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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346화 (346/500)

# 346

마도의 대지 (2)

“됐소.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하지.”

곧이어 도착한 황룡 길드의 마스터는 로칸의 제안을 가볍게 거절했다.

이미 미국 유저들이 한번 내려앉았으니 굳이 자신들은 문제를 일으킬 생각이 없다는 것일까?

물론 그런 생각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듯 보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이렇게 나오자 로칸도 매달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국가의 유저들에게 가 보겠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예를 들어 일본이라든가.

중국 유저들과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것은 미국이지만 일본 역시 만만치 않게 그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대놓고 적대시하지는 않지만 워낙 뒤로 호박씨를 잘 까는 놈들이라 그들이라면 중국 유저들을 밟아 달라는 의뢰를 넣을지도 모른다.

일본 유저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역시 한국이겠지만 아무리 로칸이라도 한국 유저들을 짓밟을 생각은 없었다.

애국심 같은 것이 아니라 결국 한국 유저들은 자신의 수입원이자 발아래 놓일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러시아에게 받은 돈도 어마어마한데 뭐 하러 제 살 깎아먹는 짓을 하겠나?

“흥, 건방진 놈.”

그렇게 물러나는 로칸의 등 뒤로 황룡 길드장의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은근히 들려왔다.

‘이 새끼가…… 돌아가서 박살을 내 놓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참았다. 언젠가 저 중국 놈들이 엎드려 머리를 조아릴 일이 있겠지.

마음 한구석에 그들의 이름을 살며시 적어 두고 도시를 빠져나왔다.

“척살 의뢰요? 으흠, 생각을 좀 해 봐도 되겠습니까?”

다음으로 찾은 것은 일본의 유저들이다.

이런 일을 먼저 찾아가 의뢰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이미 기호지세이니까.

다만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미 공격당한 국가에 대한 의뢰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유저들도 대상에서 제외.

음흉한 일본 놈들은 슬쩍 로칸의 눈치를 살피더니 생각할 시간을 요구했고, 로칸은 그들 중 하나만 친구 추가를 해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한 뒤 다음 국가의 유저들을 찾았다.

프랑스, 인도, 영국 등등 천상에 일찌감치 올라온 유력 국가들의 길드들이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난색을 표하거나 고민해 보겠다는 대답만 내놓았다.

돈과 아이템으로 경쟁 국가 유저들을 짓밟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지만 반대로 그 칼날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알음알음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의뢰하며 공멸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그들을 더욱 망설이게 만들었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카드이긴 했지만 먼저 꺼내기는 부담스럽다고나 할까?

그렇게 소득 없는 협상이 거듭되었지만 로칸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운을 띄워 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로칸을 용병으로 고용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나? 그런 이상 언젠가는 그를 찾게 될 터였다.

“광풍의 무구라…….”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는 동안 로칸도 고민이 생겼다.

당장 맡은 퀘스트를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광풍의 제단을 찾을 것인가.

광풍의 제단이 있는 곳은 알 수 없지만 생각해 보면 이제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것이다.

욕망의 나침반이 있으니까.

비록 욕망의 나침반이 방향만을 알려 주기에, 정확한 장소를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찾고자 한다면 찾지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일단 간이라도 좀 볼까?’

고민하던 로칸은 일단 욕망의 나침반을 사용해 보았다.

핑그르르르르.

“……?”

하지만, 표시되는 방향이 없었다.

의지가 약했던 것일까? 아니면 욕망의 나침반으로도 확인 할 수 없는 지역에 있나?

이상한 일이었다. 나침반의 바늘이 멈추지 않고 계속 회전하기만 하는 것이다.

“아, 설마?”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광풍의 제단이 ‘천상’에 없는 것은 아닐까?

로칸은 즉시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갔다.

무지개 전송기를 사용할 때마다 막대한 코인이 소모되긴 했지만 이미 천상에서도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는 로칸에게는 푼돈에 불과하다.

핑그르르.

