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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279화 (279/500)

# 279

악마 사냥꾼 (2)

[마계 영지 ‘투루비’가 공격 받고 있습니다.]

“어엇!”

“적이다!”

“웨어울프가 쳐들어온다!”

하지만 적들의 대응도 신속했다.

영지가 공격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즉시 성벽에서부터 마법 공격이 쏟아졌다.

“블러드 익스플로젼!”

“클라우드 킬!”

그것은 공격 측도 마찬가지다.

박쥐로 변해 산개해 접근하던 뱀파이어들이 돌연 형상을 갖추며 블러드 매직을 발동시켰다.

성벽을 무너뜨리고, 웨어울프들이 뛰어들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레드 문!”

“아우우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키리토가 마스터 스킬을 발동시켰다.

다른 웨어울프들 따위는 흉내 낼 수 없는 붉은 달의 소환술.

그와 함께 웨어울프들의 전력이 대폭 상승했다.

하급 마족들에 뒤지지 않는 힘을 발휘하며 영지를 휘젓기 시작했다.

치열한 난전.

하급 마족들과 그들이 부리는 마수들은 급습에 대응하지 못하고 도륙당했고, 눈치를 보던 마인들은 눈치를 보다 대거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수적인 우위는 마족들에게 있었지만 로칸이 나서지 않아도 점점 승기는 아군에게로 기울고 있었다.

“온다.”

그리고 그 싸움의 판을 뒤집을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다.

[중급 마족 스토퍼][Lv 420]

중급 마족!

고작 중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존재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감히 이 몸의 영지를 침공하다니……. 모두 죽여 주마!”

놈은 도착하자마자 힘을 개방했다. 피부가 저릿해질 정도의 강력한 마기가 공간을 잠식했다.

모두 마족이기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하급 마족들은 힘을 얻었다. 버프 효과를 받으며 기울어지던 힘의 균형추를 맞추어 갔다.

“크워어엉!”

먼저 튀어 나간 것은 키리토다.

붉게 변한 눈과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의 힘으로 놈을 할퀴어 갔다.

“감히 짐승 따위가!”

까강!

그러나 상대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키리토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몸으로 손톱을 길게 뽑아내더니 검사들의 대결처럼 부딪쳐 키리토를 밀어 내고 마기를 분출했다.

“블랙 썬더!”

위험하다. 이건 위험했다.

타격된 부분을 마기로 잠식시키며 썩게 만드는 검은 번개가 밀려나는 키리토의 가슴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블러드 썬더!”

콰광!

하지만 샤라크가 그것을 상쇄시켰다. 사이는 좋지 않지만 지금은 한 팀이니까.

더불어 역공까지 날렸다.

“버러지 같은 잡종 놈들!”

마기가 폭사했다. 그 자체로 강력한 방어막이 되었다.

블러드 매직을 견디고, 모두를 밀어 내었다.

하지만 단 하나, 특수한 능력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천신 사제의 거울, 사용.”

지이잉.

로칸의 손에 들린 거울에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닿은 것은 다름 아닌 중급 마족 스토퍼.

삿된 것을 비추어 그 힘을 가두는 천신 사제의 거울이 가진 힘을 이끌어 내자 거울 안으로 놈의 힘이 빨려 들어갔다.

[중급 마족 스토퍼의 힘이 봉인되었습니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크아아아아악!”

로칸의 몸이 빨랫줄처럼 길게 늘어졌다.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른 돌진이었다.

푸확!

그리고 터진 일격!

그 한 방에 놈의 몸이 쪼개졌다. 허무하리만치 약해진 놈의 방어력에 로칸조차 놀랄 정도였다.

“……!”

하지만 로칸은 안심하지 않았다. 천신 사제의 거울이 정말 이 정도로 강력하다면 천계가 진작 마계를 복속시켰을 테니까.

“반격!”

로칸의 몸이 한순간 사라졌다.

어느새 나타나 그가 있던 자리를 꿰뚫고 있는 스토퍼의 등을 쪼갰다.

“컥!”

한 방에 쪼개진 놈은 본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진짜였지만, 공격 직전 시간을 멈추고 이동한 것이었다.

다만 로칸에게 그것이 읽혔을 뿐.

