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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444화 (444/500)

444 라푸제 (1)

이것은 복수였고 근성 테스트였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놈도 과연 113번의 부활을 택할까?

로칸은 놈을 죽일 때마다 부활 지점으로 찾아가 대기하고 있다가 다시 죽이기를 반복했다.

퀘스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모든 유저들을 움직여 자신을 몰아세웠던 것처럼, 반대로 자신이 당할 때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로칸은 시험해 보았다.

어차피 부활 지점이 마을이기는 해도 로칸을 어찌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자유 도시의 경비병들이 그를 압박하려 들었지만 감히, 마왕이자 반신의 끝자락에 위치한 그를 강제할 힘 따위는 없는 것이다.

“못난 놈.”

그렇게 로칸은 약 30여 번이나 반복해서 오딘을 죽였고, 시간이 지나도 놈은 다시 부활하지 않았다.

고작 그 정도의 근성이라니. 혀를 차며 다음 수순을 밟았다.

113번. 혹은 그 3분의 2정도라도 부활하며 자신에게 덤볐다면 어느 정도 화를 풀 생각도 있었지만, 고작 30여 번 죽은 정도로 포기하고 도망치다니.

어이없고 열이 받아서 놈을 가만 놔둘 수 없었다.

“놈이 부활할 때마다 죽여라.”

로칸은 그대로 부활 지점인 거점을 점령해 버렸다.

자유 도시인 만큼 반발이 있었지만 누가 감히 자신에게 저항한단 말인가?

영주를 끌어내리고 거점을 먹어 치운 뒤, 잔뜩 생산한 병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24시간 철통같이 경비를 설 테니, 놈은 부활하자마자 창과 칼에 맞을 테고, 시간을 들여 공허로 경비병들을 타락시킨다 해도 그 까짓것, 경비병과 장수들은 교체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400레벨이니 아예 용병까지 고용해 확실하게 놈의 부활 지점을 틀어막았다.

“다시 올 테면 와 보라지. 그럴 배짱이나 있을지 모르겠다만.”

계속 죽거나, 게임을 접거나.

물론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키운다는 선택지도 있긴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저들의 수준도 초반 같지 않고, 그가 획득했던 타락 퀘스트와 업적들은 이제 사라진 것들도 많아서, 아무리 가 본 길을 되짚어 가는 것이라 해도 막대한 시간이 들 것이 뻔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회복한다 한들, 그때는 로칸도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을 터였다.

“공허의 존재들이라…….”

그렇게 상황을 일단락 지은 로칸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타모스가 공허의 문을 열고 끄집어낸 공허의 존재들.

꽤 여러 곳에 거점을 만들어 낸 그들이 천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던 알림을 생각할 때, 사도들이 어떤 식으로든 활약을 하고 있을 테지만 그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타락에 물들고 말 테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로칸이 나서서 그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이겠지만 로칸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이런 기회를 못 살리면 병신이지.”

놈들이 알아서 난동을 부리며 시선을 끌어 주고 있는데 이용해 먹어야 하지 않겠나?

때문에 로칸은 공허의 존재들이 아닌,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묵은 원한을 해결했으니, 이제는 가까운 원한을 해결할 차례였다.

“라푸제,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볼까?”

음흉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마왕성으로 돌아갔다.

***

과거 발록의 거처였던 마왕성으로 돌아온 로칸은 일단 전체적인 상황부터 파악했다.

소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무작정 들이받기에는 천족이라는 세력이 워낙 거대한 까닭이다.

계획이 필요했고, 조연들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공허의 존재들이 나타난 장소와 세력 수준, 주변의 대응 등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수집하고 살폈다.

“이런 뜻이었나?”

로칸이 타모스를 쫓는 사이 상황은 생각보다 크게 변화했다.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허의 문에서 튀어나온 존재들이 무리를 이루며 하나의 세력을 구축했고, 타락을 두려워한 반신들은 멀찍이 떨어진 채, 퀘스트를 내리면서 유저들에게 그들의 견제를 맡겼다.

여기까지는 기존과 같지만 유저들에게 생긴 변화가 은근히 큰 것이었다.

