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303화 (303/500)

# 303

고인물의 게릴라전 (3)

“조수 소환.”

잔부상을 입은 병력들이 충분히 회복하고 정비하는 동안 로칸은 조수를 소환했다.

로칸의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조수의 레벨도 한층 상승하여 무려 하이 마스터급의 능력을 지닌 상태였다.

“라이즈 언데드.”

그리고 그런 녀석이 죽은 마수들의 시체를 일으켰다.

네크로맨서 계열의 조수를 소환한 것이다.

실력이 미흡하여 400레벨대의 마수들은 온전히 몸을 일으키게 만들 수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영혼 수확. 영혼 군단.”

그가 일으킨 데빌캣이 죽은 마수들의 육신이 아닌 영혼을 수집했고, 그들로 다시 병력을 만들어 내었으니까.

비록 조수가 사라지면 함께 스러질 일회용 병력에 불과했지만 화살받이로 삼기에는 제격이었다.

“진격한다.”

“어둠 추적자의 술!”

게다가 핏빛 반달곰 주술사의 주술 버프까지!

이동 버프를 획득한 병력들은 빠른 속도로 진격을 시작했고, 한나절은 족히 걸릴 이동 거리를 밤이 지나기 전 돌파할 수 있었다.

“광폭의 술, 만전의 술, 초혼 강림의 술!”

망설일 이유가 없다. 로칸은 먼저 새롭게 일으킨 병력들을 몽땅 전선에 투입했다.

부활한 핏빛 반달곰 주술사가 펼친 초혼 강림의 술은 강력한 존재의 영혼을 불러와 빙의를 시키는 대신 주술이 끝난 후 후유증도 크게 남는 종류였지만, 시체에 그런 배려를 할 이유는 없었다.

단숨에 언데드와 영혼 군단의 힘이 증폭되고 눈이 뒤집혀 영지를 습격했다.

“적이다!”

“어떻게 벌써?”

“막아라!”

덕분에 영지 안쪽은 난리가 났다.

첫 번째 거점처럼 자신 있게 성문을 열고 나와 적을 맞이할 겨를도 없이 성문과 성벽을 타고 넘는 적들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빼기 시작했다.

“오라 폭격!”

“블러디 봄버!”

“오라 슬러쉬!”

거기에 로칸과 샤라크, 키리토가 가세했다. 강력한 원거리 공격들을 지원하며 성벽을 부수고 병력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든 것이다.

“크아아악!”

성문이 쉽사리 부서지자 내부가 아수라장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직 살육밖에 모르는 언데드와 영혼 군단들에 맞서 놈들이 분투해 봤지만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머지 병력들이 성벽 위를 장악하며 오히려 그들을 포위하는 입장에 섰다.

“블러디 레인.”

이어진 뱀파이어들의 폭격까지.

아군의 희생이나 소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놈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 강력한 블러디 매직들이 속속 완성되었고, 범위 공격을 아끼는 놈들과 달리 아군마저 쓸어버리는 무자비한 광역 마법들이 떨어진 것이다.

“이놈들!”

뒤늦게 영지를 책임지는 400레벨의 강자들이 나서 봤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마스터 스킬을 발휘해 단숨에 몰려드는 언데드와 영혼 군단을 쓸어 봤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으로 작용했다.

마스터 스킬의 쿨 타임은 무척이나 길었으니까.

그랜드 마스터라면 이미 마스터 스킬을 몇 개나 가지고 있고, 그 이상의 창조 스킬마저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레드 문!”

“진혈 각성!”

“광풍 현신!”

키리토, 샤라크, 로칸이 한 박자 늦게 힘을 발현했다.

어차피 그랜드 마스터에게 하이 마스터급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예상외의 소득으로 마스터 스킬을 사용하게 만들자 지체 않고 힘을 발현한 것이다.

이로써 그들 역시 이후의 전투까지는 이어 갈 수 없게 되었지만 상관없다. 로칸은 애초부터 한 번의 전투로 이 전쟁을 끝장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이쪽이다!”

