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277화 (277/500)

# 277

뱀파이어 (2)

‘걸렸군.’

배틀 액스로 몸을 가리고 지탱하며 간신히 버티는 척을 하던 로칸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맹수보다 예리한 뱀파이어의 손톱이 그의 몸을 파고드는 순간, 낼 수 있는 전력으로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사자열파참!”

일격. 그 한 방에 가공할 힘이 몰려들었다.

한계까지 증폭된 치명타 대미지는 물론 황금사자의 홍염이 맞닿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크아아아아악!”

공격을 받기 전 쏘아 냈다면 피하거나 빗맞을 수도 있는 일격이었다. 하지만 로칸의 심장을 터트리며, 그리하여 아이러니하게도 로칸에게 붙잡히게 된 상태가 되었기에 회피가 불가능했다.

태양같이 세차게 타오르는 불꽃이 놈의 몸을 가르고 불태웠다.

회복력과 회피 능력에 장점을 가진 뱀파이어라 해도 이번만큼은 무사할 수 없었다.

“바, 박쥐 변……신!”

그러나 그 역시 400레벨의 강자.

한 방에 끝내는 것은 역시 무리였는지 다시 수백 마리의 박쥐로 흩어졌다.

그중 다수가 이미 불타서 잿더미가 되었지만,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가능할 터였다.

“어딜! 광살! 사자난무!”

그런 박쥐 떼를 덮친 것은 로칸의 난무였다.

거기에도 황금사자의 힘이 실려 있었고, 산개하여 흩어지기도 전에 다시 수백 마리의 박쥐가 불에 타 사라졌다.

“폭격!”

멀어진 놈들에게는 폭격까지!

마법 대미지로 전환하여 위력을 폭발시키는 폭격이라면 충분히 박쥐들에게 통할 터였다.

박쥐 하나하나의 방어력과 저항력은 뱀파이어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까.

“캬아아악!”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박쥐가 뭉쳐 다시 빚어진 샤슬록은 분했는지 괴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피가 모자랐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블러드 매직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투지의 발걸음.”

“브, 블러디 토네이도!”

쿠웅!

로칸의 몸이 쏘아졌다.

아예 끝장을 내겠다는 듯 험악한 광기가 그에게 폭발되었다.

당황한 샤슬록은 힘을 끌어내 억지로 블러드 매직을 발동시켰다. 그를 보호하듯 피가 회오리쳤고, 로칸과 부딪쳤다.

쿠구구구구구궁.

“헉!”

로칸이 그것을 힘으로 열었다.

억지로 배틀 액스를 박아 넣은 뒤, 두 손으로 잡아 크게 벌렸다.

퍼엉!

그와 함께 폭발하는 피의 회오리.

놈의 핏물이 축복처럼 두 사람의 위로 떨어졌다.

“캬악!”

그 순간, 샤슬록이 얼굴을 내밀었다.

정확히는 이빨을 박아 넣기 위해, 로칸의 팔뚝을 깨물려고 들었다.

“이 새끼가!”

터억.

그러나 허튼 시도였다. 로칸은 즉시 팔을 뻗어 놈의 턱을 움켜쥐었다. 특유의 근력으로 단단히 고정하고 왼팔에 힘을 모았다.

“파멸의 일격!”

퍼억!

놈의 면상에 통렬한 일격을 꽂아 넣었다.

이빨까지 몽땅 부러뜨릴 기세로.

그 흉악한 힘에 놈이 급히 박쥐로 변신하려 들었지만 로칸이 빨랐다.

놈의 안면을 뭉개고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흐흐! 네놈이 좋아하는 핏물로 만들어 주마!”

빈사 상태에 빠진 놈을, 로칸이 한 줌 핏물이 될 때까지 다져 놓기 시작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경험치 30% 증가 효과의 덕분일까? 놈을 완전히 끝장내자 레벨까지 하나 더 올랐다.

더불어 목적했던 악마의 심장과 아이템도 몇 개나 얻었다.

하지만 로칸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소란이 잦아들었으니 곧 녀석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이 돌아오지 않았어도 하이 마스터의 수준이라면 버서크만 사용해도 비벼 볼 만했지만 일단은 협상이 먼저다.

끼이이익.

“남작님?”

그의 예상대로, 잠시 후 샤라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서 기다리라는 샤슬록의 명령이 있었지만 이만한 소란이 있었으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로칸과 눈을 마주쳤다.

까딱까딱.

그런 놈을 향해 로칸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도발은 아니다. 싸울 것이었다면 문 옆에 기다리고 있다가 놈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일격을 가했을 터였다.

샤라크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주인인 샤슬록의 시체를 곁에 두고도 태연했다.

섣불리 공격을 가해 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 때문일 수도 있지.’

물론 다른 목적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바로 로칸이 꺼내 들고 있는 신수의 심장이라든가 하는 것 말이다.

처음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놈은 홀린 듯한 눈빛으로 로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얘기 좀 할까?”

씨익.

그 모습에 로칸이 웃었다. 모두 계획대로였다.

“이것을 너에게 주지.”

“……무엇을 원하십니까.”

단도직입적인 로칸의 말에 샤라크가 반응했다. 신수의 심장만 넘겨준다면 무엇이든 할 기세였다.

“이걸 가진다면 여기, 이놈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나?”

“……가능할 겁니다.”

“좋군. 이야기가 쉽겠어. 나는 네가 이 자리를 꿰차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를 도와.”

“어떻게 도우면 됩니까?”

“일단은 악마의 심장, 그것을 모으고 싶다. 혹시 이곳에서 악마의 심장을 얻을 수 있는 놈이 있나?”

“……준비하죠.”

다행히 놈은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꼭 400레벨이어야만 악마의 심장을 가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협상은 쉽게 이루어졌다.

