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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465화 (465/500)

465 신들의 도시 (7)

“그거 좋군요.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에요. 아, 그리고 로칸 님은 세계를 여러 개 가지고 계시죠? 만약 세계의 상황이 괜찮다면 그것들을 합쳐 보세요. 상당한 시너지가 생길 거랍니다. 여러 개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긴 하지만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신성도 분산되고 세계의 잠재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는 것이 더 큰 신성을 보유하는 방법이에요.”

“세계의 합일이라……. 그렇군요. 고려해 보겠습니다.”

천신의 마지막 말도 꽤 도움이 되었다. 세계의 합일. 이미 마도 제국과 명부마도를 합쳐 본 경험이 있는 로칸이었기에 그 말에 공감을 하는 것이다.

여러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만약 한 세계가 멸망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보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세계를 합칠 경우 1+1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생산되는 신성의 총량은 물론 질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일단 통일부터 시켜야겠지?’

명부마도를 비롯한 나머지 두 개의 세계가 강대한 적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 합치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모두 통일을 한 뒤라면?

그들끼리 경쟁하게 만드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일 듯싶었다.

그가 세운 율법은 누군가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흡수하는 방식이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유실되는 생명들이 생기겠지만 강성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게 된다면 그것쯤이야 금세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여차하면 출산율을 높이도록 만들어도 좋고.

‘명부마도의 경우 아직 지하 세계가 열리지 않은 것이 좀 걸리긴 하지만…….’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일단 모든 세계가 자신들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고 난 뒤, 그때 다시 세계를 합칠 고민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부디 저의 아이들도 어여삐 여겨 주시길…….”

천신은 결국 정보만 주고 떠나갔다. 어차피 그가 뭔가를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저 이런 식으로나마 도움으로써 자신의 후손들이라 할 수 있는 천족들에게 로칸이 아량을 베풀어 주기를 기대할 따름이었다.

“의뢰와 거래, 그리고 공허란 말이지.”

히죽.

로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자신의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이 떠올랐다.

[갓 네트워크에 연결합니다.]

먼저 찾은 곳은 게시판이었다.

일종의 온라인 게시판과 같다고나 할까. 그곳에 퀘스트 형식의 요청 글들이 마구 올라와 있었다.

이미 해결이 된 것은 [완료] 표시가 붙어 있었기에 거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분류를 통해 모집 중인 의뢰인지, 진행 중인 의뢰인지, 완료된 의뢰인지를 구분할 수 있었고, 필요한 것이 스킬인지 아이템인지, 지식인지, 인력이나 다른 신의 도움인지도 따로 모아 볼 수 있었기에 적응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 심부름뿐이군.”

하지만 그중 약 70% 정도는 쓸데없는 심부름 의뢰가 대부분이었다.

보상으로 주겠다는 신성의 양도 짠 것이, 최하급 신이나 하급 신들의 용돈 벌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신성 생산량이 제법 되는 이들이 제 손으로 하기에 귀찮은 일들을 신성이 궁한 이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일단 그런 것들은 제외했다.

자신의 세계에서도 충분한 신성이 생산되고 있었고 지상과 천상에서도 끊임없이 신성을 생산했으니까.

심지어 천상 통일을 이룬 덕분에 천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모든 신성을 지닌 존재들, 즉 400레벨 이상의 죽음마다 약간씩의 신성이 떼어져 그에게 들어오기도 했다.

하급 트롤 신 크로무슈에게서 뜯어낸 1백억의 신성?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기에 자잘한 의뢰들은 제쳐 두고 자신이 할 만한 의뢰들을 찾았다.

“별게 다 있군.”

그렇게 한참을 살펴보자 은근한 재미가 느껴질 만큼 의뢰의 종류는 많고 많았다.

심지어 하급 신들에게 신성 활용법이나 전투 능력을 가르치는 과외 의뢰도 있었고 광풍처럼 호전적인 이들은 자신과 겨루기만 해도 신성을 떼어 주겠다는 의뢰를 내걸기도 했다.

실제 광풍의 의뢰가 보이기도 했지만 꽤 많은 신성이 보상으로 걸렸음에도 벌써 오랫동안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해볼 만할 것 같은데?”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본 로칸은 결정을 내렸다. 과연 이 생각이 먹힐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결심을 굳힌 로칸은 갓 네트워크를 조작했다.

의뢰를 받는 대신 한 가지 의뢰를 올려 두었다.

갓 네트워크는 신위를 얻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었기에 단 한 번도 의뢰를 수행하지 않은 로칸이지만 의뢰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월드 크래프트 승리시 신성 100억 지급][퀘스트]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입니다. 저와 월드 크래프트 대결을 해서 승리하시면 그 즉시 100억의 신성을 지급합니다.

단, 대결 시 10억의 신성을 내기에 걸어야 합니다.

-성공 조건 : 로칸과 월드 크래프트 대결에서 최종 승리

-성공 보상 : 신성 10,000,000,000

-특수 조건 : 대결 시 10억의 신성을 판돈으로 걸어야 함. 승리 수당 100억은 별도 지급.

한마디로 [로칸을 이겨라!]였다.

의뢰 제목부터 어그로를 끌기 위해 1백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로칸은 실제 1백억의 신성을 지급할 용의가 있었다.

