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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353화 (353/500)

# 353

마도의 대지 vs 무혼의 대지 (3)

씨익.

로칸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남성체의 몬스터에게 특히 잘 통하는 방법이었으니까.

전생에는 이만한 무력까지는 지니지 못한 까닭에 위기의 순간을 몇 번이고 맞았던 로칸이었다.

그 과정에서 생식기를 노리거나 모래를 뿌리는 등의 전투 방식을 동원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기고 봐야 할 것 아닌가?

몇 번이고 써먹었던 방법이지만 역시나 효과는 직방이었다.

“크으으읍!”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전사라도 생식기가 날아가 버린 고통 앞에 초연할 수는 없었다.

당장 내가 고자라니!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격통이 온몸을 지배할 테니까.

“진광풍참!”

로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쳤다. 손발이 어지러워지게 만드는 데 광풍참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실제 공격 이외에도 공격력에 비례한 막대한 대미지를 입히는 바람의 칼날들이 몸을 파고드는 통에 콜롭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크, 크아악! 저, 전장의…… 화신!”

전신을 난자당하는 고통 속에 간신히 창조 스킬을 발현시켜 보지만 어째 그 빛이 바랜 느낌이었다.

로칸과 마찬가지로 거대화된 몸체의 한구석이 휑하니 비어 있기 때문일까?

“풉!”

“캬악! 이놈!”

뒤 잡기를 사용해 놈의 등 뒤로 돌아간 로칸의 웃음에 콜롭이 발작을 하듯 고함을 질렀다.

하필 또다시 자세를 낮추고 밑에서부터 짓쳐 드는 바람에 경기를 일으키며 폴짝 뛰어 피하려 든 것이다.

그 빈틈을 로칸은 놓치지 않았다.

근육이 수축되고 자세가 위축된 놈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 리 없다.

이럴 때는 정공법으로 나서는 것이 옳다. 힘의 차이는 이미 분명히 확인을 했으니까.

“광살!”

초극까지도 필요 없다. 난무보다 화려하고 진광풍참보다 강력한 연격이 한 호흡 만에 펼쳐지며 놈의 전신을 사납게 노렸다.

움찔!

심지어 사타구니 쪽까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놈은 로칸의 배틀 액스가 사타구니 근처로만 가도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뒤틀었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격까지 모조리 얻어맞고 말았다.

전신이 난자당하고, 팔마저 한쪽을 떨어뜨렸다.

“병신.”

파워 타입의 전사가 팔 한쪽을 잃었다는 것은 전투력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다.

몸의 균형이 틀어지고 자세를 단단히 잡을 수 없으니, 근력 자체가 하락하지 않아도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버거운 로칸의 공격을 막는다? 그럴 수 있을 리가.

살짝 비껴 흘리면 얼마든지 맞상대가 가능하던 녀석의 컨트롤이 급격히 무너졌다. 상쇄는커녕 흘리기조차 불가능해지며 빈틈이 잔뜩 드러났다.

“먹어 치울 가치도 없군.”

그런 놈에게 로칸도 흥미가 식었다.

명색이 환마계의 성주씩이나 되는 놈인 데다 순수 도끼는 아니지만 비슷하다 할 수 있는 할버드를 사용하는 놈이니 심장을 취해 볼까 생각하던 생각을 접고 냉정히 배틀 액스를 떨쳤다.

절제된 동작으로 놈의 방어를 무력화시키고 목을 베었다. 심장을 파괴시켰다.

“차하핫!”

까가가강!

그렇게 한 놈을 끝장내고 돌아보자 분신은 한창 가루느와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한 방만 걸리면 끝장을 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분신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창술가인 상대는 좀처럼 맞상대를 하려 들지 않았다.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소나기 같은 난타를 쏟아부을 뿐이었다.

전신의 돌격을 사용하거나 점멸을 사용해 따라 잡으려 들어도 마찬가지.

