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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418화 (418/500)

# 418

뱀파이어 로드 (1)

“뱀파이어 로드와 1급 천족이라…….”

로칸의 마음에 저울이 떠올랐다.

누구를 먼저 쳐야 할까.

새로운 무기와 스킬 그리고 광풍에게 몸으로 배운 신성의 활용까지.

이제 전투력 면에서는 어떤 반신이 오더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로칸이었지만 그 선택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보유한 신성의 절대량이 부족했고, 적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당장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반신급의 존재 수십을 상대해야 할 수 있었다.

‘난이도로 따지면 뱀파이어 로드 쪽이 좀 나으려나.’

그렇다 해도 뱀파이어 일족과 천족 전체였다.

당연히 난이도는 뱀파이어 로드 쪽이 훨씬 낮을 수밖에 없지만 로칸이 고민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라푸제의 천족 사회 장악.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됐겠지만 그것이 완전해진다면 놈은 견고한 성을 얻게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후에 놈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천족 전체를 말살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할 터였다.

“후우…….”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궁리하던 로칸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견고한 성벽이든 뭐든 박살 내 버리면 그만이지.”

우선은 자신에게 같잖은 수작을 부렸던 뱀파이어 로드부터.

사실 지금 라푸제를 노린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오히려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 라푸제를 죽이려 든다면 2~3급 천족들이 몽땅 달려 나올 테니까.

물론 그것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터였다.

그리고 로칸은 어려움 싸움을 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로드라.”

하지만 굳이 어려운 길을 아등바등 돌아가는 바보도 아니었다.

뱀파이어 로드를 사냥하며 신성을, 레벨을 키운 뒤 천족을 무너뜨린다.

간단하고도 정석적인 방법을 머릿속에 그렸다.

더구나 뱀파이어라면 자신과의 상성도 좋지 않은가?

블러드 매직이라 불리는 피의 마법을 사용하는 그들의 능력 중 상당수가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는 종류이다.

피의 살육 효과가 놈들의 블러드 매직을 오히려 흡수해 버릴 테니까.

기존에도 그랬지만 반신의 능력을 얻으며 신성이 가미되었기에 더욱 악랄하게 놈들의 고혈을 빨아먹을 것이다.

격이 오를 때마다 보유한 스킬의 위력이 상승하듯 반신이 된 순간, 신성을 다룰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모든 스킬에 은근한 신성의 기운이 담겼으니까.

생각을 마친 로칸은 즉시 자신의 마계 영지인 그로모토로 향했다.

이미 이곳에 로칸교의 신전을 건설한 지는 오래.

덕분에 이곳을 오가는 뜨내기 마족들 중 상당수가 로칸교에 가입해 강력한 전투 강화 효과를 발휘하는 축복을 받고 있었지만 로칸은 굳이 그들을 이용하지 않았다.

사실 있다 해도 큰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곳에서 로칸은 마족과 뱀파이어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놈들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병력을 충원하고, 전쟁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슬슬 가 볼까?”

그리고 마침내 주변이 긴장하고 마계 전체에 흉흉한 기운이 감돌 때쯤, 단신으로 공간을 넘었다.

이곳 마계에도 뱀파이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뱀파이어 로드와 그 일족이 있는 곳은 자유도시 너머에 있는 진짜 마계였으니까.

천신이 도망쳐 나왔던 바로 그곳으로 카이와 함께 날아올랐다.

‘굳이 대가리부터 칠 필요는 없지.’

마계의 위치는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중립지대인 자유도시로 일단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해 이동한 뒤, 카이를 타고 마계의 경계를 넘었다.

[농축된 마기에 노출되셨습니다.]

[마신의 이빨 허리띠가 기뻐합니다.]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게 되는 농밀한 마기가 대기를 따라 흐르고 있었지만 로칸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기뻐하며 이빨을 딱딱거리는 마신의 이빨 허리띠를 진정시키며 첫 번째 먹잇감이 있는 뱀파이어 도시를 확인했다.

“너무 뻔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네.”

뱀파이어라는 놈들은 취향이 다 같기라도 한 것일까? 도시의 형태는 과거 샤로크가 있던 뱀파이어의 고성과 같았다.

