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랭커 회귀하다-220화 (220/500)

# 220

오크 광전사 크록취 (2)

오크 수도 오그마가 공격당했다.

결과적으로 함락을 당하는 것만큼은 면했지만 오그마를 지키던 마스터 레벨 전사와 주술사 여섯이 죽고, 하이 마스터 하나가 명을 달리했다.

그 소식이 가져온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검은용군단의 가장 깊숙한 장소.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장소가 습격을 당한 것이니까.

“흐흐, 그러게 어딜 기어 나가 ”

반면 그 일을 행한 이가 같은 오크 종족이라는 사실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진짜 오크일 리가 없으니까.

폴리모프일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모습을 변화시키는 종류의 스킬과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었다.

때문에 습격을 벌인 장본인은 황금사자 진영의 누군가일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역시 돌아오는군.”

일괄적인 회군은 아니었지만 전방으로 나섰던 오크족의 강자들이 다시 후방으로 분산 배치된 것이다. 자칫하다간 본진이 털릴 위기이니 당연한 선택이다.

병력을 물린 것은 오크들만이 아니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고블린, 언데드, 트롤 종족 역시 전진 배치시킨 병력들을 뒤로 천천히 물렸다.

덕분에 황금사자 진영의 숨통이 트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NPC 강자들이 후방으로 물러남에 따라 전투력이 약해졌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유저들이 투입되었다.

좋게 보자면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일이었지만 황금사자 진영에서는 여전히 유저와 NPC가 협력해서 전선을 밀어 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위태로워졌다고도 볼 수 있었다.

“몇 번만 더 건드려 주면 되겠군.”

하지만 로칸은 거기서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후로도 수도는 아니지만 언데드, 고블린의 깊숙한 거점을 몇 번이나 더 흔들었다.

그곳들 역시 주변 거점들에 강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 함락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경계심을 강화시키고 그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

그렇게 로칸은 2주 동안이나 놈들을 두들겼다.

때로는 오크의 모습으로, 때로는 언데드의 모습으로 놈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깽판을 치고, 그들의 사냥터를 빼앗았다.

그때마다 검은용군단의 각 거점은 단단히 문을 걸어 잠갔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아예 같은 진영의 다른 종족 출입을 막는 것까지는 어려웠지만 철저히 수색을 하고, 서로를 의심하는 일이 많아졌다.

언제 로칸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들을 공격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름과 모습조차 특정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나날이 커져가며 등껍질 속에 머리를 파묻은 거북이처럼 되도록 만들었다.

“힐로스 영지로 가고 싶소.”

그렇게 분위기를 조성해 낸 로칸은 쿨하게 그곳을 벗어났다. 대신 검은용군단이 필사적으로 방어선을 펼치고 있는 힐로스 영지로 이동했다.

다시 그의 모습은 오크 광전사의 그것이 되어 있었고,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이들은 쉽게 그를 통과시켰다.

[힐로스 영지 방어전][퀘스트]

드워프, 노움 연합군에게 공격받는 힐로스 영지를 방어하라.

-성공 조건 : 24시간 동안 힐로스 영지 방어 성공

-성공 보상 : 대량의 명성, 대량의 경험치

-특별 보상 : 방어전 성공 시 기여도에 따라 종족과 관계없이 작위 수여

-퀘스트 진행 중 획득 경험치 1.2배

힐로스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나타난 퀘스트. 성벽 위와 아래로 바삐 움직이는 오크들의 모습을 보자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있었다.

‘흐응, 여기가 공략되면 곤란하지.’

자신의 수작으로 황금사자 진영이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했지만 여기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로칸이었다.

이곳마저 빼앗긴다면 노움들의 종족 퀘스트인 ‘고대 도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소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가 휴가까지 써 가며 이곳에 온 이유도 바로 고대 도시를 찾기 위함이니까.

‘사자왕의 무구를 난쟁이들에게 빼앗길 순 없으니까.’

정확히는 고대 도시의 임시 동력원으로 잠들어 있을 사자왕의 봉인된 무구를 찾기 위함이다.

물론 노움들이 고대 도시를 깨워 막강한 힘을 얻고, 이 전쟁을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노움의 고대 도시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또 다른 무언가도 발동할 것이다.

