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후회하는 자, 후회하지 않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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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랑 같이 있을 때 얘기해. 강준이는 이제 내 매니저야.”
“…나를 싫어하는 거 충분히 이해해. 아카데미에서의 난… 확실히 최악이었으니까.”
“과거일 뿐이야. 니가 뭘하든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근데 괴롭힐 때는 언제고, 이제와 용서 받았다고 뻔뻔하게 강준이를 부를 수가 있어?”
“…미안해. 하지만 아직 못다한 말들이 많아서 그래. 이해해줘..”
“버스 떠나니까 훌륭한 버스였다는 걸 깨달은 거야? 웃겨.”
“부정 안 할게. 강준씨는 훌륭한 사람이었어.. 나는 저속한 인간이었고.”
…으음, 복도에서 이러시면 제가 어떻게 됩니까. 어느새 나의 앞을 막은 유서윤은 팔짱을 낀 채 나를 보호하듯 설전을 벌이고 있었고, 유안나는 그런 그녀에게 사죄하며 이해를 요하고 있었다.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
그렇잖아도 소이현과의 이별설이 도는 마당에 이 광경마저 누가 보거나 듣는다면 꽤 골치 아파질 지도 몰랐다.
우선은 둘을 떼어놓는 게 급선무일 듯했다.
서윤의 팔뚝을 지그시 잡으며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허, 헌터님.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길드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어요.”
“그치만…”
“진짜 전 괜찮아요. 길드장님께 볼 일이 있으시다하셨죠? 금방 끝낼 테니 볼 일 보고 오셔요.”
“그, 그치만…”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머뭇거리는 유서윤. 마치 보모마냥 나를 걱정하는 모습이 애틋해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의 일이었다.
그리고 유안나와의 일에 그녀를 끌어들이기는 싫었다.
“괜찮아요, 누나.”
결국 그녀를 말리기 위해, 그녀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그녀가 듣고 싶어하던 친근한 호칭을 사용하고 말았다.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누나`.
그에 토끼눈을 뜨며 놀라는 유서윤의 등을 잽싸게 밀어 유안나와의 거리를 벌렸다.
“가, 강준아 방금… 누나라 부른 거야?”
쑥스럽다.
누군가에게 누나란 호칭을 써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은데.
밝게 웃는 서윤에 얼굴이 붉어질 듯해 시선을 피하며 계속 등을 떠밀었다.
“…그, 그러니까 얼른 일 보고 오세요. 걱정하시지 말고. 다 큰 성인끼리 무슨 싸움이라도 하겠어요?”
“그건 아는데… 혹시나 너가…”
“어허, 전 유서윤 헌터, 아니, 누나 매니저이고 어디 안 가요. 그러니 걱정마셔요.”
기어이 그녀를 대표실 앞까지 떠밀었다.
“아, 알았어..! 그럼 얘기 잘하고 와, 알겠지?”
“제가 무슨 애에요?”
“…피, 알았어.”
결국 대표실로 들어가는 유서윤.
문을 닫기 전에 한번 뒤돌아 나를 쳐다봤는데.
무슨 생이별하는 사람마냥 눈빛이 애잔했다.
…누가 보면 진짜 보모인 줄 알겠네.
그 눈빛에 미소로 화답해주곤 걸음을 돌렸다.
“유서윤하고... 사이가 좋아보이네.”
“용건만 간단히해줘. 보고하러 가야하니까. 너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용서로 응어리를 풀었다고는 하나, 서윤을 대하는 것 같은 살가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응어리만 풀었을 뿐, 아직은 남보다 못한 사이였으니까.
그에 유안나가 풀이 죽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사실 가온에서 나왔어.”
“뭐? 왜?”
“덕분에 정신차린만큼,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달까. 그래서 그냥 나왔어. 애들은 정신 차릴 생각도 없는 것 같고.”
“그말인즉슨, 라온제나 길드에 가입하겠다는 거네?”
