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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217화 (217/500)

# 217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반격을 가한 로칸 덕분에 반란군에 가담했던 길드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이 되었다.

애써 일궈 놓은 길드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으니 재산 피해가 막대한 것이다.

길드라는 것은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것은 고작해야 소규모 친목 길드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내부에서의 금전 문제로 인해 와해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였다.

‘대형 길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지.’

하물며 상위 길드라 불리는 거대 집단의 경우에야 말할 것이 없다.

길드원들을 통해 모금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길드를 키워 가기도 하지만 반대로 길드원들에게 이득을 나누어 주어야 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다.

물론 꼭 그 이득이 금전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자금만큼은 보유할 필요가 있었다.

몬스터 사냥을 통해 수입을 얻지 못하는 동안 최소한 개인이 소모하는 소모품 정도는 충당을 해 줘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로칸의 방식은 놈들에게 치명타였다.

‘이제는 그게 없을 테고.’

대부분의 유저가 골드를 보관할 때 ‘은행’을 이용한다지만 ‘반란군’에 속한 그들은 은행의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들의 정보를 모조리 캐낸 로칸은 반란군 영역에 있지 않은 아지트를 몰수함과 동시에 그들의 은행 계좌를 동결시켜 버렸으니까.

아무리 은행이 게임 시스템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자유도를 지닌 것이 더 로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그들이 자금과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당연히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 즉 아지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마저 로칸에게 탈탈 털렸고, 그 안에 보관 중이던 모든 아이템의 소유권이 로칸에게로 넘어갔다.

로칸의 기습적인 행동이었던 만큼 반란군이 다시 해당 거점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다시 돌아온다 해도 남은 것은 먼지뿐일 터였다.

“얼마나 버티는지 볼까 ”

이득 없이 소모만 있는 상황에서 소속감만으로 길드에 남을 자는 얼마나 될 것인가.

이해관계로 얽힌 게임 내 길드에서 그런 자들은 많지 않을 터였다.

처음에야 길드장이나 간부들이 자금을 풀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의 지출을 강요할 것이다.

몬스터를 사냥해서 충당한다면 좋겠지만 당장 타락한 몬스터를 운용하는 반란군 내에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것은 곧 잠재적인 아군의 병력을 깎아먹는 행위가 되기에 쉽지 않을 테니까.

반란군이 쿠데타에 성공하면 회복을 넘어 충분한 보상이 있겠지만 만약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빠른 이탈이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지금 길드를 탈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해서 반란군에 가담한 죄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토벌당했을 때에 비한다면 극히 적은 페널티일 것이 분명하니까.

“이게 버티기만 해도 되겠군.”

이제, 시간은 로칸과 수비군의 편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로칸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다리는 대신, 먼저 게릴라전을 펼치며 적의 병력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 * *

로칸을 묶어 두고, 서서히 말려 죽이려던 반란군 소속 유저들의 시도는 처참하게 박살났다.

당장 그들의 전력으로는 수비 시설이 강화되고 병력이 증강된 영지들의 방어조차 뚫지 못했고, 설혹 어떻게든 뚫어 냈다 해도 마지막 순간 절묘하게 나타난 로칸에 의해 압살당하며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들이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바로 레갈리아성 공략전에 실패하면서였다.

자신들만의 힘으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닫자 아예 외세의 힘을 불러들일 생각까지 한 것이다.

때문에 레갈리아성을 공략한 뒤, 검은용군단 측에 곧장 내줘 버릴 생각을 했고, 모든 힘을 집중시켜 레갈리아 공략전을 치렀다.

그리고 박살 났다.

‘병신들.’

철벽의 마스터 오스람.

그곳에는 그가 있었으니까. 괜히 오스람이 수성의 달인으로 불리던 게 아니었다.

기존의 빈약한 병력 구성으로도 철통처럼 성을 지켜 낸 그에게 로칸이 날개를 달아 주었으니 막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닌가 모르고 있다가 방심해서 당한 것이라면 모를까, 로칸이 주의까지 준 상태라 처참히 갈려 나간 것은 반란군 쪽이었다.

‘반란군이 왜 레갈리아를 안 건드렸는지를 생각했어야지.’

덕분에 이탈이 가속화되고 전력이 급감한 반란군 길드들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었다.

애초에 킬라만타 공작이 방문자를 중용하는 타입도 아니었으니 거듭된 실패를 겪고도 제자리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우스운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로칸은 착실히 타락한 몬스터의 수를 줄이고 나아가 킬라만타 공작의 사병들까지 잡아먹으며 맹활약을 했고, 주변에 끌어 쓸 수 있는 몬스터란 몬스터를 몽땅 쥐어짜 낸 반란군은 점차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후작님, 저희가 왔습니다!”

거기에 설상가상, 전방에서 버티고 있던 마스터와 하이 마스터들까지 가세했다.

전방의 상황에 여유가 생기면서 빠르게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그들이 움직인 것이다.

“좋아. 가자. 이 지루한 싸움을 끝내러.”

로칸도 그들의 등장을 예상했기에 기꺼이 그들이 이끌고 온 병력을 받아들였다.

이 지겨운 내전의 끝을 보기 위해 모든 병력을 집결시켰다.

‘시간을 너무 끌었군.’

이쪽보다 전투가 치열하고, 병력이 타이트하던 전방에 갑자기 여유가 생긴 이유 간단하다.

마스터 레벨의 등장.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활약하며 자신을 성장시킨 이들이 대거 출현한 것이다.

‘벌써 따라왔단 말이지…….’

마스터 레벨을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아직 모자란 부분도 많았지만 반대로 빠르게 적응하는 자들도 많았다.

