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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496화 (496/500)

496 최후의 결전 (3)

퍼억퍼억.

로칸이 배틀 액스를 휘둘러 카이륜의 몸을 베어 보지만, 녀석은 먼지처럼, 모래처럼 바스러지며 충격을 무력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일부 입자들이 배틀 액스에 부딪쳐 파괴되었지만 더 작고 미세한 입자가 되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

퍼억!

그뿐이 아니다. 방어에 여유가 생기자 녀석은 차원력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공격을 가해 왔다.

이쪽은 공격을 해도 무효화가 되지만, 상대는 입자를 굳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놈의 공격에는 멸망한 세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허의 힘이 가득했다.

로칸이 분투했지만, 형편없이 밀리며 튕겨져 나갔다.

“젠장, 이건 사기잖아.”

실로 사기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나 싶어 놈이 공격하는 순간을 노려 카운터를 날려 봤지만 그 또한 무소용. 단 한 번의 공격을 상쇄할 뿐이었고 곧 재차 공격이 날아올 뿐 아니라 형상마저 변이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 멸망의 재.”

설상가상, 녀석이 세계의 힘까지 사용했다.

카이스만에게 얻은 세계와 자신의 멸망한 세계를 모두 가진 녀석은 세계가 부서지며 생겨난 입자들을 이용해 막대한 신성을 자신에게 덧입혔다.

몸집을 부풀리고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모래는 굳힐 수라도 있지…….”

로칸은 마치 도끼 한 자루를 들고 모래폭풍과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베어도 흩어질 뿐이고, 상대는 무엇으로든 변신해서 공격해 온다.

심지어 거인의 형상을 하기도 했고, 수십으로 분열되어 덤벼 오는 것도 예삿일이었다.

모래나 먼지와도 같지만 또 다르다.

그것들은 강제로 뭉치거나 굳힐 수 있지만 저 미세한 입자들은 미세 먼지와도 같아서 물을 뿌리든, 신성으로 빨아들이든 별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덕분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전투력에서는 로칸이 앞서지만 상대는 실체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강한 존재라 해도 일방적인 공격이 가능한 상대를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점차 로칸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 갔고, 그것은 광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상대하고 있는 바알제불 역시 카이륜과 똑같은 입자화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조화의 나무!”

그렇게 둘이 수세에 몰리자 지원을 맡은 세 신들도 각기 수를 내기 시작했다.

저 둘조차 어쩌지 못하는 상대를 그들이 꺾을 순 없겠지만 당장의 문제를 일부 해결하여 도움을 줄 수는 있었으니까.

때문에 정령 신은 다시 한번 세계수를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직선이 아닌, 그들을 감싸듯 원형으로 세계수를 둘러 세우며 조화와 정화의 힘을 발했다.

스츠츠츠츠츳!

“……귀찮은 짓을 하는군!”

그리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카이륜과 바알제불이 미세 먼지라면 세계수는 공기청정기가 되어 공허의 입자들을 먹어 치우고, 정화해 내는 것이다.

워낙 둘의 힘이 막강하다 보니 정화하는 양은 제한적이지만 이대로 붙들고 있을 수만 있다면, 장기전은 결코 그들만의 손해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둘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입자로 변해 몸을 빼내더니 세계수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흐흐, 그건 곤란하지!”

그때 마신이 나섰다.

세계수를 파괴하려는 놈들을 가로막고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힘을 일깨웠다.

“탐욕과 식탐.”

7대 죄악.

그중 둘의 힘을 동시에 일으켜 그들을 맞이한 것이다.

입자로 변한 그들의 힘을, 파편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놈들에게 신계를 빼앗길 순 없지.”

그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과거 신들의 수호자인 카이륜과 카이스만조차도 바알제불의 힘을 견디지 못해 세계가 파괴되고 공허의 신으로 변하지 않았나?

한데 바알제불과 카이륜의 힘을 제 속에, 제 세계에 받아들인다?

그 역시 최상위 신인 만큼 어느 정도의 흡수와 정화는 가능하겠지만 자칫 그 힘이, 씨앗이 생각보다 강력할 경우 저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을 마신이라고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오만, 질투, 분노.

어쩌면 그가 품고 있는 다른 7대 죄악의 영향인지도 몰랐다.

“이 빌어먹을 짝퉁 놈이!”

바알제불은 그런 그의 행동에 분노했다. 감히 자신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마신을 향해 악독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쿠와아아아아아아.

막대한 입자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흡수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주기 시작했다.

과연 이것을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조롱처럼 그에게 자신의 힘을 날려 보낸 것이다.

“어디 감당해 보아라.”

카이륜도 거기에 합세했다. 자신의 세계에 가득 들어찬 입자들을 마신에게 밀어 넣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들의 뒤를 잡은 광풍과 로칸이 미친 듯이 배틀 액스를 휘둘러 댔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대로라면 마신이 위험해진다는 것.

세계수가 보조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에게 밀려드는 입자가 너무 많았다.

599레벨 둘의 협공을 받는 것이니 그의 세계가 빠르게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우우우웅!

그때, 그의 뒤편에서 또 다른 신성이 빛을 발했다.

정령 신도, 마신도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신성.

그것은 다름 아닌 천신이었다.

“링크.”

“안 돼!”

“이 멍청한 새끼가!”