“으응, 안 그래도 계약서 쓰고 나오는 길이야.”
그녀가 가온 길드에서 탈퇴한 것은 상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새 시작을 라온제나에서 한다는 것은 상관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이젠 접점이 다시 생겨버린 것이니까.
악감정은 없었기에 말릴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뭔가 내게 들러붙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대형 길드가 아닌 굳이 라온제나를 선택한 이유는? 연봉도 대폭 줄어들 텐데?”
“돈은 상관 없어. 어차피 계약금도 받지 않기로 했으니까.”
“계약금을 안 받는다고? 아니, 그렇게까지해서 이곳에 가입하는 이유가 뭐야. 단순히 새출발이라고 하기엔 과한 거 아니야?”
“…염치 없다는 거 알아. 너를 힘들게 해놓고 졸졸 따라다니는 거 진짜 염치 없고.. 미안한 일인지 알아. 근데…”
시선을 피한 채 말 끝을 늘리던 안나가 이내 무언갈 결심이라도 한듯 나를 쳐다보았다.
“이렇게라도 인정 받고 싶어. 내가 새사람이 되었다는 거.”
“용서 받았으면 됐지, 왜 이래? 대체 무슨 속셈이야.”
“소, 속셈이라니. 그런 거 없어. 진짜… 진심이야. 내가 바꼈다는 걸 너가 지켜봐주었으면 해서…”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지켜봐줬으면 하는 거냐고?”
다그치는 듯한 나의 물음에, 입술을 닫으며 머뭇거리는 유안나.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홍조가 깃든 얼굴로 내 눈치를 연신 살펴댔다.
“그, 그게…”
“답답하게 하지 말고 얼른 얘기해. 아까도 얘기했지만, 보고하러 가야한다고. 용서해줬더니, 사람 귀찮게 만들 셈이야?”
“아, 미, 미안..! 그런 게 아니라…”
잠시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적막.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안나는 확실히,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그냥 남일 뿐인 사이다.
엮이고 싶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주기도 싫었다.
저 회개한 모습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그녀의 변화를 유지할지도 모르는 거고.
지금이야 순한 모습이지만, 부조리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 처하면 또 옛버릇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기에 막, 그녀를 다그치려던 찰나.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그… 좋… 아, 아니다. 미안. 절대 너 귀찮게 안 할게… 그냥 지켜만 봐줘. 내가 변했다는 거. 그럼 가볼게. 시간 내줘서 고마웠어.”
말을 마치고는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는 유안나.
…뭐지? `좋`이라는 단어의 받침이 지읒이 아니라 히읗인 건 아니겠지?
설마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진짜 정신이 어떻게 되버린 것일 터다.
제 아무리 파탄난 인성을 조각조각 다시 맞춰주었다하더라도, S급인 그녀가 무엇이 아쉬워 나를 좋아하겠는가?
그럴 이유도, 그래서도 안 되었다.
그녀의 관심이라면 한사코 거절이니까.
적어도 저 변화된 모습이 그녀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람은 본래, 극한상황이 되어서야 본성이 나오는 법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속셈일까.
계약금을 마다하고, 막대한 연봉도 저버리고 라온제나 길드에 오다니.
분명 새출발 따위 같은 목적이 아님이 자명해보였지만, 아직까지는 그 목적 말고는 설명되는 게 없었다.
끄응…
일단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는 있을 듯싶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온 만큼.
어떤 돌발행동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어째 지켜보게끔은 만들었네. 유안나.”
하여튼, 사람 관심 끄는데는 일가견 있는 여자다.
아니, 성가신 여자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가온 길드의 대표실.
통유리창 너머의 도시전경을 내려다보는 회장의 눈빛은 매섭게 변해있었다.
찌푸린 미간도 펴질 줄을 몰랐으며, 연신 터져나오는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만 갔다.
상상지 못했다.
유안나가 길드를 탈퇴하리라곤.
게다가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오해를 빚었다고는해도 탈퇴할 거라고는 상상치 못했던 것이다.
