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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288화 (288/500)

# 288

심장을 먹는 아귀 (2)

“가자, 카이!”

뀻!

오랜만에 자신과 교감 중인 로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카이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활강을 시도했다.

상공에서 바로 내리꽂히는 급강하.

로칸은 그 즉시 카이가 원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계획과는 조금 다르지만 놈을 시험해 볼 필요는 있었다.

때문에 스킬로 호응하며 함께 붉은 유성이 되었다.

“전설을 타는 자, 붉은 유성!”

콰과과과과광!

카이의 거체가 타이탄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타이탄인지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 낸 것이다.

“헉.”

그리고 정말로 막았다. 땅에 발이 깊이 박히기는 했지만 붉은 유성을 정말 힘으로 받아 낸 것이다.

게다가 오히려 역습까지!

타이탄은 오른팔로 카이를 막아 내고, 큰 경직 없이 다시 왼팔을 휘둘러 카운터를 노렸다.

공간이 일그러질 듯한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카이와 로칸을 향해 날아들었다.

끼윳!

그때 카이가 기지를 발휘했다. 엘리멘탈 바리어를 펼치며 공격을 방어한 것이다.

“미친.”

진짜 타이탄의 힘은 이 정도였던가?

엘리멘탈 바리어는 깨지지 않았지만 그대로 튕겨져 벽에 박았다.

그리고 날아드는 타이탄의 거체.

이번에는 완전히 박살을 내 주겠다는 듯, 빠른 대시와 함께 날아든 타이탄의 오른 주먹이 로칸이 있던 자리를 찍었다.

“역소환, 점멸!”

이쯤 되자 로칸으로서도 정면으로 받아 낼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아직은 광풍 현신을 발현하지도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전력을 다해 피해 낸 뒤, 빠르게 호흡을 골랐다.

쿠구구궁.

“이거 진짜 살 떨리는군.”

불사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 방만 잘못 맞아도 큰일이 날 것 같은 위력이다.

그 증거로 놈의 주먹질 한 방에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광풍 현신을, 또 무혼 각성을 일으킨다 해도 과연 저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대지의 타이탄][Lv 438]

레벨도 무려 438. 지금의 상태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로칸은 꾹 눌러 참았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이판사판으로 붙어 보고 싶은 마음 대신 냉정한 이성을 되찾았다.

“자이언트 피데기, 소환. 단단해지기.”

로칸이 준비한 한 방은 바로 이것이었다. 방어력 500% 상승에 대미지 99%를 경감시키는 자이언트 피데기의 유일한 스킬.

“크워어어!”

타이탄 역시 자이언트 피데기가 내뿜는 어그로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눈이 돌아갔고, 샌드백을 두들기듯 자이언트 피데기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마침 대지의 타이탄은 무기가 없이 맨주먹으로 싸우는 타입이라 더욱 샌드백의 모습과 겹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하군.’

다른 이들도 자신을 볼 때 이런 기분일까?

대부분의 공격력을 봉인했음에도 자이언트 피데기의 거체가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칸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초월 각성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놈과 맞상대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때문에 놈의 힘이 빠지기를, 자이언트 피데기의 몸에 충분한 대미지가 쌓이기를 기다렸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그리고 자이언트 피데기의 생명력이 약 15%가량 남았을 때, 로칸은 비로소 힘을 개방했다.

자이언트만큼이나 거대해진 몸뚱아리를 일으키며 타이밍을 재었다.

‘지금!’

대미지가 급감했음에도 빠르게 줄어드는 자이언트 피데기의 생명력을 확인하며 놈에게 뛰어들었다.

“광살! 사자난무!”

이 이상은 곤란했다. 자이언트 피데기의 역할은 단순히 놈의 힘을 빼 놓는 것만이 아닌 것이다.

이대로는 웅크리기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자이언트 피데기가 먼저 당해 버릴 판이라 어쩔 수 없이 로칸이 먼저 나섰다.

“크허허허허헝!”

덕분에 불시의 일격을 당한 대지의 타이탄이 전신을 난자당하며 분노했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다는 듯, 로칸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빛이 불타올랐다.

“뒤잡기!”

덩치와 맞지 않게 질풍처럼 달려드는 대지의 타이탄.

하지만 로칸은 정면으로 놈을 상대해 줄 의향이 전혀 없었다.

