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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240화 (240/500)

# 240

폭주 (3)

무언가에 오염된 존재를 다시 되돌릴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 원인을 제거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타락한 세계수를 되돌릴 방법은 당연히 ‘타락한 힘’의 근원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동안 전쟁에 묻혀 잊혀졌던 ‘타락 사제’들이지만 조사단 퀘스트가 지속적으로 발동되고 해결되면서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힌 상태였고, 무엇보다 로칸에게는 그들을 찾아낼 방법이 있었다.

“타락의 나침반, 사용.”

팽그르르.

로칸이 꺼내 든 나침반이 빙글빙글 돌더니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타나는 숫자.

[13km. B3]

“지하 3층 깊이도 팠네.”

그것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타락 사제를 찾아 주는 나침반이었다.

타락 사제는 보통 예배당을 중심으로 움직이니 이것을 통해 놈들의 거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타락 사제가 철저히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라지만 간부급을 중심으로 추적하다 보면 머지않아 본거지 또한 찾을 수 있겠지.

천골마를 탄다 해도 시간이 제법 걸릴 만큼 거리가 다소 멀기는 하지만 상관없다. 로칸은 즉시 마법 지도를 펼치고 거리를 가늠했다.

슈우웅.

텔레포트 마법진. 그것을 통해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이동한 뒤 움직인다면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첫 번째 타락 사제의 위치는 놀랍게도 도시 한복판이었다.

“이런 곳에 지하 3층까지 있다고 ”

놀라운 일이다. 지하 3층 정도의 깊이까지 파고 내려가는 곳이라면 꽤 규모 있는 귀족이나 상단쯤 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허름한 빈민가에 지하 3층이라니

빈민가인 만큼 마법적 처리를 해서 눈을 속이면 알아차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이용한 수작임에 분명했다.

“시작부터 구린 냄새가 나는군.”

로칸은 망설이지 않고 집 안으로 향했다.

“엇, 저기 누구…….”

판자때기 같은 집에서 나온 빈민 하나가 로칸에게 머뭇거리며 제지를 했지만 로칸은 깡그리 무시했다.

사실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빈민이 딱 봐도 거창하게 차려입은 사람을 제지한다

게다가 로칸은 공작의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패시브 효과로 ‘귀족의 위엄’이 발동하여 일반 NPC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평민들이나 상인들마저 머리를 조아리고 눈치를 살핀 판국에 감히 빈민이 이것부터가 이상했다.

“죽……!”

로칸이 발을 쿵쿵 굴러 가며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찾기 시작하자 빈민의 눈이 번뜩였다. 품에 감추고 있던 칼을 쥐고 로칸을 해하려 들었다.

푸확!

“쯧, 가만히 있으면 살려 뒀을 것을.”

그러나 뭔가를 해 보기도 전에 로칸의 배틀 액스가 놈의 머리를 갈랐다.

잃을 것이 없는 빈민이기에 타락 사제들에게 더욱 빠져들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든 세상을 바꾸기를 원하거나, 심지어 파멸을 원한다 해도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으니까.

때문에 굳이 그들까지 해하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칼부림을 하며 덤비는 상대까지 용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순식감에 주검으로 변한 녀석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좀 더 수색 작업을 펼치자 곧 비밀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끼이이익.

“여기군.”

로칸은 즉시 아래로 뛰어내려 갔다. 구린 일을 벌이는 놈들이니 통로를 하나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어 ”

“누구……!”

지하 1층은 예배당이었다.

빈민가의 주민들이 예배를 올리고, 타락 사제가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말들을 경전처럼 돌려 읽는 곳.

당연히 잘못 없는 빈민들이 즐비했고, 처음 보는 로칸을 경계했다.

“흠.”

로칸은 스윽 그들을 돌아본 후, 그들 중 하나를 찍어 불렀다.

“거기.”