아니, 설사 견제가 불가능하다 해도 사자왕의 무구를 포기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굳이, 왜

자신의 것을 포기해 가며 남 좋은 일을 시킬 생각 따위는 없는 로칸이었기에 일단 여기서 드워프, 노움 연합군을 한 차례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응 이것까지 되는군.”

[천인장이 되셨습니다.]

로칸이 방어전 퀘스트를 수락하자 아예 천인장의 자격까지 부여되었다. 폴리모프 상태인 로칸을 ‘오크’로 인식하고 레벨 순으로 천인장의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그와 함께 부대에 소속된 유저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오크 종족 특유의 코 먹은 소리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저들이 아니니까.

로칸은 얼른 성벽 위로 올라 까맣게 밀려오는 난쟁이 무리를 바라보았다.

“풉.”

노움의 경우 크기가 더 작을 뿐, 드워프 역시 땅딸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강인한 힘을 가졌지만 전사로서는 썩 좋지 못한, 균형이 무너진 신체 조건이었다.

그들이 짧은 다리를 놀려 달려오는 것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전투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저게 좋겠군.”

전투가 가까워졌다.

NPC와 유저들은 나가서 싸울지, 농성을 벌일지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인 것 같았지만 알 게 뭔가 로칸은 자신이 할 일을 할 뿐이었다.

“크릉, 이봐, 쏴라.”

“예 옛 ”

몸을 돌려 다가간 것은 다름 아닌 투석기였다.

종족과 관계없이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며 공성과 수성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그것.

바윗덩이가 올라가야 할 곳에 로칸이 올라가 엉덩이를 붙이자 대기 중이던 오크 병사가 화들짝 놀랐다.

대체 뭘 쏘라는 거지 투사체가 있어야 할 곳에 자기가 올라가 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로칸이, 아니 크록취가 짜증스레 인상을 구겼다.

“킁킁, 쏘라니까. 내가 포탄이 되겠다.”

“에…… 정말이십니까 ”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크록취에게 달린 천인장 마크를 보니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설마 천인장씩이나 되는 자가 자살을 하고 싶어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오크 병사가 표정을 굳혔다. 크록취의 요청대로 즉시 투석기를 조작했다.

“……갑니다.”

투웅.

투석기가 쏘아졌다.

바위가 아닌 오크 광전사를 투사체로 삼고서.

제대로 날아가기 위해 배틀 액스조차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채, 크록취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그리고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한 가지 스킬을 발동시켰다.

“붉은 유성.”

그러나 로칸이 사용하던 붉은 유성과는 또 달랐다. 광풍 현신을 사용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오크로 폴리모프를 한 영향인지 같은 스킬을 사용해도 사용 효과가 미묘하게 변해서 나타났다.

붉은 홍염 대신 검은 흑염이 그의 몸을 감쌌고, 검은 유성이 되어 드워프 군단의 속으로 떨어졌다.

콰과과과과광!

“휠 윈드!”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지만 크록취는 멈추지 않았다.

강인한 근육에서 뿜어지는 막강한 파괴력을 더해 대형 배틀 액스를 휘둘렀고, 앙증맞게 모여 있는 드워프와 노움들을 모조리 썰어 버렸다.

“우, 우와아아아아!”

“가라! 그를 도와라!”

그의 활약에 다른 오크들도 반응했다. 농성을 고민하던 놈들이 자극을 받았는지 성문을 열고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과연 전사의 종족, 오크다운 선택이었다.

“우리 천인장이야! 우리 천인장이라고!”

“저 녀석 아이디가 뭐야 저런 광전사는 못 본 것 같은데 ”

“지금 그게 문제냐 짱 박혀서 레벨만 올리던 마스터인가 보지!”

“우리도 질 수 없다. 가자!”

처음에는 크록취의 갑작스런 등장에 왠 미친놈인가 생각도 했지만 곧이어 펼쳐진 활약에 모두가 흥분했다.

지금은 새로운 영웅들이 몸을 일으키는 춘추전국시대.

아직까지 이름을 알리지 못했더라도 활약에 따라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고, 언제든 영웅이 등장할 수 있는 시대였다.

“광풍 현신.”