어쨌든 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을 물어도 되겠지만, 그러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대신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에겐 엄한 문책을 할 예정이었다.
파티의 리더를 의심해 작금의 세태를 일으킨 장본인들.
대중들에겐 미녀사총사, 업계에서는 미친년사총사라 불릴 만큼.
그들의 인성은 저질스럽기로 유명했었다.
던전 레이드는 목숨을 거는 전쟁이다.
특히 S급의 경우엔 토벌 난이도가 확 뛰기 때문에 서로간의 유대감, 동료애가 없으면 레이드가 사실상 불가했다.
그렇기에 유안나, 소이현, 박나영, 신나희.
이 넷은 블랙리스트와도 같았다.
생각이란 걸 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인성파탄자들과 목숨을 나누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
아니, 자신만 하더라도 그 파탄자들에게 등을 맡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을 파티라는 틀로 묶었다.
공교롭게도 각 포지션들이 딱 맞았었다.
인성파탄자들끼리 모이니 서로 죽이 잘 맞아 레이드도 가능했었고.
하지만 시한폭탄과도 같은 파티는 역시나, 비참한 말로를 걷게되었다.
예견된 일이었다.
단지, 이강준 매니저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매니저에게 그 폭탄의 심지에 불이 붙지 않게 부탁했던 것 뿐.
결국… 그의 이탈로 폭탄이 터져버렸지만.
그래도 그에게 최대한의 대우는 해줬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업무에 대해서 일절 터치하지 않았고, 왠만한 A급 헌터도 넘는 막대한 연봉을 줬었으니까.
하지만 돈으로 가리지 못하는 것이 있었고.
그의 이탈과 함께 미녀사총사란 파티는 붕괴되고 말았다.
황당할 지경이었다.
그의 부재로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이야.
거기다 유안나의 포지션은 귀한 탱커.
S급 탱커는 국내에 단 3명 밖에 없었었다.
유안나를 제외한다면 현재 가온 길드에 1명, 검은 깃발 길드에 1명 있었는데.
그 2명의 탱커들이 용병을 뛰어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신나희와 박나영, 소이현은 쓸모가 없어진 꼴이 되는 것이다.
해외 용병을 구해도 되기는하지만, 헌터는 국가전력으로 보호하는 제도 탓에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며, 용병 비용 충당에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도 있었었다.
그렇다고해서 A급 던전을 전전하게 할 수도 없었고. 유지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갈 터였다.
“흐음…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물론 유안나를 잃은 마당에 그들을 추방시킬 수는 없었다.
추방시켜버리고픈 마음은 굴뚝 같으나, 길드의 수장이 감정적으로 길드를 운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
외면하고 덮어두었던 문제를 이제라도 해결해야하는 것이 되었을 뿐이었다.
ㅡ똑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회장은 들어오라는 말을 하며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쭈뼛대며 들어오는 이 사태의 원흉인 신나희와 소이현을 노려보았다.
“앉아.”
노기가 작렬하는 근엄한 명령.
소이현은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신나희는 창백한 표정으로.
그리고 도축 당하는 가축마냥 처절한 걸음으로.
길드회장의 그 명령에 따라 쇼파에 앉아야했다.
헌데 쇼파에 막 앉으려던 소이현이 미끄러지듯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뭐하는 게냐.”
“죄송합니다.. 면목 없어요… 안나 언니가 그런 일을 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사실을 들은 모양이군. 유안나가 탈퇴했다는 소식은 들었는가?”
“짐작하고 있었어요.. 번호를 차단해서…”
“하.”
회장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나왔다.
그의 시선이 신나희에게 닿았다.
쇼파에 앉지는 않았지만, 그렇다해서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대신 고개 숙인 채 앞손만 하고 있을 뿐.
“신나희 헌터.”
“네.”