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 중 월드 크래프트의 고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첫 번째 대결에서 패배해 1백억을 뜯긴다 해도 어차피 공짜로 번 것이기에 크게 아깝지 않았고, 자신의 신성 생성 속도라면 금방 또 회복을 할 것이었기에 과감하게 베팅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승리한다면? 10억을 벌어들이니 이득이다.

과연 몇 판이나 연승을 거둘 수 있을까?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곧장 의뢰를 올린 것에 대한 반응이 나타났다.

[하급 노움 신 코롱이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에게 월드 크래프트를 신청했습니다.]

상위 신들에게 1백억은 애매한 수치일 수 있지만 하급 신, 아니 중급 신만 되어도 이야기가 달랐다.

하급 신에게는 격을 올릴 만한 수준이었고 중급 신에게도 상당한 목돈이었으니까.

승리하면 10배, 아니 내기에 건 판돈까지 11배의 이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차고 넘쳤다.

더구나 무력을 겨루는 것도 아닌 월드 크래프트였으니까.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착각하기 쉽지.’

누구라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

특히 각자의 세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신들이니, 자신의 세계가 질 리 없다는 생각을 품기 쉬웠고, 로칸이 인간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종족의 우위 때문에라도 이길 수밖에 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표출할 종족 신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그것이 함정이었지만 도전자들의 생각은 다를 터였다.

로칸은 그것을 이용하면 그뿐.

“뭔가 초등학생들 야바위로 등쳐 먹는 느낌이긴 하지만……. 공짜가 꼭 나쁜 건 아니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월드 크래프트 대결을 받아들였다.

연승 신화를 이룩하기 시작했다.

***

“슬슬 적어지나?”

연승에 연승. 일단 1백억이라는 신성에 어그로를 끌릴 정도라면 종족 신을 기준으로 중급 이하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눈앞의 숫자에 매료되어 상대의 수준과 전략도 알지 못한 채 덤빈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로칸은 그들을 가뿐하게 격파했다.

대부분이 크로무슈와 비슷한 실력이었기에 사실 프로게이머의 전략 같은 것도 필요가 없었다.

정찰을 하고 그에 맞춰 빌드를 올리면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으니까.

일단 ‘세계’를 이용한 경기인 만큼 외부 관전을 기본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월드 크래프트의 시스템 덕분이기도 했다.

이쪽의 전략이나 구성 따위를 다음 도전자가 알지 못했고, 같은 수법을 쓰더라도 똑같이 대응하다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승리 수당으로 걸었던 1백억의 신성을 추가로 벌어들이기까지는 불과 5~6시간이면 충분했다. 그것도 정신적 피로를 풀기 위한 휴식 시간을 포함해서.

하지만 로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몇 승을 했을까. 벌어들인 신성의 양이 1천억을 가뿐하게 넘어갔고, 슬슬 소문이 퍼졌는지 도전자의 수가 줄어들었다.

로칸이 월드 크래프트의 엄청난 고수라는 소문이 퍼지며 10억이 아까워진 이들이 몸을 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하여 로칸은 판돈을 올렸다.

승리 수당 5백억, 내기 판돈 25억.

판돈을 50억으로 맞춰 10배를 맞출까 하다가 중급 신들이 눈 딱 감고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낮춘 것이다.

그 결과, 다시 도전이 물밀듯 들어왔다.

각 종족의 중급 신과 상급 신에 해당하는 이들이 대결을 걸어왔고, 신성을 퍼 주며 물러난 것이다.

친분이 있거나 같은 종족의 기존 도전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로칸의 정찰을 막거나 러시에 다르게 대응하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그래 봤자다.

프로게이머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준프로급의 더 스타 실력을 가지고 있는 로칸이 작정하고 몰아치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신성이 무려 5천억에 달했다.

꼬박 일주일가량이 걸리기는 했지만 어마어마한 수익이 아닐 수 없었다.

“흠, 이제 없는 건가?”

덕분에 더 이상 도전자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5백억에서 7백억으로, 1천억까지 승리 수당을 올려 보았지만 좀체 나타나는 도전자는 없었고, 로칸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했기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았다.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Lv 537]

불과 일주일 만에 37레벨이나 올렸으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거의 쉬지 않고 플레이한 덕분에 피로가 쌓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학살의 신에게 사회봉사 720시간을 명한다.]

“응? 저건 뭐야?”

그렇게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로칸의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정확히는 신들의 도시의 허공에 글자가 나타난 것이다.

학살의 신이면 광풍인데, 갑자기 무슨 일일까? 그가 또 사고라도 친 걸까?

의아해하면서도 녀석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할 때, 또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폭력과 파괴의 신에게 사회봉사 168시간을 명한다.]

“나?”

폭력과 파괴의 신이라면 자신이었다.

일주일 동안 계속 경기장에 틀어박혀 월드 크래프트만 했는데 갑자기 사회봉사가 웬 말인가?

설마 내기 도박을 했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애초에 내기를 걸라고 만들어 놓은 월드 크래프트인데 그건 말이 안 됐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때 문득 로칸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때 그놈?’

크로캄을 쥐어 팬 게 벌써 일주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놈이 고자질이라도 한 걸까?

그렇게 자존심 강한 종족 신이니 치사하게 고자질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예상이 틀렸던 것일까?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을 때, 허공의 메시지 대신 로칸 개인에게 자세한 알림 창이 나타났다.

그의 죄목과 판결 내용이 담긴 판결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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