그리고 지상에서 다시 욕망의 나침반을 사용했을 때, 녀석이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역시.”

예상대로 광풍의 제단은 지상에 위치한 것이다.

비록 방향만 알 수 있을 뿐이지만 돈지랄을 좀 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도 있을 터였다. 해당 방향에 있는 도시로 계속해서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동하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범위를 좁히고 유니콘이나 카이의 속도를 이용해 돌아다닌다면 수색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겠지.

“흠, 그럼 범위만 좀 좁혀 볼까?”

턱을 쓸며 고민하던 로칸은 가벼운 마음으로 방향을 잡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했다.

한 번, 또 한 번, 또 또 한 번.

“잉?”

계속해서 이동해 보았지만 나침반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아예 해당 방향의 끝에 위치한 도시까지 날아가 보았지만 마찬가지. 이렇게 되자 로칸의 인상도 찌푸려졌다.

“신맵이군.”

광풍의 제단이 그동안은 갈 수 없던 지역에 위치해 있음이 분명해보였다.

새롭게 확장되었다고 전해지는 금지(禁地) 너머의 지역.

이왕 이렇게 된 것, 지상의 신맵도 개척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접었다. 시간 낭비였으니까.

가만히 있으면 유저들이 알아서 개척해 둘 것이 아닌가? 일정 수 이상의 유저들이 개척에 성공하면 교역로와 텔레포트 마법진이 연결된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리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개척에 따른 타이틀 보상 등이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지상에서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니 효율이 마냥 높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또한 이미 개척 중이거나 개척한 이들이 있지 않겠나?

이제야 후발 주자로 타이틀을 얻어봤자 최초 타이틀은 아닐 테니 의미가 퇴색되었다.

“나중에 보자, 광풍.”

결국 로칸은 어쩔 수 없이 혀를 차며 천상으로, 환마계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왕 대량의 코인을 써서 온 것이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세금으로 쌓인 보유금들을 대부분 인출하고, 은밀하게 키우던 연금술사들에게 제작된 포션들을 받아 챙겼다.

미용 포션 이외에 에드알에게 레시피를 얻어 온 진귀한 포션들이 그의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쌓였다.

아직은 지상은 물론 천상에도 풀리지 않은 것들이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사업을 벌여 볼 생각이었다.

“상단 개설.”

[상단을 개설합니다.]

[자격 요건 확인.]

[초월자의 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상단을 개설하실 수 있습니다.]

[개설할 상단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골드 코인.”

[골드 코인 상단이 개설되었습니다.]

천상에서 상단을 만드는 것에는 자격이 필요했다.

어중이떠중이가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막기 위함인지 방문자가 각 거점에 상점을 열고 상단을 운영하려면 초월자, 즉 그랜드 마스터의 자격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건 로칸뿐이었다.

즉 NPC들이 혹할 만한 물건들을 독점적으로 팔아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천상제 물품은 지상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포션이라면 어떨까?

로칸은 에드알 레시피의 포션들을 메인으로 삼고 각 주요 거점들에 상점을 구입해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각 거점의 특산물 따위도 중개무역을 할 수 있도록 NPC 직원들을 고용했고,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건 예외지.”

그리고 한 가지. 오직 미용 포션 만큼은 상점이 아닌 방문 판매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부상단을 추가 구성했다.

이들은 각 진영의 고위직들에게 접근해 오직 미용 포션만을 판매할 터였다. 아주 값비싼 가격에.

사실 많이 팔 필요도 없다. 프리미엄 전략에서 필요한 것은 오직 입소문과 희소성뿐이니까.

굳이 일부러 소문을 내지 않아도 사용해 본 이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날 테고, 그렇게 되면 독점 판매하는 미용 포션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여기에 에드알이 개발해 내는 몇몇의 포션을 천천히 추가하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겠지.

“어우, 역시 부동산은 만만치가 않구먼.”