“또 뭘 원하십니까?”

“동맹. 나와 동맹을 맺지.”

“동맹……입니까?”

의외라는 반응이다. 샤슬록이 그러했듯 주종 관계를 요구 할 줄 안 것이다.

‘동기 부여는 필요한 법이지.’

하지만 로칸의 입장에서는 주종 관계나 동맹이나 별 차이가 없다.

지상처럼 이곳에서 뭔가 수익을 낼 생각도 아니니까.

로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샤라크는 고민했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죠.”

“좋은 결정이야.”

그러나 바로 신수의 심장을 주지는 않았다. 놈이 ‘먹튀’를 하면 어쩔 것인가? 당연히 대비는 필요하다.

펄럭.

로칸이 꺼낸 것은 계약서였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거래의 힘이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뱀파이어 샤라크와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다음에야 신수의 심장을 넘겨주었다.

계약서 내용은 샤라크에게 완벽히 불평등했지만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푸확.

그가 신수의 심장에 이빨을 박아 넣는 순간부터 엄청난 힘이 내부로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으니까.

어중간한 하급 뱀파이어였다면 신수의 신성을 감당하지 못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이미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한 존재였기에 신성을 억누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후우우웅.

[뱀파이어 샤라크][Lv 400]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켰다.

400레벨.

신수의 심장을 씹어 삼키는 것으로 400레벨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 힘을 완전히 소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시간문제다.

남작의 위를 받을 테고, 샤슬락에게 보고 배운 것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힘과 기술을 찾을 것이다.

“좋군. 이제 시작해 볼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집사였기 때문인지 계약서의 제약 때문인지 그렇게 힘을 얻은 뒤에도 샤라크는 공손했다.

로칸의 후유증이 끝나자 인사를 하고 아래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하이 마스터 끝자락에 도달한 뱀파이어를 하나씩 데리고 올라왔다.

푸확!

그다음은? 당연히 참살이다.

샤라크는 블러드 매직을 이용해 놈을 제압하는 식으로 도움을 주었고 로칸은 빠르게 경험치와 악마의 심장을 모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이 정도뿐입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정확히 열 마리를 사냥하고 났을 때, 샤라크가 송구하다는 듯 머리를 숙였다.

악마의 심장을 드롭할 만한 부하는 그들이 전부인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뱀파이어는 꽤나 많이 남아 있지만 로칸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동맹을 유지하고, 샤라크가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최소한의 병력은 남겨 두어야 하니까.

“다음은?”

“근처에 웨어울프족이 있습니다. 생명력과 재생력이 귀찮지만 로칸 님의 힘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좋군.”

대신 샤라크는 로칸에게 필요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했다.

같은 마족으로서의 의리? 그런 것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마계란 그런 곳이니까.

저 자신의 문제만 아니라면 동족도 팔아먹을 수 있는 자들. 로칸은 그것을 이용할 참이었다.

곧 마차가 준비되었다. 무려 귀족의 작위를 받았던 이가 가지고 있던 만큼 성능 좋은 유령마가 이끌어 굉장한 속도를 냈다.

속도만 따지자면 유니콘 쪽이 더 빨랐지만 신수를 이곳에서 꺼낼 수는 없다.

‘이것도 뭔가 방법을 내야겠군.’

언제까지 이것만 이용할 수는 없으니 뭔가 방법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웨어울프들이 서식하는 울부짖는 숲에 진입했다.

“크르르르르.”

숲에 들어서마자 감시의 눈길이 느껴졌다. 이방인의 침입을 알아차린 숲의 존재들이 로칸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계했고, 적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덤비지는 못했다.

로칸이 뿜어내는 광기가, 신수 사냥꾼 타이틀의 효과가 그들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왔군.’

그들 사이에서 로칸은 웨어울프를 찾아냈다.

놈들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곳인지 그들의 등장과 함께 어중간한 놈들은 꼬리를 말고 사라졌기에 놈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꺼낼까?’

곧 다른 놈들이 사라지고 웨어울프들만 남게 되자 로칸은 인벤토리에 손을 슬쩍 넣었다.

또 남은 두 개의 신수의 심장 중 하나를 꺼낼까 생각하다가 곧 다시 배틀 액스를 움켜쥐었다.

이야기를 쉽게 풀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재미가 없지.

놈들과 협상을 하기 전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했다. 악마의 심장을 얻어야 하기도 하고.

“크허허허허헝!”

광기의 외침이 울부짖는 숲을 마비시켰다.

누가 진짜 포식자인지 일깨워 주겠다는 듯, 몸이 굳어 버린 웨어울프들을 향해 돌진했다.

“크, 킁!”

과연 야수의 감각과 본능이 가장 강하다는 종족이기 때문일까, 웨어울프들은 몸이 마비된 중에도 어떻게든 피해 내려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로칸은 그보다 강하고, 그보다 빨랐다.

배틀 액스가 공간을 찢을 때마다 놈들의 팔다리 한 짝은 반드시 허공에 떠올랐다.

특유의 재생력조차 쓸모없어질 만큼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광포화!”

“달의 축복!”

쉴 새 없이 동족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며, 놈들은 무력감에 떨고 있지만 않았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마스터 스킬을 발동하며 스스로를 강화시켰다.

달의 축복.

달빛 아래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웨어울프들의 힘을 최고조로 이끌어 내는 스킬이었다.

인공의 만월을 생성하여 강제로 힘을 각성하는 것.

진짜 만월만큼은 될 수 없지만 그에 준하는 특별한 기운이 놈들의 몸에 깃들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광풍 현신!”

하지만 그런 능력은 그들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로칸이 악마 같은 미소를 띠며 광풍 현신을 발현했다.

그들이 늑대라면 이쪽은 사자다.

참 교육의 시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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