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247화 (247/500)

# 247

아마겟돈 (1)

[전체 공지. 파멸의 주문, 아마겟돈이 발동하였습니다. 앞으로 12시간 뒤, 아마겟돈에 의해 세상을 파멸시킬 존재가 부활합니다. 서두르십시오. 잊혀진 종족은 세상의 파멸을 갈구하는 자입니다.]

[만약 잊혀진 종족의 부활을 막지 못한다면 세상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젠장.”

아마겟돈의 발동 시간이 12시간이나 되는 것은 좋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거나 다른 방법들을 이용 할 때 12시간이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시간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아마겟돈이 발동하는 위치를 특정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찾아가기에 12시간이 모자란 시간은 아니지만 위치까지 찾아내기에는 빠듯하다 못해 부족한 시간이니 골치가 아픈 것이다.

나올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겠지만 로칸은 즉시 홈페이지를 비롯한 커뮤니티들을 뒤져 정보를 모았다.

타락, 파멸, 아마겟돈, 고대 주문 등의 키워드를 비롯해 수상해 보이는 움직임에 대한 모든 정보를.

그러나 역시나, 신통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약 7시간이나 되는 시간이 지나 버렸다.

“엇 ”

그때, 저 멀리 어디선가 환하게 솟아오르는 빛이 있었다.

“타락의 빛 ”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녹색의 빛. 그 빛은 틀림없이 타락의 힘이 작동한 것이었다.

“좋았……긴 개뿔!”

거대하게 솟구쳐 오른 녹색 빛의 기둥이 어디쯤 있는지 가늠하던 로칸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지금껏 로칸조차 가 보지 않은 지형.

몰라서가 아니라 껄끄럽고 부담스러워 피하던 지형에서 그 빛이 솟아오른 것이다.

“왜 하필…….”

아마겟돈이 발동한 곳은 다름 아닌 ‘서리산맥’이었다.

1년 365일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

까다로운 빙결 특성을 지닌 몬스터들이 즐비할 뿐 아니라, 특수한 아이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추위에 지속적으로 생명력이 깎여 나가고 심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얼어붙는 ‘빙결’에 걸리거나 ‘동상’에 걸려 고생을 하게 되는 필드이기에 로칸도 그동안 접근을 꺼리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등장하는 몬스터들 역시 하나같이 마스터 레벨 이상이다.

빙결 계열의 스킬이라 세팅만 잘 갖춘다면 효율적인 사냥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발이 푹푹 꺼지는 눈밭 지형 때문에 근접 계열은 본신의 힘을 다 내기 어려웠다.

때문에, 전체 공지와 빛의 기둥으로 알려 주더라도 아마겟돈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다른 놈들을 믿느니 혼자하고 말지.”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이쯤 되면 지는 고대 황제의 사태 때처럼 다종족 연합체가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지만 그들을 기다려 함께한다고 꼭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서리산맥은 황금사자 진영도, 검은용군단도 접근하지 않는 전인미답의 지역이니까.

정보가 없으니 뭉친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고, 정예들만 투입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마스터 레벨 몬스터들을 헤치고 나가는 것에서 로칸 혼자보다 수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혼자라면 적당히 몬스터를 회피하며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다수가 함께 움직인다면 전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멀기도 더럽게 머네.”

서리 산맥은 기본적으로 황금사자 진영과 검은용군단의 경계에 위치했지만 분쟁으로도 볼 수 없는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이니까.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거점으로 이동했지만 그럼에도 목적지까지는 거리가 상당했다.

“속성 저항력 때문에 버티기야 하겠지만……. 할 수 없군.”

지이이잉.

가까운 거점인 눈서리 마을에 도착하자 빛의 기둥이 더 가까이 보였다. 더불어 살을 에는 것 같은 차가운 바람도 느껴졌다.

로칸의 속성 저항력이 높은 덕분에 생명력의 하락은 아직까지 없지만,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며 장시간 노출되면 로칸이라 해도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았다.

보온 효과를 주는 ‘온기의 망토’와 ‘설원 정찰병의 부츠’를 구입해 입으면 좀 낫겠지만 그 또한 만능은 아니다.

