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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랭커 회귀하다-215화 (215/500)

# 215

쿠데타 (3)

만인살.

단신으로 일만의 적을 베어 낸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그것까지 손에 넣은 로칸이 작정하고 힘을 쓰기 시작하자 타락한 몬스터쯤은 가볍게 썰려 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마스터 레벨에 근접한 290레벨대였지만 상대는 마스터, 로칸이니까.

타락한 힘의 버프를 받아 기존의 능력보다 월등한 능력치와 파괴력을 보유하게 된 놈들이지만 로칸은 그 이상으로 강력하고 파괴적이었다.

대체 누가 괴물이고 누가 공격자인지를 알기 어려울 정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이쯤 되니 적의 사령관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렵게 긁어모은 타락한 몬스터와 고레벨의 방문자들을 밀어 넣었지만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전혀 전진하지 못하고 소모만 되는 것에 덜컥 겁이 났다.

대체 앞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병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온 사령관은 곧 원인을 목도했다.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 악귀 같은 얼굴로 타락한 몬스터와 방문자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또 저놈인가……!”

분기가 탱천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가 킬라만타 공작에게 지휘권을 넘겨받은 타락한 군대에는 심지어 마스터 레벨급의 몬스터까지 있었지만 그 무엇도 로칸에게 해를 끼칠 수 없었다.

아니, 꾸준히 공격은 적중하고 대미지는 누적되고 있었지만 저 빌어먹을 광전사의 불사 효과가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것이 있는 한, 그를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스터 스킬이 목과 심장을 노릴 때마다 절묘한 컨트롤로 피하거나, 비껴 내거나, 근처에 있던 타락한 몬스터를 방패 삼아 막아 내니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제길…….”

후퇴를 해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계속해서 밀어붙여야 하나

로칸이 아니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멈춰선 채 자신들끼리 공격을 벌이는 타락한 몬스터들을 보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단단히 들었지만 사령관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만한 피해를 입고 소득 없이 돌아간다면 문책은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적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다시 부딪친다 해도 승산이 없긴 마찬가지다.

복잡한 머리를 말끔히 비워 낸 사령관은 결단을 내렸다.

“‘관리자’들은 들어라! 최전선의 쓰레기들을 몽땅 날려 버려라!”

“예!”

그 명령과 함께 일단의 무리가 앞으로 나섰다. 일명 ‘관리자’라 불리는 타락한 몬스터의 조종자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타락한 몬스터에 대한 조종만이 아니었다.

“시체 폭파.”

콰과과광!

그들의 대부분은 네크로맨서였다.

타락한 힘으로도 모자라 그 시체까지 이용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킬라만타 공작이었다.

“크윽 ”

“뚫렸다. 막아!”

수십, 수백 번의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자 전장의 상황이 뒤집어졌다. 타락한 힘을 품은 시체들이 폭탄이 되어 주변 일대를 망가뜨린 것이다.

폭발에 휘말린 것은 수비군만이 아니었다.

아군이라 할 수 있는 타락한 몬스터와 방문자들도 휘말렸지만, 무엇보다 대지에 새겨진 환영 마법진까지 망가져 버렸다.

혼란 마법에 매료되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던 타락한 몬스터들에게서 거짓된 시선이 지워지고 다시금 막혀 있던 전선이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큭, 만만치가 않군.’

덕분에 당황한 것은 로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혼란 마법이 파훼될 줄은 몰랐기에 난감함을 느끼면서도 더욱 힘을 주어 가장 가까이에 있던 타락한 몬스터를 박살 냈다.

‘또다시 영혼 군단을 불러야 하나 ’

그리고 고민했다. 이들을 때려잡으며 수집한 영혼들을 다시금 소환해 내야 할 것인지를.

그러나 아무래도 수지가 안 맞았다.

적의 숫자와 질을 고려할 때 고작 1천의 응원군을 부른다 한들 전장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때문에 로칸은 수집한 영혼을 아껴 두고 전략을 바꾸었다.

“근접 계열은 앞으로! 몸으로 막는다! 주문 사용자들은 마나를 아끼지 말고 후방 지원해!”