그가 자신의 세계와 카이륜의 세계를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세계의 힘을 드러내는 순간 나타나는 세계의 좌표. 그것을 이용해 역으로 침공해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것은 마신보다 위험한 짓이었다.

마신은 그들의 기운을 자신의 세계에 받아들여 정화하고 일부나마 힘을 빼려 하는 것이지만, 세계를 연결시키는 순간 천신의 세계는 역으로 침공을 당할 수도 있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카이륜의 세계에 타격을 주고, 그가 힘을 쓰는 데 제약을 줄 수도 있다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천신이 카이륜의 세계를 어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일단 그는 공허의 신이니까.

카이스만의 세계를 빼앗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파괴된 세계에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놈이었으니 파괴된 세계에서 발생되는 공허가 역류하여 그의 세계를 침범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크헉!”

그것을 증명하듯, 세계를 연결시키자마자 천신이 울컥 피를 토해 냈다.

카이륜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공허의 힘이 역류하는지 천신의 주변으로 보랏빛 공허의 신성이 넘실거리기 시작했고, 침식이 시작되어 피부색이 변하고 있었다.

“세계가 온통…… 먼지뿐이네요.”

그러면서도 천신은 꾸역꾸역 말을 이었다.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이에요. 아직 카이스만의 세계는 무사……. 쿠엑!”

신성인지 피인지 모를 것을 왈칵 게워 내는 천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끄으으으으윽!”

그것은 마신 역시 마찬가지. 바알제불과 카이륜이 주입하는 힘이 버거웠는지 온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초극!”

이대로는 안 된다. 무슨 수든 내야 했다.

로칸은 무방비인 카이륜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초극이라면,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힘이라면 설령 상대가 입자라 할지라도 타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신성을 집중시켜 놈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를 일격에 베어 버렸다.

쿠오오오오오오!

그 일격에 작은 블랙홀이 생겨났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빨려든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소멸의 힘이 카이륜을 먹어 치웠다.

“크윽!”

카이륜의 입에서 다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조금, 아주 조금 힘이 모자랐다.

초극으로 인해 일어난 소멸의 블랙홀은 카이륜의 모든 것을 먹어 치웠지만 마지막 순간 힘이 다해 한 조각의 힘을 남기고 말았다.

“버러지 따위가!”

콰앙!

즉시 다시 힘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녀석이 힘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였다.

눈 깜짝할 사이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 카이륜은 로칸을 강타해 밀어 냈고, 로칸은 초극을 재사용하지 못한 채 바닥에 처박혔다.

“으아아아아아악!”

잠시 마신에게 주입되던 힘이 끊겼지만 이미 그가 받아들인 힘은 포화 상태였다.

그에게도 공허의 기운이 들끓으며 폭주 직전까지, 타락 직전까지 몰려갔다.

“알았어요. 카이스만의 세계를 갖고도 공허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그때, 피눈물을 흘리며 카이륜의 세계를 엿보던 천신의 음성이 또렷이 들려왔다.

그 역시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전신이 폭발해 버릴 듯 부들거리는 상태였지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카이스만의…… 세계도 온전한 하나의 세계가……. 큭, 아니었……어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텨 내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공허의 신으로 남아…….”

휘청.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일까 천신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공허의 기운이 언제라도 그를 잡아먹을 듯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천신은 마지막 신성을 발해 버텨 냈다.

회광반조처럼 어느 때보다 찬란한 신성으로 자신을 지키고 공허의 힘을 밀어 내었다.

“뒤를…… 부탁…….”

지이이이이잉!

그 순간, 천신이 사라졌다.

그의 신성이, 그의 세계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도주? 이탈? 아니다. 심지어 소멸한 것도 아니었다.

흡수.

천신의 모든 것이 카이륜에게로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크으윽!”

그 갑작스러운 힘과 세계의 전이에 카이륜이 고통스레 몸부림을 쳤다.

제 아무리 599레벨이라 해도 흡수된 천신 역시 590레벨이 넘는, 최상위 신들 중 하나였기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입자화된 몸이 제멋대로 뭉쳤다 터져 나가기를 반복했고, 커졌다가 줄어들었다가 외형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저 스스로도 제어가 안 되는 모양.

그것은 천신의 힘이 다해 흡수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의 양도.

이대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천신의 결단이었다.

버티고 버텼다면 제법 오랫동안 세계를,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천신은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을 희생하여 카이륜에게 족쇄를 씌운 것이다.

푸확!

“……!”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있었다.

카이스만의 반쪽짜리 세계와, 천신이 온전하게 유지한 채 내던진 천계까지 소유하게 되자 카이륜은 더 이상 공허의 신이 아니게 된 것이다.

입자화되어 소멸한 것도, 형태를 갖춘 것도 아닌 세상 속에 살던 녀석이 다시 신위를 회복했다.

그의 이름이 온전히 세계에 고정되었다. 뿌리를 내렸다.

바알제불의 힘에 의해, 그와의 계약해 의해 아직 입자화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신위를 얻으면서 본능적인 거부감과 잊고 있던 갈망이 떠오른 것이다.

살고 싶다.

이 세계를 지키고 싶다.

오랜 세월 포기했던 그 감정이 들자 입자화의 형태가 모호해졌다. 로칸의 공격을 더 이상 완벽하게 흘려 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이 기회가 되었다.

로칸과 광풍은 그 순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최후의 반격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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