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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는 네크로맨서-71화 (71/226)

71화

“이번 던전의 몬스터는 불거미다. 여왕 불거미를 죽이면 바로 던전이 클리어될 테니까 여왕을 찾아.”

“알겠습니다. 대장.”

은석의 명령에 팀 고스트는 빠르게 던전 안으로 사라졌다.

“채굴.”

은석이 하데스 길드의 채굴팀을 소환했다.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인 채 대기 중인 100명의 귀속령.

그 모습에 은석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마정석을 캐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던전이 클리어되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거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마정석을 캐야 한다.”

와아아-

채굴팀이 함성을 지르며 던전 벽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일반적으로 던전이 클리어된 후에 마정석 채굴을 시작한다.

몬스터를 잡기에도 시간은 부족했고, 놈들이 채굴하는 자들을 두고 볼 리도 없었다.

거기에 클리어되기 전에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은 헌터뿐이었기에 레이드와 동시에 채굴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은석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탐지.”

팀의 대장인 채굴이 던전 벽을 빠르게 훑으며 탐지 스킬을 사용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들도 망자가 되면 어렴풋이나마 마력을 느낄 수 있었기에 마정석을 찾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채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량의 마정석이 박혀 있는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마정석이 몰려 있다. 너희들은 이쪽을 맡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 더 안으로 들어가자.”

은석은 일사분란하게 마정석을 캐내는 귀속령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형님, 저자들은 누굽니까?”

은석의 채굴팀을 처음 보는 황희준.

“하데스 길드의 채굴팀이야.”

“혹시, 저들도 형님의 소환수인가요?”

“그래.”

황희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던전 레이드 중에는 찾기 힘들다는 마정석을 별것 아닌 돌멩이 캐듯 하는 그들의 모습은 놀라웠다.

“각성자 협회에서 가져갈 게 아무것도 없겠는데요.”

은석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각성자 협회는 이제 국물도 없어.”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황희준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자, 우리도 일 시작해야지.”

“우리요? 형님은 사냥하러 가시는 거 아니었나요?”

“사냥은 저들이 하면 되고. 이 던전에서는 따로 할 일이 있어.”

앞서 걸어가는 은석의 뒤를 황희준이 빠르게 따라갔다.

“다른 곳에서는 귀한 건데 불거미 던전에서는 아주 흔하거든.”

“귀하고 흔한 거요?”

은석은 던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저 나무야.”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켰다. 다른 것과 달리 불거미가 붙어 있어도 불이 붙지 않았다.

“신기하네요. 이 나무는 멀쩡한데요? 형님.”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불거미 한 마리가 땅으로 뚝 떨어졌다.

불을 키워 공격하려 하자, 황희준이 빠르게 들고 있던 단검으로 불거미를 찔렀다.

불거미를 제거하는 사이, 은석은 나뭇잎 하나를 꺾어 그를 불렀다.

“나뭇잎 안을 봐 봐.”

불에 타지 않은 나무의 잎사귀는 무언가를 감싸듯 안쪽으로 둥글게 말려 있었다.

은석이 말린 부분을 손가락으로 벌리자, 그 안에 가늘고 긴 대롱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그것을 따서 황희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가요? 형님.”

“특별한 이름은 없어. 부르는 사람마다 다 다른데 나는 이걸 화상 연고라고 부른다.”

“화상 연고요?”

“그래, 이 대롱 끝을 누르면 흰색의 액이 흘러나와. 그걸 화상 입은 부위나 상처에 바르면 회복이 빨라지지.”

“새살이 나는 건가요?”

“맞아, 그런데 일반 상처에는 안 되고 마력에 의한 상처에만 효능이 있어.”

“오. 신기하네요.”

“귀한 거야. 나도 불거미 던전 외에 다른 곳에서는 딱 한 번 봤거든.”

은석은 황희준에게 말하며 계속 대롱을 따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황희준도 그를 따라 채취를 시작했다.

“그런데 형님, 이걸 왜 따십니까? 이것보다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우선 아닌가요?”

“마력에 의한 화상이나 상처는 일반 의약품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힘들어.”

