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헌터 매니저는 때려치웁니다-1화 (1/68)

(Prologue) 꺼져줄게, 나 없이 잘 먹고 잘 살아라

마나와 던전이 등장하며 새롭게 개막된 지구 역사의 2페이즈.

마나의 힘을 이용해 던전 속 마물을 토벌하는 헌터들의 성장은 비약적으로 빨랐으며, 그에 따른 유명세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헌터들의 우상이자, 지구의 희망이라 불리는 S급 헌터들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쳤는데, 그 인기는 톱스타급 연예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파파라치가 들러붙는 건 일상이요, 얼굴값 좀 한다는 헌터들에게 사생팬이 생기는 건 부지기수.

그탓에 S급 헌터들은 톱연예인과도 같은 폐쇄적인 일상을 보내야했고, 그런 그들을 관리해주는 길드 소속의 헌터 매니저란 직업이 생겨났었다.

헌터 매니저, 하는 일은 연예인들의 매니저와 거의 동일했다.

일터인 던전까지 무사히 헌터들을 이송하고, 던전 토벌이 끝나면 부수적인 수습 일들, 그리고 그들의 컨디션 체크와 다음 던전 토벌 일정을 잡으며 또는 대외적인 스케줄도 조율한다.

거기에 헌터들이 지치지 않게 피로관리와 정서관리, 파파라치나 사생팬 처리도 해야했고.

한마디로 잡다하게 하는 일이 줫나 많은 직종이란 거다.

물론 월드스타급 헌터의 매니저는 두 세명이 업무를 나눠 맡지만, 그외 국내적으로 노는 S급 헌터들은 반대로 한 명의 매니저가 두 세명의 헌터들을 맡았다.

국내의 던전 토벌 일정은 상당히 느슨했으며, 대외적 스케줄도 달에 한번 있을까말까 했었으니까. 국가전력의 관리를 위함이라나.

그리고 S급 던전은 토벌이 들어가면 일주일씩 걸리는 건 기본이었기에 어떤 면에선 오히려 낮은 급보다 S급 헌터 두 셋을 맡는게 편하기도 했었었다.

조금 까다롭기는하지만.

그렇기에 국내서 노는 S급 헌터들은 대외적 스케줄만 잘 조정하면 두 세명 맡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었다.

…근데 난 시작부터 4명의 S급 헌터들을 맡아야했다.

그것도 일명, 미녀사총사라 불리는 악명 높은 헌터 레이드 파티의 전담매니저를.

맡을 매니저가 없다나 뭐라나.

**

든든한 맏언니이자 파티의 일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키고 달려드는, S급 탱커이자 미녀사총사 헌터 파티의 리더 유안나.

새초롬한 성격의 투덜쟁이이자 S급 근거리 딜러, 소이현.

까칠하고 사나우면서도 도도한 길고양이 같은 S급 원거리 딜러, 박나영.

그리고 성스러운 힐러라는 직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것 같은 호전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의 신나희.

위 4명은 내가 맡은 S급 헌터 파티의 구성인원들이었다.

아니, 구성인원들이었었다.

이젠 아니니까.

그들의 성격을 파악하는데에 하루도 걸리지 않았었다.

자기가 매니저인 것마냥 수시로 내게 보고를 요구하며 체크하는 유안나부터 하루종일 투덜대며 신경질과 장난질, 그리고 폭력도 해대는 다른 멤버들까지.

특히나 던전토벌이 끝나고난 직후엔 히스테리가 극강생리통을 겪는 것마냥 폭발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었다.

틈만 나면 해대는 구박과 핍박, 그리고 자신들은 장난이라며 내게 내뱉는 비난과 폭력 섞인 터치들.

납작한 뒤통수가 동그래질만큼 얻어맞고, 팔뚝엔 늘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그 혹독한 근무환경에서 거의 3년을 버텼다.

그마저도 S급 헌터의 매니저란 대기업급 연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동생의 이식수술비를 위해 큰 돈이 필요했던 내게 월 3천만원이 넘는(거기에 인센티브 별도) 막대한 돈은 어디서도 구하지 못할 자금줄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 지옥에서 3년을 버텼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날도 마찬가지였었다.

"아, 그러니까 A급 따위 던전 토벌을 무슨 부산까지 가야해. 어제 부산에 갔다왔다고. 그리고 뭐? 토벌 후에 하루 쉬고 광고 촬영? 미쳤어?"

"아, 아니 그게 내가 잡은 게 아니라 길드장님이.. 너희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많아서 이번 광고촬영은 무조건 해야된다고 해서.. 하루 쉬는 것도 내가 며칠을 졸라서 근신히…"

"아, 됐어. 짜증나니까 꺼져."

그날도 스케줄에 대해 따지고 드는 유안나에게 뻘뻘 기며 자초지종을 읊어야했었다.

내가 잡은 스케줄도 아니고, 지네들 쓰는 돈을 충당하기 위한 광고촬영인데도 지랄에 여념이 없었었다.

하루 쉬는 것도 내덕인데.

못되처먹은 년.

"강준씨? 할 일 없으면 나 발 좀 주물러줘. 부츠 신었더니 발이 아프네?"

