당히 난처해졌을 테니까.
포기가 빨라서 좋네, 신나희.
“다시는 마주치지말자. 그럼 간다.”
그렇게 난 골목을 빠져나와 서윤 누나가 기다리고 있는 차로 향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질문공세를 쏟아붓는 서윤 누나. 그에 안전벨트를 매면서 답해주어야했다.
“어떻게 됐어? 싸웠어? 맞은 거 아니지? 대체 너한테 뭘 사과하라는 거야?”
“예전에 신나희 골려주려고 거짓말해둔 게 있는데 그걸 이제야 알았는지 사과하라고 하더라고요. 사과하니까 별 말 없던데요?”
“그래? 생각보다 싱거웠네? 다행이당. 걱정했다구.”
“고작 두 살 동생인데 너무 애로 보시는 거 아니에요?”
서윤 누나가 잠시 머뭇하다 창가로 시선을 돌리며 우물거렸다.
“그, 그야.. 넌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때다싶어 몸을 그녀에게로 당기며 캐물었다.
소소한 복수다.
“네? 잘 안 들려요? 뭐라고요?”
그에 서윤 누나가 나를 보지도 않고 손으로 밀어내려했고, 난 웃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드, 들었잖아.”
“푸훗. 그나저나 어디로 갈까요?”
“양복점으로 가자.”
“양복점? 거긴 왜요?”
“그럼 경매장에 캐주얼룩으로 갈 거야?”
“아.”
하긴, 경매소라하면 그옛날부터 귀족들의 놀이터가 아니었던가.
그 풍습이 고스란히 전수되어오고 있었기에, 귀족문화가 없어졌더라도 복장과 용모의 단정성은 기본이었지.
게다가 한 두푼하는 경매품도 아니었고.
그렇게 우린 곧 있을 경매를 위해 양복점으로 향했다.
**
드디어 대망의 경매날.
이른 아침부터 각성석을 경건하게 맞이해야한다며 내게 목욕재계를 권한 그녀는 날 미용실까지 이끌고 가 꽃단장을 시켜주었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포마드 스타일.
이마를 까본 적이 처음이라 어색한데, 서윤 누나는 박수까지 쳐가며 좋아해했다.
포마드 헤어에 맞춤 정장핏.
거기다 키도 180쯤 됐으니 내가 봐도 조금 기깔나기는 했다.
남자는 옷빨, 머리빨이라더니.
확실히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
이러다 자아도취에 빠질 듯해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꺄~ 우리 강준이 너무 멋있잖아.”
“조, 조용히해요. 부끄럽게.”
나의 만류에도 서윤은 마치 제 새끼를 자랑하듯 정장깃과 머리카락 한올한올 정성스레 만져주었다.
그 따스한 손길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그럼 출발합니다~ 예비헌터님.”
“...예, 가시죠.”
각성석 맞이 경건한 준비를 마친 우린 다시 차에 올랐고, 오늘의 주인공은 나라며 운전기사를 자처한 누나 탓에 어색히 조수석에 앉아 경매소로 향했다.
[ 던전 전리품 경매소 ]
새까만 바탕에 고풍스런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간판을 지나쳐 건물 내부로 들어온 우리.
둘 다 경매소는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둘러보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 다가왔다.
다짜고짜 명함부터 내미는 남성의 가슴 주머니 위에 방패와 검, 창, 지팡이가 교차된 마크가 달려있었다.
국방부에서도, 헌터군단 소속임을 알리는 마크였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헌터군단장님의 보좌관입니다.”
뭐?
...대헌터군단장?
헌터들의 대장인 그 직함에 내 눈빛은 싸늘히 가라앉는다.
그 작자의 보좌관이 경매날 나를 찾아왔다?
분명 모종의 이유가 있는 것일 터고, 내겐 절대 달갑지 않을 일임을 알기에.
보좌관의 악수를 무시하며 말했다.
“용건만 빨리하시죠.”
“아, 그전에 인사를 드렸어야하는데.. 사는 게 참 바빠서 말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 각성석 경매에 등록하셨던데.. 혹시 되파실...”
예상대로 들어볼 값어치라곤 개똥보다도 없는 말이었다.
“없습니다.”
그의 말을 끊으며 짧게 일축했다.
“무려 이십 퍼센트를 더 쳐드리겠습니다.”
“캐스터는 낙찰받은 각성석을 각성에 사용해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테고. 경매소장님께 이 일을 말씀드릴까요?”
겁박 섞인 경고에 보좌관이 주춤한다.
하지만 반무테 안경 뒤의 눈빛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하긴.
그 새끼를 보좌하려면 이정도에 물러서서는 안 되겠지.
“이거, 실수하시는 겁니다. 결정에 번복 없으신 거 맞습니까?”
“네. 그리고 군단장님한테 전해주세요. 허튼 짓거리하지 말라고요.”
제 상관이자 권력자인 군단장을 업신여기는 말에, 놈의 눈끝이 한 차례 떨린다.
“...뭐, 그럼 저희도 어쩔 수 없지 말입니다. 경매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뭐?
국방부에서 직접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건가?
휘하의 길드들이 아니고?
께름칙한 그의 말에 되묻고 싶었지만, 그는 안경을 중지로 올린 후, 멀어져갔다.
서윤 누나가 내 팔을 잡으며 걱정스레 올려다보았다.