덕분에 막대한 코인이 한순간에 빠져나갔지만 상관없다. 아직 충분한 양의 코인이 있었고, 금방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상단 이름도 자신을 연상할 수 없도록 만들어 두었기에 딱히 방해 공작을 펼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조금만 생각하면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상단이 방문자의 것인지, 다른 초월자 NPC의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골드 코인 상단의 개설과 운영을 시작한 로칸은 다시 환마계로 돌아왔다.

환몽의 대지에 설치한 상점들에 들러 소모된 아이템들을 보충시켜 두고 아자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지개 전송기를 이용했다.

마도의 대지. 마법 계열 환수들이 즐비하다는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마도의 대지라…….”

다시 찾아온 마도의 대지 소속의 도시. 이곳을 돌아다니는 놈들은 딱 봐도 마법사라는 티가 팍팍 났다.

그렇다고 근접 계열의 환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조차 약간이나마 마법에 재주가 있었다.

로칸은 광장의 분수대에 앉아 그들을 살피는 것을 즐겼다.

환수라는 것들이 워낙 특이한 족속들이다 보니 이렇게 눈으로라도 익혀 두어야 나중에 곤란한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능력까지 훑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생김과 움직임만 보아도 대충의 전투 스타일이 그려질 만큼 로칸의 게임 경력과 센스는 발군이었다.

“그럼 슬슬 나가 볼까?”

적당히 감상을 마친 로칸은 자리를 털고 이동했다. 당연히 사냥을 하기 위해서.

하지만 시작부터 마도의 왕의 심기를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외곽의 환수들부터 잡으며 감각을 익혀 갈 생각이었다.

“광풍 현신!”

환마계의 환수는 총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소속이 있는 놈들과 무소속인 놈들.

소속이 있는 쪽은 대게 지성을 가진 놈들이고, 다섯 왕 중 하나에게 복속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놈들을 건드리는 것은 그들의 왕에게 반하는 것이 되었지만 무소속인 놈들은 아무리 쳐 죽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특성 또한 조금씩 달리했고, 환몽의 대지에서 로칸이 잡은 짐승형의 몬스터들도 그런 종류였다.

“전신의 돌격!”

쿠당탕탕!

하지만 마도의 대지에는 무소속의 환수들조차 마법 계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역에 흐르는 기운이 다르기 때문인지 마법 계열로 태어나는 환수들이 많았고, 그런 놈들은 로칸의 밥일 수밖에 없었다.

막강한 저항력과 캐스팅 시간을 주지 않는 돌진력, 그리고 공간을 격하고 날아들 수 있는 능력까지!

게다가 다음이라는 것이 없을 만큼 압도적인 공격력은 마법 계열에게 천적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일방적인 전투를 만들어 냈다.

“이거야 원, 너무 싱겁군.”

무려 400레벨의 존재들을 떼로 상대하면서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상성 때문이었다.

선천적으로 마법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족속들은 생명력이 형편없기 마련이니까.

그들이 자랑하는 화력도 로칸에게는 반감, 아니 그 이상으로 깎여 나간 채 전달될 뿐 아니라 설령 맞힌다 해도 불사의 권능이 그 대미지를 씹어 먹을 수 있기에 로칸은 마음껏 활개 칠 수 있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로칸이 마법 계열 환수를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짐승이면서 마법을 쓴다거나 냉병기를 통해 마법을 발현하는 등 특이한 환수들도 있기는 했지만, 애초에 마법이란 존재를 상정하고 싸우자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이쯤이면 됐다. 사실 진작부터 준비는 끝났지만 이미 사용한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이 아까워 더 날뛰었을 뿐이다.

하지만 광풍 현신이 끝나고 후유증과 재사용 시간이 모두 돌아온 지금, 로칸은 더 기다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자르가 넘겨준 마도의 대지에 대한 세밀한 지도를 손에 들고 몇 곳을 체크했다.

마도의 왕에게 소속된 환수들 중 제법 강력하고 충심이 깊다고 알려진 놈들이 위치한 지점들.

한바탕 난장을 벌일 생각에 로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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