일단은 사도. 그들이 기존보다 더 큰 신성을 자신들의 신에게 내려받은 것이다.

공허의 존재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고작 사도 임명이라는 신성의 발현과 신물만으로 부족하다 여긴 것이다.

더 큰 힘과 권능이 내려졌고, 더불어 공허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도 부여되었다.

그들을 통해 자신들까지 공허에 영향받는 것을 우려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사도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한 신성을 소모해 신성 저항력이라는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아무리 천상과 지상에 제단과 신전이 있다 해도 신계에 있는 이들이 그만한 힘을 부여해 주기 위해서는 그보다 몇 배, 몇십 배는 신성이 더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들의 결정은 지상과 천상이 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타모스의 말대로군.”

자신의 세계를 잃은 신은 타락한다.

스스로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잃고 공허에 잡아먹히게 된다.

그것은 현재 신계에 머무는 다른 신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보험을 들어 두려 하는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다른 신들과의 전쟁, 그도 아니면 예측 못한 세계의 변화 등으로 가꾸어 온 세계가 파멸할 경우 지상과 천상의 믿음에 의지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즉시 타락하지 않고 초짜 신이나 반신 급의 존재가 되어서라도 그 명줄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그렇기에 사도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 주고, 나아가 신전을 통해 새로이 자신의 신도가 된 이들에게 신성 저항력을 부여한 것이다.

“신성 저항력이라…….”

그 탓인지 로칸교에서도 알음알음 신도의 수가 줄고 있었다.

당장 로칸교의 축복이 전투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반신과 공허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로칸도 같은 일을 행할 수는 있다.

반신이긴 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권능이나 축복으로 바꾸어 신도들에게 베풀 수 있으니까.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로칸 역시 신성 저항력을 얻었고, 그것과 타이틀 공허를 품은 자를 결합한다면 어떤 신들보다도 더 큰 저항력을 내려 줄 수 있을 터였다.

“이걸 따라가기에는 신성 소모가 좀 큰데.”

그러나 신성의 소모가 너무 컸다.

슬쩍 가늠해 보니 이 축복을 내려 주는 것만으로 최소 레벨이 2단계는 하락할 게 분명해 보였다.

어차피 회복될 신성이긴 하지만 499레벨을 목전에 두고 있는 로칸에게는 은근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신성의 생산량이 조금 줄더라도 버티는 것이 나을 지경.

어차피 반신이나 공허를 상대할 만한 인물들은 소수에 불과하니 말이다.

로칸은 고민 끝에 신성 저항력을 축복이나 권능화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신 한 가지 수작을 부렸다.

-로칸 : 나랑 같이 일 하나 하자.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공허에 저항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천족들의 의심을 받지 않을, 아니 환영받아 마땅한 이에게 말이다.

-하멜 : 앗, 로칸 님! 어떤 일요?

그는 다름 아닌 하멜이었다.

천신의 사도이자 로칸이 연락하고 지내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지상과 천상에서 가장 유명한 신 중 하나인 천신의 사도가 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였지만, 감히 로칸에게 대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로칸의 힘과 능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아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한국인이었으니 국제길드연합이니 하는 것들의 틈에 낄 이유가 없었다.

-로칸 : 일단 황궁에서 만나자.

-하멜 : 넵! 지금 튀어 가겠습니다.

사냥이든 뭐든 분명 하고 있는 일이 있을 테지만 하멜은 주저 없이 로칸을 만나러 날아왔다.

로칸은 아예 그와 함께 다니는 클릭저항 밋티, 무한의 네크로맨서 폴텐도 함께 불렀고, 셋은 은밀하게 로칸과 접선했다.

“로칸 님, 어쩐 일이십니까?”

지상의 인간 국가인 레스토니아의 황궁은 로칸에 의해 지배 받는 곳이기에 그들의 은밀한 만남을 알아차릴 이는 없었다.

다만 로칸이 같이 일을 벌이자고 했다면,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게 분명하기 때문에 모두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주 간단한 부탁을 좀 하려고.”