이전의 전투와 마찬가지로 셋은 각자의 상대를 점찍은 후 뿔뿔이 흩어졌다.

너무나 뻔한 수작이지만 상대 역시 거부할 방법은 없었다. 자신들이 피한다면 아군이 몰살을 당하고 말 테니까.

그랜드 마스터는 오직 그랜드 마스터만이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로칸 같은 규격 외의 괴물은 제외하고.

‘재미있군.’

로칸의 이번 상대는 ‘절망의 아르마딜로’였다.

중앙 대륙에 처음 진입해 만날 수 있는 아르마딜로와 마찬가지로 극에 달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놈이지만 동시에 마법 방어와 대미지 반사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절망적인 놈이다.

하지만 그것은 놈의 특성을 몰랐을 때 더 가치가 있다.

안타깝게도 샤라크가 놈의 특성을 알고 귀띔해 준 덕에 로칸은 여유롭게 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여유롭다 못해 한눈까지 팔 정도였으니까.

‘진혈 각성이라…….’

그가 눈여겨보는 것은 다름 아닌 샤라크의 마스터 스킬, 진혈 각성이었다.

진조 뱀파이어까지는 못 되던 녀석이 마스터 스킬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진혈의 힘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래서 천상은 재미있다니까.’

로칸조차 생각하거나 본 적 없는 방식이다.

이래서 천상에서의 싸움을 즐겁다. 조합 스킬, 마스터 스킬, 그리고 창조 스킬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의 스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로칸의 머릿속에서 조합되어 새로운 스킬을 만들 양분이 될 터였다.

‘진혈이라니, 격이 한층 올라가겠군.’

같은 뱀파이어라도 몇 세대냐에 따라 그 힘은 천차만별이다.

흡혈을 통해 감염되어 뱀파이어가 된 자들일수록 힘은 약할 수밖에 없었고, 선대에 가까운 세대에게 감염을 당하거나 번식 행위를 통해 힘을 이을 경우 그 힘에 가까워진다.

샤라크가 지금 사용하는 힘은 태초에 생겨난 뱀파이어의 힘.

일시적이고, 후유증이 있겠지만 순간의 힘만큼은 족히 배는 강력해졌음에 틀림없었다.

“구른다!”

그때, 자신을 무시하는 로칸에 분노했는지 절망의 아르마딜로가 공처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전차처럼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전신의 돌격!”

이걸 피하면 로칸이 아니다. 로칸은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녀석에게 부딪쳐 갔다.

퍼억!

몸과 몸이 부딪치는데 마치 쇳덩이를 들이받은 것 같았다. 그만큼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이라는 소리.

그러나 놈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절망의 도발! 반사의 지진!”

쿠웅 쿠우웅!

그 순간 숄더 차지로 놈을 저지한 로칸의 동작이 강제되었다. 배틀 액스를 들어 올려 무자비하게 놈을 내리찍기 시작했다.

“크흐흐, 이대로 자멸하거라!”

동시에 대미지를 동반한 지진이 일어났다.

로칸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충격파가 바닥에서 솟구쳤다.

막강한 방어력과 상대방의 공격력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절망의 아르마딜로가 가진 필승의 스킬 조합인 것이다.

하지만 상성이 영 좋지 못했다.

“그래? 누가 먼저 죽나 볼까? 흐흐!”

고작 대미지를 반사하는 것만으로는 불사 상태인 로칸을 죽일 수 없었고,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이 다하는 것을 기다리기에는 로칸에게 ‘대미지 관통’ 효과가 몇 가지나 있었으니까.

“커헉!”

덕분에 로칸은 아주 신나게 놈을 두들겼다.

로칸이 기본 공격 이외에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대신 그 역시 다른 행위는 할 수 없고, 병력은 오히려 로칸 쪽이 우위이니 시간은 로칸의 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인지 한 줄기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로칸을 물고 늘어지는 절망의 아르마딜로였지만 그 헛된 희망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캐, 캔슬!”

