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237화 (237/500)

# 237

검은용 (3)

사자왕의 봉인된 부츠!

로칸에게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애들 지켜 줘서 고맙다는 인사니까 받아 둬. 자네한테도 나랑 비슷한 게 있던 것 같아서 특별히 고른 거니까. 아직 힘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내가 적당히 봉인을 걸어 뒀으니 당장 쓰기에도 괜찮을걸 그럼 난 이제 진짜로 간다!”

로칸이 착용한 네 개의 방어구 부위가 자신의 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지만 결국 로칸은 어떻게든 사자왕의 무구를 모두 손에 넣었다.

“……갔나 ”

“갔지 진짜 간 거 맞지 ”

잠시 아이템에 한눈을 판 사이 가오칸은 사라진 상태였다.

“와아!”

“해방이다!”

“이제 훈련을 빙자한 폭력에서 벗어나는구나!”

“만세!”

그가 사라진 곳에는 환희에 찬 사자병단의 환호성만이 가득 남았다.

“……이 인간은 대체 부하들에게 뭔 짓을 한 거야 ”

무려 황제씩이나 해 먹던 사람이 사라졌다고 이만한 환호하다니. 로칸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별로 그가 할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쨌든 간 사람은 간 사람이고, 남은 사람은 남은 대로 나아가야 했다.

숨을 가볍게 고른 로칸은 천천히 사자왕의 무구에 시선을 두었다. 정확히는 그와 관련되어 새로 나타난 알림을 확인했다.

[세트 아이템이 완성되었습니다.]

[사자왕의 무구에 걸린 봉인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해제 하시겠습니까 Y / N]

두말하면 입 아프다. 로칸은 즉시 Y를 터치했다.

[사자왕의 무구에 걸린 봉인을 해제할 시 착용 제한이 하이 마스터 이상으로 변경됩니다. 정말로 해제하시겠습니까 Y / N]

“엉 ”

다시 Y를 터치하려던 로칸의 손이 멈칫거렸다. 이건, 누를 수가 없다.

“착용 제한이 하이 마스터라고 ”

Y를 누르는 순간, 로칸은 기존에 잘 써먹던 사자왕의 봉인된 무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젠장…….”

세트 아이템의 힘으로 하이 마스터까지 광렙을 하나 싶었더니 태클을 제대로 걸렸다.

로칸은 부들거리는 손가락을 겨우 진정시키며 N을 눌러 봉인 해제를 보류했다.

당장 사자왕의 봉인된 무구를 대체할 만한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일찌감치 풀어 두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어쩔 수 없군. 어떻게든 하이 마스터까지 올라가는 수밖에.”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전쟁과 블랙 드래곤 사냥에 참여하면서 레벨이 꽤나 올랐다는 것이다.

현재 로칸의 레벨은 341레벨.

앞으로 9레벨만 더 올리면 하이 마스터였다.

아니, 349레벨까지만 올리면 퀘스트를 통해 하이 마스터로 승급할 수 있으니 이제 8레벨이 남은 셈이었다.

[시공의 틈이 닫혔습니다.]

그렇게 의지를 다지는 순간, 로칸에게 예상했던 알림이 나타났다.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로칸이 돌아갈 길이 사라진 것이기에 기분은 묘해졌다.

[미아가 되기 싫어!][퀘스트]

당신은 시공의 미아가 되기 직전입니다. 사라진 시공의 틈을 대신해 당신이 살던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으세요!

-시공의 탑 방문 0/1

-????

-????

-????

-????

-제한 시간 : 168시간

그러나 그의 기억처럼 해법은 분명히 존재했다. 시공의 틈이 사라짐과 동시에 로칸에게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된 것이다.

제한 시간은 1주일. 그 안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끽해 봐야 레벨 몇 개 다운되거나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으로 캐릭터 데이터가 롤백되려나 ’

물론 게임이니 영원히 이 시간대에 갇히는 일 따위는 없겠지만…….