“그렇죠.”

던전 안에서, 혹은 던전 폭발, 브레이크로 튀어나온 몬스터에게 다치는 상처에는 마력이 남게 된다.

기본적인 치료는 일반 의약품으로도 가능했다. 하지만 마력이 깃든 상처는 대부분 흉터가 남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후유증도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되는 것은 화상이었다. 은석 역시 예전 용병으로 레이드를 다녔을 때, 팔뚝에 큰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그 던전에 딱 한 그루였지만 이 나무가 있었고, 대롱 액의 효능을 알고 있던 용병 덕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헌터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흉터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황희준이 은석을 쳐다봤다.

“형님, 그럼 이걸…….”

“그래, 그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고 한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 하나에 얼마씩 받으실 겁니까? 그 정도 효능이면 꽤 비싸게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황희준이 알고 있는 은석이라면 손해나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무료로 할 건데?”

“네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황희준.

은석은 가난하고 능력 없는 용병으로 던전에 들어갔을 때, 수도 없이 다쳤었다. 길드에서 모든 치료를 책임지는 헌터와 달리 용병은 1차 치료비만 무료였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심한 흉터 때문에 용병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이 봐 왔었다.

‘도와주려도 한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 표정인데.’

황희준을 보며 은석이 피식 웃었다.

“이미지 관리.”

“아, 역시 형님은 철두철미하신 분입니다.”

황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해머로부터 여왕 불거미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여왕을 발견했으니 곧 던전이 클리어될 거야. 나는 여왕을 죽이러 갈 거니까 너는 남은 것을 모두 채취해.”

“알겠습니다. 형님.”

대롱을 따는 황희준의 손이 빨라졌다.

질주하는 은석의 눈에 여왕 불거미를 에워싸고 있는 팀 고스트가 보였다.

여왕답게 엄청난 불을 내뿜으며 위협적인 괴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의 공격으로 다리 몇 개가 잘려져 몸통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였다.

“대장, 오셨습니까.”

은석은 창왕 옆에 서서 여왕을 지켜봤다.

“고생했다.”

창왕이 심각한 표정으로 은석에게 말했다.

“예전 제 기억이 맞다면, 불거미가 낮은 랭크의 던전에서 나왔던 적은 없었습니다.”

“맞아. 불거미는 최소 C-랭크에 나오는 몬스터지. 특히 저 정도 크기의 여왕 불거미가 E랭크 던전에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지.”

“점점 측정한 랭크보다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크아악-!

그 순간 여왕 불거미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었다.

입을 벌려 팀 고스트를 향해 거대한 불덩어리를 쏘아 댔다. 은석이 아공간에서 귀검을 꺼내 들었다.

“빨리 끝내고 다음 던전 가자.”

화르륵-

귀검에 푸른 화염을 입히며 달려 나갔다. 은석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귀검으로 쳐 내며 뛰어올랐다.

그대로 여왕 불거미의 양쪽 눈 사이에 귀검을 찔러 넣고 죽 그어 내렸다.

쩌적 소리를 내며 머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큰 소리를 내며 옆으로 넘어가는 여왕 불거미.

갈라진 머릿속에서 마나석이 나타나자, 은석이 그것을 손에 쥐었다.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레벨업 보상이 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던전 전체에 진동이 울렸다. 황희준이 헐레벌떡 뛰어 왔다.

“형님, 화상 연고도 다 땄습니다.”

‘채굴.’

‘네, 대장님.’

‘마정석은?’

‘완료했습니다.’

은석이 던전 게이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소환 해제.”

그의 명령에 팀 고스트와 채굴팀이 사라졌다.

“형님, 이거요.”

황희준이 내민 주머니 안에는 작은 대롱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음 던전에는 마나석을 뽑을 만한 몬스터가 나와야 할 텐데.”

“아닙니다. 저는 형님과 함께라면 뭐든 다 좋습니다.”

황희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웃었다.

던전을 나오자, 해가 뜨고 있었다.

“형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자고 있는 협회 직원이 보였다.

“가자.”

은석은 이현을 불러내 다음 던전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 *

던전 독식.

