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498화 (498/500)

498 초월 신 (1)

‘이건……?’

초극.

그 가공할 힘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처음에는 입자화를, 나중에는 차원의 힘으로 초극의 위력을 다른 곳에 날려 버리려던 카이륜의 시도조차 씹어 먹으며 놈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남은 것은 오직 그가 남긴 신성뿐.

가능하다면 천신이 남긴 세계 : 천계를 돌려주고 그의 존재를 회복시킬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건 소화를 시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카이륜에게 세계가 넘어간 순간, 아예 소유권이 옮겨지고 천신이라는 존재는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를 잃은 후유증으로 공허의 존재가 되어 버렸겠지.

덕분에 온전히 그의 것이 된 카이륜의 세계가 로칸에게 다시 흡수되었다.

입자가 되어 버린 원래의 세계는 일부 다시 구현되었지만 완전하지 않은 신성의 정보가 함께 로칸에게 들어왔다.

그리고 로칸은, 카이륜과 카이스만의 신성에 담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에 얽힌 진실의 편린까지도.

“그런 거였군.”

워낙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이다 보니 바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조각을 모아 이어 붙이자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카이륜이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하던 카이스만에 대한 진실이기도 했지만 카이륜 본인에 대한 진실이기도 했다.

“분열된 거였어.”

카이륜과 카이스만은 형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차원을 다루는 신들의 수호자가 쌍둥이였던 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롯이 존재하는 유일한 신이었다.

카이륜과 카이스만이 자신들을 쌍둥이로 기억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이 하나에서 분열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카이륜도, 카이스만도 아닌 본래 신들의 수호자는 지상과 천상, 신계를 지키는 수호자로서 일생을 바치는 존재였다.

그것이 그들의 의무였고 존재의 의미였으니까.

그러나 카이람이라 불리던 당대의 수호자는 그것에 불만을 품었다. 어째서 자신이 그토록 희생을 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 신들에게 분노했고, 자유로운 그들에게 질투했다.

그래서 모종의 실험을 감행했다.

자신의 세계에 나마 차원 문을 열어 지상도 천상도 신계도 아닌 어딘가와 연결시킨 것이다.

그 너머를 지켜봄으로써 끝없는 무료함을 달래려고 했다.

하지만 외부를 지켜보는 나날들이 길어질수록 욕심이 생겼다.

차원을, 차원 문을 다룰 수 있는 자신이니 보는 것뿐 아니라 아예 둘을 연결시켜 유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 호기심이 독이 되었다.

처음 몇 번은 문제가 없었지만 어느 순간, 그를 따라 다른 차원의 존재가 그의 세계로 넘어온 것이다.

바알제불.

카이람이 다녀온 세계에서도 두 번째로 강하다고 알려진 존재가 바로 그였다.

신들의 힘을 아득히 초월하는 존재.

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차원 문을 닫고, 저쪽 세계에 있는 본체와의 연결을 끊어 버렸지만 그것만으로도 놈은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지옥’이라 불리는 세계에서 넘어온 녀석은 카이람의 세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생소한 힘을 사용하는 그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던 카이람은 자신을 둘로 나누었다. 이미 파괴된 세상과 함께 바알제불을 떼어 내 공허로 처박아 버렸다.

떼어 낸 세계에 있던 존재들은 그를 원망했고, 자신들을 구원해 줄 새로운 신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카이륜.

녀석은 이미 멸망에 가까워진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파괴자인 바알제불과 계약을 맺었다.

그에 의해 무수한 입자가 되어 버린 세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그를 언젠가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말이다.

이대로 카이륜이 소멸해 버리면 자신 또한 소멸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알제불은 그와 계약을 맺었다.

그를 도와 공허의 군주들을 굴복시키고, 이름 없는 자들의 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결국 둘 다 기억이 온전치 않은 거였다니.”

그리고 카이스만은 본래 하나였으나 둘로 분열하며 신성과 세계가 온전치 못한 카이람이 기억조차 분열되어 자신을 기억하게 된 것이었다.

카이스만이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잘한 것도 아니다. 어쨌든 카이륜이라는 존재를 만든 것은 카이스만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카이람이 아니던가?

로칸은 씁쓸한 미소를 베어 물며 그의 신성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599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최고신의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덕분에 오롯이 599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의 세계 : 명부마도에서는 새롭게 받아들인 공허의 신들과 기존 세계의 주민 그리고 하위 신으로 등록된 존재들이 끝없는 투쟁을 벌이는 중이지만, 새로 획득한 신성 덕분에 힘을 받은 주민들이 제법 잘 싸워 주고 있었다.

몇몇은 신위를 획득하며 그들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카루타.

빠르게 원래의 힘을 회복해 가는 녀석은 압도적인 무력과 폭력으로 신입들을 제압해 가고 있었고, 그에게 맡겨 둔다면 어지간한 공허의 신들쯤은 알아서 정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일 때, 궁금했던 무언가가 눈앞에 떠올랐다.

[초월 신 등극][퀘스트]

당신은 신으로 이룰 수 있는 최고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신을 초월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599레벨 달성 (완료)

-초월 신의 힘 사용 (완료)

-세계의 잠재력 확보 (완료)

-GOD 등급 이상의 타이틀 확보 (완료)

-타 차원과의 연결 통로 개방 (미완료)

-초월 신의 격을 가진 처치 (완료)

“어?”

