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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338화 (338/500)

# 338

계약 (2)

천계 거점 히리모노.

이곳은 천계에서도 비교적 허약한 놈들이 많은 곳이다. 마치 유저들을 초반에 키워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처럼.

그렇다고는 해도 하이 마스터 초반, 즉 350레벨부터 375레벨까지의 사냥터였기에 누구나에게 만만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미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로칸에게만 싱거울 뿐.

그 증거로 미국을 대표한다는 유저들도 제법 고전을 하는 중이었다.

“거기, 막아!”

“확실하게 묶으라고!”

“좌측 밀린다! 더 지원해!”

특히나 아직 이곳에 들어선 유저들의 숫자가 적었기에 난이도는 더 올라갔다.

일부 천족을 제외하고 굳이 이곳에서 사냥하는 이가 없었기에 리스폰되는 모든 몬스터를 그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흐음.’

제법 오랫동안 합을 맞췄는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며 로칸이 고민에 빠졌다.

저놈들을 어떻게 해치워야 잘 처리했다고 소문이 날까.

이미 제거 대상의 얼굴과 이름은 익혀 두었고, 그들의 포지션 또한 확인해 두었기에 로칸은 턱을 쓸며 고민에 빠졌다.

그가 로칸 본인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꽁지가 빠지게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

그가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소문을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 전부가 덤비더라도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한 명당 열 번의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작전이 필요했다.

‘이 기회에 익혀 두도록 할까?’

잠시 그들의 모습을 관전하던 로칸은 일단 다시 도시로 들어왔다.

그리고 찾은 곳은 각 직업 길드 하우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며 다른 직업 스킬도 어지간한 것은 다 익힐 수 있게끔 되었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제한적으로 익혀 두었던 스킬들을 모조리 익히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직업, 전혀 다른 유저로 위장하기 위해서.

“크헉!”

콰과과과과광!

그리고 잠시 후, 한창 사냥에 매진하던 미국의 유저들이 경악의 빛을 띠었다.

하지만 마땅히 대응할 수도 없었다. 반응하기도 전에 강력한 광역 마법들이 그들을 휩쓸었으니까.

“마법?”

“천족이다!”

바로 마법사인 척하는 로칸에 의해서였다.

그가 지팡이 대신 지능과 정신력을 올려 주는 해신의 트라이던트를 쥐고, 펑펑 마법을 쏘아 댔다.

“처, 천족이 왜?”

“막아!”

“피해!”

지휘가 엇갈리고 수많은 유저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갔다.

본래대로라면 본직으로 마법사를 선택한 유저들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되어야 하지만, 무기에 붙은 마법 공격력이 월등하고 상당한 캐스팅 시간이 필요한 주문들을 시간과 마나를 잔뜩 들여 완성해 둔 덕에 하이 마스터라 해도 감히 막아 내지 못할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게다가 로칸이 폴리모프로 순수 천족의 형상을 취하고 있기에 혼란은 가중되었다.

순수 천족이 왜 자신을 공격하는가.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게 아니었나? 그몰탄과의 전투에서 로칸이 끼어들어 패배한 뒤 평판이 상당히 내려가기는 했지만 이미 복구했을 텐데?

그렇다면 과연 반격을 해야 할까?

머뭇거리는 사이 이어진 다음 광역 주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휩쓸렸다. 막대한 대미지를 견디지 못하고 무참히 짓밟혔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첫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킬 카운트 1.

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한 것은 또 있었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을.

“휘유, 간단한데?”

이쯤 되니 정작 마법을 사용한 로칸조차 놀랄 정도였다. 예상은 했지만 이만한 위력이라니?

아이템 덕을 많이 보긴 했지만 상상 이상의 위력이었다. 가끔 비선공 몬스터에게는 마법으로 선공을 날려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전투 스타일을 크게 바꿀 생각은 없었다. 자신에게 도끼가 가장 어울린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로칸은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 해신의 트라이던트를 다른 무기로 교체하고 은신으로 몸을 숨겼다.