다른 길드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석은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했고, 그 속도만큼 입찰을 쓸어갔다.

상위 랭크에 들어갈 수 없는 길드나 신입 헌터 교육으로 쓸 던전을 구하지 못한 길드의 원성이 높아져 갔다.

각성자 협회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직접 하데스 길드로 항의 서한을 보내는 곳도 있었다.

하데스 길드 2층.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안공진 실장 앞으로 또 하나의 항의장이 도착했다.

서한을 읽으며 안 실장은 혀를 끌끌 찼다.

“꼭 공부 못 하는 것들이 열심히 공부할 생각은 안 하고 남 탓만 하는 거지.”

다 읽은 종이를 좍좍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혼자서 돌면 얼마나 많이 돈다고 이 난리들이야.”

던전을 나올 때마다 황희준은 정리한 엑셀 파일을 안 실장에게 발송했다.

초반에 몇 번 확인한 것이 전부였던지라, 안 실장도 정확히 얼마나 많은 던전을 들어갔는지 모르고 있었다.

황희준이 보낸 엑셀 파일을 열어 은석이 클리어한 던전의 개수를 확인했다.

안 실장의 입에서 휘파람이 흘러나왔다.

“와, 많이 돌기는 돌았네.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42개? 다른 길드에서 난리 칠 만하네.”

숫자를 확인한 안 실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은석 헌터님도 이런 분위기라는 걸 알고 있어야겠지?”

휴대폰을 열어 은석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몇 번의 전화 연결음이 들리고,

“네, 실장님.”

은석이 전화를 받았다.

“김은석 헌터님, 지금 어디십니까?”

“막 던전에서 나왔습니다.”

“바쁘신데 전화를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별일은 아닙니다만…….”

안 실장은 다른 길드에서 보낸 항의 서한과 던전 독식이라고 불리는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은석은 아무 말 없이 안 실장의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김은석 헌터님? 듣고 계시죠?”

“네, 들었습니다.”

“그들의 항의에 대응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럴 만한 사항도 아니고요. 단지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전화 드린 겁니다.”

“연합 던전, 신청하라고 하십시오.”

“네?”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 길드는 하데스에 연합 던전을 신청하면 됩니다.”

“헌터님, 저는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앞뒤 상황을 조금 더 붙여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곧 이번 일정의 마지막 던전에 들어갑니다. 클리어하고 길드 본부로 가겠습니다. 그때 다시 말씀드리죠.”

* * *

마지막 던전을 나와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이현의 마법진으로 황희준의 방에 도착한 셋.

“고생했다. 희준아.”

쉬지 않고 이어지는 던전 레이드에 황희준의 얼굴에 다크 서클이 길게 내려앉았다.

“아닙니다, 형님. 다음 던전은…….”

눈꺼풀이 무거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데도 다음 던전을 물어보는 황희준.

그의 모습에 은석은 피식 웃음이 났다.

“일단 쉬어라. 그리고 일어나면 이거 하나 먹고.”

회복 기능이 있는 던전 과일 하나를 황희준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거 아니었으면 저 진짜 피곤해서 죽었을 겁니다.”

그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이현이 씩 웃었다.

“자라.”

마법진이 번쩍였고 은석과 이현이 사라졌다. 황희준은 옷도 벗지 않고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져 잠들었다.

“대장, 쉬십시오.”

“그래, 소환 해제.”

집에 도착한 후 이현을 저승 훈련장으로 보내고, 은석은 조용히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들어갔다.

“하……. 얼마 만에 씻는 거냐.”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은석은 늘 그렇듯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도 그를 위해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자, 맥주가 눈에 띄었다.

‘오늘은 시원한 맥주가 땡기는데…….’

하지만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언제나처럼 콜라 하나를 꺼냈다.

예전에는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었다. 용병 일은 힘들었고 은석은 외로웠었다.

레이드를 마치고 무거운 몸으로 집에 들어온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해야 할 일도 있고, 지켜야 할 가족과 동료들도 생겼다.

‘모든 게 다 끝나면 그때 시원하게 한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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