뱀파이어 종족을 가진 이종족, 즉 하수인들이 도시에서 생활했고 이곳의 주인인 상급 마족이자 귀족 뱀파이어 백작은 그와 조금 떨어진 별도의 성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몰래 잠입한 적을 상대함에 있어 아군의 도움을 얻기 어려웠지만, 자신감인지 뭔지 이런 비효율적인 동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야 땡큐지.”

습격하는 입장인 로칸에게는 꽤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잔챙이들을 상대할 필요 없이 단숨에 대가리부터 딸 수 있을 테니까.

“카이, 엘리멘탈 브레스!”

뀨웃! 고오오오오오오오.

대붕의 모습으로 도시를 넘어 단숨에 뱀파이어의 성에 도착한 카이의 입 주변으로 막대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순수하기 짝이 없는 엘리멘탈의 힘에 마기가 반발하기는 했으나 그 힘이 너무 미력했다.

순식간에 끌어올려진 속성력이 한데 뭉쳐 그것들을 짓뭉개 버렸다.

뱀파이어의 성을 향해 가공할 파괴력의 브레스가 쏘아져 나갔다.

콰과과과과광!

단 한 방에 성이 무너져 내렸다.

성벽은 물론 내성까지 크게 흔들리고 균열이 갔다.

블러드 매직을 이용한 결계가 저항하긴 했지만 작정하고 쏘아 내자 견디지 못하고 속을 드러냈다.

“웬 놈이냐!”

그제야 로칸의 기습을 알아차린 뱀파이어들이 어둠처럼 까맣게 몰려나왔지만 로칸은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핏빛 보호막을 일으켜 엘리멘탈 브레스를 막아 낸 인물.

이곳에 있는 유일한 반신인 뱀파이어 백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놈이구나, 인간 반신! 언제고 그 알량한 도끼를 휘두를 것이라더니……!”

피 보라가 일었다.

그들이 서로를 노려보는 사이에도 로칸에게 달려든 뱀파이어들이 피를 쏟으며 추락하고 있었다.

로칸은 손짓 한 번 하지 않았건만, 카이의 반격을 버티지 못하고 쓸려 나가는 것이다.

“알았으면 뭐 달라지냐? 덤벼!”

그때 로칸이 먼저 놈에게 튀어 나갔다. 이렇게 말씨름을 할 시간도 아까웠으니까.

로칸이 뱀파이어 왕국의 침공을 개시한 순간부터 놈들은 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터였다.

그렇다면 속전속결.

놈들이 대비하기 전에 최대한 피해를 줄 필요가 있었다.

각개격파로 신성을 빼앗고 힘을 키워야 했다.

지금도 일대일로는 웬만해선 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지만 반신 수십이 동시에 달려들면 모를 일이다.

신성의 총량에서 밀릴 경우 의외로 허무하게 패퇴할 수도 있었다.

“폭력의 왕! 절대자의 힘!”

때문에 로칸은 시작부터 전력으로 부딪쳤다.

급격한 파워 업과 함께 달려드는 속도가 몇 배 이상 빨라졌다.

“컥!”

속도라면 꽤 자신 있는 종족인 뱀파이어들조차 감히 눈으로 좇지 못하고 허리를 비틀어 치명상만을 피해 낼 뿐이었다.

푸확! 파드드득.

황급히 박쥐 떼로 변해 피하려 들어 보지만 배틀 액스에 걸려든 박쥐들이 피 떡이 되어 소멸되었다.

그리고 그 피는 다시 로칸의 힘으로 치환되었다.

“폭렬!”

콰과과광!

도망치는 박쥐 떼를 그냥 둘 리도 만무하다.

‘땅’을 찍는 것은 상징적인 행위일 뿐, 로칸의 배틀 액스가 허공을 때리자 그 주변으로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났다.

박쥐 떼를 살라 먹고 그것도 모자라 그를 보호하려 짓쳐 들던 뱀파이어들까지 집어삼켰다.

그것으로 끝.

박쥐는 곧 뱀파이어의 생명이다.

그 자신의 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박쥐가 몰살당한 녀석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고작 살아남은 몇 마리의 박쥐로 도주를 감행해 보지만 로칸의 배틀 액스에, 또 카이의 부리에 찢겨 한 줌 핏물로 변하고 말았다.