“A구역 클리어.”

“B구역 클리어.”

“C구역도 이상 없습니다.”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 일단 대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놈들이 돌아왔다.

로칸을 두려워한 것인지 일단 척후조부터 보냈지만 로칸은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이런 잔챙이들이 아니라 각 길드의 핵심 간부들이니까.

수색하는 유저들을 피해 적당히 몸을 숨긴 뒤, 다시 놈들이 모여들기를 기다렸다.

“빌어먹을. 웬 미친 천족 놈이 와서는…….”

“확실히 그리엘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

“예. 그냥 미친놈이 깽판을 부린 것 같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순수 천족들이 일반 천족들을 싫어하는 것. 아무래도 그런 놈들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경계를 단단히…….”

퍼억!

다시 나타난 베르단은 그리 길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미 심장이 뚫리고 머리가 박살이 났으니까.

다름 아닌 단창을 꺼내 쥔 로칸에 의해서였다.

반응조차 불가능한 극쾌의 일격. 게다가 은신이 더해져 알아챌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이번엔 또 무슨……?!”

“대체 어째서……!”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놈들도 저항을 하려 들었다. 자신들과 연줄이 닿은 순수 천족에게 허락을 받고 온 것이다.

하지만 저항을 한다고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로칸이 쥔 것은 대해적이 수집한 레전드 등급의 무구들 중 하나였고 광풍 현신은 아니지만 여러 직업들의 스킬들이 중첩된 일격이었으니까.

거기다 그들은 알 도리가 없는 전신 무쌍까지 사용된 상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공격력이 증폭되는 마스터 스킬의 힘이 그 어떠한 저항도 허락하지 않았다.

“야 이 미친 천족 새끼야!”

악을 쓰며 달려들기는 하지만 그뿐이었다.

무심히 휘두르는 로칸의 찌르기 한 방을 버텨 내는 이가 드물 정도로 힘의 격차가 확실했다.

그렇게 그들에게 두 번째 죽음이 찾아왔다.

‘오려나?’

그들을 모두 정리하고 로칸은 또다시 은신에 들어갔다.

두 번이나 속절없이 당해 놓고 또 이곳에 나타날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타이틀 만인살의 효과를 믿고 도시 안에서 깽판을 부릴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천족들이 개입할 수도 있었기에 가급적 사냥터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두렵지는 않지만 귀찮았으니까.

얼른 놈들을 처리해 계약을 이행하고 공허의 문을 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것들 봐라?’

그렇기 기다리기를 한참.

포기한 것인가 싶어 오늘은 이만 돌아갈 생각을 하던 로칸의 눈에 무언가가 잡혔다.

‘제법 머리를 썼군.’

그들이 순수 천족 한 명을 대동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친밀도가 높다 해도 순수 천족씩이나 되는 이가 기꺼이 자발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을 테니 치른 대가가 상당할 터였다.

‘덕분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만.’

[천신의 기사 하니엘][Lv 403]

레벨도 무려 403. 그랜드 마스터급의 기사를 데려왔으니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로칸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로칸은 그들이 자리 잡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틈을 노렸다.

전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불편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선 하니엘의 등 뒤로 접근해 다시 한번 찌르기를 내질렀다.

해신의 트라이던트.

그랜드 마스터급을 일격에 끝장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수단이 필요했다.

“초극.”

그것도 초극을 사용해서!

광풍 현신도, 피의 각성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삼지창의 끝으로 가공할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기운을 읽은 것일까? 하니엘이란 놈이 급히 몸을 틀어보지만 공격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방심을 하고 있었으니까.

설마하니 방문자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순수 천족일지라도 감히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팔짱도 다 풀지 못한 채 복부를 꿰뚫렸다.

“커헉……!”

허망한 눈빛.

제대로 싸웠다면 광풍 현신도 사용하지 않은 로칸에게 고작 일격으로 죽을 리가 없는 존재였지만 결과적으로 초극을 피하지도, 감당하지도 못했다.