“뭐야, 국방부에서 개입한다고?”
“...그런가보네요. 저렇게 기세등등한 걸로 봐서는 무슨 수가 있다는 거겠죠.”
“그, 그럼 경쟁해야한다는 거잖아.”
그렇다고해서 경매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흐르기 시작한 강물을 되돌릴 수 없듯.
죽이 되든 밥이 되든은 밥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 그렇기에 난, 불안해하는 서윤 누나를 데리고 경매장에 입실해야했다.
제발.
그 꼼수가 실패하기를 빌며.
**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단상의 좌측에 오른 경매사의 선언으로 시작된 경매.
우선 입찰에 앞서 각성석의 상태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고, 곧바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경매 시작가는 1억.
이미 캐스터가 입찰한다는 정보를 들은 건지, 드문히 자리가 비어있었었다.
아마 지금 입찰하는 길드나 기업들도 혹시모를 확률에 대비해 경매에 나선 것일 터다.
캐스터의 참가포기라던지.
낙찰 포기 같은.
하지만 애석하게도 난 지금 38번이란 명찰을 단 채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열띤 경매경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치고 올라가는 입찰금.
뒤를 쳐다보니 보좌관이 가만히 서서 어딘가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옆에 서윤 누나가 기도하듯 손을 모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10억! 10억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입찰 단위를 오백 만원에서 천 만원으로 올리겠습니다.”
입찰 단위가 올랐음에도 경쟁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가까워지는 20억에 하나둘, 입찰패를 반납하며 경매장을 빠져나기기 시작한다.
평균낙찰가인 20억이 되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는 것이다.
결과가 정해진 경매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 똑똑한 판단을 내린 것.
“19억 8천, 19억 8천 나왔습니다.”
평균낙찰가까지 기어이 2천만원이 남은 상태.
자리는 대부분 비었고, 나를 비롯해 다섯 명의 참가자만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뒤를 보니 아직 보좌관 놈이 안광을 띄우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짓는 걸 보니 대비책을 단단히도 세워둔 모양인데....
“평균낙찰가인 20억에 도달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평균낙찰가.
결국 세 명의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경매소엔 나와 42번 참가자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서윤 누나와 보좌관 녀석까지도.
...아무래도 42번 참가자도 나와 같은 캐스터인 모양이다.
“평균 낙찰가 도달로 구매우선권 발동됩니다. 38번, 42번 참가자님들, 경쟁입찰에 동의하십니까?”
일 대 일의 대결.
설마 국방부에서 캐스터를 앞세울 줄이야.
헌데 각성석은 구매 캐스터의 각성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건만.
42번 참가자의 비루한 몰골은 절대 국방부에서 각성 대상자로 지목할 상은 아니었었다.
만약 낙찰 받은 후 다른 대상자를 각성시키거나 연구목적으로 쓸 수 있다면 어느 길드나 기관에서 캐스터를 앞세우지 않겠는가.
고로.
그냥 앞잡이라는 것.
분명 대헌터군단장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술수를 부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역시 이강호... 약아빠진 건 여전하구나.
젠장, 그나저나 국방부라는 단체와 우리가 붙어서 어떻게 이기냐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경쟁입찰은 시작되었고.
난 서윤 누나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있다는듯, 눈동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렇게 된 거 해볼 때까지 해보자고.
“경쟁입찰 시작하겠습니다. 입찰 단위는 3천만원으로 상향합니다.”
아, 거 좀 적당히 올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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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 6천, 42번 참가자분이 22억 6천에 입찰하셨습니다. 38번 참가자분 입찰하시겠습니까?”
희뿌연 안개가 걷히고, 그 속에 든 절망감이 서윤 누나와 나를 짓누른다.
서윤 누나의 눈동자가 일렁인다.
나를 각성시키기 위해 몇 년을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실을 드디어 수확하기 직전이었는데.
대헌터군단장의 계략에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차후 경매를 노려볼 수도 없을 것이다.
캐스터를 내세웠다는 것은 그뒤에도 이런 식으로 방해할 테니까.
아아....
역시 헛된 꿈이었구나.
헌터에 대한 동경과 로망은 그것으로 끝내야하는 게 나의 숙명인 모양이다.
결국 입찰패와 함께 고개를 숙여야 했고, 경매사는 그 포기선언을 되짚는다.
“자, 38번 입찰자분 입찰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어쩔 수 없다.
돈이 부족한 걸 어쩌겠는가.
결국 경매사를 보며 포기를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순간.
ㅡ덜컥!
누군가 경매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숙했던 공간을 깨는 그 무례한 입실 소리에 모든 이목이 쏠렸고.
문을 열고 들어온 여성은 분홍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내게 다가온다.
“경매 시작 후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어요. 참가하려는 것 아닙니다. 어차피 이미 구매 우선권 발동했잖아요? 저는 38번 참가자 분께 이것 좀 전달하려 왔을 뿐입니다.”
내 옆에 선 여성.
또렷히 울리는 목소리와 핑크빛 머리칼과 잘 어울리는 싱그러운 향수내음이 퍼진다.
“현금화시키느라 늦었어. 빌려주는 거야.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부디 써줘.”
그녀가 내게 건넨 것은 다름아닌, 20억짜리 수표였다.
“...그리고 오늘 좀 멋있네, 강준씨.”
유, 유안나...?
이게 대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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