“예 저, 저 말씀이십니까 ”

“그래 너. 이리 와 봐라.”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한 사내. 얼마나 못 먹은 건지 비루먹은 강아지 꼴을 한 사내에게 로칸은 불쑥 주머니 하나를 들이밀었다.

“이, 이게 무엇……. 헉!”

거기에는 상당한 양의 골드가 들어 있었다.

로칸의 기준에서 보자면 별것 아닌 푼돈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빈민가를 탈출하고 새 출발을 할 수도 있을 정도의 큰 금액. 사내의 눈빛이 흔들린 것도 당연했다.

“안내 좀 해 줄 수 있나 가장 아래층까지 말이야.”

“무, 물론입니다!”

그냥 무시하고 가도 좋겠지만 그러기엔 내부가 너무 복잡했다. 어떤 마법적 힘이 작용한 것인지 작을 거라 생각한 지하가 꽤 크고 복잡한 것이다.

여차하면 디그독을 불러 땅을 파고 내려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럴 경우 낌새를 채고 도망치는 놈들이 있을 수 있었다.

때문에 그를 매수한 것인데 효과가 퍽이나 좋았다.

신기루 같은 종교보다는 눈앞의 돈이 확실한 법이니까.

“배신자!”

“한센. 네놈이 교를 배신하고도……!”

영문은 알 수 없지만 한센이란 사내가 외부인의 편에 붙어먹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개했다.

심한 자는 벌써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로칸에게는 대미지 1도 주기 힘든 허접한 공격력이겠지만 로칸은 1층부터 말썽을 피울 생각이 없었다.

촤르르륵!

대신 품에서 동전을 뭉텅이로 꺼내 바닥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도, 돈이다!”

한센이란 자가 받은 골드와 달리 쿠퍼와 실버뿐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도 목숨과 같았다.

한센을 향하던 광기가 돈을 향해 옮겨지며 그를 적대하는 이는 사라졌다.

“가지.”

“예!”

한센은 로칸을 데리고 몇 개의 문을 거쳐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로칸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마구잡이로 한 명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중 레벨이 그나마 가장 높은 자를 찍은 것이 먹혀든 모양이다.

바로 아래층은 ‘타락 사제’의 아랫 등급인 ‘타락 신도’들이 모인 곳이었다.

“한센 ”

“감히 허락도 없이 누굴 이곳에 들이는 것이냐!”

“입 닥쳐!”

놈들은 즉시 성질을 부렸지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다.

기껏해야 200레벨대 초반인 놈들은 로칸의 일갈에 오줌을 지를 듯 부들거렸고 로칸은 망설임 없이 놈들을 도륙했다.

“히끅!”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고 동작이 깔끔한지 지켜보던 한센이 딸꾹질을 할 정도.

애초에 숫자도 많지 않았기에 타락 신도들을 정리하는 것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음 층은 ”

“그, 그게, 이쪽일 겁니다.”

다음 층으로까지 가 볼 일이 없는 한센이었지만 몇 번을 이곳에 들락거리며 대강의 가늠은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가 가리킨 곳으로 향하자 또다시 계단이 나타났고, 고대하던 3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타락 사제 제압][퀘스트]

타락 사제를 발견하고 제압하십시오. 시간 내에 그를 찾지 못하면 도망칠 수 있습니다.

-성공 조건 : 타락 사제의 발견 및 제압

-실패 조건 : 타락 사제의 도주

-제한 시간 : 5분

-성공 보상 : 대량의 경험치, 대량의 명성, 타락의 실마리

“귀찮게 하는군.”

3층에 입장하자마자 나타난 퀘스트에 로칸이 한센을 두고 몸을 날렸다. 아무래도 타락 사제가 그의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통로는 일방통행.

그렇다면 준비되어 있을 것은 뻔했다.

“날개 모드!”

함정과 주문.

그러나 로칸에게는 날개가 있었다.