뒤이어 쳐들어오는 소이현의 마사지 심부름.

제 손톱에 네일을 바르며 거만하게 다리를 꼬아 발을 까닥대는 소이현에 욕지기가 치밀어올랐었다.

없던 풋페티쉬도 생길만큼 발은 더럽게 예쁜데, 성격은 왜 저 모양일까.

역시 신이란 새끼는 모든 것을 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싶었다.

"으음... 역시 강준씨는 어디 쓸 데는 없어도 마사지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 전문샵에서 받는 거보다 더 잘 풀리는 거 같아."

3년간 거의 매일 마사지를 해댔는데, 실력이 느는게 당연한 거다. 너튜브와 인터넷으로 열심히 공부한 마사지 솜씨는 내가 봐도 쓸만해보였으니까.

"아악! 씨발! 코인 또 폭락하잖아! 좆 같은 코인 아오! 야 이강준! 가서 술이나 사와!"

발마사지부터 시작해 전신마사지가 끝나자마자 치고 들어오는 박나영의 코인 히스테리.

멍청한 년은 하루에도 몇번씩 코인가지고 지랄을 해댔는데, 떡상하는 날엔 그나마 온화해져 코인을 안 하는 나도 떡상을 기원하게끔 만들었었다.

그날은 애석하게도 폭락장이었었지. 땀을 식힐 새도 없이 급히 숙소를 빠져나와 술을 사다날랐었다.

"에이씨! 짜증나. 야 이강준 쏘맥 한잔 말아봐."

박나영은 내가 타주는 쏘맥을 좋아했었었다. 황금비율이 정확하다나 뭐라나.

혐오하는 년이 나로 인해 기쁨을 느낀다는게 달갑지는 않았지만, 동생 수술비를 위해서 몸을 판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하루를 멀다하고 술심부름에 욕받이를 했었었다.

참,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했나싶다.

무슨 호빠도 아니고.

"크...! 역시 니가 타주는 쏘맥이 젤 맛있다니까. 던전에 들어가있으면 이 쏘맥이 제일 생각나."

술시중이 끝나자 이번엔 기다렸다는듯 폭력힐러 신나희께서 부르신다. 4명을 보필하는 1명의 하루는 이만큼이나 바쁜 것이다.

"아, 강준씨 오늘 밤에 제 캐릭터 사냥 좀 돌려줄래요?"

신나희는 게임광이었었다. 어쩜 4명이 골고루 취미도 다른지, 그탓에 더 힘들었었는데 현실 직업은 힐러인 년이 게임에선 폭력적인 무투가 직업을 키우고 있었었다.

랭킹 1등을 놓칠 수 없다며 간혹 내게 밤샘사냥도 해달라며 정중하게도 졸라댔었는데, 때려치우는 그날도 이 년은 밤샘까진 아니더라도 자기가 자는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만 돌려달라며 부탁 아닌 부탁을 했었었다.

"아.. 네."

"혹시, 싫으신가요? 다시 한 번 이유에 대해 상기시켜 드려야 하나요?"

"아뇨, 좋습니다. 재밌더라구요."

어차피 할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 싫은 티를 냈다가는 `랭킹 1등을 놓치면 레이드에 집중할 수가 없으니, 온전한 레이드를 위한 일이다`라는 궤변으로 나를 더 힘들게 할 것을 알기에 대충 네네, 하며 넘겼었다.

"호호, 그렇죠? 이참에 강준씨도 캐릭터 만들어서 해봐요."

미친년, 웃기는.

내가 게임할 시간이 어딨어? 란 말이 입술까지 튀어나왔었지만, 3년간 그랬던 대로 그냥 삼키고 말았었다. 이제 와서 얘기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뭐.

그렇게 그날도 지옥 같은 업무량과 미친년4총사의 갑질에 허덕인 난, 숙소를 정리하고 마지막 만찬을 차렸다.

배달음식을 꺼려하는 그녀들이었기에 강제적으로 늘어난 음식솜씨는 그녀들에게서 받는 몇 안 되는 칭찬거리 중 하나였었다.

최후의 만찬인만큼 최상의 식재료로 갖은 잔재주를 부려 화려하게 식탁을 차렸었다.

아마 베테랑 가정부도 이런 호화로운 식탁을 음식 하나 식지 않게 차린다는건 불가능할 터다.

돌이켜보면 지랄맞은 년들 덕에 스스로 레벨업이 된 경우도 있는 듯하다.

뭐, 자발적이 아니라 타의적이란 점이 탐탁지는 않았지만.

여하튼 저마다의 개인방에 틀어박힌 년들의 주둥이에 처넣어줄 음식을 완성한 난, 종이 한장을 부욱 찢어 볼펜으로 대충 흘기듯 뭔가를 적었다.

그리고 식탁의 중앙에 놓인 냄비받침에 따끈한 찌개 대신, 따끈한 이별통보쪽지를 올려놓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ㅡ꺼져줄 테니 앞으로 잘들 살아라. 나 찾지 말고 다시는 마주치지도 말자. X같은 년들아.

동생 수술비도 다 모았으니 이제 내 인생을 살 거다.

씨발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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