더불어 그것들을 착용하는 순간, 다른 장비 효과를 받지 못해 전투력이 일부 하락할 것도 분명하고.

그것들이 아니라도 전투력이야 충분했지만 마스터 레벨뿐 아니라 하이 마스터급 몬스터까지 즐비한 이곳에서는 최대한 전투력을 온존할 필요가 있었다.

“폴리모프.”

때문에 로칸은 아쉬운 대로 그것들을 구입한 상태에서 마을을 빠져나와 폴리모프를 사용했다.

인간이 아닌 언데드, 스켈레톤 전사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언데드의 종족 효과로 한기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동시에 한기로 인한 문제에서 해방되었다.

뼈가 시릴 법도 했지만, 애초에 죽어 있는 언데드이기 때문에 체온에 영향이 없다는 설정인 것이다.

“해골마 소환.”

그리고 또 한 가지. 해골마를 소환했다.

그 역시 추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 탈것.

이동속도로만 보자면 카이를 이용해 단숨에 날아가는 것이 빠르겠지만 아쉽게도 강력하게 몰아치는 눈보라 탓에 비행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아쉬운 대로 해골마를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은신 기동.”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은신 기동 스킬이 더해졌다.

선공형 몬스터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은신은 사용하면서도 이동속도가 대폭 감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신의 상위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아쉽게도 클래스의 차이로 스킬 북의 형태로 익힌 것은 아니지만 스크롤이면 충분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설원이지만 해골마는 힘차게 달려갔다.

천골마에 비해 이동속도는 조금 느린 편이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해골마였으니 먼 길을 가기에는 적합했다.

[황제가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30분 이내에 황궁으로 이동하십시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을 때,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황제의 호출.

그 목적이야 뻔했다.

다종족 연합체.

다시 한 번 그곳에 합류하여 세상의 파멸을 막아 달라는 것이다.

‘까고 있네.’

그러나 로칸은 그 알림을 흩어 버렸다. 황제의 호출이라고는 하지만, 설령 응하지 않더라도 황제가 로칸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기분이 나쁠 수야 있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공작의 위를 회수한다거나 다른 페널티를 줄 리가 없다. 이미 로칸에 대한 황제의 신뢰는 굳건하니까.

로칸은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이제 5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여서 탁상공론을 하고, 다시 뭉쳐서 이동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칸이었다.

“후우…….”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생각 같아서는 직선거리로 달리고 싶지만 그럴 경우 너무 장애물이 많았다.

최대한 돌고 돌아 전투를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로칸은 약 2시간이 걸려 빛의 기둥이 있는 장소의 가까이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번은 없겠는데.”

그리고 확신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여기까지 오는 데 벌써 2시간이 걸렸으니 실패 후 다시 이동을 한다면 시간이 부족할 확률이 높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쯤 정면으로 밀고 가는 중일 수 있지만 설령 그쪽에 합류한다 해도 두 번 시도 할 수 있다는 장담은 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단번에 끝내야 한다.

[마법적 힘에 의해 은신 기동이 해제됩니다.]

“제대로 찾아왔군.”

이미 어떤 결계 같은 것을 형성해 두었는지 은신이 저절로 풀어지고, 위치가 드러났다.

더 안쪽으로 진입하자 로칸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다.

빛의 기둥과 같은 녹빛의 힘에 보호받는 자들.

타락 사제와 신도들이 로칸을 막아섰다.

“더는 접근할 수 없다!”

“예정된 파멸이 다가왔다! 경배하고 죽음으로 맞이하라!”

광신도. 이미 그들과는 대화의 여지가 없었다.

본 모습이 아닌 언데드의 형상이었지만 놈들은 개의치 않았다.

인간이든 하프엘프든 언데드든 트롤이든. 모든 존재의 파멸을 바라는 놈들이기에, 다짜고짜 로칸에게 싸움을 걸어왔다.

타락의 힘을 격발시키며 자신의 생명을 불살랐다.

“타락 폭발!”

“……!”

콰과과광!

눈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만큼의 대폭발.