“절대 그럴 수는 없지.”

로칸은 결코 그것을 확인해 볼 생각이 없었다.

이곳에 온 이후 무려 17레벨이나 올린 로칸이 아니던가 이것을 날려 버리면 복구하는 데 얼마가 걸릴지 그도 장담할 수 없었다.

“1주일이 다 뭐냐 사흘이면 충분하지.”

전생에 다른 유저도 했던 일을 로칸 자신이 하지 못할 리 없다.

게다가 사자왕 퀘스트처럼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것이 아닌 퀘스트 동선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는 마당에는 더더욱.

로칸은 즉시 마탑 중 하나인 시공의 탑을 찾았다. 사자왕의 잠적으로 꽤나 어수선했지만 전쟁 영웅 중 하나인 로칸을 박대할 이는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닷새 후, 로칸은 모든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제길, 하필 드롭 템을 모으는 퀘스트가 끼어 있을 줄이야.”

사흘을 장담했건만 닷새나 걸린 이유는 딱 하나였다.

퀘스트 중간에 특정 몬스터를 사냥할 때 랜덤하게 드롭되는 특수 아이템을 확보해야 하는 종류가 끼어 있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경매장을 통해 모두 사들여 버릴 테지만 이 시기에는 경매장이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았고, 그 아이템을 드롭하는 몬스터가 마스터급인 탓에 사냥할 만한 인원도 마땅치 않았다. 그런 이들은 모조리 전장에 나가 영토 확보에 나서고 있으니까.

인간들이 압승을 하긴 했지만 사자왕과 사자병단 대부분이 사라진 탓에 마냥 영토를 주장하거나 뺏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최강자들을 잃은 각 종족들은 몸을 사리면서도 은근히 움직여 방어선을 구축하고 최소한의 영토를 챙기는 중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런 까닭에 로칸이 직접 아이템을 구해야 했다는 것이다.

현생에는 조금 다른 편이긴 하지만 ‘저주캐’의 대명사와 같은 극악한 드롭률을 보이던 로칸의 불운이 이 순간 돌아온 것만 같았다.

“후우, 제대로 된 거겠지 ”

우우우웅.

한바탕 욕지거리를 내뱉던 로칸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앞에 열린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시키는 대로 재료를 구하고, 마법진을 만들고, 시간의 수식을 입력했지만 어딘지 찜찜한 느낌이 그를 놓지 않았다.

우우웅.

그러나 마냥 의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딱 1인용으로 만든 시공의 틈은 유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니까.

벌써 시공의 틈이 은근히 떨려 오는 것을 확인한 로칸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곳으로 왔을 때처럼 다른 것에 현혹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 ”

그리고 마침내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로칸은 찜찜함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로칸이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공간 좌표’였다.

“으아아아아악!”

발밑이 허전했다. 로칸의 몸이 하늘에서 나타나 추락하기 시작했다.

* * *

제2차종족대전은 오그마를 기습하고, 주변 도시까지 위협한 어떤 존재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언제 본진이 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진 탓에 제대로 전력을 쏟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황금사자 진영의 종족들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그들은 웅크리고 있는 검은용군단 종족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거나 몰아넣은 채로 두드릴 만한 힘이 부족했다.

국지전이야 매일매일 수시로 일어나고 있지만 별 의미 없는 자잘한 소모전에 불과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휴전을 원한다거나 싸울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적당히’라는 모습을 겉에 걸어 둔 채 저마다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원정대를 과거로 보내 데스 로드를 부활시키려던 언데드처럼.

“키키키킥! 드디어, 때가 되었다!”

그러나 언데드의 시도는 무참히 분쇄되었다.

손에 넣었던 죽음의 홀마저 사라져 버렸고, 아무것도 알아내거나 바꾸지 못하고 돌아온 원정대는 빈손이었다.

자신들의 거점을 두들기던 또 다른 언데드 무리들은 시공의 틈이 닫힘과 동시에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지만 그들 역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 하나의 지형이 바뀌고 어렵게 준비해 온 종족 퀘스트마저 꼬여 버렸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것이 결국 나의 손에 들어왔구나!”