용병들을 빠르게 지휘하여 타락한 몬스터와 유저들을 막아 내는 한편, 지속 시간이 끝나는 광풍 현신을 되돌렸다.

“시간 역행!”

로칸이 다시 나타난 곳도 그들의 곁. 하지만 로칸은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용병들의 죽음은 곧 막대한 자금의 소모로 직결되지만 상관없다. 그보다 엄청난 자금이 지금 이 순간에도 쌓이고 있으니까.

돈지랄로 놈들을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용의가 있었다.

“카이!”

점프로 뛰어오른 로칸이 카이의 등 뒤로 올라탔다.

후웅!

“으헉!”

대붕으로 화해 날갯짓을 하자 그 풍압만으로도 근력이 떨어지는 자들은 휘청거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면 카이는 한 번의 날갯짓으로 이미 시야가 닿기 어려운 위치까지 날아올랐다.

[대붕, 카이가 광풍(狂風)을 깨달았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

그 위력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아예 스킬화까지 될 정도였다.

‘이건 괜찮군.’

그렇지 않아도 바람을 일으키는 종류의 스킬은 비행형 탈것의 필수 스킬이었다. 로칸은 곧장 수락하여 카이의 마지막 스킬 슬롯을 채웠다.

‘수락.’

[대붕, 카이가 광풍을 습득했습니다.]

“광풍 현신, 붉은 유성.”

로칸과 하나 되어 적의 주 병력을 넘어 정예가 머무는 중심부터 떨어져 내렸다.

“엘리멘탈 바리어.”

그러면서도 카이는 모든 속성이 융합된 방어막을 스스로에게 둘렀다. 방어력과 충격 대미지를 극단적으로 끌어 올렸다.

“피, 피해라!”

창공에서부터 떨어져 내리는 붉은 유성.

그것이 가져온 파괴력은 제 아무리 하이 마스터라 할지라도 막아 내거나 해소해 내기 어려운 엄청난 것이었다.

때문에 제각기 몸을 날려 피해 보지만 그것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했다.

최소 조합 스킬, 혹은 마스터 스킬을 끌어 올려 충격을 방어하지 않는다면 생명력이 바닥을 칠 만큼 엄청난 충격이 대지에 내리꽂혔다.

그 자체로 전술 병기라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

그러나 로칸의 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일단 사령관부터.’

과연 이것을 암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도 당당히 적진 한가운데로 떨어진 로칸은 자잘한 적들을 카이에게 맡기고 즉시 적의 사령관부터 찾았다.

적의 우두머리를 잡아 전세를 뒤집고, 싸움을 끝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니까.

‘통찰.’

이미 붉은 유성의 충격으로 어중간한 놈들은 모두 걸러졌으니 버티고 선 놈들만 훑으면 그만이다.

로칸이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을 이용해 주변을 스캔하자 누가 최고 지휘권자인지 대번에 파악이 가능했다.

[반란군 사령관 티모시][Lv 373]

이름과 레벨뿐 아니라 세부 정보들이 쫙 나열됐지만 즉시 흩어 버렸다. 그런 것은 지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노옴!”

속전속결을 위해 빠르게 짓쳐 드는 로칸.

그러나 사령관도 만만치 않은 강자였다. 하이 마스터에 오르고서도 상당한 수련을 쌓은 강자 중의 강자. 그러니 반란군의 사령관을 맡을 수 있었을 터였다.

“공간참!”

티모시의 일격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아니 베이고 찢겼다는 표현이 옳은 것이리라.

쩌엉!

“큭.”

그와 함께 아직 한참이나 거리가 있던 로칸의 가슴이 길게 베였다.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 덕분에 치명상은 면했지만 묵직한 충격이 로칸의 몸을 흔들었다. 속도를 늦추고, 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폭주 전차!”

그러나 로칸은 굴하지 않았다.

무너진 몸의 밸런스를 스킬을 이용해 억지로 붙잡고 오히려 폭발적인 돌진력을 발휘하며 거리를 더욱 좁혔다.

“소멸……참!”

그런 로칸을 향해 티모시가 이를 악물었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필살기, 마스터 스킬을 발사했다.