“책임에 대해서 물어도 되겠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로 끝날 일이 아니야. 이강준 매니저를 떠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젠 쓸 데 없는, 등신 같은 의심으로 파티 리더를 떠나게 만들어? 대체 생각이란 걸 하고는 사는 건가?! 너네들 대가리는 장식으로 들고 다니는 게야?!! 앙?!!”
결국 진노한 음성이 커지다 못해 격앙되기 시작했다.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강준이 사표를 냈을 때도 그들에게 화가 났었다.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일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으니까.
사표를 반려할 수도 없었었다.
3년간 그는 너무나도 잘해주었고, 길드가 감내해야할 고역을 누구보다 잘 처리해주었었다.
그렇기에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었다.
3년간의 고역에 대한 보상으로는 부족하겠지만, 퇴직금에 웃돈을 더 얹어주었었고.
헌데 이번엔 제 어긋나고 모난 성격 때문에 파티 리더까지 떠나게 만들었으니 이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의 분노에 소이현은 오금이 저린듯 하부를 움찔했고, 신나희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입이 있으면 얘기해보게! 가당치도 않은 거짓으로 나를 농락한 것이나 다름 없어, 알겠는가?!”
“히극!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할 게냐. 이 늙은 머리로는 도저히 해답이 안 보이는군. 너희 인성파탄자들하고 레이드 뛰어줄 탱커를 구해오던지. 아니면 유안나를 데려오던지! 대안을 내놓으라는 말이다!”
한번 터지기 시작한 분노는 살점들이 더욱 붙어 커져만 간다.
쩌렁하게 울리는 음성에 신나희와 소이현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 비굴하고 처량한 모습에 살짝 동정심이라도 든 건지, 한숨을 내쉬며 분을 삭히는 회장.
분노로 가득찬 그의 머릿속에 한가지 대책이 떠올랐다.
“하아..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군.”
방금만해도 둘의 눈물어린 모습이 처량하고 비굴해보였다. 즉, 알량한 동정심이라도 들게 만든다는 것이고,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것.
이건 길드의 위신에도 큰 타격을 입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셋의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길드의 관리능력을 재평가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만 대한민국 최강 길드라는 찬란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신나희, 소이현.”
“넷…”
“당장 쫓아내버리고 싶다만은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기한은 한달. 무슨 짓을 해서든 헌터와 매니저들에게 인정 받는 사람이 되어서 돌아와라. 못해낸다면, 계약연장은 없는 일로 할 테니까. 숙소에서 짐도 모두 빼. 인정 받기 전까지는 모든 지원은 끊는다.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봤다면 합당한 처분이라 생각할 게다.”
길드회장의 선언에 신나희, 소이현의 울상에 각각 절망과 희망이 깃들었다.
소이현의 얼굴엔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희망이 깃들었는데....
눈물이 걷어진 신나희의 얼굴에는 절망과 울분이 가득 차올랐다.
한평생 사과와 회개, 참회 따위와는 담을 쌓고 살았었고, 이제 와서 그 담을 무너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일은 오해하게 만든 유안나와 이강준의 탓이고, 그래놓고는 탈퇴로 엿을 먹인 유안나에게 절대 사과하고 싶지 않았었다.
절망에 빠진 신나희는 어금니를 씹으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모든 게, 이강준 그의 탓이다.
그가 탈주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씨발.. 다 그새끼 때문이야.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다 그새끼 때문이야. 그새끼. 그년도 마찬가지.. 그래.. 다 두 년놈들 탓이야. 속은 거라고. 분명 작당모의했을 거야. 낱낱이 까발려주겠어…'
그렇게 신나희는 길드회장에게 인정 받기 위해, 소이현과는 다른 방법을 구상하며 대표실을 빠져나왔다.
“미친년아..! 어디가아..!”
그런 나희의 날카로운 눈빛에 묘한 불안감을 느낀 이현이 그녀를 불렀지만, 나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대며 그대로 건물을 빠져나가버렸다.
멀어져가는 나희의 뒤를 쳐다보던 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저 미친년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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