그런 그들의 실패로 이득을 얻은 것은 다름 아닌 고블린들이었다.

주술이 조금 까다로울 뿐, 검은용군단 중에서도 비교적 약체로 꼽히던 고블린들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주술은 공격보다 수비일 때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종류로 알려졌지만 그 모든 인식과 편견들을 뭉개 버리며 압도적인 힘으로 치고 나왔다.

신기의 회수. 그리하여 고블린 대사제의 영혼을 부활시키고 고대의 힘을 손에 넣는 것!

정확히는 부활이 아닌 ‘빙의’였지만 오랜 숙원이던 그 일을 놈들이 해냈다.

“선조의 영혼들이 함께하시니,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고블린 대사제가 가지고 있던 ‘신기’가 사자병단에 의해 회수되었다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그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세 그랜드 마스터들이 가지고 있던 신기는 불길하다 하여 조각 난 채 흩어져야 했지만 로칸이 즉시 ‘파괴’를 명하는 대신 ‘회수’를 이야기했기에 역사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나비효과의 결과가 바로 며칠 전 나타났다.

아주 우연찮은 계기로 선대들의 혼을 흡수해 전승하는 ‘지혜의 홀’이 현 고블린 대사제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덕분에 놈의 수준이 하이 마스터를 넘어 준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올라섰고, 맹공격을 퍼붓도록 지시하는 중이었다. 강력한 주술력을 발휘해 수하들의 능력치를 뻥튀기시키고서!

“으으, 에라 모르겠다. 붉은 유성!”

그런 놈들의 머리 위로 붉은 유성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며 공간 좌표 설정을 까먹은 로칸이었다.

광풍 현신도, 전설을 타는 자도 발동시키지 않은 그였지만, 까맣게 대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고블린 떼를 적대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타이틀 폭군과 만인살이 발동했다.

능력치와 공격력을 뻥튀기시키며 진짜 유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만들어 냈다.

콰과과광!

“끄이이잇!”

“엉 ”

포탄이 되어 떨어진 로칸은 자신이 만들어 낸 참상을 돌아보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걸 맞고 살아남다니 그저 고블린 진영이라고만 생각했던 그이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걸 버텼다면 마스터 레벨급은 된다는 소리인데, 이 많은 적들이 다 마스터급이라고 고블린들이 전력을 숨겼던 걸까

“놈을 죽여라! 괴혼전이의 술!”

“……!”

로칸이 머뭇거리는 사이, 놈들의 몸으로 괴이한 힘이 내려앉았다.

놈들의 영혼은 물론 신체까지도 조작하며 오직 살육만 아는 괴물로 바꾸어 놓았다.

“이건…… ”

그 모습에 로칸은 이상함을 느꼈다.

기존에도 이런 주술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대단위로 펼치는 영혼 변이형 주술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것이다.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과거에서, 고블린 대사제가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렇군.”

표정을 굳히며 날개 모드를 개방해 떠오른 로칸은 힘의 근원을 찾아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고블린 대사제가 가지고 있던 신기, 지혜의 홀. 그것을 손에 쥔 녀석이 있었다.

‘나비효과인가 아니면 그새 뭔가 벌어졌나 ’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저 신기를 쥐는 것만으로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는 없지만 애초부터 하이 마스터의 끝자락에 발을 걸치던 놈이라면 그에 준하는 힘까지는 뽑아낼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 있는 사이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싸움을 거는 것은 무모하다고 판단했다.

“놓치지 마라! 육체 변이의 술!”

그렇게 판단을 하고 일단 몸을 빼내려는 순간, 다시 한 번 주술이 발휘되었다.

그 힘에 노출된 고블린들의 등에서 날개 같은 것이 돋아나며 완전한 괴물로 탈바꿈했다.

“미친.”

로칸을 향해 공중전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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