등 뒤에서부터 배를 뚫고 나온 배틀 액스를 허무하게 바라보는 놈의 마기가 불안하게 일렁거렸다.

“허접하군.”

로칸은 그대로 힘을 주어 배틀 액스를 비틀었다.

놈의 몸 안에서.

본래라면 불가능했겠지만 능력이 봉인되어 하이 마스터 이하로 떨어진 수준.

“광살, 사자난무!”

그 상태로 난자해 버리자 곧 놈의 생명력도 곤두박질쳤다.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중급 마족 스토퍼를 살해했습니다.]

[중급 마족의 권위를 찬탈했습니다.]

[마계 도시 투루비의 지배 권한을 임시 획득했습니다.]

그와 함께 놈에게서 어떤 힘이 빠져나와 로칸의 몸에 깃들었다.

정확히는 힘이 아닌 권위.

자격이자 권능이기도 했지만 힘이 들끓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

다만, 하급 마족들이 정지했다.

최소한의 방어는 했지만 전투를 멈추고 불안한 눈빛으로 멀뚱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처분을 기다리는 포로처럼.

중급 마족과 하급 마족 사이에는 그런 힘이 작용했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존재에게 복종해야만 하는.

하지만 그렇다고 로칸이 상급 마족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계 진영에 투신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로칸은 그저 놈의 권위를 빼앗았을 뿐이니까.

짐은 버리고 이득만 챙겼을 뿐이지만 아무도 그에게 제지를 가할 수는 없었다.

“그건 대체……!”

만족스레 힘을 권위를 흡수하는 로칸을 보며 샤라크와 키리토가 경악했다.

중급 마족이라면 그들 둘이 힘을 합쳐도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던가?

일종의 편법이 작용하긴 했지만 그런 놈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격살해 버린 로칸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축하드립니다.”

“추, 축하한다.”

로칸이 몸을 돌리고 나서야 뒤늦은 축하를 보냈다.

“괜찮군. 약속대로 너희들의 영토를 좀 더 확장시켜 주지.”

그에 화답하듯 로칸은 두 집단에게 각각 영토 권한을 부여했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 봐야 별로 쓸데도 없으니 선심을 쓰는 것이다.

그로 인해 놈들의 세력이 더 커진다면 동맹의 힘이 커지는 것이니 나쁠 것은 없었다.

아니, 어설프게 마족들을 고용해서 나중에 뒤통수를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좀 더 확장된 영토를 부여받은 샤라크가 조심스레 그의 향후 행보를 물었다.

그의 행보에 따라 자신들의 거취와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나 로칸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흠.”

당장 로칸은 더 일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지금이야 광풍 현신과 무혼 각성 덕분에 그랜드 마스터들에게도 비빌 수 있지만 그것도 중급까지다. 그보다 위의 격을 바라보고 있는 상급 마족과 만난다면, 승부를 장담키 어려웠다.

때문에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로칸도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만 했다.

그때까지 전쟁이나 다음의 권위를 얻는 것은 보류다.

그 말뜻을 알아들은 둘은 안심하는 눈빛이었다. 고작 중급 마족의 영지를 빼앗는 데도 벌써 소모된 전력이 상당했으니까.

무리해서 그들에게 다른 마족 사냥을 도우라고 했다면 일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그런 의미에서 샤라크의 립 서비스가 좋았다. 로칸의 집사라도 되는 것처럼 머리를 숙이고 신하의 예와 같은 것을 다했다.

키리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럼 또 연락하지.”

로칸은 그것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어쨌든 동맹이 아닌가?

스토퍼를 죽이며 획득한 영지의 임시 권한을 활성화시켜 코인을 거둬들인 뒤, 둘에게 나누어 주고 천상의 룬 북을 발동시켰다.

자리를 비운 사이 소식을 접한 다른 마족의 침공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굳이 먼저 찾아다닐 생각은 아직 없지만 걸어오는 싸움까지 마다할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경계의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놈이다! 놈이 나타났다!”

동시에 소란이 일어났다.

로칸이 마계로 떠난 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건만, 천족들이 중립지대까지 넘어와 로칸을 찾고 있던 것이다.

“엥?”