아예 인간처럼 모든 가능성이 오픈된 종족도 있지만 조합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비교적 제한적인 종족들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강력한 스킬들의 조합은 어쨌든 확실한 위력을 발휘하니까.

콘셉트만 확실하다면, 스킬 레시피만 훌륭하다면, 그리고 마스터 스킬을 사용할 타이밍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이제 갓 마스터 레벨에 오른 유저도 마스터 레벨에 오른 지 한참이나 된 NPC를 가볍게 발라 버릴 수 있었다.

‘다시 밟아 주지.’

그런 의미에서 다수의 마스터 레벨 유저의 출현은 로칸에게 있어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같은 마스터라고는 해도 전투력의 차이는 한참이나 나지만 아직 하이 마스터의 경지가 한참이나 남은 상태에서 마스터 레벨 유저가 이만큼이나 나타났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그렇기에, 로칸도 다시 한 번 치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들이 최적의 마스터 스킬 조합을 찾아내기까지는 한참이 걸리고 당장 10레벨 이상 차이 나는 레벨링을 따라오기까지는 몇 개월쯤 더 걸리겠지만 더욱 차이를 벌릴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다.’

전생과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이번에는 제대로 차이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어서 레벨을 올려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지만 그것은 제 아무리 로칸이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로칸의 레벨은 319.

아직도 31레벨을 더 올려야만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그러기 위해 로칸은 일단 눈앞의 상황에 집중했다.

반란군을 진압하는 것.

킬라만타를 죽이거나 사로잡고 이 내전을 끝내기 위해 거친 노성을 토해 냈다.

“크허허허허헝!”

광풍 현신까지 마친 상태에서 내뱉는 광기의 외침은 마스터 레벨 이상의 존재까지 망가뜨렸다. 거대한 파동이 되어 반란군을 집어삼키고 적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젠장, 이건 글렀어!”

“튀어! 여기 있다간 개죽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팽팽하던 상황에서 든든한 지원군까지 얻었으니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반란군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발버둥을 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발버둥에 불과했다.

로칸이 작정하고 몰아치자 유저들은 도망쳤고, 병사들은 투항했다.

“타락한 몬스터들을 쓸어버려라!”

무엇보다 뒤늦게 눈치를 보며 합류한 조사단의 힘도 컸다.

처음에는 관망하는 입장을 취했으나 로칸의 활약으로 균형의 무게추가 기울자 마치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다는 듯 슬그머니 끼어든 것이다.

당연히 로칸과 황제의 편에 섰다.

‘약아빠진 놈들.’

거기에 더해 드워프, 노움, 하프엘프의 지원군도 소수이지만 도착했다. 슬그머니 한 다리 걸쳐서 빚을 지워 두겠다는 수작이다.

너무나 뻔해서 거부감까지 들었지만 어쩌겠나, 그것이 정치인 것을.

“제길,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나.”

그렇게 적의 본진까지 밀고 들어가자 킬라만타 공작이 결단을 내렸다.

[킬라만타 공작을 처치했습니다.]

[서브 시나리오 퀘스트 - 내전 종식을 완료하셨습니다.]

[황제를 찾아가 보상을 받으십시오.]

자살.

그의 손에 잡혀 곤욕을 치르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킬라만타 공작을 해치우고 얻을 전리품을 생각하던 로칸에게는 기분 더러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내전이 종식되었다.

[황제가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6시간 이내에 황궁으로 이동하십시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반란군의 본거지인 킬라만타 영지를 제대로 털어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려 공작급의 영지인 만큼 해 먹을 것도 많을 텐데, 내전이 종식됨과 동시에 사령관의 권한이 제한되면서 몰래 빼먹을 것이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상관없지.’

물론 꼼수는 있다. 고개를 주억거린 로칸은 즉시 몸을 돌렸다. 수비군에게 반란군의 잔당들을 쫓도록 지시하고 먼저 황궁으로 돌아왔다.

“정말 잘해 주었다. 정말 큰일을 해냈어. 자네가 아니었다면 이 제국의 근간이 파괴될 뻔했음이야.”

로칸을 맞이한 황제는 기쁨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려워만 보이던 내전 진압을 성공적으로 마친 로칸에게 격한 애정을 보이는가 싶더니, 예상했던 그것을 추진했다.

“모두 듣거라! 나 카이스만은 지금 이 시점부터 로칸 후작에게 공작의 위를 내릴 것이다!”

[기적적인 업적! 당신은 방문자 중 최초로 공작의 위에 올랐습니다.]

[타이틀 ‘공작’을 획득합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공작][에픽]

공작이란 황제를 제외한 인간 세계의 최고 귀족이자 여러 지역을 통합한 제후로서 황제를 대신하여 거대한 영토와 귀족들을 통치할 수 있는 작위입니다.

그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십시오.

[보유 효과]

-후작 이하의 귀족에게 명령 가능

-일정 숫자 이상의 귀족을 포섭하여 [파벌] 형성 가능

-백작 이하의 작위 수여 가능

-[강화된 지배자의 오라] 사용 가능

“로칸 공작은 원하는 영지가 있으면 말해 보라. 내 무엇이든 수렴할 것이다.”

모두에게 선언한 황제 카이스만은 인자한 눈빛으로 로칸을 돌아보았다. 공작의 위에 올랐으니, 그만한 추가 영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흐뭇한 미소에 부응하듯, 로칸도 입을 열었다.

“저는…… 킬라만타 영지를 원합니다.”

실각한 킬라만타 공작의 모든 것을 로칸이 집어삼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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