씨익 웃는 로칸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는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일까.

셋은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질문을 했다.

“말씀하십시오.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전혀, 아무것도.”

“……?”

그러나 로칸이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이었다.

“이름을 빌려줘. 그거면 돼. 아 그리고 내가 이야기 할 때까지 잠깐 하와……. 아니 어디 좀 가 있으면 좋겠군. 물론 너희에게도 아주 도움이 될 만한 장소지.”

“대체 어디를…….”

“흠, 일단 폴텐은 네크로맨서니까 마계 어때?”

“음, 로칸 님, 제가 네크로맨서이긴 한데 마족이 아닌…….”

“못 들었어? 나 마왕이야. 마족은 아니지만. 천상에 오자마자 진영 선택을 강요당하고 이동하는 거기 말고 진짜 마계라면 배울 게 좀 있지 않겠어? 원한다면 네크로맨싱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마족 반신을 하나 선생으로.”

“……헉, 감사합니다.”

“그리고 밋티는……. 어쩔래? 선택지를 주지. 자유 도시 쪽에 노움 기술자들이 모여 사는 마도 공학 도시가 있긴 한데 그쪽도 괜찮고, 하멜이랑 같이 정령계로 가도 좋을 것 같은데.”

“마도 공학 도시요?”

“정령계요?”

둘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칸의 제안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당장 천상의 확장 맵이 개척되고 있다고는 하나, 그곳을 오갈 수 있는 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먼저 도착한 선구자들이 천상의 룬을 제작해 다른 이에게 제공한다면 천상의 누구라도 넘어갈 수 있지만, 자신이 어렵게 도착한 만큼 아무에게나 프리패스를 선물하지는 않았으니까.

때문에 확장 맵으로 넘어온 것은 많아 봐야 몇백 명 수준이었고, 그들조차 모든 구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폐쇄적이기도 하고, 마침 하멜의 종족도 하프엘프이니 여기가 딱이지.’

특히 정령계의 경우 정령들의 허락과 인정이 있어야만 가능했기에 하프엘프 종족을 선택한 유저들에게는 이상향과 같은 곳이랄까.

그것을 로칸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령계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은 로칸이라면, 친구 한둘쯤은 데려가 소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말할 수 있었다.

“어때? 대신 그곳에 있는 동안만 내게 이름을 빌려주면 돼.”

“할게요, 하겠습니다. 하게 해 주세요!”

그렇게 되자 오히려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그들이었다.

로칸은 음흉하게 웃으며 협상을 마쳤고, 폴텐은 자신의 마계 영지로 이동시켜 마족 반신 하나를 붙여 주고, 밋티는 마도 공학을 연구하는 자유 도시로 이동시켰다.

마법사인 녀석이라면 정령계로 이동해 온갖 속성 정령들의 축복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녀석의 선택은 마도 공학 물품들인 것이다.

기계 공학을 보조 직업으로 익혔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제품을 통해 변수를 늘리기 위함이다.

애초에 커스터마이징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로 몸을 만든 것과 비슷한 이유다.

상대가 자신을 맞히지 못하는 사이, 온갖 마도 공학 장비를 이용해 교란시키고, 그 틈에 강력한 마법을 꽂아 넣는다.

그동안은 폴텐과 하멜의 도움을 받아 마법을 완성하긴 했지만 부득이하게 솔로 플레이를 해야 할 때는 슬슬 어려움을 겪던 그였으니까.

더구나 상대의 정신을 빼 놓을 수 있다면 셋이 파티 플레이를 할 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테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멜은 로칸과 함께 정령계로 이동했다.

천신의 사도인 그이기에 살짝 정령들이 거부감을 표출할 수도 있었지만, 로칸의 인도를 받았고 기본적으로 종족이 하프엘프이다 보니 정령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그를 축복했고, 속성력과 속성 저항력이 크게 상승하며 적지 않은 파워 업을 할 수 있었다.

“자, 그럼 가자.”

그렇게 혼자서도 정령계에서 활동할 수 있을 만큼의 호감도를 올렸을 때, 로칸이 그를 데리고 다시 어딘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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