599레벨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신’이 되었는데, 그 이상의 경지가 있기는 할까?

혹시 이게 엔딩이거나 만렙인 건 아니겠지?

그 의문을 해결해 줄 퀘스트가 그의 눈앞으로 떠오른 것이다.

“초월 신이라?”

초월 신.

신을 넘어선 존재로의 발돋움할 수 있음을 시스템이 알려 주었다.

벌인 일 자체가 어마어마했기에 이미 대부분의 조건은 만족한 상태였고, 딱 하나 타 차원과의 연결 통로 개방이라는 조건만 미달성된 상태였다.

“초월 신급이었다고?”

초월 신의 격을 갖춘 존재를 사냥하라는 조건이 달성되어 있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그것이 바알제불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분명 녀석의 레벨은 599에 불과했지만 봉인된 상태였으니 그 ‘격’은 초월 신급이었다고 봐야겠지.

이렇게 되니 욕심이 생겼다.

단 하나의 조건만 달성하면 599레벨을 넘어, 초월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미 차원의 신성을 다룰 줄 알고, 신들의 수호자라는 타이틀도 얻었으니 찾아본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없군.”

살짝 격앙된 로칸은 일단 퀘스트 창과 스킬 창을 싹 훑어보았다. 하지만 차원 문을 개방하는 별도의 스킬이나 방법을 일러 주는 퀘스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 깨닫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당장 연구를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공허와의 전쟁으로 지상과 천상, 신계가 엉망이 되어 있었으니까.

당장 599레벨을 달성했고, 여유 신성 또한 그득그득 쌓였지만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전쟁은 끝났다!]

로칸은 즉시 신성을 발휘하여 지상과 천상, 신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신언을 전했다.

공허와의 전쟁이 끝났음을 선포했다.

더 이상 투항을 받아 줄 생각도 없었다. 몇 번이고 기회를 줄 만큼 아량이 넓지는 않았으니까.

즉시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내려 공허의 잔당들을 소탕할 것을 지시했고, 자신은 신계에 남아 있는 공허의 존재들을 말살하기 위해 움직였다.

폭력으로써 그들을 응징하고 군림하였다.

이것으로 공허의 씨를 말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당분간은 조용해지겠지.

워낙 파장이 컸던 전쟁인 만큼 모두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각 국가들은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고 줄어든 인구를 보충해야 했으며 신들 역시 소모한 신성과 망가진 세계를 복구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해치웠군.”

바알제불을 납치해 갔던 광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그의 레벨은 수십 개나 내려간 상태였다.

금방 회복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카이륜과 같은 존재가 다시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큰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을 만큼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

오죽하면 광풍이 로칸과 한판 붙어 보자는 말도 하지 않을까.

능력을 제한한 채 붙어 보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로칸이 더없이 강력해진 만큼 그런 제약을 걸기보다 제대로 한판 붙어 보고 싶기에 말을 아낀 것이다.

그렇게,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 와중에 유저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꽤나 많은 레벨을 올리고, 공허든 뭐든 신성을 획득한 이들이 많은 것이다.

반신의 숫자도 크게 늘었고, 일부는 신위를 얻기 직전의 상태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렇게 되면 다신교로 갈 수밖에 없겠군.”

로칸교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가 흡수한 공허의 신들, 그리고 하위 신으로 등극한 이들을 위해 수많은 신들의 존재를 인정해 준 것이다.

그래야 그들도 제대로 된 신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렇게 천천히 흡수한 신성과 공허를 돌보며 지상과 천상, 신계를 살피던 로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 녀석은…….”

눈에 띈 것은 바로 천상. 그중에서도 천족의 진영이었다.

하멜이 1급 천족의 지위를 받아 활동 중인 그곳에서 익숙한 신성의 기운을 느낀 것이다.

“이래서 괜찮았던 건가?”

그것은 틀림없는 천신의 기운이었다.

천신이 소멸했음에도 천족들이 생각보다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는데, 그곳에 천신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세계를 이용해 카이륜을 옭아맨 천신이었지만 천상에도 그를 믿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틈에서 부활한 것이다.

신이라는 존재는 그들을 향한 믿음이 있는 이상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것이 여러 신들이 지상과 천상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적어도 소멸하거나 공허의 존재가 되는 일은 면할 수 있으니까.

‘감사의 표시는 해야겠지.’

신성은 반신의 수준도 간당간당할 만큼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지만 천족이 계속해서 부흥해 간다면 언제고 다시 천신의 힘을 되찾게 될 터였다.

그에게는 최상위 신이 되었던 노하우가 있으니까.

로칸은 피식 웃으며 그에게 신성을 전달했다.

펫이라는 시스템의 연결로 자유로이 신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카이와 달리, 그를 단번에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주지는 못하지만 그 신성만으로도 금세 신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실마리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간신히 안정을 찾은 각 세계들을 돌아보며 로칸이 고민에 빠졌다.

타 차원과의 연결 통로라는 건 어떻게 여는 것일까?

아무리 차원의 신성을 움직여 봐도 좀체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당장 지상이든 천상이든, 아니면 신계든 원하는 어디로든 차원 문을 열어 이동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것도 일종의 ‘좌표’가 필요한 것인지 다른 차원으로는 연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돌연 하늘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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