반신이라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죽음.

한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화였다.

“여기는 내가 접수해 주지.”

뱀파이어들은 몹시 이기적인 족속들이다. 그리고 아주 음흉했다.

남을 믿지 못하는 성격은 제 하수인들을 피의 계약을 통해 절대 반항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고, 주인을 잃으며 힘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저급한 뱀파이어들은 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다가 모조리 로칸에게 죽임을 당했다.

몇몇이 살아 도망치기는 했지만 상관없는 일.

어차피 피의 네트워크를 통해 로칸의 존재와 그의 행동들은 알려졌을 터였고, 로칸은 그들이 대응하기 전 영지를 취한 뒤 빼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빼먹고 다음 영지로 향했다.

“그새 뭉친 건가? 빠른데?”

그리고 놀랍게도 다음으로 향한 뱀파이어 영지에는 이미 셋이나 되는 반신 급의 뱀파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마치 로칸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아예 성 밖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로칸은 놈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배틀 액스를 더 빠르게, 더 강하게 휘두를 뿐이다.

뱀파이어들은 처음부터 신성을 끌어올려 저항해 봤지만 정작 로칸은 크기 많은 양의 신성을 소모하지도 않았다.

미량의 신성을 몸에 두른 후 팔에, 다리에, 배틀 액스에 집중시켜 순간적으로 훨씬 큰 힘을 발휘할 뿐이었다.

“뭐가 이렇게 약해?”

“이제 막 반신에 오른 인간 따위가 어찌 이런 능숙한……!”

로칸의 신성 활용은 이미 그들의 경지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광풍과 실전을 통해 가다듬은 것이니까.

반신에 오른 이후, 신은커녕 같은 반신급과도 제대로 목숨을 걸고 겨뤄 본 적 없는 이들이 막아 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들은 흡혈이라는, 피의 전승을 통해 별다른 노력 없이 반신의 자리까지 오른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뱀파이어 로드의 영토 중에서도 가장 변두리를 차지한 놈들.

힘을 떠나 전투 경험과 센스 면에서부터 로칸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대량의 신성을 동원할 것도 없이, 고작 기본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처참하게 뭉개고 짓밟을 수 있었다.

“신성 결계.”

그나마 도망에는 특화된 놈들이라 신성 결계로 놈들을 가두었을 뿐, 그 밖에 신성은 10만 정도밖에 소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조차 과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놈들이 얼마나 얼치기였는지 알 수 있으리라.

[세계 : 피의 꼭두각시를 인수하시겠…….]

“신성을 흡수하겠다.”

그렇게 로칸은 세 놈을 모두 처죽이고 신성을 흡수했다.

유명계의 왕들처럼 세계를 빼앗을 수도 있었지만 이딴 놈들이 만든 세계라면 뻔할 뻔 자였기에 가져 봤자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수하는 데만 상당한 신성이 투입될 테고 앞으로도 뱀파이어의 세계를 흡수할 기회는 많이 있을 테니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계를 몇 개까지 보유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지.’

게다가 반신이 보유할 수 있는 세계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따위 세계를 인수하느라 그 슬롯을 써 버린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게 뻔했다.

‘뱀파이어 로드쯤이라면 모를까.’

뱀파이어 로드의 세계라면 혹시 모르겠다.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여지가 있겠지.

그 또한 제대로 한판 붙어 놈의 실력을 확인한 뒤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더러운 피를 가진 인간 놈이 감히 나의 혈족을 해하다니! 이제 우리의 복수가 시작될지니 네놈에게 피의 저주와 파멸이 있을지어다!

그렇게 두 번째 습격마저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갑자기 바닥의 피 웅덩이가 솟구쳤다.

그의 앞에 피로 이루어진 얼굴 형상을 이루는가 싶더니 저주 섞인 일갈을 내질렀다.

아마도 뱀파이어 로드나 이놈들을 만들어 낸 혈주(血主)의 모습이겠지.

“날 먼저 건드린 건 너희야. 그리고 누가 파멸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퍼억!

놈을 향해 한껏 비웃어 준 로칸은 주먹을 후려쳐 피의 형상을 뭉개 버렸다.

놈의 말처럼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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