놈이 별도의 스킬을 발동하는 대신 자폭을 선택한 것이다.

싸움에 그리 능숙한 자들이 아니다보니, 어설픈 전투를 택하기보다 함께 죽는 편을 택했다.

“더럽게도 노는군.”

그 폭발 속에서 로칸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왔다.

방어력과 생명력도 충만했지만 모든 대미지를 절반으로 줄여 주는 사자왕의 흉갑 옵션 덕분에 큰 타격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유저들이라면 만만치 않은 대미지를 받았거나 주문 계열이라면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로칸은 아니다.

“폭격!”

콰과과광!

되로 받고 말로, 아니 가마니로 돌려주는 것이 로칸의 방식.

로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빠르게 돌진하며 놈들에게 손도끼를 쏘아 냈다.

타락 신도들을 제쳐 두고, 타락 사제를 향해 몸을 날렸다.

“폭주 전차, 숄더 차지!”

퍼엉!

어깨와 몸이 부딪쳤는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타락의 힘으로 보호받는 몸뚱이건만, 그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가슴이 함몰되고 뼈가 으스러졌다.

신음 한 번 내지 못할 만큼 내부가 상한 채로 눈만 부릅 뜬 채 쓰러졌다.

“어디 해보자고!”

그것을 시작으로 로칸도 텐션을 올렸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몸을 날리고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고작해야 경계병인 그들을 상대하는 데는 5분도 아까웠다.

남은 시간은 2시간 남짓. 그 안에 빛의 기둥에 접근해 아마겟돈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잔챙이를 상대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폴리모프 해제.”

화르르륵!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아예 폴리모프도 해제했다.

여전히 눈보라와 칼바람이 몰아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으로 대체했다.

불 기름.

몸에 뿌리면 불꽃이 일어나며 화염 속성을 부여하는 인챈트용 아이템이지만 지금은 한기를 막아 주는 보조 아이템으로 사용되었다.

로칸의 대미지를 생각하면 화염 추가 대미지야 있으나 마나 한 정도였으니 그 비싼 소모품이 추위를 막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휠 윈드!”

거기에 활발히 움직여 주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회전하면서도 가속 스킬들을 더해 빠르게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그에 맞춰 안쪽에서도 다수의 타락 사제와 신도들이 몰려왔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전투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두 이곳에 몰려든 모양이었다.

“장기전이 되겠군.”

이쪽의 소란을 보고 다종족 연합군이 이동속도를 높여 주길 바라며 로칸이 배틀 액스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렇게 싸우기는 30여 분.

로칸은 광풍 현신의 사용을 최대한 아꼈다.

그것은 정말 최후의 최후에나 사용해야 할 것이기에 장비빨과 물약빨, 그리고 자신의 컨트롤만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다행히도 놈들의 대부분은 주문 계열이기 때문에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타이틀 한 방의 사나이 효과가 대박이었다.

어지간한 타락 신도들은 한 방에 끝장이 났으니까.

“기사, 기사들을 불러!”

로칸의 무지막지한 공격력과 일격에 생명력의 80% 이상이 하락할 시 즉사시킬 수 있는 타이틀 효과가 더해지자 전투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회복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게 적들을 즉사시켜 버리니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자 놈들도 근접 계열들을 불렀다.

일반적인 교단으로 따지자면 성기사에 해당하는 타락의 전사들이 나타나며 로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시간 끌기에 돌입한 것이다.

“흥!”

그러나 그들 역시 로칸의 상대는 아니다. 일격이 이격, 삼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공격 열 번 이상을 버티는 자가 드물었고 새하얀 눈뿐이던 대지가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가 전황이 뒤집어졌다.

“로칸 ”

“내가 왔다!”

“빌어먹을 타락의 종자들. 모조리 죽여 주마!”

다종족 연합군의 참전이었다.

이미 추위와 올라오는 동안의 전투로 로칸보다 심각한 몰골들이었지만 하나같이 하이 마스터 이상인 데다, 저번처럼 8인이 아닌 수십에 이르는 병력이었으니 타락 사제와 전사들을 쓸어버리기에는 충분했다.

세상의 멸망을 결정지을 대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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