스킬의 힘을 이용해 놈의 뒤로 이동하고, 여기에 한 번 더 페이크를 섞었다.

“반격!”

후웅!

황급히 뒤돌아선 타이탄의 훅이 허공을 갈랐다.

아무리 초월 각성 상태가 아니라지만 그 정도로 두들겼으면 몸이 둔해질 법도 한데도 그 위력은 여전히 강맹하기만 했다.

‘대지의’라는 수식어답게 땅의 기운을 머금어 육체적인 능력만큼은 최상급인 것이다.

“사자열파참!”

하지만 이건 어떨까?

로칸의 스킬 중 일점 집중이라면 최고의 대미지를 자랑하는 사자열파참이 서서히 아물어 가는 놈의 상처를 들쑤셔 놓았다.

회피 후 반격으로 이어지는 스킬 덕분에 타이밍을 빼앗고 정확히 놈의 가슴을 갈라 놓았다.

‘제길.’

운이 좋으면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로칸이지만 배틀 액스의 끝에 걸리는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에 가로막힌 느낌.

놈의 방어력이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잘못 건드린 건 아닌가 싶을 만큼.

“대지의 일격!”

“큭, 튕기기!”

가슴에 배틀 액스를 박은 채로 내리꽂는 일격.

로칸이 급히 공격을 튕겨 내 보지만 팔이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이 엄습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충격에 몸을 맡겨 놈과 멀어질 수 있었다.

‘난타전은 무리군.’

그리고 동시에 놈과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자살과 같은 일이라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간 육체 능력에 힘입어 누구에게도 근접전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던 로칸이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달랐다. 격이 달랐다.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며 시간을 벌기 시작했다.

“오라 폭격!”

“대지의 분노!”

쩌저저적! 콰과과과과광!

“……!”

숨을 고를 시간을 벌기 위해 원거리에서 오라의 폭격을 쏘아 냈지만 타이탄의 반응은 놀라웠다. 양손을 땅에 박아 넣는가 싶더니 땅거죽을 두툼하게 들어 올려 던져 버린 것이다.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타이탄의 마나까지 실렸는지 오라 폭격을 상쇄해 내기에 충분했다.

“대지의 침묵!”

“제기랄! 파괴의 일격!”

게다가 타이탄이 파괴되는 돌덩이 속에 몸을 숨겨 다가왔다.

시야가 가려 점멸조차 쓸 수 없는 상황. 로칸은 어쩔 수 없이 놈에게 마주쳐 갔다.

놈과 주먹을 맞대었다.

“커헉!”

“크크, 힘 좀 쓰는 인간이로군!”

거인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무의식적으로 머리가 나쁠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로칸이 생각을 고쳐먹었다.

적어도 전투에 있어서 타이탄은 영악한 수준이었다.

‘큭, 이건 좀 크군.’

놈과 부딪친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광풍 현신 상대인지라 팔뼈가 으스러지는 일은 없었지만 회복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가만?’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왼팔이 회복될 시간을 벌기 위해 최대한 속도를 발휘하며 놈의 공격을 피해 내기만 하던 로칸의 머릿속에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타이탄이잖아?’

자신이 놓치고 있던 아주 중요한 사실.

그것은 바로 상대가 타이탄이라는 것이다.

“무혼 각성.”

후웅!

빗맞아도 뼈가 부러질 것 같은 타이탄의 공세를 피하며 로칸이 다시 한 번 장비에 담긴 영혼의 힘을 일깨웠다.

사자왕의 무구가 아닌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의 것을!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가 무혼 각성을 일으킵니다.]

[봉인된 아이템은 각성할 수 없습니다.]

[한정 해제. 주변에서 타이탄의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특수 조건 만족으로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에 걸린 봉인이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아직 봉인된 까닭에 무혼 각성이 통하지 않던 배틀 액스이지만 주변에 타이탄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광풍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이 무기는 타이탄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일시적으로 봉인이 해제되고 아이템의 능력치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힘 또한 로칸의 것이 되었다.

“사자의 습격! 점멸!”

자신감을 얻은 덕에 로칸의 전투 스타일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피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타이탄 한정으로 공격력이 증폭되기까지 하는 상태이니 맞상대를 하는 것도 꺼릴 이유가 없다.

퍼억!

순간 이동으로 타이탄과 초근접 상태가 된 로칸의 어깨에서 강력한 숄더 차지가 뿜어졌다.