본래는 충분한 힘을 끌어모은 뒤, 가장 확실한 순간을 만들어 꽂아 넣어야 했지만 로칸의 돌진이 너무나 매서웠기에 공포를 느끼고 섣불리 힘을 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공간을 격하는 공간참과 달리, 공간 자체를 멸하는 소멸의 일격. 로칸은 달려드는 와중에 그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소멸의 힘에 휘말리게 될 텐데도, 더욱 속도를 높여 놈에게 달려들었다.

“분신 소환!”

그리고 마지막 순간, 자신과 똑 닮은 분신을 소환해 냈다.

방패를 삼으려는 것일까

아니다. 소멸참에 걸리면 고기 방패 정도로는 막아 낼 수 없다.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는 일격이기에, 그 뒤에 선 로칸까지 사라져 버릴 것이 분명했다.

쩌엉!

“……!”

로칸의 판단은 놀라웠다. 소환해 낸 분신과 서로 무기를 부딪치는가 싶더니, 그 충격을 이용해 튕겨져 나간 것이다.

이미 한계를 넘은 일격이기에 소멸참의 좁은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급가속, 광기의 시간!”

이후 로칸과 분신은 폭발적으로 달려 나갔다. 좌우를 점하며 동시에 서로 다른 스킬로 티모시를 공격했다.

“광살!”

“파멸의 일격!”

로칸의 한 방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두 가지가 동시에 발동했다.

티모시가 황급히 경직 상태인 몸을 풀어 방어 스킬을 전개해 봤지만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막아 내기는 무리였다.

분신이 펼친 파멸의 일격이 방어를 부수고, 로칸의 광살이 놈을 베었다.

사령관씩이나 되는 만큼 녀석의 방어구 역시 최소 유니크 이상의 상등품으로 가득했지만 로칸의 무기는 에픽 등급이다.

여러 타이틀 효과로 배 이상 증폭된 공격력은 설령 에픽 등급의 방어구라 해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했고, 무자비한 참격이 놈의 몸을 유린했다.

“컥…… 빌어먹을 방문자 놈…….”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는 일격 일격이 놈의 몸을 다져 놓았다. 하이 마스터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만큼 허무하고 처참한 죽음이었다.

“……!”

그때, 로칸의 눈빛이 흔들렸다. 놈의 죽음에서 무언가를 본 것이다.

파앗.

동시에 그의 생각을 전달받은 분신이 몸을 날려 로칸을 덮으며 대신해서 공격을 받았다.

“크헉!”

퍼엉!

얼마나 강력한지 분신이 소멸되고도 여파가 남았다. 묵직한 울림이 등을 파고 배 속을 울렸다.

“젠장!”

그림자 무사. 쿨 타임마다 여분의 목숨을 하나씩 더 챙길 수 있는 마스터 스킬이 자동 발동한 것이다.

로칸조차 알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 놈이 미소를 짓지 않았다면 꼼짝 없이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놈을 막아라!”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티모시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렸다.

비참하지만 마스터 스킬까지 모조리 써 버린 상황에서 로칸을 일대일로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의 방어력은 자신의 주력 스킬인 공간참을 무시할 만했고, 그나마 방심한 틈을 노려 목을 따려던 것도 실패했으니 이제 좀처럼 기회를 만들기 어려울 터였다.

때문에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로칸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몸을 보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부하들에게 로칸을 맡기고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시 밀어내던 전선도 정체를 맞이한 데다 여길 뚫는다 해도 거점을 점령하는 것은 아니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으니까.

어쨌든 살아 있기만 한다면 기회는 온다.

타락의 힘만 있다면, 타락한 몬스터쯤은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었다.

“카이!”

휘이이이잉!

“허억!”

그때, 몸을 가눌 수 없게 만드는 광풍이 몰아쳤다.

검을 땅에 박아 몸을 지탱할 새도 없이 돌풍에 휘말린 티모시의 몸이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을 뒹굴었다.

끼윳, 끼윳! 쿠웅.

카이가 기분 좋게 웃는 가운데 티모시의 몸뚱이가 로칸의 앞으로 날아와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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