전투 스타일 자체가 히트 앤드 런에 맞춰져 있는지 절대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고, 분신은 번번이 허공을 가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까다롭다. 창조 스킬은 몰라도 마스터 스킬은 몽땅 이동기, 탈출기 따위에 투자했는지 로칸 자신이라 해도 놈을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묘하게 상성이 맞지 않는 놈이기는 하지만 놈을 처리할 방법은 몇 가지나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투지의 발걸음, 전신의 돌격.”

투아앙.

로칸이 크게 발을 구르며 뛰쳐나갔다.

가루느를 향해서? 아니다. 로칸은 굳이 그런 귀찮을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마도의 대지 소속 성주 둘이 고군분투를 하며 수성을 하고 있고, 무혼의 대지 소속 성주는 이미 자신에게 둘이나 죽었다.

게다가 또 한 놈은 분신에게 붙어 있지 않은가? 좋게 말하면 몰아치고 있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놈이 분신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성주는? 단 하나.

병력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동급으로 분류되는 성주의 숫자가 2 대 1이니 전선의 상황은 어떻겠나?

지휘관을 잃은 무혼의 대지 소속 환수들은 악을 쓰며 버둥거리고 있었고 마도의 대지 소속 환수들은 지휘관의 명에 따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놈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일단 근접하면 주문 계열이 근접 계열을 이기기 어렵다지만 서로가 엄호하고 이동하며 그 거리라는 것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크악!”

더구나 늑대의 무리에 사자가 뛰어들었다.

전방만을 주시하던 환수들의 등 뒤에서 로칸이 나타나 활개를 치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설령 400레벨 이상의 환수라 할지라도 로칸과는 힘의 격차가 현격했으니까.

“아닛!”

퍼엉!

수하들의 비명에 가루느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만약 저쪽이 분신이었다면 수성을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협공하려 들었을 터였다.

“약아빠진!”

놈이 급히 몸을 빼내려 들었다.

이미 2 대 2가 된 상황. 거기다 로칸까지 마도 환수들의 편에 서면 오히려 이쪽이 불리해진다.

“오라 폭격!”

“크읏!”

하지만 놓아줄 리가.

다른 이도 아닌 로칸의 분신이다. 상대가 도망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오라를 마구 뿌리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제 스스로도 몸을 던져 놈을 막아 세웠다.

“크아아악!”

이대로는 뒤통수를 맞고 제가 비명횡사할 판이니 가루느가 다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되는 환수들의 비명.

지금은 그나마 적들이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만약 성을 방어해 내는 데 성공하고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다소 피해는 있을지언정 승리를 자신하고 나선 전투에서 참패하여 역으로 마도의 대지에 영역을 먹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지만 정교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허허허허헝!”

바로 그때, 로칸이 퍼트린 광기의 외침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뇌와 몸을 정지 시키고 틈을 만들어 냈다.

“전신의 돌격!”

“커헉!”

분신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여리여리한 가루느의 몸에 흉악한 몸을 틀어박고 짓이기듯 배틀 액스를 틀어박았다.

“어, 어억……!”

“광살!”

회피 세팅을 하는 놈들은 이게 문제다. 고통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

수련을 할 때야 어느 정도 겪어 봤겠지만 경지에 오른 이후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통을 겪을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고통이라는 것을 망각하기 쉬웠다. 그런 만큼 겪어 본 적 없는 고통이 몸에 새겨지자 자랑하던 속도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탈출기를 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분신이 펼친 필살의 참격에 몸을 허락했다.

그 한방에 죽지는 않았지만 팔과 다리가 베이고,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다.

분신. 고작 분신 따위에게 환마계의 성주씩이나 되는 인물이 쓰러진 것이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응?”

그렇게 되니 오히려 로칸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설마하니 분신이 놈을 쓰러뜨릴 것이라고는 그도 생각지 않았기에 갑작스러운 레벨 업에 살짝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푸확!

여전히 그의 배틀 액스는 환수들의 목을 가르고 있었지만.