[하급 천족 리오넬][Lv 386]

한데 수준이 형편없었다. 그랜드 마스터도 아니고 고작 하이 마스터급.

놈들이 로칸을 발견하자마자 창을 들이댔지만 로칸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찌를 테면 찔러 보라는 듯 배짱을 튕겼다.

“뭐 어쩌라고? 덤벼!”

그 자신 있는 태도 때문일까? 놈들은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경계의 마을이라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곳이 천계가 아닌 경계의 마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마음 놓고 행패를 부리기에는 마족도 자리하고 있고, 중립 계열의 강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놈!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한다!”

“곧 그분이 오시면 철퇴를 맞을 것이다!”

그러니 놈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악을 쓰는 것뿐이다.

로칸은 그런 놈들을 향해 이죽거리며 상황을 즐겼다.

“응. 다음 쫄보. 비둘기인 줄 알았는데 그냥 개새끼였나 보군.”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을 기다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크흠, 자네 괜찮겠나?”

놈들이 어찌나 날을 세우는지 안면만 있는 마을 사람들이 걱정을 해 줄 정도였지만 로칸은 태평하기만 했다.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있었고, 만약 전에 보았던 고위 천족이 나타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 곧 일단의 무리들이 경계의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밍을 보니 소식을 접하자마자 천상의 룬 북을 이용해 날아온 모양이다.

“이놈! 어디 있느냐!”

그리고 나타나자마자 거센 고함과 함께 로칸을 찾았다.

“저쪽입니다!”

친절하게도, 하급 천족들은 길잡이가 되어 놈을 로칸의 앞에 데려다 놓았다.

파지지지지직!

놈의 몸에서 성스러운 힘이 폭발했다.

감히 천신의 사제를 살해한 죄, 자신을 농락하고 신수를 살해한 죄를 묻기 위해 마을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힘을 개방한 것이다.

“워워, 진정하지? 여기는 마을이라고.”

“……?”

그때, 누군가 로칸을 대신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놀랍게도 그는 로칸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당신은……!”

“사자왕! 감히 천신의 행사를 막아설 셈이냐!”

사자왕 가오칸.

그가 경계의 마을에, 로칸의 앞에 나타났다.

으르렁거리는 놈을 향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천신? 뭐 계시라도 받았어? 그 양반 천상의 일에 개입하지 않은 지 한참 된 걸로 아는데, 어디서 약을 팔고 있어? 예전에 쥐어 터진 게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지? 엉? 어디 한번 기억나게 해 줘?”

“풉.”

하지만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건달처럼 주먹을 쥐어 보이자 히라엘이 움찔 몸을 떨며 힘을 갈무리했다.

아무래도 사자왕 역시 천상에서 한바탕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이 퍽이나 우스워서 로칸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놈이!”

“오랜만입니다.”

히라엘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로칸은 놈을 무시했다.

어차피 함부로 힘을 쓰지도 못할 놈을 상대해서 뭐 하겠나.

그보다 간만에 보는 얼굴인 가오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호, 나를 기억하나? 상당히 오래전……. 아하, 그대는 그때 과거로 날아온 것이라 했으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군. 웬 미친놈 하나가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닌다길래 구경을 왔는데 구면이었군, 흐흐!”

마침 사자왕도 그를 알아보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함께 검은용도 사냥했고, 그의 은퇴도 지켜보았으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건 어떻게 할래? 도와줘?”

친근하게 구는 사자왕의 모습에 히라엘이 움찔 몸을 떨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사자왕의 행사라면 천신이라는 이름도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 저놈이 그런 것을 가리는 놈인가.

그때도 그랬으니, 이제는 천신의 대사제가 아니라 그 윗선이 오더라도 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었고.

“아니오, 제가 처리하죠.”

“좋아. 그럼 내가 ‘참관’을 해 주지.”

로칸의 자신감 있는 말에 흥미가 동한 것일까? 가오칸이 참관인을 자처했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천족이라도 허튼 수작을 부릴 수 없게 된다. 끼어드는 순간 가오칸이 그들을 도륙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막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로칸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가오칸 너머에 있는 히라엘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야, 따라 나와.”

일진 포스를 뿜으며 마을 밖으로 놈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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