허망하고 공포에 질린 눈을 부릅뜬 채로 초극의 기운에 빨려 들어갔다.

영혼까지 분쇄되어 소멸해 버렸다.

“마, 말도 안 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미국의 유저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순수 천족이 같은 순수 천족을, 그것도 그랜드 마스터급을 일격에 죽이다니?

같은 순수 천족끼리는 강한 연대감과 유대감을 보이는 순수 천족이 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파괴력이 경악스러웠다.

설령 같은 그랜드 마스터라도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쳐라!”

혼란스러웠지만 놈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이전의 전투를 통해서도 도주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떻게든 저항을 해 보려는 것이다.

저만한 위력의 스킬을 사용했다면 상대 역시 소모가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운이 좋다면 빈틈을 노려 치명상을 입히고 도망치게 하거나 자신들이 도망칠 틈을 만들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흥!”

로칸이 해신의 트라이언트를 내지를 때마다 스킬들이 무참히 분쇄되었다.

무려 신급 무기의 위용.

단순한 육체 능력과 아이템빨만으로 로칸은 모든 스킬을 깨부수고 더불어 놈들의 몸을 꿰뚫었다.

세 번째 죽음은 그렇게 찾아왔다.

‘더 오지는 않는군.’

힘의 격차를 확실히 알았기 때문일까? 네 번째 격돌은 없었다.

어쩌면 순수 천족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대가로 다른 천족에게 한참 깨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로칸은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놈들의 모습에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도시 안으로 진입했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무장을 하고서.

변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동양인이 서양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고, 서양인이 동양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듯 유저들은 천족의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장비만 바꿔 착용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곁에 다가가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미친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설마 순혈주의 단체 같은 거라도 만들어진 건가?”

미국 유저들은 잔뜩 몸을 사린 채 도시에 틀어박힌 상태였다. 그리고 걱정했다. 반(反)방문자 조직이라도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서.

자존심 강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순수 천족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방문자 집단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었기에 잔뜩 웅크린 채 떠들기만 할 뿐이었다.

‘없군.’

하지만 그들 중 타깃인 간부급은 보이지 않았다. 순수 천족에게 불려 간 것이겠지.

평판이 급락하든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든 대가를 치르고 있을 터였다.

가만히 은신은 유지한 채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던 로칸은 그들이 금방 다시 사냥터로 나가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일단 접속을 해제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언제까지 사냥을 멈출 수는 없을 테니 다음 날을 기약한 것이다.

아니, 네 번의 죽음으로 경험치가 크게 하락했을 테니 오히려 더욱 사냥에 열을 올리겠지.

그렇게 로칸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들을 찾았다.

모여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각 길드가 이제는 따로 흩어져 사냥을 했지만, 시간이 좀 지체될 뿐 그들을 찾아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때로는 창으로, 때로는 망치로, 단검이나 할버드, 맨주먹을 이용해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며칠에 걸쳐 그들을 죽여 나가자 러시아 유저들과 약속한 10회의 데스 카운트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폴리모프 해제.”

이미 사냥할 의지를 거의 잃어버린 미국의 유저들을 바라보던 로칸이 폴리모프를 해제했다.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왔다.

이로 인해 그동안의 학살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놈들이 알게 될 확률이 높았지만 상관없았다. 아니, 오히려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변신을 해제한 것이었다.

“어억!”

“로, 로칸?”

“설마 그동안의 일에 로칸이 개입된……!”

퍼억!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은 같았다.

폴리모프를 해제한 로칸의 전투력은 기존보다 월등히 상승했고 놈들 역시 로칸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전투 의지를 상실했으니까.

하지만 딱 한 놈.

열 번째 죽음을 앞둔 베르단 만큼은 쉽게 죽이지 않았다.

감히 자신을 팔아먹으려 했던 죄를 묻기 위해? 쉽게 죽이지 않고 농락하고 고문하기 위해서?

그것도 좋겠지만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득도 챙기고 타국의 유저들도 견제할 수 있는 아주 재미난 의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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