그들이 소란을 부리는 틈을 타 로칸이 마스터 스킬까지 발동시켰다. 흑운과 같은 검은 기운이 그의 벌렁이는 콧구멍과 모세혈관으로 스며들었다.

크고 강인한 거인 오크를 탄생시켰다.

“스나이핑!”

그때, 노움족의 마스터 유저가 힘을 발휘했다. 마스터 스킬을 발동해 거체를 일으킨 크록취의 급소를 노렸다.

터엉!

“……!”

그러나 무의미했다.

어설프게 조합한 마스터 스킬로는 크록취의 방어력을 뚫을 수 없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은 인벤토리에 보관한 상태이지만, 황제에게 하사받은 유니크 풀 세트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았다.

원래도 높던 방어력이 광풍 현신의 영향을 받아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마스터 스킬이 통하지 않으니 다른 투사체 공격은 하나마나다.

거대화된 크록취의 몸뚱이는 좋은 표적이 되었지만 불사의 특성을 지닌 그에게 급소도 꿰뚫지 못하는 공격 따위는 비비탄 총질보다 못한 간지러운 것이었다.

“이노옴! 내가 간다!”

그러자 드워프 쪽에서 유저들이 튀어나왔다.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노움을 대신해 근접 계열인 그들이 나선 것이다.

“재미있군.”

마스터 레벨 유저만 무려 셋.

그러나 그들이 등장과 동시에 펼친 마스터 스킬은 크록취를 실소하게 만들었다.

“대지의 거신!”

가장 전면에서 시선을 끈 것은 그와 마찬가지로 거인으로 변모한 녀석이었다.

대지의 종족이라는 드워프의 특성을 살려 거대화를 섞어 넣은 모양인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짧아.’

거대화되었다고는 하나 드워프 특유의 짧은 팔다리 비율은 그대로인 것이다. 이래서야 거대화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전생에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탑승형 거인’을 마스터 스킬로 삼는 자도 나타났었다.

로봇물처럼 기계공학 스킬로 만들어 낸 거인 로봇을 소환하고 강화해 탑승하고 싸우는 것이다.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모를까,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난쟁이 거인으로는 그를 어찌하기 어려웠다.

“액스 익스플로젼!”

“튕기기!”

놈이 시선을 끄는 동안 사각으로 쏘아진 것은 크록취의 것과 비슷한 대형 배틀 액스였다.

스로잉 스킬을 마스터 스킬로 조합한 것이 의외였지만 이름부터가 너무 정직했다.

콰과과광!

크록취가 그것과 부딪히지 않고 살짝 몸을 비틀며 쳐 내자 강대한 폭발의 힘이 실린 배틀 액스는 그대로 주변에 있던 다른 드워프들에게로 꽂혀 폭발해 아군의 희생만을 낳았다.

“흐아아아아앗!”

그 틈을 노리고 난쟁이 거인이 뒤뚱거리며 뛰어왔다.

제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해머를 크게 횡으로 휘두르며 크록취의 다리를 쓸었다.

‘뻔하군.’

쩌엉!

크록취는 그것을 피하는 대신 배틀 액스를 땅에 찍어 저지했다.

해머라는 것은 본디 내려찍는 데 최적화된 것이지, 베기처럼 하단을 쓰는 데 적합한 무기가 아니니까.

놈이 이런 공격을 시도하는 이유는 뻔했다. 상대를 점프하도록 만들어 이동을 제한시키기 위함이다.

“망치와 모루!”

그 순간, 크록취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인보다 커다란 마법의 망치가 대지를 모루 삼아 창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급가속, 점프!”

크록취는 즉시 반응했다. 오히려 스스로 몸을 날려 먼 곳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망치의 표면에 닿았다.

파직.

약한 반발이 일어났지만 의미 없었다. 이 스킬의 위력은 대지와 부딪힐 때의 충격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막아설 생각도 없다. 크록취는 오히려 망치가 떨어지는 힘에 자신의 스킬을 더했다.

“붉은 유성.”

아까보다 높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더 빠르고 강력하게 검은 유성이 떨어져 내렸다.

각도를 조절해 망치가 떨어지는 범위가 아닌 또 다른 장소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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