아무것도 밟거나 건드리지 않고도 통로를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타락의 결계에 노출되셨습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결계 역시 마찬가지다. 혼란을 일으켜 시간을 벌 수 있는 타락의 결계 또한 불굴의 의지를 지닌 로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로칸은 단숨에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5분은커녕 1분도 걸리지 않아 타락 사제를 마주할 수 있었다.

[타락 사제 레이슨][Lv 287]

“심봤군.”

통로의 끝에서 나타난 녀석은 일반 타락 사제도 아닌 ‘네임드’였다. 전생에 없던 운이 몰아서 터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길 어떻게…….”

그 말이 끝이었다. 고작 300레벨도 되지 않는, 그것도 주문 사용자인 놈에게는 버서크나 광풍 현신도 필요 없었다.

그저 다가가서 쥐어 패면 그만이었다.

배틀 액스를 몇 번 휘두르지도 않았건만 녀석의 생명력은 0을 가리켰고, 유언이나 살려 달라는 말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역시.”

타락 사제를 죽이자 떨어진 몇 개의 아이템. 타락의 구슬과 한 단계 위 등급의 아이템인 타락의 정수는 기본이고, 아쉬움이 남았던 아이템 또한 드롭되었다.

[파멸의 예언서][????]

파멸의 예언을 담고 있는 예언서. 특수한 힘에 의해 봉인되어 있다.

일찍이 로칸이 강제로 열려고 하다가 파괴시킨 적 있는 물건이었다.

이것만 열어 보면 놈들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여는 방법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조사단에 가져가야 하나 ’

그곳에 맡기면 연구를 통해 열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생각을 접었다. 타락 결탁자들이 득세 했을 때, 조사단에서 참전을 망설인 기억이 난 것이다.

그것이 고까워서 그럴 리가. 조사단은 애초에 다종족 연합으로 이루어진 만큼 정치적인 영향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정말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에 확신이 없었다.

만약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었다면 조사단에 타락 사제 또는 타락 결탁자와 연관된 자가 있는 것이라면

로칸이 그들의 뒤를 캐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 방해를 받을 수 있었다.

두렵지는 않지만 시간을 끄는 건 사양이었다.

“타락의 정수, 사용.”

때문에 로칸은 다시 한 번 파멸의 예언서를 강제로 열었다.

쩌저저적!

이번에도 역시 열리지 않고 파괴되는 예언서.

로칸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파괴되고 남은 잔해들을 모았다. 그 안에 적힌 단어들을 조합했다.

지난 번 획득한 단어들과 대조해 보았다.

[타락…… 파멸…… 고대…… 주문…… 아마…… 부활…….]

이것은 지난번 얻은 키워드들이다.

[타락…… 파멸…… 아마겟돈…… 잊혀진…… 부활…….]

그리고 이것은 지금 획득한 키워드들.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단어도 있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단어들이지만 몇 번이고 거듭되면 어떨까 뭔가 연상시킬 만한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황궁 대도서관의 출입이 가능한 로칸이었기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타락 사제들을 족치다 보면 뭔가 더 알게 되겠지.

[타락 연판장][유니크]

타락 사제들이 서로의 결속을 위해 이름을 돌려 적은 연판장.

중심에 위치한 구멍에 무언가를 끼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로칸이 아이템의 파괴를 감수해 가며 무리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놈이 드롭한 마지막 아이템이었다.

인간뿐 아니라 타 종족식의 이름들이 적힌 연판장.

처음 보는 물건이지만 로칸은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이거겠지 ’

철컥.

연판장의 중앙에 끼운 것은 다름 아닌 타락의 나침반이다. 제 것처럼 꼭 들어맞는 사이즈였으니 로칸의 짬밥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그러자 나침반이 다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하프엘프가 좋겠는데.”

로칸은 연판장의 각 이름 위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은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그러자 나침반이 제멋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473km. 2F]

“저쪽이군.”

씨익.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침반을 보며 로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쪽으로 473킬로미터. 그곳에는 하프엘프들의 거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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