그 단단한 육신을 뭉개고 뼈를 부러뜨렸다.

“크헝!”

위기를 느낀 것일까? 대지의 타이탄은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주먹을 마구 휘둘러 꺾인 자신의 몸 안쪽으로 파고드는 로칸의 등을 마구 두들겼다.

‘큭.’

어설픈 주먹질인데도 생명력이 팍팍 깎여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골통을 부숴 놓는 것이 아닌 이상 로칸을 침묵 시킬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순식간에 깎여 10% 이하로 내려가자 타이틀 불굴의 의지가 가진 효과가 발동했다.

모든 능력치 2배!

그렇지 않아도 강력해진 공격력이 한순간에 뻥튀기가 되었다.

이만하면 타이탄과 맞상대를 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오기가 생긴 로칸은 밀려나는 타이탄에게 따라붙는 대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순간 몸을 웅크렸다.

“크흥?”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새끼야! 투지의 발걸음!”

콰앙!

그리고 폭발하듯 솟구쳤다. 잠시 멀어졌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대지의……!”

“뒤 잡기.”

하지만 그 또한 페이크였다.

놈이 당황하며 스킬을 사용하는 찰나, 다시금 생성 스킬을 사용해 놈의 등 뒤로 돌아갔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

로칸은 다시 한 번 힘을 끌어 올렸다.

“광살, 사자난무!”

초근접 상태에서의 난무!

한 호흡에 수십 번이나 공격을 떨쳐 내는 그 콤보가 타이탄의 등짝에 제대로 꽂혔다. 이번에도 묵직하게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뚫어 내는 것이 느껴졌다.

‘됐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로칸은 승리를 예감했다.

“크……억…….”

기우뚱. 쿠웅!

대지의 타이탄이 허무한 눈빛으로 로칸을 채 돌아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

그 순간, 로칸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렸다. 회색으로 변해야 할 놈의 몸이 여전히 구릿빛 제 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죽지 않았다는 소리.

살짝 당황하며 확인 사살을 하려는 그때, 놈의 몸에서 노란 빛이 뿜어졌다.

[대지의 타이탄에게 내려진 대지의 은총이 발동합니다.]

[대지의 타이탄의 숨이 이어집니다.]

[대지의 타이탄을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동안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미친!”

“크허허허허헝!”

황당한 시스템 알림에 반응할 새도 없이, 로칸보다 빠르게 대지의 타이탄이 벌떡 일어나 몸을 돌리며 특유의 돌주먹으로 로칸을 가격했다.

“컥!”

심지어 그 위력이 오히려 좀 전보다 더 강력해진 것 같았다.

“그런 건 빨리 좀 알려 줄 것이지……!”

가까스로 방어해 냈지만 이미 생명력은 바닥이다.

‘시간 역행을 써야 할까? 다시 놈의 생명력을 깎아 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이는데.’

배에 힘을 단단히 주고 놈과 맞서가는 로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 불현듯, 잊고 있던 것을 확인했다.

‘됐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전설을 타는 자!”

“……!”

세상을 가리는 그림자가 생겨났다.

바로 대붕으로 변한 카이였다.

로칸이 전투를 치르는 동안 허공을 배회하던 카이가 대붕의 모습으로 화하며 강하한 것이다.

터억.

그리고 대지의 타이탄의 단단한 어깨를 잡아챘다.

그 무게가 실로 엄청났지만 지금의 카이기에 할 수 있었다.

세찬 날갯짓으로 놈을 잡은 채 날아올랐고, 이제는 사용이 익숙해진 엘리멘탈 바리어를 국소적으로 발현해 발목을 노리는 타이탄의 공격을 한 번은 막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타이밍 좋고!”

“컥!”

바로 그때, 자이언트 피데기의 스킬 웅크리기가 끝이 났다.

웅크리기를 발동한 동안 자신에게 가해진 대미지의 50%를 가해자에게 돌려주었다. 그것도 경감되지 않은 버전으로!

신나게 두들겼던 만큼 막대한 양의 대미지가 대지의 타이탄에게 꽂혔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두들겨 맞은 대미지에 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날개 모드!”

그 틈에 로칸이 날아올랐다.

그가 가진 모든 스킬을 순식간에 중첩시켰다.

“초극.”

그리고 광풍의 배틀 액스가 가진 무혼 스킬을 담아 놈에게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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