“어딜! 광살, 사자 난무!”

“거, 거대…….”

가파르게 깎여 나가는 생명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놈이 절망의 도발을 캔슬하는 그 순간, 로칸이 준비했던 스킬을 꽂아 넣었다.

풀썩.

결국 녀석은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스킬, 거대화를 써 보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짐승들은 멍청해서 좋다니까!”

로칸의 짧은 감상을 끝으로 전투의 무게 추는 급격히 기울어졌다. 적당히 생명력만 깎였을 뿐, 여전히 쌩쌩한 로칸이 샤라크를 돕기 시작한 것이다.

점멸에 이른 전신의 돌격!

전면에서 나타나 피할 수도 없는 돌진을 꽂아 넣는 로칸의 기습에 샤라크가 상대하던 펭귄족은 속절없이 나가떨어졌고 일대일도 버겁던 상황에서 2 대 1의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승부는 금세 판가름이 났다.

“크릉! 이놈은 내 거다!”

다만 문제는 키리토가 승부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적의 능력도 강력한 까닭에 레드 문을 활성화시키고도 쉽게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웨어울프의 자존심이 일대일 승부를 방해받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곤란한데…….’

주종 관계가 아닌 동맹 관계이기 때문에 로칸도 섣부른 개입은 하기 어려웠다.

서로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자칫 계약 위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흐음…….”

싸움은 치열했다.

사자 인간의 형상을 한 적과 야수화를 사용해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한 키리토의 싸움은 진짜 맹수들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살벌하고 긴박감이 넘쳤다.

둘 다 마스터 스킬과 창조 스킬을 육체 강화에 때려 박은 탓에 계약이 아니더라도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갈가리 찢기고 씹어 먹힐 판이었다.

‘가만.’

그때, 로칸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늑대라면 그 역시 다뤄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때를 떠올리자 뭔가 해법이 보일 것도 같았다.

“폴리모프.”

로칸은 그 즉시 오크족의 형상을 취했다.

그저 외형이 바뀌었을 뿐인데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행한 일이기에 샤라크도 의아해할 뿐, 그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경계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야수왕 키리토를 탈것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특수 조건 달성.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중입니다.]

힐끗.

그에게도 알림이 간 것일까? 키리토는 순간 눈을 돌려 로칸을 쳐다보았다.

“수락해라. 더 강하게 만들어 주마.”

“…….”

아무리 그래도 탈것이라니. 키리토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 순간, 적의 맹공이 퍼부어졌다.

그의 것보다 크고 강력한 발톱이 가죽을 벗기고 심장을 찢을 듯 짓쳐 들었다.

“……수락한다.”

[야수왕 키리토가 임시 탈것으로 등록되었습니다.]

[특수 조건하에서만 야수왕 키리토를 탈것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힘에 부친 것일까. 키리토가 마지못해 로칸의 제안을 수락했다.

특수 조건이라는 것은 아마도 로칸이 오크족의 형상을 하고 있을 때뿐이라는 것이겠지.

그러나 상관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전설을 타는 자.”

로칸은 즉시 그에게 힘을 부여했다.

종의 한계를 넘어 진화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우두두두두둑!

그와 함께 키리토의 몸이 핏빛 광휘에 휩싸였다. 그의 야성이 극대화되며 격을 넘어선 힘을 갖게 되었다.

[늑대의 신, 펜릴 키리토][Lv 450]

언젠가 오크족의 탈것인 늑대조차도 신화적 존재로 만들어 내었던 그 힘에 의해 키리토의 능력이 실시간으로 강화되었다.

거대한 늑대 그 이상의 힘.

늑대의 신이 그의 몸에 강림하였다.

하지만 그 힘을 1백 분지 1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던 탈것과는 달랐다.

그는 이미 400레벨에 도달한 존재.

전신에 끓어넘치는 신혈의 기운을 제 것으로 만들며 단숨에 적의 목을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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