“좋군!”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레벨 업까지 필요 경험치가 한참 남았다고, 고작 이런 졸개들로는 다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쨌든 벌어진 일이니 기쁘게 받아들였다.

더욱 힘을 내어 적들을 쓸어버렸다.

“거신의 검!”

쿠와아앙!

그때, 반대편 성문 쪽에서 굉음이 터졌다. 성벽보다 거대한 한 자루의 검이 떨어져 내린 것이다.

마도 환수 측의 성주로 추정되는 이가 다급히 방어 마법을 펼쳐 막아 내려 들었지만 검 쪽의 공격력이 더 강력한 모양이었다.

성문은 물론 성벽 한편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그 위에 서 있던 환수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지이이잉.

“이놈! 칼튼!”

“……!”

그 순간, 허공에 게이트가 생겨나며 누군가 나타났다.

로칸에게도 익숙한 얼굴. 바로 마툴다였다.

마도의 왕!

그런 그가 죽일 듯 노려보는 존재는?

로칸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무혼의 왕.

전사 계열 환수들을 발아래 둔 그가 직접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자신 있다는 건가?’

수하들이 죽었는지 아닌지를 알고 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2 대 1이 아니라 설령 4 대 0이더라도 그가 직접 나선다면 성주급 정도는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열, 스물쯤 모인다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냥 400레벨도 아니고 성주급으로 열일 때의 이야기이니까.

더구나 상성 또한 좋지 않다.

근접 계열의 정점에 서 있는 자인 만큼 거리만 좁힐 수 있다면 주문 계열에게 최악의 상대인 것이다.

“무의미한 전투는 여기까지 하지.”

칼튼의 등장과 함께 로칸은 즉시 날개 모드를 발동시켰다. 하늘에 올라 칼튼을 바라보았다.

포기하고 떠나려는 것일까? 그럴 리가. 그가 이야기한 무의미한 희생은 그저 부하들의 희생을 말할 뿐이었다.

정작 본인은 검을 꺼내 들고 전의를 불태우는 중이었다.

“우리끼리 결판을 내는 게 어떤가, 마도의 왕?”

“으득! 오냐, 오늘 아주 끝장을 내 주마!”

모든 전투가 중단되었다. 그들끼리 투닥거려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환마계의 두 왕이 나선 이상, 이건 영토 뺏기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한쪽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흡수하는 멸망전.

그것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정적에 가까운 침묵이 흘렀지만 대기와 마나는 크게 요동쳤다.

약한 자들은 버거워할 만큼 강대한 힘의 충돌.

칼튼과 마툴다가 그저 기세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재해에 가까운 파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깐!”

일촉즉발의 순간, 그들의 사이로 뛰어든 이가 있었다.

바로 로칸.

치열한 기세 싸움 사이에 끼어든 여파로 내부가 흔들려 속이 아려 왔지만 참을 만했다. 지금 로칸은 피의 각성까지 끌어 올린 상태이니까.

지속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이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단발 승부일 테니까.

“쪽수는 이쪽이 앞서는 데 굳이 그런 승부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안 그래? 마툴다 님, 제가 먼저 상대해도 되겠습니까?”

“뭣? 으흠……. 그래, 좋다.”

마제스티 마스터를 상대로 과연 로칸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마툴다 역시 살짝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있었다면 그가 먼저 무혼의 대지를 침공했을 테니까.

그렇기에 마툴다는 조금만, 조금만 소진시키고 상처 입힐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슬쩍 물러나며 로칸의 부탁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네가 그놈이군. 건방진 인간.”

갑작스러운 개입에 칼튼이 사나운 기세를 피워 올렸다. 로칸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시간 없으니까 일단 붙지? 무혼 각성!”

하지만 로칸은 놈과 말씨름할 생각이 없었다. 광풍 현신과 피의 각성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먼저 숨겨 둔 패를 꺼내놓았다.

천신의 무구와 마신의 무구.

둘을 동시에 각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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